거미바위솔의 비밀
지구에서 이 십 광년 떨어진 은하계 끝, 반짝반짝 빛나는 분홍별,
아라크노데움.
우리가 살던 별의 이름이지.
천 년 전 우리는 막중한 임무를 안고 지구에 떨어졌어.
바위에 붙어 살면서 지구의 환경 변화를 관찰하는 일이지.
곤충들이 우리를 괴롭히지만 거미줄로 무장해서 접근할 수 없게 하지.
추위에도 끄떡없는 우리는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번식하지.
바닷가 모래알 보다 더 많이 개체 수를 늘려 지구를 정복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야.
지구인들이 쓰레기를 많이 버리면 버릴수록 환경은 더 오염 되겠지?
자연이 파괴될수록 우리의 꿈은 점점 더 가까워지지.
지구는 우리가 지배하게 될 거야.
집주인은 화분 속에 가두었지만 우리의 번식을 막을 수 없을걸?
옆으로 못 간다면, 하늘로 올라가면 되니까.
잘 봐. 누군가 닮은 것 같지 않아?
이 년에 한 번, 더운 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비행접시가 지구 위를 지나가.
그 때, 우리는 숨겼던 접시 안테나를 활짝 펴서 신호를 보내지.
“얘들아, 곧 지나갈 시간이야. 안테나 펴자.”
“그래. 나는 남쪽.”
“나는 북쪽.”
“나는 동쪽.”
사방으로 안테나를 펴고 초음파로 결과를 보고하지.
지구가 얼마나 많이 황폐되어가는지를.
지구인들은 거미바위솔이라고 부르지만,
그건 우리의 진짜 이름이 아니야.
우린 분홍별에서 온 외계꽃이야.
2021. 7. 3.
마당 화분에 활짝 피었다가 진 거미바위솔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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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DjpAkb7XC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