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아직 먼동이 트려면 시간이 남은 한밤중에 길을 나섰다. 미쳤다! 다들 꿈속을 헤메는 이 시간에 미치지 않고는 .... 이 캄캄한 밤중에 산에 간다고 길을 나서는 나는 분명 미쳤다. 졸리운 하품을 달래며 구터미널로 향했다. 구터미널에 다다를 무렵 어슴프레 보이는 형상! 나보다 조금 더 미치신 역시 그 분이셨다. 바리바리 준비한 짐을 한 보따리 쌓아 놓고 계셨다. 우리 모임에서 장군칭호를 받으신 그 분. 없어서는 절대로 안되는 분중에 한 분 염모총무님. 여기서 그 분의 프라이버시가 있어 이름을 못 밝힘을 이해하시기 바란다. 앞으로도 미친사람 취급할땐 개인의 이름은 생략하겠다. 4시5분 출발하여 코스를 돌면서 뵙는 낯익은 또는 생소한 반가운 님들. 4시20분에 신월초등학교를 마지막으로 목적지를 향해 출발. 장기지역을 지나려는데 뒤꼭지가 땡겨서 인원을 챙기다 보니 허허 이런! 또 한분의 미치신 분이 오시기로 했는데 안 보인다. 혹시 안 미쳤으면 안 오셨을텐데 하며 전화를 걸어 보니 역시 그 분도 미쳤다. 대전에서 오시다 보니 몇분을 늦을 수도 있었는데 본인의 실수로 챙기지 못했다. 종촌에서 연락을 취하며 기다리니 승용차 한대가 도착했다. 미안한 마음 금할 수 없는데 오히려 그분이 미안하다고 하니 세상에 이런 일이~ 그 한 밤중에 대전에서 공주를 거쳐 종촌까지.... 신모선생님! 진짜루 미쳤다. 이런 저런 성한(?)사람,미친(?)사람 두루두루 합류하여 목적지 죽령을 향했다. 오늘 하루를 함께 지지던지 볶던지 할 서른네분. 이렇게 출발하였다. 가는 길에 개인적으론 추억이 있는 죽령을 그리며 잠시 추억을 떠올려도 보고. 충북땅에서 10여년 살면서 쏘다녔던 거리거리들이 눈에 들어오고. 대학시절 농촌봉사활동을 다녀 온 괴산 불정면도 보이고.... 어~하는 사이 죽령에 도착하여 7시30분에 산행이 시작되었다. 왁자지껄 하며 무리를 지어 산길로 접어들고. 출발 모습을 캠코더로 담다 보니 모두가 한결 같이 표정이 밝았다. 오늘 하루를 예견하는 순간이었다. 모처럼(?) 속도를 붙여 선두 그룹에 속해 올라 보았다. 시멘트 포장길로 이어진 길이 꽤나 길게(소백산 중계소,천문대까지) 이어졌다. 기대한 철쭉이 서서히 눈에 들고. 오늘따라 유난히도 철쭉의 자태가 아름답고 그윽해 보였다. 연화봉에 오를 즈음에 드디어 멋진 소백의 자태가 기다리고 있었다. 하나하나 펼쳐지는 소백의 모습에 푸욱 젖어 들었다. 슬라이드 영화처럼 한풍경이 지나면 또 한풍경이 착착 펼쳐지고. 초록의 구릉지대에 소담하게 흐드러진 철쭉의 무리들에 감탄하였다. 그리고 그 사이로 만들어 놓은 계단길이 주변의 풍경과 잘 어우러져 신비함을 더했다. 화사한 철쭉을 배경으로 추억을 담아 보고(백두앨범). 소백의 아름다움에 피로를 덜며 백두대간 발걸음은 국망봉을 향하고 있었다. 초록의 물결을 타고 이어진 길들. 온통 초록으로 펼쳐진 그 길을 지나려니 몸도 마음도 초록이었다. 눈이 부시도록 싱그런 초록에 또 푸욱 취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길가엔 발길을 붙잡는 영롱하게 빛을 발하는 야생화들. 기묘하도록 아름다운 형상을 한 야생초들. 모회원은 야생화,야생초를 촬영하다 보니 디카 밧데리가 모두 소모되었다 한다. 그 중에도 양모님은 곰취에 취하고. 필력이 부족하여 그 느낌을 다 옮기지 못함이 아쉽기만 하다.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 옮기다보니 목적지 고치령이 목전이다. 돌아다 보면 엄청난 거리, 까마득히 보이는 저기 저어~쪽쯤에서 출발하였는데. 산행시간도 벌써 열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몸이 아직도 가벼웠다. 그 느낌은 소백이 주시는 선물이라 생각하면서 하산길로 접어 들었다. 후미에서 한두분이 힘들어 하셨는데 애쓰시는 이모 등반대장님과 그 분들이 다소 걱정이 되었다. 혹시 탈출하셨는지 오시는지.... 고치령에 도착하니 갖가지 장승의 모습이 눈에 띠고. 한 장승의 이쁜 모습을 보며 정모회장님은 좋아라하시며 기념사진을 찍으시고. 고치샘에서 물 한모금하고 하산하였다. 산행 후 흐르는 냇물에 발 담그고 있으려니 신선이 따로 없었다. 염장군표 김치전과 시원한 박상규님표 탁배기 한사발... 카~아~ 한참있으니 태창 박모회원이 인솔하여 후미대원들을 한트럭 실고와 부린다(?). 다 왔다. 단 한분의 낙오자 없이 22구간을 종주하였다. 비록 한 두분 고생을 하셨지만 그 분들은 평생 이 산행을 결코 잊지 못 할 것이다. 두고두고 말씀하실 것이다. 나 비록 죽었다 깨어 났지만 완주했노라고... 이 멋과 맛을 모르는 사람들은 미쳤다 하겠지. 물론 나도 미쳤다 한다. 그러나 나는 미치고 싶다. 살아가면서 무언가에 미칠 수 있다는 것 살아가면서 무언가에 취할 수 있다는 것 그 건 분명 아름다운 일이다. 산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며 그 대자연의 품에서 잠시라도 자연인으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냐. 어린 아이가 어미 품을 탐하듯 난 또 그렇게 산을 찾을 것이다. 또 그렇게 미친 듯 한 밤중에 길을 나설 것이다. 23구간을 기다리며.................... |
첫댓글 미쳤다? ㅎㅎ 소백산행이 꿈인듯 여겨지네요. 봉화대 공산성 돌며 계룡산도 큰 맘 먹어야 갔었는데... 이것이 질긴 인연이 되어 온전히 미치고 싶습니다~
미쳤다는 기준에 한 가지가 빠졌네요. 비를 맞아야 정말로 미친티가 나는데...ㅋㅋㅋㅋ. 필력 좋으십니다.
신록의 풀내음에 도취하고 철쭉의 자태에 빠지고 막걸리 김치전에 적시고 이래저래 우리네는 또라이네요.
무언가에 미칠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것은 그만큼 열정이 있어 행복하다. 그 미치도록 열정을 바칠수 있는 대상이 자연이란 "산" 이기에 우리는 더욱 행복하다. 우리는 미쳐야 산다. 우리는 행복한 사람들이다. 이환총무님! 당신은 진정한 멋의 소유자입니다..
나만 미친줄 알았더니 다들 그러신가봐여! 소백산행 넘 넘 즐거웠구여 왕 초보가 끼여서 다른 분들께는 미안했지만 전 잊지 못 할 큰 행복이었습니다. 백두대간 파이팅!
신랑의 아이디를 빌려 몇자 적습니다. 그토록 보고싶던 소백산을 보고 싶었지만 개인적은 일로 인해 이번산행은 가지못했지만 사진에 실린 소백산에 아름다운 자태에 넋을 잃었습니다. 여러분은 미칠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