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詠
夜鏡隱白髮 朝酒發紅顔 야경은백발 조주발홍안
可憐假年少 自笑須臾間 가련가년소 자소수유간
朱砂賤如土 不解燒爲丹 주사천여토 불해소위단
玄鬢化爲雪 未聞休得官 현빈화위설 미문휴득관
咄哉箇丈夫 心性何墮頑 돌재개장부 심성하타완
但遇詩與酒 便忘寢與飧 단우시여주 편망침여손
高聲發一吟 似得詩中仙 고성발일음 사득시중선
引滿飮一盞 盡忘身外緣 인만음일잔 진망신외연
昔有醉先生 席地而幕天 석유취선생 석지이막천
于今居處在 許我當中眠 우금거처재 허아당중면
眠罷又一酌 酌罷又一篇 면파우일작 작파우일편
廻面顧妻子 生計方落然 회면고처자 생계방낙연
誠知此事非 又過知非年 성지차사비 우과지비년
豈不欲自改 改卽心不安 기불욕자개 개즉심불안
且向安處去 其餘皆老閑 차향안처거 기여개노한
혼자 읊다
밤에 거울로 보니 흰머리 안 보이더니
아침에 마신 술로 얼굴까지 붉어졌네.
애석하다 얼마 남지 않은 세월
인생이 덧없음에 오히려 웃음이 나네.
나야 주사를 흙처럼 여기니
그것을 구워 단약을 만들 줄도 모른다네.
검던 머리는 눈처럼 세었는데
아직도 관직을 놓지 못하네.
참으로 못 났구나 가련한 이 몸
심성은 어찌 또 그리도 어리석은지.
그저 시와 술을 만나게 되면
문득 침식도 잊어버린 채
소리 높여 한 편 읊어대고는
시 가운데 신선이라도 된 듯
술잔 당겨 가득 부어 들이키고는
몸 밖의 세상사는 모두 잊는다네.
옛적에 취 선생이라는 사람이 있어
하늘과 땅을 지붕과 자리로 삼았다는데
이제 나에게는 거처가 있어
그 안에 들어가 잠잘 곳 있네.
자다 깨면 또 한 잔 부어 마시고
술 마시면 다시 한 편 시를 읊지만
고개 돌려 처자식 돌아보니
살아갈 길 막막하기 짝이 없어.
진실로 이런 생활 잘못인 줄 알지만
어느덧 나이가 오십 줄을 넘어섰네.
어찌 고칠 마음 없었으랴만
고치면 마음이 편치 않은 걸.
우선 마음이나 편히 지내며
다른 일은 모두 모른 체 하려네.
*假年- 하늘이 내려준 수명. *須臾- 아주 짧은 시간. *朱砂- 붉은 빛이 나는 광물질. 한방약재로 쓰이며 도가에서는 신선의 장생불사약인 단약의 재료가 된다고 함. *未聞- ~할 줄 모르다. *咄哉- 감탄사. 아아. *箇丈夫- 한 남자. 이 남자. *墮頑- 墮는 惰. 게으르고 고집이 셈. 어리석음. *飧- 저녁식사. 여기서는 먹는 끼니. *醉先生- 죽림칠현 가운데 한 사람인 劉怜. *落然- 처량함, 적막함, 황폐함. *知非年- 잘못을 아는 나이. 50세. *老閑- 老는 진부하게 여기는 것. 閑은 대수롭게 여기지 않아 그냥 내버려두는 것.
카페 게시글
名作漢詩 감상실
백거이의 自詠
올드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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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09
06.07.27 16:52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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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가슴에 사무칩니다, 마지막 줄이야말로 진실을 토한 듯. 우선 마음이나 편히 지내며 다른 일은 모두 모른 체하려네... 이런 원칙을 안고 사는 주변인들이 하나, 둘 떠오릅니다. 에구, 한 둘이 아니넹.
음마! 차마 말을 못하고 있었는데.... 백거이의 사는 모습이 나와 얼매나 같은지... 너ㅓ 취해서 도저히 답글 안된ㅂ니다. 오늘 제천 다녀왔습이다
삭막한 이세상에 이처럼 아름다운 시흥에 삐질수 있음이 부러울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