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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적벽 사진기행(01) - 동복호 - | ||||||||
□ 동복호의 물안개 가을이 깊어가는 11월 중순 어느 일요일 새벽 여섯시, 전남 화순군 이서면소재지인 ‘야사리 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고개를 넘어서니 왼쪽으로 적벽으로 들어가는 입구와 임도 하나가 캄캄한 어둠속에서 희미하게 드러난다. 광주광역시 상수도 사업본부에 속해 있는 ‘동복호 상수원보호구역 감시초소’도 있다. 상수원보호구역이라 엄격히 출입이 통제되기 때문에 전날 출입 허가를 받았고, 새벽 여섯시에 통과할 수 있도록 당부하였건만 적벽으로 통하는 철문은 굳게 잠겨 있고 아무리 인기척을 하여도 반응이 없는 것으로 보아서, 초소근무자들이 야간에는 근무하지 않는 모양이다. 그냥 돌아갈 수 없어서 미명의 동복호 주변모습을 보기로 작정하고 동복호의 우회도로를 따라 ‘동면’쪽으로 서서히 이동하니 멀리 하늘이 붉어지면서 어둠속에서 물안개가 서서히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그렇게 얼마를 기다렸을까 오토바이 한대가 달려온다. 근무자임을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초소에 근무하는 공익근무요원이다. 약속시간 보다는 1시간이나 늦었기 때문에 동복호의 일출은 보기 어렵게 됐지만 반갑기 그지없다. 초소에서 신분 확인을 한 후 신분증을 맡기고 겨우 철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나 때문에 이렇게 일찍 나오게 한 것 같아서 미안하기 짝이 없다.
철문을 들어서자 임도는 비포장 흙길인데 작은 자갈들이 깔려 있어서 통행이 조심스러웠다. 그 비포장 임도를 따라 승용차로 5km쯤 가니 앞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이 나오는데, 그곳이 바로 적벽 맞은편인 ‘학소봉’이다. 차에서 내려 학소봉으로 약간 올라가 앞을 보니 멀리 옹성산(해발 573m)의 연봉이 눈에 들어오고, 아홉 개의 옹기를 잇달아 엎어 놓은 것처럼 보여 구룡(九龍)이 꿈틀거리는 듯하다. 그 아래로 100여m 쯤으로 가늠되는 검붉은 암벽이 천척 단애를 이루며 동복호에 발을 담그고 서 있다. 이름하여 화순 ‘노루목 적벽’이란다. 화순군 이서면 장학리에 위치하고 있다. 장학리(獐鶴里)의 장(獐)자가 노루‘장’이다.
그 적벽의 대안 여의주에 해당하는 곳에 정자를 짓고 탑을 쌓아 망향동산을 만들었으니, 이를 신 적벽동천이라고 부른다. 새로 조성된 망향동산, 그 맞은편에 우뚝한 절벽, 넘실대는 동복호의 푸른 물결, 말 그대로의 아름다운 비경이 아침 햇살을 받아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래서 일찍이 ‘석천 임억령’이 적벽동천(赤壁洞天)이라 이름 지었으리라. 여기서 ‘동천’이란 아름다운 산천이 둘러싸여 있어서 경치가 매우 뛰어난 곳을 말한다.
그 아름다운 정경도 잠시 동복호 밑바닥에서 피어오르는 듯한 물안개가 사위를 감싸더니 이번에는 선경을 이룬다.
학소봉에서 적벽을 바라보니 툭 터진 시야 아래로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 상류인 창랑천의 왼쪽에서 피어오르기 시작한 물안개는 서서히 동복호를 덮어온다. 망향동산을 가리고 곧 이어 승천하는 구룡이 우리 같은 무지렁이들의 눈을 가리려는 듯 시야를 덮는다. 잠시 후 그 물안개 속으로 아침햇살이 붉게 비치기 시작하니 비경이 드러나서 황홀경을 이룬다.
해가 떠오르고 물안개가 사라지자 망향동산으로 발길을 내딛기 시작하려는데 발뿌리 앞에 ‘개쑥부장이’ 한 포기가 아침 이슬을 머금은 채 함초롬히 피어 있고 떠오르는 아침햇살에 진주처럼 영롱하게 무지개 빛을 발하고 있다.
적벽동천을 돌아보니 저 높은 적벽과 피어오르는 물안개, 아침새소리를 들으면서, 그래서 ‘농암 김창협’이 일찍이 이 적벽동천에 들어와 대안의 적벽을 바라보면서 멋드러지게 노래하였겠구나 짐작이 간다.
* 김창협(金昌協) : 1651(효종 2)∼1708(숙종 34). 조선 후기의 유학자. 본관은 안동. 자는 중화(仲和), 호는 농암(農巖) 또는 삼주(三洲). 경기도 과천출신. 아버지는 영의정 수항. 1682년(숙종 8) 증광문과에 전시장원으로 급제하여 전적에 출사한 뒤, 이조정랑·예조참의·대사간 등을 역임. 특히, 문장에 능하며 글씨도 잘 써서 문정공이단상비 등이 있다. 숙종의 묘정에 배향되었으며, 양주의 석실서원, 영암의 녹동서원에 제향되었다. 저서로는 《농암집》·《주자대전차의문목》·《논어상설》·《오자수언》·《이가시선》 등이 있고, 《강도충렬록》·《문곡연보》 등을 편집하였다. 시호는 문간(文簡)이다. |
첫댓글 제 시가가 동복인데 적벽에 대해 듣긴 했지만 이렇게 사진으로 자세히 보게 되다니요 ^^
적벽강의 햇살처럼 조용히 봄햇살이 아니 머무는 곳이 없어요.. 동복호가 생기기 이전은 정말이지 한폭의 그림이었어. 지른 벼랑날에 진달래며 보득솔, 아청빛 물그림자에 아가 살처럼 보드라운 모래톱... 시가 날지 않으면 새라도 날아야 할 그 옥색 수양그늘....
선생님 글 속에 그 아름다운 풍경이 그려져요^^ 아름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