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하에서는 천민이란 형식상 존재하지 않는다. 민주
주의 헌법에서는 모든 국민이 평등하며 신앙의 자유가 있고,
법에 의거하지 않고는 개인의 신체의 자유를 억압하지 않는다
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前) 시대에서는 천민이
사회의 한 계충으로 엄연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천민이란 지
체가 낮고 천한 백성이며 당시 제도상으로 정해진 가장 천대를
받던 신분의 인민(人民)이었다. 일반적으로 멸시되는 직능(職
能)을 맡았으며, 법률상의 권리가 크게 제한을 받아 독립된 인
격은 거의 인정되지 않았다. 신라 때는 향(鄕),소(所),부곡(部
曲) 등 천민의 거주지역을 설정하여 양민이 사는 군(郡), 현(縣)
과 구별을 지을 정도였다.
고려 때에는 일부 천민을 해방하였으나 신분제도는 엄격히
존재했다. 진척(津尺), 역정.(驛丁), 양수척(場水尺), 재인(才人),
악공과 구별이 되는데, 이들에 대해서 국가는 특수한 노동부담
을 과하였다. 노비,광대,무당,백정(白丁)등이 천민의 범주에
속하게 됐는데,그 중 대표적인 존재인 백정은 한일합방 후까
지 사회적으로 커다란 신분 계층으로 남아 형평사(衡平社) 운
동을 일으키기까지 했다.
천민자본주의란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베버가 쓴 사회학상의
용어이다. 유태인적인 전근대적 합리적 자본주의, 영리활동의
대표적인 형태가 상인과 고리대금업자들에 의한 자본의 운영
으로 본다. 그렇기 때문에 중세기 이후의 자본주의를 운영하는
주체인 이들 천민 계층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어떠한 짓도 불
사하고, 일단 돈을 벌면 인간답게 쓰지를 않고 비인간 · 비도적
적인 방향으로 소모해 사회적 공익에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
는다. 세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고리채업자
샤일록 같은 자가 그 대표적 인물이기도 하다. 돈을 받기 위해
서는 남의 살(肉)이라도 베어 가져야 직성이 풀리는 냉혈한인
샤일록은 오직 자신과 가족 이외에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는
기생충 같은 존재이다.
1960년대 이후 우리 사회의 급격한 성장은 많은 졸부(猝富)
들을 양산시켰다. 도시계획의 이름으로 행해진 개발 붐으로 시
골의 땅부자들이 거액의 돈을 손에 쥐게 되었고, 이들이 새로
운 재산가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땅과 관련된 여러
가지 업(業)이 호황을 보여 그들은 모텔,윤락업소,빌딩 대여
업, 룸살롱 등의 주인으로 커다란 재산을 모으게 되자 제법 사
회의 상류층이 되었다. 그런데 돈은 좀 모았지만 머리 속에 든
것이 별로 없어서 하는 행동이 여간 우스꽝스럽지가 않아서 깨
달은 자들의 빈축의 대상이 되곤 했다. 큼직한 저택을 구입하
면, 저택에 필요한 내장재들을 외국에서 수입해 갖다 붙였다.
이는 부(富)의 위력을 과시하는 것이라 하여 그렇다 치고, 유식
하게 보이기 위해 해독도 못 하는 원서(原書)를 고가로 구입해
서가에 비치하며 불교경전 반야심경을 특별히 금가루로 쓴 것
을 맞춰서 마치 부처님의 특별한 제자라도 되는 듯 벽에 걸어
두는 등의 요란을 떤다. 그리고 전집물(全集物) 출판사 영업부
에 전화를 걸어 내용은 묻지도 많고 보기 좋은 책 두어 트럭만
싣고 오라고 한다. 그런 책들을 서가에 비치해 놓은 까닭은 자
신이 돈과 지식을 함께 소유한 사람이란 걸 내방객들에게 알리
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한때 강남 일대의 졸부들을 상대로 전
집물 출판업이 단단히 수지가 맞았다고 한다.
언젠가 필자가 신문사의 기자로 있을 때, 어떤 졸부 집을 방
문한 적이 있었다. 그 졸부는 땅 투기로 엄청난 돈을 번 50대
중반이었는데 마침 신문을 보고 있었다. 그는 신문 광고란에
영화광고가 게재되어 있는 걸 유심히 보면서 내게 말했다.
「토관과 신토, 이 영화 볼만 한가요?」
한문에 무식한 그가 사관(士官)과 신사(神士)란 미국영화를
토관과 신토로 잘못 읽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사관과 신사 」
라고 정정을 해 줄까 하다가 그의 자존심을 건드릴 것 같아 이
렇게 말했다.
「토관과 신토. 그것 괜찮더군요. 토관과 신토란 주인공이 결
투를 벌이는 장면이 압권이더군요.」
「압권은 또 뭐요?」
이렇게 되면 답변할 근거를 찾지 못하게 된다. 그 졸부에게
는 딸이 다섯이 있었는데 모두가 제 아버지를 닮았는지 머리가
나빠서 중학교 중퇴로 학력을 마쳤다. 땅값이 올라서 엄청난
돈이 들어왔지만 자식농사는 흉년이라 그것이 마음에 걸렸다.
웬만하면 고등고시 패스한 사윗감을 구하는데 지장이 없었지
만 워낙 딸들이 박색이고, 학력이 변변치 못한데다가 천티가
나서 중매쟁이들도 머리를 갸우뚱했다. 또 겉멋이 들어 성형외
과에 가서 얼굴을 바꿨는데 이 얼굴들이 제각각이라 아래 위의
구별이 없어졌고,남들에게 얼굴을 만들었다는 것이 금방 드러
났다.
결국 고등고시 사윗감은 포기하고 그 아래 하급공무원 가운
데 생각이 트릿한 자들이 졸부의 죽음 다음을 생각한 체 입문
(?)했다. 생전 벼슬 맛을 못 본 졸부는 그 사위들이 그렇게 대
견할 수가 없었다. 비록 직계 혈통은 아니지만 사위들을 보면
서 인생의 성취감을 만끽했다. 찾아오는 거지나 불우이웃 돕기
에 성금 한 푼 낸 적 없는 졸부에게는 인격을 높여 주는 물건
들이 필요했다. 그래서인지 큼직한 서재를 만들어 놓고 그 안
에 좋다는 책을 모두 진열했다. 그러나 그 책이란 것이 정품(正
品)이 아니라 청계천 덤핑 시장에서 주워 모은 것들이라 외양
만요란했지 내음은 여간 부실한 것들이 아니었다. 어느 날 졸
부에게 자칭 골동품업자란 사람이 이상하게 생긴 물건을 들고
찾아왔다. 그것은 얼른 보면 의자 같기도 했는데, 가운데 구멍
이 뚫려 있고 밑바닥이 도자기로 되어 있는 이상한 물건이었
다.
「어르신, 이것은 매화(梅花)틀이라고 합니다. 옛날 고종(高
宗) 황제께서 애용하신 뒷간이지요. 이 위에 걸터앉아서 변을
보시면 마치 황제처럼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
매화틀이란 옛날 궁중에서 임금이 행차할 때 갖고 다니던 똥
통을 말한다. 졸부가 듣고 보니 그럴듯했다. 그렇지 않아도 신
식변기란 것이 불편하기가 짝이 없어서 습관이 되지 않아서 그
런지 시원하게 변이 나오질 않아 변비에 걸려 있던 터였다.
「그것이 임금이 사용하던 측간이라 이거요?」
「맞습니다. 모조품이 아니라 일본 아이들이 가져간 것을 비
싼 돈을 주고 되사온 것이죠. 특별히 어르신께 드리러 가져왔
습니다. 」
졸부가 그 물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여기 저기에 십장생(十
長生)그림이 그려져 있었고,그 가운데 왕(王)자처럼 용틀임
을 하고 있었다.
「그거 얼마요?」
「이천인데 특별히 깎아서 천만 원으로 하겠습니다. 」
「천만 원?」
「비싼 값은 아니지요. 임금님이 쓰시던 물건인데,」
「좋소.」
그래서 그 졸부는 천만 원을 주고 매화틀을 사서 화장실 구
석에 놓아 두고 사용을 했는데 이것이 한 달 후 문제가 되었다.
1백 킬로그램이 넘는 거구가 당나귀 새끼만도 못 한 매화틀에
올라타고 힘을 쓰자 그만 우지끈하고 매화틀이 부서져 내렸는
데 여기에 얼기설기 대못을 박아놓은 것이 그만 졸부의 항문
여기 저기를 파고들었다. 식구들이 놀라서 급히 병원 응급실로
옮겼으나 워낙 출혈이 심하고 녹슨 못에 깊이 쩔려 파상풍까지
생겨 그만 중환자실에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임금의 꿈을 꾸다가 임금이 노해서 벌을 주었는지 그는 중환
자 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정말 승하하고 말았다. 그런데 그가 죽고
나서 생각이 불건전한 그의 사위들이 법원을 들락거리고 재산
싸움에 들어가더니, 1년 후에는 그 집의 문패가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버렸다.
으하하하하~~~~~~~~~~통쾌한 깨우침을 주는 좋은글에 감사합니다.매화틀이라.. 그러게 일찌기 분수를 알고 살고, 자신을 알고 살아야하는법 이지요.마지막을 읽으면서 매화틀이 부서지면서 자기동에 주저앉는것을 상상햇는데 그렇게 목숨을 잃은 졸부..의식주가해결되면 그이상은 노력한만큼만 누리고 덤으로 얻는것은 베
첫댓글 픽션인지 논픽션인지? 궁금합니다 ㅎㅎ.
넌픽션
네 진짜 경험이시군요 연륜이 있으신분이시라 많은 경험으로 글솜씨를 놀리지 않으시네요 진귀한 읽을거리를 제공하십니다, 이 카페 쥔장님 시몽 선생님을 위해 "마음의 글" 방 하나 마련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생각해보겟습니다. 그래도 자작방이 늘 인기가 가장 좋다는 잇점이 있긴 하답니다.
그럼 좋지요
으하하하하~~~~~~~~~~통쾌한 깨우침을 주는 좋은글에 감사합니다.매화틀이라.. 그러게 일찌기 분수를 알고 살고, 자신을 알고 살아야하는법 이지요.마지막을 읽으면서 매화틀이 부서지면서 자기동에 주저앉는것을 상상햇는데 그렇게 목숨을 잃은 졸부..의식주가해결되면 그이상은 노력한만큼만 누리고 덤으로 얻는것은 베
풀줄 아는마음, 그것이 세상사 덕을 쌓는 지혜 같습니다. 시몽 선생님 숙녀언냐,. 오늘도 날씨가 좋을것같아요.두분 께서도 참좋으신 하루 되세요.스 마일~~~방긋..
감사한마음을 정중하게 받아드리겠습니다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주제를 모르고 살면 도리어 화가 되지요. 좋은글에 감사드립니다.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