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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더라도 움직일 때 벗고, 멈추면 입어라”
(좌) 고어텍스 재킷은 악천후시 입는 옷. 세 번째 레이어다. (우) 방풍재킷. 바람과 약간의 비를 막을 수 있으며 가볍고 가격 부담이 없으며 고가의 기능성 재킷보다 더 실용적이다.
고어텍스는 마법의 옷이 아니다 비가 와도 스며들지 않고 신기하게 잘 구르는데, 이것을 고어텍스의 기능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 잘 생각해 보자. 고어텍스 필름은 원단 안쪽에 코팅되어 있다. 물방울을 구르게 만드는 것은 고어텍스가 아니라 옷감의 표면에 뿌려진 발수제다. 공장에서 물에 강력한 반발작용을 하는 발수제 코팅 처리를 해놓은 것이다. 그러면 물이 원단의 표면에 스며들기 시작하지만 고어텍스가 안쪽에 있기 때문에 안으로 침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몸에서 배출된 땀 수증기는 고어텍스 필름을 통과하지만 원단 표면의 ‘물’코팅은 통과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고어텍스는 투습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그러므로 고어텍스 의류는 항상 표면에 물방울이 구르도록 관리하면서 입어야 한다. 가끔 발수제 스프레이를 뿌려주고 살짝 다림질하면 늘 새 옷처럼 물방울을 구르게 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고어텍스는 땀을 아무리 많이 흘려도 모두 배출시켜주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고어텍스의 수증기 배출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가벼운 땀 정도는 배출하지만, 힘든 비탈을 올라가며 흘리는 많은 양의 땀은 다 배출시키지 못한다. 문제는 이렇게 한 번 물코팅이 되면 고어텍스는 투습 기능을 상실하게 되어 비닐 우의나 다를 것이 없게 된다. 고어텍스 안쪽에 자기 땀에 의한 물코팅을 방지하려면, 수시로 앞 지퍼를 열고 옷자락을 펄럭여서 땀의 습기를 강제로 빼내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겨드랑이 쪽 통풍구 역시 어느 정도 환기를 도와준다. 큰맘 먹고 장만한 고어텍스 재킷을 입으면 그럴듯하게 산에 가는 폼도 난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집에서부터 입고 나오고, 전철 안에서, 올라갈 때, 쉴 때, 내려와서 막걸리 한잔 할 때도 늘 고어텍스 재킷을 입고 다닌다. 고어텍스 재킷은 외부의 악조건을 막아주는 세 번째 레이어이므로 악조건이 아닌 평상시에 착용하면, 안 입고 있다가 막상 악조건이 닥쳤을 때 입는 것보다 훨씬 취약할 수밖에 없다. 고어텍스 재킷을 구입하면 작은 잡주머니가 달려 있다. 고어텍스 재킷은 입고 다니는 옷이 아니라, 이 작은 잡주머니에 잘 넣어 배낭에 휴대하는 옷이다. 땀 흡수 잘하고 빨리 말라야 하는 속옷(첫 번째 레이어), 보온성과 통기성을 지녀야 하는 보온옷(두 번째 레이어), 그리고 외부 악조건을 차단해주는 겉옷(세 번째 레이어). 이 세 가지 옷의 기능과 개념을 이해했다면 앞으로는 등산복을 구입할 때 내가 몇 번째 레이어를 살 것인가 먼저 결정하고 거기에 적합한 원단을 알아보고, 그 원단을 사용해 잘 디자인돼 있는 옷을 구입해야 한다. 이것이 등산복을 구입하는 합리적인 방법이다. 우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등산복을 모두 꺼내서 방바닥에 펼쳐 놓고 세 가지 레이어로 분류해보면 자신에게 부족한 옷이 몇 번째 레이어인지 쉽게 알 수 있다
1. ①+②+②+③ 세 가지 레이어를 겹쳐 입은 복장. 한겨울 악천후시 이렇게 입는다. 2. ①+②+② 속옷과 보온옷 두 개를 겹쳐 입은 복장. 3. 여름 하의는 반바지가 좋다.
세 가지 레이어를 효과적으로 겹쳐 입는 기술과 원칙도 있다. 편의상 세 가지 레이어를 ①, ②, ③으로 표현하면, ①은 계절에 관계없이 항상 피부와 직접 접촉하는 제일 안쪽에 반드시 입어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땀 흡수와 속건성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름철에 입는 등산 티셔츠는 겉에 보이는 옷이지만 기능적으로는 속옷이다. 여기에 추울 때는 ②, 춥지 않지만 비나 바람을 막을 필요가 있을 때는 ③을 입는다. 보온옷 1개로 보온이 부족할 경우, 추가로 1~2개의 보온옷을 더 입을 때도 있다. 그러나 속옷과 겉옷을 2겹 이상 겹쳐 입을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봄, 가을에 많이 입는 ‘폴라텍 파워스트레치’ 긴팔 상의는 안쪽에 매우 부드러운 기모(플리스)가 있어 맨살에 입으면 촉감이 매우 좋다. 그러나 이 원단은 보온과 통기성이 좋은 두 번째 레이어로, 땀을 잘 흡수하는 기능이 없다. 그래서 속에 첫 번째 레이어를 반드시 입고 입어야 한다. 쿨맥스 셔츠는 고기능의 첫 번째 레이어인데, 그 속에 면을 입으면 쿨맥스의 기능성을 포기한 셈이다. 춥지 않은 곳에서는 보통 바지 하나로 속옷과 보온옷의 기능을 함께 이용하는데, 이것은 하체가 추위에 강하고, 땀도 상체에 비해 매우 적게 흘리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더불어 한여름에는 장거리 종주가 아니라면 통기성 좋은 경등산화와 목이 짧은 양말을 신는 게 체온 조절에 용이하다.
체온 조절은 머리가 가장 중요하다 머리는 인체의 체온 조절 기능 중 30~50%를 차지한다. 체온 조절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가 머리인 셈이다. 그래서 서양 속담 가운데는 ‘손과 발이 시리면 모자를 써라’ 라는 말이 있다. 가장 효과적인 머리 보온 장비는 목, 얼굴 그리고 머리 전체에 뒤집어쓸 수 있는 발라클라바(Balaclava·안면모)다. 이것은 흑해 연안 우크라이나 발칸반도의 발라클라바 지방 사람들이 사용한 것에서 유래했다. 발라클라바는 우수한 신축성과 플리스의 보온성을 지닌 ‘폴라텍 파워스트레치’ 원단으로 된 것이 가볍고 보온력도 우수할 뿐만 아니라 필요에 따라 접어 올리거나 내려서 보온 부위를 조절하기에도 편리하다. 발라클라바는 레이어링 시스템의 두 번째 레이어(보온, Insulation Layer)에 해당하므로 외부의 바람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세 번째 레이어(방호, Protection Layer)용 모자가 필요하다. 별도의 바람막이용 모자를 휴대하지는 않고, 고어텍스 재킷이나 우모복에 달린 후드(모자)를 꺼내서 발라클라바 위에 더 쓰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참고로 머리에서 첫 번째 레이어는 머리카락이다. 발라클라바 하나가 보온 스웨터보다 더 나을 수 있다. 만약 발라클라바를 준비하지 않고 동계등산을 나왔다면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좌) 체온을 지키고 땀이 흐르는 것을 막는 버프.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우) 반다나형 모자. 차양천은 분리가 가능해 여름에 유용하다.
머리는 온도가 너무 올라가도 나쁘다. 그래서 여름철에는 차양이 있는 모자로 강한 햇볕을 가려 머리의 온도가 상승하는 것을 막아 주어야 한다. 머리가 너무 뜨거워지면 중추신경이 마비되어 여러 가지 위험에 빠지게 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일사병이다. 일사병은 머리가 뜨거워져 땀을 흘리게 하는 신호를 보내는 중추신경이 마비돼 땀을 못 흘리게 됨으로써 신체 내부 온도가 올라가는 것으로 심하면 사망하게 된다. 모자 뒤쪽과 둘레에 반다나(Bandanna) 같은 큰 천이 달린 모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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