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지망생의 미로찾기

[학교2] 11 - 나는 누구인가...? 2 씬1. 거리 (N) 밤... 쏟아지는 빗줄기... 혜원 : (N)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다. 난 그날 거기에 나가는게 아니었다. 그날 이후로... 모든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화면 안으로 들어서는 우산을 쓴 누군가의 뒷모습... 저만치 어두운 놀이터를 바라보고 서있다. 혜원이다. 씬2. 놀이터 일각 (N) 쏟아지는 비... 혜원 걸어오고 있다. 누군가를 찾아 헤매던 시선이 어느 한곳에 멎는다. 저만치 서있는 세진... 혜원 그리로 간다. 혜원 : 무슨 일이야. 세진 : (돌아본다) 혜원 : 중요한 일이라며. 세진 : ...삼일짱이 좀 보재. 혜원 : ... (보는) 세진 : 저번 얼굴짱 신고식 때 니 행동이 심기를 건드린 모양이야. 혜원 : ... 세진 : 그땐 잠깐 돌았었다 그래. 용서해 줄꺼야. 널 굉장히 아끼잖아. (돌아서는데) 혜원 : 장세진. 세진 : (멈추고 본다) 혜원 : 그날 일루 나한테 쌓인게 있다면 풀어라. 세진 : (표시 안나게 비죽이는) 뭘? 혜원 : 너한테 손댄거 미안하다. (단호하게) 하지만, 세진 : (O.L) 이미 늦었어. 혜원 : ! (보는) 세진 : (농담이라는 듯 웃으며) 난 벌써 풀렸거든. (친근하게) 다 풀린 담에 미안하단 말, 늦은거잖아.          (미소로) 난 괜찮아. 이제부터 나 신경쓰지 않아두 돼. 갈께. (뒤돌아선 모습이 싸늘하게 식어있다) 혜원 : ... (보는) 씬3. 공터 (N) (2부에서 혜원의 짱 신고식이 있었던 곳 정도?) 걸어오고 있는 혜원. 그 자리에 멈칫 선다. 음습한 곳. 대여섯명의 가람학교 일진들이 모여 있다. 키득거리며 웃는 소리... 바닥에 뒹굴고 있는 빈맥주캔과 꽁초들... 한 아이의 손에서 요요가 도깨비 불처럼 출렁이고 있다. 혜원 빠르게 주위를 살펴본다. 어느곳에도 삼일짱의 모습은 없다. 가람1 : (그 순간 혜원을 발견하고는) 얘들아 동광짱 왔다. 일진들 스멀스멀 웃으며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선다. 가람2 : (주변 살피더니) 정말 아무도 안 달고 나왔네? 가람1 : 혼자서 처리하시겠다? 역시 듣던대루 대단한데. 순간 사태팍악을 하고 눈을 질끈 감는 혜원. 세진의 음모다! 가람 일진들, 혜원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그 들 발밑에서 빈 맥주캔이 우그러뜨려진다.혜원 포기한 듯 담담한 표정으로 주변에서 막대기를 하나 집어든다. 혜원 : (N) 언젠가 국어 선생님이 나한테 물었다. 지금 니 모습이 정말 니가 원하는 모습이니...? 혜원 막대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다가오는 일진들... 씬4. 교무실 (N) 아무도 없는 교무실... 혼자 책상에 앉아 혜원의 작문을 읽고 있는 민주. 진지한 표정으로 한 장 한 장 읽어 내려가고 있다. 혜원 : (N) 한 친구는 또 내게 묻는다. 지금 니 모습을 봐. 니 얼굴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니가 지금 어디에 갇혀있는지... 민주 가볍게 한숨 내쉬는데, 순간 우루르르 꽝--- 하늘을 가르듯 번뜩이는 천둥 소리. 놀란 표정으로 창문쪽을 홱 돌아보는 민주의 모습에서, 씬5. 공터 (N) 경찰차의 싸이렌소리. 후다닥 흩어져 도망가고 있는 가람 일진들. 상처투성이의 혜원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혜원 앞에 쏟아지는 경찰차의 헤드라이트 불빛. 눈이 부셔 한손으로 가리는 혜원의 모습에서 정지. 혜원 : (N) 잘 모르겠다. 그냥 낯선 곳에서 길을 잃었을 때의 느낌처럼 아득하고 막막하다.          이제...(사이)...어디로 가야하지...? 화면 서서히 탈색되는데서 화이트 아웃. 씬6. 학교 외경 (D) 맑게 씻긴 하늘. 명교감 : (E) (격앙된 목소리로) 도대체 학생 지도를 어떻게 하시는 겁니까! 씬7. 교무실 (D) 재하, 광도, 명교감 책상 앞에 서있다. 명교감 : 아니 남학생두 아니구 여학생이 떼거지루 모여 주먹질 하다 경찰차에 실려왔다는게,             아니 도대체 이게 말이 된다구 생각하십니까! 재하 : (착잡한) 광도 :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는대로 징계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재하 : ? (순간 본다) 왜 무조건 징계 부터 생각하십니까. 광도 : 왜 무조건이야. 징계 받을 짓을 했잖아. 학생부장은 뭐 심심풀이 땅콩 대신 징계 때리는줄 알어? 재하 : (좋게) 일방적으로 당한 피해자일 수도 있어요. 실제로 저쪽 학생들은 여러명이었구 혜원이는 혼자였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광도 : 아, 나는 상식 모르는 사람이야? 저번에 제보 들어왔을 때 예방 차원에서 중징계 내렸으면 이런 일은 없었잖아. 명교감 : 또 시작입니까 또! 싸우려면 나가서들 싸우세요! 재하, 광도 마지못해 입 다무는. 명교감 : 어쨌든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앉으며) 조사 끝나는대로 징계 내리시고,             학생부에선 다신 이런일이 없도록 폭력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과 대처방안, 연구해서 올리세요. (머리 감싸쥐는데)재하 : 학생 지도는 처벌 위주가 아닌 선도 위주가 되야한다구 생각합니다. 광도 : (보고) 재하 : 미리 징계를 준비 해두고 학생을 대하는 것과, 시간을 갖고 학생을 대하는건 분명 다릅니다.          일학생 일교사 상담도 그런 취지에서 시작된거 아닙니까. 명교감 : (골치 아픈 한숨) 재하 : (간곡하게) 시간을 좀 주십시오. 상담선생님과 충분히 얘기를 나눠 본 뒤에...          그때 징계 방법을 생각해도 늦지 않을겁니다. 부탁드립니다. 씬8. 2학년 5반 교실 (D) 조회 전. 영화반 아이들 여자애들 자리 주위로 모여 앉아있다. 아이들에게 준비한 프린트물 나눠주는 성제. 성제 : 이번 여름방학에 있을 워크샵 주제 자료야. 지민 : (보며) 집단 협박 및 폭행에 의한 심리적 불안 사례? 으시시하다 야. 성제 : 저번 회의 때 폭력문젤 다른 시각에서 다뤄보자는 의견이 나왔었잖아. 신화 : (자료 넘겨보며) 가해자의 입장 보단 피해자의 입장에서 다뤄보자는 거야? 성제 : 맞어. 흥수 : (한 손 머리에 올리며) 아아 머리야. 누구 집에 고양이 키우는 사람 없냐? 유미 : 갑자기 고양이는 왜에? 흥수 : 머리에 쥐나니까 그렇지. 아이들 : (웃고) 흥수 : 방학을 앞두고 이런 골치 아픈 자료를 읽어야 하다니 온 몸의 세포가 반란을 일으킨다 야. 성제 : (웃으며) 이따 회의시간에 주제 토론 할꺼니까 그때까지 다 읽어야 된다. 흥수 절망적으로 책상에 철퍼덕 엎어지는데, 후다닥 뛰어들어오는 용구. 용구 : 야야야. 빅뉴스야 빅뉴스! 신혜원이 가람 고등학교 애들이랑 패싸움을 했대. 신화 : ! (본다) 용구 : 엊저녁에 경찰서에서 연락이 와서 우리 선생님이 데리구 왔대. 지금 교무실이 그거 땜에 완전히 뒤집어졌어. 세진 : (입가에 의미심장하게 번지는 미소) 용구 : 5대 1로 붙었댄다. 대차지 않냐? 완죤 백발마녀전이잖아. 신화 : 혼자였대? 혜원이 혼자였냐구. 지민 : ... (보는) 용구 : 몰라. 선생님들이 배후조직이 있나 수사 중인데, 지금 묵찌권을 행사중이래. 흥수 : 무슨 권? 묵찌?? (때리며) 묵비권이다 임마 묵비권. 좀 배워라 배워. 신화 : ... (걱정스러운) 지민 : ... (그런 신화 보며) 씬9. 상담실 (D) 민주와 혜원 앉아있다. 그러고 있은지가 오래된 듯 싶다. 민주 : (가볍게 한숨 쉬며) 혜원아. 언제까지 이렇게 입 다물고 앉아만 있을꺼야. 니가 말을 해야 선생님이 널 도울 수 있어. 혜원 : ... 민주 : (조심스럽게) 혹시.. 폭력 조직에 가입하라는 협박 같은 거 받고 있는 거니? 혜원 : ... 민주 : 집에 있는 아줌마 말씀으론, 전화 받고 나갔다 그러던데. 전화 건 사람이 누구였니? 혹시 널 협박하거나, 혜원 : 선생님. 민주 : (반응을 보이자 반짝이며) 그래. 혜원 : 그런거 물으시려면 경찰한테 가서 물어보세요. 어제 다 말했으니까. 민주 : ! (굳는) 혜원 : 선생님이 절 돕고 싶어한다는거 알아요. 그치만 더 이상 저한테 관심 갖지 마세요. 선생님만 힘들어져요. 민주 : .... 혜원 : 그냥 편하게 징계 내리는 걸루 해치우세요. 그게 선생님두 저두 편해요. 민주 : 이게 지금 무슨 쓰레기 치우는 일이니? 우린 지금 니 인생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 거야.          넌 니 인생이 쓰레기봉투 처럼 아무데나 던져져두 상관없어? 혜원 : ... 민주 : 혜원아. 인생이란 퍼즐같은 거야. 한조각이라도 잃어버리거나 망가져 버리면 제대로 완성 시킬 수가 없어.          근데 넌 지금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가장 중요한 조각을 손에 쥐고 있으면서 그게 망가뜨려지는걸 보고만 있단 말야.혜원 : ... 민주 : 근데 날더러 모른체 하라구? 복잡한건 힘들구 싫으니까, 그냥 덮어버리구 말자구? 혜원 : ... 민주 : (진심이 통하지 않는게 답답하고 속상한) 씬10. 영화반 (D) 토론 중인 아이들. 괴로운 표정들이다. 애라 : 야, 이거 너무 어려운거 아니냐? 우리가 일진두 아니구 말야, 그렇다구 직접 피해를 당해본 경험도 없는데          그 사람들 심정을 무슨 수로 알어 우리가. 유미 : 그냥 주제를 확 바꿔버리면 안될까? 흥수 : 야야야. 옛날 어린이들은 전쟁 호환 마마가 무서운 적이었지만 요즘은 폭력과 불법비디오가 가장 무서운 적이야.          주제는 좋아. 아주 훌륭해. 신화 : 취재를 해보면 감이 좀 올텐데. 정연 : ... ! 국어선생님한테 부탁 드려볼까? 유미 : 왜에? 국어선생님이 고등학교 때 일진이었대? 정연 : 그게 아니라. 그때 왜 선생님 친구분이 청소년 폭력 상담손가? 거기 상담 간사루 계신댔잖아. 흥수 : 맞다. 그래서 우리한테 무슨 설문조사도 부탁하고 그랬었잖아. 성제 : (눈빛 반짝이며) 취재 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씬11. 상담실 (D) 혜원 그대로 꼼짝않고 앉아 뭔가 생각하고 있다. 그 모습 위로 S#2에서의 세진의 모습 플래쉬컷으로. 싸늘하게 ‘이미 늦었어’ 라고 말하던 모습. ‘나 괜찮아. 이제부터 나 신경쓰지 않아두 돼’ 미소지으며 뒤돌던 모습. 혜원 가만히 아랫입술을 씹는다... 씬12. 교정일각 (D) 자료를 넘겨 보고 있는 민주 주위로 영화반 아이들 모여 앉아있다. 민주 : (자료 보며) 피해를 받은 학생들의 아픔 같은걸 담아보고 싶다구? 성제 : 네. 폭력학생들을 고발하는건 시사프로그램 같은데서 많이 다뤘었잖아요. 민주 : (웃으며) 그냥 단순히 식상하지 않은 소재를 찾은거 뿐이야? 정연 : 그런건 아니구요. 피해를 받은 사람들의 아픔을 보면서 같이 공감하구, 함께 아파하구,          또 현재 남한테 그런 피해를 주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쯤 느끼게 해주구 싶었어요. 민주 : (기특해서 웃으며) 뭘? 정연 : 글쎄... 반성하는 마음이랄까...? (수줍게 웃으며) 좀 유치한가? 애라 : 쉬운 말로 죄책감이지 뭐. 난 젤 무서운 인간이 잔인하게 때리구 나서 죄책감보다는 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이드라.          으으 끔찍해. 신화 : 죄책감이란 말이 좀 그렇지만 암튼 남의 아픔을 보고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변화가능성이 있다는거 아닐까요? 그런걸 느끼게 해주구 싶었어요. 민주 : ... (뭔가 생각해보는 눈빛 위로) 명교감 : (E) 사회봉사 활동이라니요? 씬13. 교무실 (D) 단호하고 야무진 표정으로 명교감 책상 앞에 서있는 민주. 민주 : 아는 친구가 청소년 폭력 상담소 간사로 있어요. 거기서 봉사활동 하는 걸루 징계를 대신해 주셨으면 합니다. 복만 : 거 괜찮은 방법이네요. 어짜피 교내에서는 봉사활동 할 데두 없을껄요?          끊길만 하면 2학년 5반이 알아서 척척 이어나가 주잖아요.. 하핫! (웃는데) 교사들 : (분위기 파악 좀 하라는 듯 바라보는) 복만 : (그 시선에) 아니 제 말은... 교내 봉사활동이래봤자 끽해야 화장실 청솔텐데          그거 한다구 갑자기 반성하는 마음이 불끈불끈 솟아오르겠느냐... 뭐 그런 날카로운 문제제기였습니다.... 유란 : (거드는) 어짜피 지금 근신 중이라 수업에도 못들어가구 있잖아요.          멍하니 앉아 상담실 지키고 있는거 보단 그쪽이 날꺼 같은데요. 정희 : (걱정스런 맘) 안그래두 요번 일 땜에 반에서 소외될지두 모르는데 학교 밖으루 빼면 좀 그렇지 않겠어? 재하 : 이번주 일요일엔 영화반두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영화제작에 필요한 취재도 하구, 덕분에 봉사활동시수도 채우구,          좋은 기횐거 같아서 허락했습니다. 광도 : 그 학생만 따루 봉사활동을 내보낸다는건 형평성 원칙에 어긋납니다. 민주 : 모든 애들이 똑같은 징계를 받는게 형평성은 아닌거 같은데요.          학생들이 안고 있는 문제가 다르듯이 학생에 맞는 다양한 선도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평 : 거 괜히 보냈다가 상담하러 온 학생들 줘패는거 아냐 또? 명교감 : ... (한숨 내쉬고는) 나선생님이 뒷일 책임질 수 있겠어요? 민주 : (환해지며) 허락해주신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씬14. 야외의 적당한 곳 (N) 세진과 혜원 마주보고 서있다. 둘 사이에 흐르는 팽팽한 긴장감. 세진 : 두가지 이유였어. 혜원 : (보고 있다) 세진 : 첫짼 너 혼자 짱이 된게 아니라는걸 보여주구 싶었구.          둘짼, (좀 웃으며) 니가 정말 짱으로서의 자질이 있나 좀 궁금해졌어. 혜원 : 그래서 궁금증은 좀 풀렸어? 세진 : 어느 정도는. 궁지에 몰려두 입이 무거운건 역시 짱다운거 같구,          나머지는 니가 앞으로 어떻게 뒷수습을 해나가느냐... 좀 지켜봐야 풀리겠는데? 혜원 : (순간 무서운 눈빛. 이 악문 소리로) 날 시험해? 니가? 세진 : 어디까지나 너에 대한 의리차원에서 한 일이니까 흥분하지마.          니가 좀 흔들리구 있는거 같아서 붙잡아주구 싶었을 뿐이야. 혜원 :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장세진! 세진 : 이제 알겠지? 우리가 없으면 너두 없어. 너 혼자 잘나서 짱이 된게 아니란걸 잊지 말라구. (뒤돌아 가려는데) 혜원 : 충고하는데! 세진 : (보면) 혜원 : 앞으루 내 앞에서 의리라는 말. 함부루 꺼내지 마. 세진 : 나두 충고 한마디 할까? 니가 흔들릴 때마다 삼일짱 언니가 갖고 있는 너에 대한 믿음두 같이 흔들린다는걸 잊지마. 쏘는 듯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두사람. 세진 싸늘하게 뒤돌아서 간다. 혼자 남은 혜원 말아쥔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세진의 배신에 대한 분노.... 길게 F.O 씬15. 거리 (다른날/D)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는 민주. 학교에서와는 달리 밝고 캐주얼한 차림. 뛰면서 손목 시계를 보는 민주. 지각이다! 씬16. 상담소 근처 야외 (D) 영화반 아이들 모여서 기다리고 있다. 지민 : (시계 보며) 왜 이렇게 늦으시지? 정연 : 약속 장소가 여기 맞긴 맞는거야? 유미 : 어디 햄버거 가게 같은데서 만나자 그러지. 더워죽겠다 진짜. 흥수 : 아이 참, 햇빛 때문에 껍질이 홀랑당 벗겨지는거 같구만. 왜 이렇게 안오시는거야. (하는데) 민주 : (E) 얘들아! 아이들 : ? (돌아보면 미안한 웃음 지으며 다가오고 있는 민주) 흥수 : 아우! 선생님 이제 오시면 어떡해요오. 학생들 한테 모범을 보여야 될 선생님이 이렇게 지각을, (하는데) 민주 : (얼른 흥수 얼굴 앞에 여덟개의 아이스바를 뇌물로 펼쳐보이며) 미안하다. 차가 좀 막혀서...(애교있게 웃는) 흥수 :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하하 뭘요. 가끔 이렇게 지각두 하구 그래야 인간적인 매력이 돋보이고 그러는거 아니겠어요?          전 딸기맛으로 주세요. 아이들 : (웃고) 민주 : (아이스바 나눠주며 친구처럼) 증말 미안하다,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말야...          오늘 이상하게 교통부가 협조를 안해준다 야. 아이들 : (웃으며 먹는데) 민주 : (한손에 남은 아이스바 들고는 손목시계 보더니 길 저쪽을 기웃거려 본다) 성제 : ? 왜요? 누가 또 오기로 했어요? 민주 : 어? (시선은 길 저쪽에 둔 채 미소 생기며) 어. 아이들 ?해서 민주의 시선 따라가 보면 저만치 터덜터덜 걸어오고 있는 혜원. 순간 신화, 성제, 지민을 제외한 아이들의 떫떠름한 표정. 걸어오던 혜원, 모여있는 아이들을 발견하고는 멈칫 선다. 성가신 한숨 한 번 내쉬고는 다시 걸어온다. 서로 어색하게 아는체 하는 아이들... 신화 혜원을 보며 미소지으면 무표정으로 외면하는 혜원. 그런 두사람을 바라보는 지민... 민주 : (밝게) 자 그럼 다 모였으니까 출발해 볼까? 씬17. 청소년 상담소 사무실 (D) 민주와 함께 인사하며 들어서는 아이들. 반갑게 맞는 지연(상담간사). 대학생들 처럼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반가워하는 지연과 민주. 아이들 그런 두 사람 보며 웃는데, 민주 : 니들 잠깐만 여기 있어. (하고는 지연과 함께 나간다) 멀뚱이 남겨진 아이들. 잠시 어색한 침묵. 신화 : (그 침묵을 깨고) 잘 지냈어? 혜원 : ... (무표정하게 본다) 신화 : 그동안 수업 안들어와서 걱정했는데 이렇게라두 보게 되서 다행이다. 혜원 : 다행? 니 친구들 표정은 길가다 뭐 밟은 표정같은데? 아이들 : (괜히 머쓱해져서 서로 얼굴 살피는데) 민주 : (들어오며) 얘들아, 지금 선생님이 집단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중이라 취재하려면 좀 기다려야 된다거든? 유미 : (귀엽게 찡그리며) 오늘은 하루종일 기다리다 날새겠다. 민주 : (웃으며) 놀면 뭐하니. 저기에 관계단체에 보낼 소식지가 있다니까 기다리면서 우편 발송 작업 부터 도와 볼래? 아이들 : 네. 민주 : 봉사활동 확인서는 내가 선생님한테 드렸으니까 열심히 해봐. 선생님 없어두 니들끼리 잘 할 수 있겠지? 아이들 : 네. (웃는) 민주 : 그럼 수고들 해라. (웃으며 나가려다) 혜원이는 나 잠깐 볼래? 혜원 : ... 씬18. 건물 복도 (D) 민주와 혜원 창가에 서있다. 민주 : 약속... 지켜줘서 고마워. 혜원 : (본다) 민주 : (웃으며) 실은 안나올지두 모른다구 생각했거든. 혜원 : ... 학교에 있기 싫어서 온거 뿐이예요. 민주 : 그것두 괜찮은 이유지 뭐. 혜원 : 선생님은 저하구 이러는게 지겹지두 않으세요? 민주 : (웃으며) 마음이 시키는 일은 지겹지가 않은 법이거든.          지겹구 성가신 일이 있다면 그건 마음이 아니라 머리가 시키구 있는 일이기 때문일꺼야. 혜원 : ... (본다) 민주 : 여기 있는 시간 동안 니가 많은걸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정말 니가 원하는 모습이 어떤건지...또 니가 정말 원하는게 뭔지... 혜원 : ... 씬19. 청소년 상담소 사무실 (D) 우편 발송작업 중인 아이들. 소식지를 접어 봉투에 넣고, 우표를 붙이고, 주소를 붙이는 등 분담해서 작업중이다. 유미 : 야 근데, 아까 국어 선생님이 말한거 있잖아. 집단 상담 프로그램인가? 그게 뭐야? 지민 : 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서루 아픔도 얘기하구, 토론두 하구... 그러면서 상처를 치료하는거겠지 뭐. 유미 : 아까 내가 상담 받는 애들 잠깐 봤는데, 상처 하나 없이 말짱하던데? 애라 : (답답해서) 누가 그런 상처 말하는거냐? 정연 : 겉으로 보이는 상처야 금새 낫지. 마음의 상처는 보이지두 않구 치유되기두 힘들잖아. 그게 더 무서운거야. 흥수 : 왜 일진이니 뭐니 그딴건 만들어서 한사람의 인생을 망쳐놓냐? 성제 : 어디서 읽었는데 현대 사회의 외로움이, 흥수 : 으으... 또 머리에 쥐난다. 성제 : (웃고) 외로움 때문이래. 조직을 만들어서 힘을 과시하는 것두, 또 거기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것두 다.          혼자서는 힘두 없구 자신이 없으니까. 지민 : (무심히) 그럼 위로가 되주는 집단이 생긴다면 빠져나올 결심이 좀 쉬울 수두 있겠네. 신화 : ... (생각해 보는) 유미 : 아아. 그렇게 말하니까 이해가 된다. 흥수 : 우와 니가 그렇게 빨리 이해되는 것두 있어? 유미 : (심각하게) 우리 아빠두 맨날 이노무 회사 때려쳐야지 그러면서두 새 직장을 못 구해서 못나오구 있거든. 흥수 : (한심해서) 배유미. 넌 지금 그게 적절한 비유라구 생각하냐? 유미 : 대충 두들겨 맞추면 비슷한 얘기가 되지 않을까? 흥수 : 이순간 널 두들겨 패주구 싶다 진짜. 애라 : 개네들이 자기들 땜에 상처 받은 애들을 봐야 되는데. 지들두 사람이면 양심 근처가 따끔따끔할꺼다 아마. 정연 : 근데 신혜원 얘는 어디가서 안 오는거야 도대체? 씬20. 상담소 건물 옥상 (D) 혜원, 옥상 난간에 서서 생각에 잠겨 있다. 손가락 사이에서 타들어 가는 담배. 그 모습 위로, 민주 : (E) 여기 있는 시간 동안 니가 많은걸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지금 니 모습이 정말 니가 원하는 모습인지... 또 니가 정말 원하는게 뭔지... 문득 뒤쪽에서 들리는 인기척... 혜원 돌아본다. 누군가 빠르게 벽 뒤로 숨는 것이 보인다. 혜원 ? 해서 다가가 본다. 벽 뒤에 바싹 붙어 숨어있는 진영(여.15세). 혜원을 발견하고는 슬슬 구석으로 뒷걸음 친다. 혜원 : (조금 이상해서) 너 여기서 뭐해. 진영, 혜원의 손가락 사이에서 피어오르고 있는 담배에 시선이 간다. 겁에 질리는 진영. 혜원 그 시선 느끼고 바닥에 담배를 던지려는데, 그 순간 반사적으로 머리 감싸쥐며 구석에 웅크려 앉는 진영. 혜원 : ! (띵한) 씬21. 상담소 건물 앞 (N) 봉사를 마치고 건물에서 빠져나오는 아이들. 그 줄 끝에 혜원, 생각에 잠긴 얼굴로 혼자 걸어오고 있다. 그러다가 뭔가 잊고 나온게 생각난듯 아차,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서는 혜원. 자기들 끼리 떠들며 장난치다가 문득 그런 혜원이 신경쓰이는 아이들. 서로 니가 말하라고 밀치다가 마침내 아이들에 의해 튕겨져 나오는 유미. 유미 : 저, 저기... 혜원아. 혜원 : ? (본다) 유미 : 우리 지금 피자 먹으로 갈껀데 같이 안갈래? 혜원 : ... 흥수 : 오랜만에 뭉쳤는데 그냥 헤어지기 섭하잖냐. 같이 껄쭉하게 피자나 뜯으면서 통일을 염원하며, 발해를 꿈꿔보는건 어떨까?애라 : (툭 치며 작은 소리로) 뭔 소리 하는거야 지금. 신화 : ... (혜원을 보는) 혜원 : 니들끼리 가라. 안에 뭘 두고 온게 있어서... (다시 건물 안으로) 유미 : (흥수 구박하며) 니가 너무 오바했잖아. 흥수 : 내가 뭐얼. 평양감사두 저 싫으면 그만이야. 관두라 그래. 정연 : 좀 심한거 아니야? 우리가 모둠 숙제 때 부터 그만큼 성의를 보이면 자기두 조금은 마음을 열어야 되는거 아니냐구. 애라 : 우리랑은 꽈가 다르잖아. 니들이랑은 상종하기 싫다는거겠지 뭐. 신화 : 그렇지 않아. 아이들 : (본다) 신화 : 혜원이.. 처음으루 머뭇거렸어. 예전처럼 싫다는 말 한마디루 자를 수도 있었을텐데 잠시 망설였다구. (미소) 아이들 : ... ? 씬22. 상담소 건물 옥상 (N) 들어서는 혜원. 옥상 난간에 놓고 간 담배 케이스 찾아든다. 그대로 나가려다가 어떤 호기심에 벽쪽을 돌아보는 혜원. 천천히 다가가 보면 아무도 없다. 진영이 앉아있던 자리를 바라보며 서있는 혜원. 그렇게 오랫동안 서있는다... F.O 씬23. 학교외경 (다른날/D) 씬24. 교정일각 (D) 하교길. 형주와 태훈 걸어오고 있다. 태훈, 한 손에 도서관에 반납할 책 몇권 들고 있다. 형주 : 어제 엄마들끼리 만나서 어학연수 스케줄 잡은거 같던데. 들었냐? 태훈 : 어. 형주 : 보충 수업 때문에 스케쥴이 좀 삐그덕거리겠던데? 태훈 : 안되면 말지 뭐. 형주 : (멈추고 본다) 태훈 : ? (보면) 형주 : 너 요즘 좀 이상해진거 아냐? 태훈 : 내가? 형주 : 영화반 놈들이랑 어울리더니 좀 변했어. 한인가 뭔가 그 자식한테.. 필요 이상으루 신경쓰는 것두 너답지 않구. 태훈 : (웃으며) 너 질투하냐? 형주 : 농담아냐. 이탈자는 동일이 하나루 족해. 태훈 : (웃으며 어깨 거는) 김형주. 우린 같은 병원에서 태어났구,          같은 유치원 다니면서는 서로의 첫사랑이 누군지두 다 아는 사이 아니었냐? 형주 : (피식 웃는) 그 얘기가 왜 나와 지금. 태훈 : (웃으며) 너 날 그렇게 몰라? 내가 변해? 난 타고난 제우스야 임마. (웃으며 간다) 형주 : (어이없어 푹 웃는) 씬25. 도서관 (D) 동일 서가에서 책 몇 권 뽑아들고 책상 쪽으로 간다. 동일 적당한 곳에 자리 잡고 앉으려는데, 건너편 책상에 앉아있는 한. 창가에 등을 기대고, 세워놓은 한쪽 무릎 위에 책 올려놓은 방만한 포즈로 책 읽고 있다. 동일, 한이의 새로운 모습이 흥미롭다. 슬쩍 그 앞자리에 가서 앉는다. 문득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 드는 한. 동일 얼른 고개 숙여 책 읽는 척 한다. 한 다시 책 읽는데 또 다시 느껴지는 시선. 한 : (민망해져서 책 탁, 소리나게 덮으며) 왜 자꾸 사람을 힐끔거려? 동일 : 어...미안. 니가 도서관에 있는거 첨 보는거 같아서...국어 숙제 하는거야? 한 : (어색하니까 괜히 퉁명스레) 한태훈 그 자식이 조장이랍시구 사람을 어지간히 볶아야 말이지.       (읽던 책 아무렇게나 툭 던지는)동일 : (몰래 새어나오는 웃음) 한 : 그러는 넌 왜 여기 이러구 있냐. 아까 보니까 제우스 놈들 떼거지루 몰려 가던데. 동일 : 난 인제 제우스 아니야. (책장 넘기며) 탈퇴했어. 한 : (픽 웃으며) 왜? 동일 : 다르게 한 번 살아보려구. 한, 동일이 읽는 책을 힐끔 본다. 영화관련 서적이다. 피식 웃고는 책상 밑에 놔뒀던 농구공 들고 일어난다. 동일 : ? 내가 방해한거야? 한 : 사람이 살던대루 살아야지 갑자기 너무 많이 변하면 죽는다더라. 너두 적당히 해라. (농구공 들고 나간다) 동일 : (웃고는 책장 넘긴다) 씬26. 교정 일각 (D) 혜원 가방 들고 혼자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다. 그 뒤 쪽에 희진과 아영. 아영 : 재 요즘 장세진이랑 같이 안다니더라? 희진 : 같이 다닐 시간이 어딨냐. 수업시간엔 상담실에서 반성문 쓰고, 수업 끝나면 바로 봉사활동 나가잖아. 아영 : 그게 아니라니까.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냉기가 완전 동토의 왕국이야. 희진 : 왜? 아영 : 거야 모르지. (눈 갸느스름하게 뜨고) 이상해. 아무래두 불길한 느낌이 들어. 희진 : 무슨 느낌? 아영 : 신혜원 말야. 일학년 때 처럼 다시 은따의 길루 들어선거 같단 말야. 희진 : ...? (보는) 씬27. 교정일각 (D) 가방 매고 영화반으로 향하던 아이들. 저만치 가고 있는 혜원을 발견하고 멈칫 선다. 신화 : 혜원아. 혜원 : ? (본다) 신화 : 봉사활동 가는거야? 지민 : ... (신화를 본다) 신화 : 오늘 밤에 비온다는데 우산 가져 왔어? 혜원 : ... 상관없어. (가려는데) 신화 : 그럼 내꺼 빌려줄게 가져가. (꺼내 주는데) 혜원 : ... (받지 않고 보기만) 지민 : (신화가 민망할까봐 얼른 밝게) 야야. 스타일 구겨지게 그런 칙칙한 우산을 주니까 안받는거잖냐.          (자기 우산 꺼내며) 우중충한 날일수록 우산 색깔이래두 화사해야 기분이 덜 꿀꿀한 법이거든. 신화 : (웃는) 성제 : (지민 보며) ... 지민 : (혜원 가방에 쑤셔 넣어주며) 제발 잊어버리지만 마라. 올해 들어서만 다섯개째다 이게. 혜원 : (거절 하려다가 성가셔서 관두고 그냥 간다) 정연 : 넌 이따 어떻게 갈려구 우산을 빌려줘. 지민 : 영화반에 굴러다니는거 하나 있어. 유미 : 그거 찢어진 거야. 지민 : 그럼 꼬매면 되지 뭐. 야 니들 먼저 가 있어. 성제 : 넌. 지민 : 음료수 좀 뽑아갖구 갈게. (뒤돌아 간다) 성제 : (보며) ... 씬28. 자판기 근처 길 (D) 태훈, 도서관에서 빌린 서너권의 책 가방에 넣으며 걸어오다가 자판기 앞에 서있는 지민을 발견한다. 지민 자판기를 이씨, 발로 뻥뻥 까고 있다. 태훈 피식 웃고는 그쪽으로 간다. 태훈 : 그렇게 해서 부셔지겠냐? 지민 : (본다) 태훈 : (비죽 웃으며 오는) 왜 죄없는 자판기한테 화풀이야? 지민 : (목소리는 우울한) 자꾸 동전을 삼키니까 그렇지. 벌써 두 개나 삼켰단 말야. 태훈 : 그렇다구 여자가 치말 입구 발길질을 하냐? 이러니 우리반 남자들이 널 여자루 안보는거다. 지민 : (고개 숙인채 말이 없다) 태훈 : ? 지민 : (숙인채로) ... 태훈 : (어쩐지 걱정스러운. 동전 꺼내며) 비켜봐. 내가 해볼께. 지민 : 됐으니까 가. 태훈 : (무뚝뚝하게) 비켜 봐. 지민 : (홱 돌아보며) 됐다니까! 태훈, 순간 굳는다. 지민 눈가가 젖어있다. 지민 피하듯 홱 돌아서 간다. 태훈 그대로 멍하니 서있는데, 형주 : (두리번 거리며 오다가 태훈 발견하고) 여기서 뭐해? 태훈 : ... 형주 : ? (다가와서 툭 치며) 책은 다 빌렸어? 태훈 : ...어. (표정 수습하고 돌아서며) 가자. 나란히 걸어가는 두 사람. 어느 순간 다시 한 번 뒤를 돌아 보는 태훈... 씬29. 청소년 상담소 사무실 (N) 사무실 안을 청소하고 있는 혜원. 걸레 들고 책상 닦다가 문득 유리판 아래 깔려있는 사진을 본다. 교복을 입은 진영이 활짝 웃고 있는 모습... 혜원 사진을 빼본다. 사진 뒤에는 ‘박지연 선생님께. 한진영 드림’ 이라고 써있다. 지연 : (자료뭉치 들고 들어오며) 또 비오네? 혜원 : (얼른 사진을 주머니에 쑤셔넣고 돌아본다) 지연 : 누가 장마 아니랠까봐 하루 걸러 하루다. (웃으며) 우리 뜨거운 차나 한잔 씩 마실까? 혜원 그제서야 창밖을 보면 쏟아지는 빗줄기... 문득 가방 옆에 놓인 지민의 우산을 바라보는 혜원. 씬30. 거리 (N) 내리는 빗속을 찢어진 우산을 쓰고 터덜터덜 걸어오고 있는 지민. 어느 순간 대책없이 새고 있는 우산을 올려다 보며, 지민 : 윤지민... 멋있는 척 하더니 꼴 좋다. (그대로 몇발자국 더 걷다가) 에이, 안써 안써. 안쓰구 만다 내가! 우산 팽개쳐 버리고는 씩씩하게 걷기 시작하는데, 그런 지민의 머리 위로 씌워지는 우산. 지민 ?해서 보면, 성제 : (웃으며) 산성비라 대머리 될지도 몰라. 안쓰면 너만 손핼껄? 지민 : ... (보는) 씬31. 전철역 (N) 의자에 나란히 앉아있는 성제와 지민. 지민 : 나... 요즘 좀 이상해. 성제 : (보면) 지민 : 신화를 보면 너무 화가 나. 성제 : 혜원이 때문에? 지민 : (들킨거 같아) 아니. 그, 그런게 아니구, 성제 : (웃으며) 신화가 혜원이 한테 오바하는건 사실이지 뭘. 옆에서 보고 있으면 나두 가끔 닭살 돋더라 야. 지민 : (우울한) ... 신화가 우리한테 그렇게 신경 써준 적 있었나? 성제 : (본다) 지민 : 언제나 이만큼 거리를 두구 앉아 지켜보고만 있었잖아.          내가 무슨 말 하면 귀여운 막내동생 보듯 세상 다 안다는 식의 미소나 짓구 말야. 성제 : ... 지민 : 우리한텐 숨겨놨던 모습을 다른 사람한테만 보여주는게... 그게 너무 섭섭해... (피식 웃으며) 나 유치하지? 성제 : 신화 좋은 녀석이야. 지민 : (본다) 성제 : 저 혼자 빛 좋은 양지에 있으면서 음지에 있는 친구 모른척 못하는 놈이잖아.          나라면 한사람 맘 돌려놓기 위해서 그렇게까지 집요하진 못할꺼야. 지민 : ... 성제 : 우린 우린 믿으니까 그럴 필요까지 없다구 생각하는거지 맘이 없는건 아냐.          (웃으며) 야, 그리구 상상을 한 번 해봐라. 신화가 혜원이 한테 하는 것처럼 우릴 대하면 좋겠냐 넌? 지민 : 아니. (웃으며) 닭살이지. 성제 : (동시에) 닭살이지. 두 사람 깔깔 웃는다. 지민, 성제 덕분에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지민 : (편하게 웃으며) 너랑은 이렇게 편한데, 신화랑은 왜 그게 안되지? 성제 : (혼자 우울하게 웃는) ... 씬32. 청소년 상담소 사무실 (N) 녹차 팩이 들어있는 잔을 들고 마주앉은 혜원과 지연. 빗소리... 가끔 하늘을 가르는 천둥소리... 혜원 말없이 비오는 창만 바라보고 있다. 지연 : 혜원이두 별루 말이 없네. 혜원 : (본다) 지연 : (웃으며) 말이 없는 사람은 그만큼 속에 숨겨논 얘기가 많다는 뜻도 되는데. 혜원 : ...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 지연 : 뭔데? 혜원 : 옥상에서... 여자앨 한명 봤어요. 여기 상담하러 온 학생 같던데.. 지연 : ... (쓰게 웃으며) 진영일 본 모양이구나. 혜원 : ... ? 지연 : 상담하다가 자기 얘기 할 차례가 되면 그렇게 옥상으루 도망가버려. 혜원 : 왜... 그렇게 됐어요? 지연 : (웃으며) 상담 간사의 첫째 수칙이 뭔지 알아? 상담내용은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야. 혜원 : (상관 않고) 누구한테 어떻게 맞았는데요? 지연 : 유도신문 해두 별루 건질게 없을걸?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두 진영이 대해 아는게 별루 없으니까. 혜원 : ... ? 지연 : 사람은 말야, 마음 속에 너무 많은 얘길 담아두면 그 무게 땜에 사는게 힘들어지는 법이거든? 혜원 : ... 지연 : 그래서 상담치료의 시작은 가슴에 담아뒀던 자기 얘기를 쏟아 붓는데서 부터 출발해.          그럼 반 정도는 치료가 된거라구 봐두 돼. 그만큼 상처가 극복된 셈이니까. 혜원 : ... 지연 : 근데 진영인 그걸 안하려구 해. 그때 일에 대해선 절대 입을 열지 않아.          그날... 그 애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무두 몰라. 혜원의 어두운 표정 위로 번쩍이는 천둥소리.. 이때 쾅쾅쾅 상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 혜원과 지연 놀라서 문쪽을 돌아보면, 누구에게 쫓기는 듯 다급하게 두들기고 있는 문소리. 지연 컵 내려놓고 일어나 문 열어보면, 문 앞에 흠쩍 젖은 채로 오돌오돌 떨고 있는 진영. 지연 : (놀라서) 진영아. 혜원 : ! (본다) 진영 : (겁에 질려 띄엄띄엄) 지,집에 아무두 없는데요... 자꾸 천둥이 치구요...번개두 치구...          혼자는 무서워서... 그래서 왔어요. 저 여기 있어두 되죠? 지연 : (진영을 감싸 안고 문 닫으며) 그럼. 잘왔어. 얼른 들어와. 감기 걸리겠다. 혜원 : ... (보고 있다) 지연 : (수건으로 진영 머리 닦아주며) 혜원아. 찻물 좀 올려줄래? 혜원 : (보는 채로) ... 씬33. 거리 (N) 혜원, 지민의 우산을 쓰고 걸어오고 있다. 문득 공중전화 부스에 시선이 가는 혜원. 결심한 듯 우산을 접고 부스 안으로 들어간다. 이런 모습들 위로, 혜원 : (E) 나야... 몸은 좀 괜찮아졌니? 그래? 잘 됐다... 다른게 아니구 뭣 좀 물어 볼게 있어서....          너 한진영이라는 이름 들어봤어? 씬34. 공중전화 부스 안 (N) 전화를 걸고 있는 혜원. 혜원 : 교복을 보니까... (손에 쥔 진영의 사진 내려 보며) 니가 나온 중학교 같은데... 지금 이학년 휴학 중인 애야....         (사이) 그럼 그 학교 일진 통해서 한 번 알아봐. 갤 괴롭힌 애들이 누군지, 휴학하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래... 수화기 내려놓고 돌아서는 혜원. 우산 펼치려다가 관두고 부스에 비스듬히 기대서 비오는 거리를 바라본다. 그렇게 생각에 잠기는 혜원의 모습에서....F.O 씬35. 학교 외경 (다른날/D) 씬36. 교무실 (다른날/D) 광도, 교사들에게 프린트물 나눠주고 있다. 일평 : 이게 또 뭐야? (겉표지 읽으며) 학내외 폭력 예방을 위한 대처방안? 야, 속사포다 속사포. 이걸 벌써 작성했어? 광도 : 아, 위에서 자꾸 닥달을 하는데 어쩝니까 그럼. 학생부 선생님들이랑 밤새 만들었지. 복만 : (읽어보며) 학교 주변 순회지도, 교내외 순찰조 편성 운영, 유관 기관과의 협조체제...         (심드렁) 뭐 맨날 나오는 뻔한 얘기구만 밤까지 새구 그러십니까. 광도 : 잘 지키기만 해봐. 뻔한 얘긴가. 유란 : 하여간 일 생길 때마다 무슨 보고서들은 그렇게 요구하는지, 이게 다 필요 없는 전시행정이라구요.          보고서만 쓰면 저절루 문제가 해결되나? 정희 :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긴 해요. 학교 관계자만 고민해서 될 일이 아니라구요 요즘은. 유란 : 그래서 시민단체들이 교사들 대상으루 세미나 같은거 많이 하잖아 요즘. 일평 : 난 거 몇번 가 봤어두 통계자료랑 설문자료만 쭈욱 나열하는게 별 영양가 없더구만.          그런거 보단 차라리 독심술이나 가르쳐줬음 좋겠네. 유란 : 독심술이요? 일평 : 그래. 배워서 얘들 속이나 좀 읽어보게. 정희 : 차라리 속에 뭐가 들어있는 애들은 낫죠. 너 왜그러니? 물어보는데 그냥요. 폼나잖아요. 이러면 사람 뒤루 넘어간다니까요. 일평 : 그렇게 대책없는 애들은 도대체 어떻게 지도하는게 최선이야? 복만 : 아, 어렵다 어려워. 재하 : 잘은 모르지만 학생이 가지고 있는 변화가능성의 믿음을 버리지 않구 끝까지 옆에서 지켜봐주는거... 그런게 아닐까요.          예를 들면 나민주 선생님처럼요. 민주 : ? (보면) 재하 : (웃는다) 씬37. 교정 일각 (D) 아직 얼굴에 상처의 흔적이 남아있는 주영, 혜원 앞에 서있다. 주영 : 알아봤는데요.. 한진영이라는 애, 한 일년동안 상습적으로 폭행 당한거 같던데요. 혜원 : 이유가 뭐래? 주영 : 엄마랑 단 둘이 사는데요 집두 가난한데다, 부잣집 애들한테 좀 구질구질하게 굴었나봐요.          나머진 뻔하죠 뭐. 소심하구, 내성적이구... 혜원 : 휴학하기 전엔 무슨 일이 있었대. 주영 : 글쎄 때린 애들이 학교를 관둬서 자세한건 모르겠는데요, 그 날 개 친구가 끼어들었다가 같이 죽도록 맞은 모양이예요. 혜원 : 그 친구는 지금 어딨는데? 주영 : 몰라요. 연락 두절이래요. 왜 그런거 있잖아요. 후한이 있을까봐 전학시키구, 주소, 전화번호 다 바꾸고,         돈 좀 있는 집은 유학보내구요... 혜원 : ... (착잡해지는데) 주영 : 근데... 갠 왜 물어보세요? (조심스럽게) 손 봐주실려구요? 혜원 : ... (보면) 주영 : (눈치 살피며) 저기요... 걔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지만... 그냥 냅두면 안될까요?          걔요... 그 일 때문에 정신과 치료두 받았대요. 혜원 : ! (본다) 주영 : 요즘은 무슨 상담치룐가 받는데, 평소엔 말짱했다가 가끔 발작처럼 우울증 증세를 보인대요.          그럼 말두 안하구, 먹지두 않구... 혜원 : ... 넌 어떻게 생각하니? 주영 : 네?...뭘요? 혜원 : 가난하구, 내성적이구, 소심한게... 죽도록 맞을 이유가 된다구 생각하니? 주영 : ... (질문의 의도를 몰라 눈치만 살피는데) 혜원 : 재미로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는 말 있지? 주영 : ... 혜원 : (스스로에게 묻는 말이다) 넌 누구 잘못이라구 생각해.          재미로 돌을 던진 사람이야, 아니면 병신같이 도망도 못가구 돌맞아 죽은 멍청이야? 주영 : ... ? (이상해서) 씬38. 상담소 문 앞 (D) 생각에 잠겨 층계를 오르고 있는 혜원. 상담소 문 앞에 와서야 생각에서 깨어나 문을 열려는데, 안에서 후다닥 튀어나오는 진영. 옥상 쪽을 향해 올라간다. 혜원, 답답한 한숨 한 번 내쉬고는 그냥 상담소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웬지 왈칵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옥상 쪽을 노려보는 혜원, 층계를 빠르게 올라간다. 씬39. 상담소 옥상 (D) 혜원, 빠르게 벽뒤로 간다. 진영은 그 곳에 예상대로 무릎을 감싸고 앉아있다. 혜원 가슴 속에서 뭔가가 불끈 치솟는다. 진영의 한 쪽 팔을 나꿔채는 혜원. 진영 놀란 표정으로 혜원을 바라본다. 혜원 : 나와. 진영 : (뿌리치고는 구석쪽으로 붙는다) 혜원 : (다시 잡아 끌며) 이리 나와. 진영 : (겁에 질려 손을 빼려 몸부림치는데) 혜원 : (터지며) 언제까지 이렇게 숨어서만 살래! 진영 : ! (본다) 혜원 : 니가 원하는게 뭐야.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어. 니가 못하면 내가 대신 해줄께.          어떻게 해줄까? 널 때린 애들 데려다 죽도록 패줄까? 진영 : (고개 저으며 무릎 사이에 파묻는) 혜원 : 그럼 니 친구처럼 너두 여기저기 연락 다 끊고 숨어 살게 해줘!진영 : ! (고개 번쩍 들어 본다) 혜원 : 너...이렇게 멍청하게 고개 쳐박구 굽신 거리면서 살면 널 괴롭힌 사람들이야, 미안했다, 잘못했다 그럴꺼 같애?          ..웃기지마. 더 재밌어하구, 더 신나할꺼다 아마. 진영 : ... 혜원 : 가서 말해. (울컥하는 심정으로) 널 괴롭힌 사람이 누군지,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다 말해 버리구          이제 좀 털어버린말야 제발... 진영 : ... (혜원을 본다) 혜원 : ... (속상해서 뒤돌아 나가버린다) 씬40. 거리 (D) 혜원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걸어오고 있다. 그 모습 위로, -플래쉬컷-10부 S#48씬에서의 신화의 모습. '니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해볼까? 넌 가만 있는데, 넌 세상에 아무 관심두 없구, 어떤 피해두 주지 않았는데, 왜 다들 너한테 피해를 받았다구 생각하는지, 지금 그게 너를 화나게 하구 있지?' - 혜원 이를 앙 물며 터지려는 눈물을 참아내고 있다. 그러다가 문득 어떤 느낌에 우뚝 멈춰선다. 뒤를 돌아본다. 그 곳에 쭈삣쭈삣 멈춰서 있는 진영. 혜원 가까스로 진정이 된 마음이 다시 무너지는 느낌이다. 다시 왈칵 솟는 짜증. 혜원 진영에게 다가가 홱, 팔을 나꿔채더니 무작정 어디론가 끌고 간다. 진영 이번엔 순하게 끌려간다. 씬41. 번화한 거리 (D/또는 N) (이대앞이나 돈암동 또는 문정동 의류골목 정도의?) 혜원 무작정 걸어가고 있다. 진영의 손을 잡은 오른손만은 놓지 않고 있다. 진영, 반항없이 따라가고는 있지만 번화한 거리가 낯설고 어지러운 듯 시선이 어지럽다. 그렇게 세상에 대해 조금은 자폐적인 진영의 모습... 씬42. 의류가게 쇼윈도 앞 (D/또는 N) 혜원, 쇼윈도 앞에 멈춰선다. 진영을 끌어다 쇼윈도 앞에 세운다. 혜원 : (강하게) 니가 원하는걸 골라봐. 진영 : ? (본다) 혜원 :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여기서 니 맘에 제일 드는 옷을 골라 보라구. 그것두 못해? 진영 : ... (혜원을 보는 채로) 혜원 : 좋은건 좋다, 싫은건 싫다. 니 의사를 분명히 말해. 남의 뜻에 맞춰 비굴하게 구니까 널 우습게 보구 때리는거야. 알았어? 진영 : ... 혜원 : 쉬운거 부터 연습해. (강조하듯) 좋다. 싫다.          (다시 쇼윈도로 고개 돌리며) 니가 좋아하는걸 말해. 손가락으로 정확하게 가리켜봐. 진영 : ... 혜원 : 너 정말 바보야? (하는데) 진영 : 여...여긴 없어... 혜원 : (손 잡아 끌며 옆 쇼윈도로 가려는데) 진영 : (O.L) 거기두 없어. 혜원 : (왈칵 짜증이 이는) 그럼 말을 해! 니가 입구 싶은 옷이 뭐야 도대체! 진영 : ... 교복. 혜원 : ! (띵한) 진영 : 우리 학교 교복... 혜원 : ... (찡하지만) 바보같은 소리 좀 그만해. 그딴건 복학하면 얼마든지 입을 수 있어. 진영 : (고개 젓는다) 학교엔 다시 못가. 혜원 : 왜? 진영 : 무서워... 혜원 : 학교로 안돌아가면... (울컥하는) 뭐할건데. 평생 방구석에 쪼그리구 앉아 숨어 지낼꺼야? 진영 : ... 죽구 싶어. 혜원 : (더는 못참고 뒤돌아 가려는데) 진영 : 언니 어떻게 알았어? 혜원 : ? (멈추고 본다) 진영 : 내 친구 말야... 어떻게 알았어? 혜원 : ... 진영 : 지금.... 어딨는지두 알구 있어? 나... 만나서 꼭 할 얘기가 있는데... 만나서 잘못했다구... 미안하다구 말해야 되는데...          아직 나 용서 못했겠지? 날 만나구 싶어하지 않겠지..? (눈물이 뚝 떨어진다) 혜원 : (미칠 것만 같다) 씬43. 민주의 집 근처 야외 (N) 민주, 시선으로 누군가를 찾으며 뛰어오고 있다. 저만치 혼자 벤취에 혜원이 혼자 앉아있다. 민주 다가가 그 옆에 앉는다. 혜원 그 자세 그대로 반응 없다. 민주 그대로 둔다. 혜원 : 절 거기에 보낸 이유가 뭐예요? 민주 : (본다) 혜원 : 나한테 원하는게 뭐냐구요. 민주 : (뭔가 말하려는데) 혜원 : 선생님이 좀 가르쳐주세요. (그 동안 눌러왔던 감정 조금씩 무너지며) 제가 어떻게 해야 되는지... 좀 가르쳐주세요... 민주 : ... 정답은 이미 니가 알구 있어. 니 마음이 시키는 대루 해... 힘들어도 니 마음이 시키는 일... 그게 정답이야. 혜원 : (그렁그렁한 눈을 들어 하늘을 본다. 괴로운 한숨이 깊이 새어나온다) 민주 : (안쓰럽게 보는) ... 씬44. 학교 옥상 (다음날/D) 장난치며 걸어오고 있는 영화반 아이들. 어느 순간 우뚝 그 자리에 멈춰선다. 저만치 혜원이 앉아있다. 아이들, 재가 여긴 어쩐일이냐? 하는 시선 주고 받으며 혜원 쪽으로 간다. 시선을 느낀 혜원, 자리에서 가만히 일어난다. 지민에게 우산을 내미는 혜원. 지민 : 아, 맞다! 내가 너 빌려줬었지? 어휴, 난 또 잊어버린줄 알구 엄마한테 대판 혼났는데. 혜원 : (조금 웃는다) 혜원 볼 일 다 봤다는 듯 내려놨던 가방을 맨다. 그리고는 옆에 놓여있던 커다란 피자판을 흥수에게 턱, 안겨준다. 흥수 : (조금 띵해서) 이, 이거 나 먹으라고? 혜원 : 먹으면서 통일을 노래하던지 발해를 꿈꾸던지 맘대로 해. (간다) 멍한 표정으로 사라지는 혜원을 바라보는 아이들. 어느순간 약속이라도 한 듯 그 입가에 미소가 생긴다. 혜원이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씬45. 교정일각 (D) 혜원 걸어오고 있는데 누군가 그 앞을 막아선다. 혜원 : ? (본다) 세진 : 오늘 저녁에 시간 있지? 혜원 : ... (보는 채로) 세진 : 8시까지 거기서 기다릴께. (가려는데) 혜원 : 이번엔 어느 학굔한테 맞아줄까? 세진 : 나두 같은 짓 두 번은 안해. 잊지마. 8시까지야. (간다) 혜원 : ... (보는데) 주영 : (E) 언니. 혜원 : ? (돌아보는데서) 씬46. 정민의 아파트 문 앞 (D) 문 앞에 와서 서는 혜원. 주소가 적힌 쪽지와 아파트 문에 적힌 호수를 확인하고는 떨리는 심정으로 초인종을 누른다. 주영 : (E) 확실한건 아닌데요. 외국에 나가 있다가 방학 때라 들어와 있는거 같대요. 개두 건강이 별루 안 좋은거 같다던데요... 안쪽에서 누구세요? 소리와 함께 문 열리고 정민모 나온다. 정민모 : (혜원을 아래 위로 쭈욱 훑어보는) 혜원 : ... 정민이 좀 만나려구 왔는데요. 정민모 : (얼굴 굳으며 문 닫으려) 혜원 : (얼른 막으며) 잠깐만요. 잠깐이면 돼요. 정민이 친구, 한진영이라구 아시죠? 정민모 : 우린 그런 애 몰라요. 정민이란 애두 여기 안살구. (쾅 닫힌다) 혜원 그대로 멍하니 닫힌 문만 바라보며 서있다. 뒤돌아가려는데... 가슴 속에서 뭔가가 울컥 치솟는다. 다시 문 앞으로 되돌아 오는 혜원. 혜원 : (문에 대고) 최정민... 진영이가 널 보구 싶어해. 니들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진영인 지금 아주 잘 버텨내구 있어. 그러니까... 너두 잘 버텨내야 돼...          만날 장소랑 시간 정해서 여기루 연락해.. 기다리고 있을께... 문 밑으로 준비해온 종이쪽지 한 장을 밀어넣는 혜원. 허탈하고 우울한 심정으로 터덜터덜 계단을 내려간다. 문 안쪽으로 쑤욱 밀려들어가는 쪽지... 씬47. 놀이터 일각 (N) 세진과 혜원.... 마주본 자세로 서있다. 세진 : 너 징계 풀리는 대루 가람하구 정식 싸움이 있을꺼야. 니 명예와 신뢰를 회복할 좋은 기회야. 혜원 : ... 세진 : 나가기 한시간 전에 우리끼리 모임을 갖자구 삼일짱 한테 부탁해놨어. 그때 정식으루 나하구 삼일짱한테 사과해. 혜원 : (담담한 표정으로 본다) 세진 : 너와의 의리를 생각해서 마지막으루 주는 기회야. (얘기 끝났다는 듯 가려는데) 혜원 : (O.L)(담담하게) 내가 충고했었지. 세진 : (돌아보면) 혜원 : 내 앞에서 의리란 말 함부루 쓰지마. 너랑은 안 어울리는 말이야. (간다) 세진 : (노려보는) ... 씬48. 상담소 건물 외경 (다른날/D) 씬49. 건물 입구 (D) 들어서는 혜원. 층계를 오르려다 어떤 느낌에 우뚝 멈춰선다. 상담소 우편함에 삐죽이 튀어나온 누런 봉투. 어쩐지 긴장이 되서 봉투를 꺼내보는 혜원. 봉투엔 ‘한진영 앞, 최정민 보냄’이라고 써있다. (보내는 사람 주소는 없다) 순간 혜원의 입가에 맺히는 미소. 씬50. 상담소 사무실 (D) 끓고 있는 찻주전자에 봉투가 대어져 있다. 봉합부분이 물러지면 살살 뜯어내는 혜원. 기대감으로 봉투 안에 내용물 꺼내보면 낡은 세계지도가 나온다. 혜원? 해서 다시 봉투 안을 들여다 본다. 혹시 해서 세계지도를 털어 본다. 편지도, 연락처나, 만날 장소도 들어있지 않다. 혜원 실망으로 어두워진다. 씬51. 옥상 (D) 나란히 앉아있는 혜원과 진영. 혜원 : 난 오늘로 봉사활동 끝이야. 이젠 여기 안와. 진영 : ... 혜원 : 너두 빨리 여기 안올 수 있게 됐음 좋겠다. (하며 봉투 내민다) 기대는 하지마. 줄까 말까 망설이다 주는거야. 받아서 봉투 겉면 확인하는 진영, 두 눈이 동그래진다. 떨리는 맘으로 안의 내용물을 꺼내보는 진영. 예의 그 지도 나온다. 진영 지도를 펼치더니 손가락 끝으로 어딘가를 찾기 시작한다. 혜원 : 만날 장소랑 시간 정해서 연락 달라구 했는데 없어. 아직은 널 만나구 싶지, 진영 : (E) 있어. 혜원 : ? (보면) 진영 : (시선 지도 보는 채로) 여기 있어. 혜원 ?해서 지도를 보면, 인도라는 국적명에 붉은 펜으로 동그라미가 둘러져 있고 그 밑에 ‘2004년 10월 04일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기’ 라고 적혀있다. 혜원 영문을 몰라 진영을 보면, 눈물 차오르는 얼굴로 미소 짓고 있는 진영. 그 모습 위로, 진영 : (E) 우린 스무살이 되면 같이 인도여행을 가자고 약속했었어요. 거긴 나처럼 가난하지만 착한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나같은 애들이 가도 행복할 수 있을꺼라고... 정민이가 그랬어요. 씬52. 집단 상담실 (D) 집단 상담 프로그램이 진행중인 실내. 지연과 네댓명의 아이들 앉아있고, 진영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 이야기를 적은 글을 읽고 있다. 뒷쪽 구석에 조용히 앉아있는 혜원. 진영 : 그날도 난 다른 날 처럼 언니들한테 불려갔어요. 언니들은 내 입 속에 벌레를 한 마리 집어 넣고 씹으라구 했어요. 지연 : ... 진영 : 난 도저히 씹을 수가 없었어요. 언니들이 날 때리기 시작했어요.          그때 정민이가 나타나더니 내 손을 잡고 도망치기 시작했어요. 아이들 : ... (집중하고 있는) 진영 : 그치만 우린 곧 언니들 한테 붙잡혔고... 정민이는 언니들 한테 정말 죽을 만큼 맞았어요.          내가 살려달라고 빌자, 언니가 말했어요. 넌 살려줄께 가. 혜원 : ... 진영 : 내가 정민일 두고는 못가겠다고 하자. 그럼 벌레 열마리를 입에 집어 넣겠다고 했어요.          언니들은 정말 벌레 열마리를 가져와 내 입 속에 넣으려구 했어요. 난 너무 무서워서....죽구 싶었어요. 혜원 : ... 진영 : 그래서...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난... 맞고 있는 정민이를 거기에 놔두구... 나 혼자서 도망쳤어요... 혜원 가슴이 먹먹해 진다. 고개를 숙인채 소리없이 눈물을 삼켜내는 진영. 지연과 아이들 진영을 안타깝게 보고 있다. 어느순간 쓰윽 눈물을 닦고 다시 고개 드는 진영. 진영 : (미소 지으며) 어제 정민이가 지도를 보내왔어요. 날 잊었을 거라구 생각했는데... 우리 약속을 기억하구 있었어요. 혜원 : ... 진영 : 정민이가 어디선가 잘 버텨내구 있는 것처럼 저두 그러겠어요.          그래서... 오년 뒤엔 둘 다 건강해진 모습으루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진영 꾸벅 인사를 하고 앉으면. 지연과 아이들 박수를 쳐준다. 혜원 뭉클해져서 진영을 바라본다. 씬53. 신화의 집 근처 (N) 급하게 뛰어 오고 있는 신화. 시선으로 누군가를 찾고 있다. 혜원 : (E) 유신화. 신화 : ? (혜원 발견하고는 반가운) 니가 먼저 날 보자 그러구 웬일이야? 혜원 : (피식 웃고는 불쑥 노트를 내민다) 신화 : ? (받으며) 이게 뭐야? 혜원 : 국어 선생님한테 좀 전해줘. 작문숙제야. 신화 : (웃으며) 작문숙제 했구나. 혜원 : 미안하지만 너에 대해 못썼어. 날 아는데두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거든. 신화 : (웃다가) 근데 이걸 왜 날 줘. 직접 드리지. 혜원 : ... 신화 : 어디 가니? 혜원 : ... 신화 : (웃으며) 내가 읽으면 어쩌려구. 혜원 : (순간 본다. 그 생각은 못했다. 뺏으려는데) 신화 : (얼른 손 올려 피한다) 혜원 : ... (보다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넌 읽어두 무슨 뜻인지 모를꺼야. 신화 : (O.L) 읽구 나서 무슨 뜻인지 알구, 널 더 잘 이해하게 된다면, 혜원 : (보면) 신화 : 그땐 우리... 좋은 친구가 한 번 되보지 않을래? 혜원 : ... (작은 동요가 인다) 혜원 : (N) 이야기의 끝 역시 시작과 별로 다르지가 않다. 씬54. 공터 (N) 모여있는 일진들. 삼일짱의 하얗게 굳은 표정, 주영의 충격받은 듯 멍한 표정, 세진의 의미 심장한 미소가 흐르는 표정 등이 차례대로 보여지면, 그 앞에 담담한 표정으로 서있는 혜원. 삼일짱 : 방금 내가 뭘 잘못 들은거 같은데. 다시 한 번 말해봐. 뭘 하겠다구? 혜원 : 탈퇴하겠다고 했습니다. 세진 : (입가에 흡족한 미소) 삼일짱 : (앙칼진) 너 미쳤어! 다시 말해봐! 혜원 : 탈퇴... 하겠습니다. 삼일짱 :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다가) 야, 가져와. 주영 얼른 굵은 몽둥이 하나 들고와서 삼일짱에게 넘긴다. 삼일짱, 매서운 눈빛으로 혜원을 노려보는 채로 몽둥이를 세진에게 넘긴다. 순간 놀란 표정으로 삼일짱을 보는 세진. 삼일짱 : 뭐해! 세진 : (떨리는 손으로 몽둥이를 받는다) 삼일짱 : (잔인한 미소로) 끝까지 견뎌내는 쪽이 짱이다. 혜원, 세진 ! 동시에 삼일짱을 본다. 삼일짱 : 시작해. 세진 : (얼어 붙어 움직이지 않는다) 삼일짱 : 뭐해! 장세진! 잠시 세진과 혜원의 눈빛이 만난다. 혜원 담담하게 보고 있다. 세진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삼일짱 : 장세진! 순간 세진, 정신이 나간 듯 멍한 표정으로 몽둥이를 치켜 드는데서 정지. 혜원 : (N) 너... 다시 돌아가. 처음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어... 씬55. 진영의 방 (N) 진영 누런 종이로 포장된 소포 꾸러미를 풀러보고 있다. 포장지 속에서 나오는 교복... 언젠가 사진 속에서 진영이 입고 있던것과 같은 것이다. 진영 가슴이 찡해져서 바라본다. 혜원 : (N) 이제 그만 아파하구 다시 시작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씬56. 교무실 (N) (S#4에서 이어지는) 책상에 앉아 노트 읽고 있는 민주, 우울한 표정으로 노트 내려놓으면, 노트 위에 적힌 ‘나는 누구인가’ 라는 제목이 보이고. 어두운 표정으로 창가로 가서 서는 민주. 내리고 있는 비... 씬57. 공터 (N) 텅빈 공터. 거기 상처투성이로 쓰러져 있는 혜원. 죽은 듯이 꼼짝 않고 쓰러져 있다. 혜원 : (N) 어쩌면 이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혜원의 손가락 끝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혜원 천천히 눈을 떠본다... 눈동자만 돌려 주변을 살펴본다. 살아있는걸 확인하려 그랬다는 듯이 이내 다시 눈을 감아버리는 혜원... 혜원 : (N) 새로운 시작에서는 다시는 길을 잃지 말았으면 좋겠다. 여기까지가 내 이야기의 전부다... 그렇게 견뎌내고 있는 혜원의 모습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