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가을억새 가을 山!"[영남알프스 억새산행]
〈산행요약〉
영남알프스 억새는 새삼 말하지 않아도 그 유명세는 이미 전국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국내최대의 억새 군락지 '사자평원'을 비롯해 '신불평원', '간월평원'등 크고 작은 억새풀밭이 부드럽고 유순한 산등성이에 광활하게 피어있는 모습이 일대 장관을 이룬다.
짙푸른 가을 하늘아래 영롱한 억새꽃이 가을햇살을 받아 하늘거리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고, 고산 준령들의 정답게 어깨를 맞대고 있는 영남알프스는 가을산행의 즐거움을 한껏 만끽할 수 있는 멋진 산이다.
배내골을 사이에 두고 배내고개를 넘으면서 원을 그리듯 이어져있는 억새산군들,
어차피 하루산행으로 이모든 곳을 다 돌 수는 없는 일, 오늘산행은 국내 최대의 억새군락지 사자평을 포기하고 산행과 억새, 이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아보는 영남알프스 5개봉 종주코스를 택한 산행이다.
배내고개에서 시작되는 첫 번째 봉 '배내봉'을 시작으로 '간월산', '신불산', '취서산', '오룡산'등 5개봉을 잇는 코스는 억새산행을 한껏 만족하면서 아기자기한 암릉산행과 호젓한 숲 속 산행을 동시에 맛 볼 수 있고, 청명한 가을! 이것저것 보아가며 마음껏 걸어볼 수 있는 재미있는 산행코스이다.
오늘산행은 대구에서 10명, 김해에서 1명이 합류, 11명의 일행으로 산행을 했으며, 차량회수의 사정으로 인해 '오룡산'을 오르지 못하고 대신 '시살등'을 5개봉 속에 포함시킨 약간 반칙 성 종주로 마무리한 부분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굳이 종주욕심에만 고집하지 않고 팀의 형편에 맞는 원만하고 무난한 산행 이였다고 자평을 해본다.
◆ 산행일자 : 2001년 10월 07일(첫째 일요일), 날씨 : 청명하나 바람 붐
◆ 산행장소 : 울산시 상북면 영남알프스, 인원 11명(남 6명, 여 5명)
◆ 산행코스 및 구간별 시간대
- 08시 18분 : 배내고개에서 산행시작(후미 3명)
- 08시 18분 : 배내봉(966m) 정상 통과
- 08시 56분 : 첫 전망대 바위(대기하고 있는 일행 합류)
- 09시 48분 : 간월산(1,083m)정상(막걸리 한잔하고 20분간 휴식 후 출발)
- 10시 24분 : 간월재 도착
- 11시 00분 : 신불산(1,209m)정상(돌탑에서 정상주, 20분 휴식 후 출발)
- 11시 35분 : 신불평원(신불재) 도착
- 12시 31분 : 취서산(1,092m)정상, '영취산'이라고도 함.
- 13시 30분 : 식사 끝. 출발시간
- 14시 12분 : 백운암 삼거리
- 15시 00분 : 한피기 고개(사거리안부)
- 14시 19분 : 한피기 고개(시살등 갔다온 후 하산시작)
- 16시 20분 : 청석골 합수점(사실상 산행이 끝남)
◆ 총 소요거리 : 약 8시간(식사 휴식 포함) ◆ 총 산행거리 : 약 19 Km(표시거리 참조)
《산행기》
어쩌다보니 단골 집결장소가 되어버린 이곳 모 병원 주차장,
04시 30분 약속을 잘못 알고 40분전에 나와서 기다리던 김호연 두 부자, 원! 부지런도 하셔,
언제나 반가운 마암님부부, 그리고 칠곡에서 택시를 타고 막 도착한 열성파 두 아가씨, 곧이어 빈손님이 안방마님을 대동하여 마지막으로 나타나자 반가운 얼굴들이 모두 도착한다.
영남알프스 상품이 괜찮긴 괜찮은 모양이다. 김해 1명 포함하여 모두 11명이나 되니 말이다.
팔조령을 넘어 청도, 밀양을 지나 꾸불꾸불 석남고개를 오를 땐 이미 해가 떠올랐다.
산곡의 나무잎새는 어느 듯 단풍의 색감으로 물들어가고 고개를 넘어가는 24번 도로가 양쪽에는 영남알프스 산군들이 부드러운 곡선미를 자랑하며 저 멀리 희뿌옇게 바라다 보인다.
석남터널을 빠져 나와 배내골 입구에서 김해의 산사나이 산자님와 합류하고는, 배내고개 올라가는 찻길 옆 공터에, 아직 개시 전인 야전가게 평상을 빌려 아침식사 장소로 삼는다.
여태껏 유달리 불던 바람도 이곳에 오자 덜 부는 것 같고..., 장소가 아주 멋지다.
마당 안뜰에 활짝 핀 코스모스가 수줍은 듯 바람에 하늘거린다.
넓은 마당한쪽에는 수돗가도 있고 간이 천막집안에는 사람이 숙식을 하는 것 같았다.
준비한 아침식사는 '소피국'이다. 우거지 해장국의 일종으로 대구에서는 그렇게 부른다.
최재공씨가 준비한 식은 밥에다 데운 국 한 그릇씩 떠서 담으니 소위말해 소피국밥이 된다.
꽤나 추운 새벽녘에 따끈한 국밥에다 깍두기 한 쪽 걸쳐먹는 폼이 영락없는 거지 행색이다.
이것도 그림이라고 사진 한 컷하겠다고 카메라 가지려가던 김호연씨, 흠짓! 놀라면서 금방 얼굴 색이 변한다. 카메라를 옮겨싣는다는 것이 깜빡 차에다 두고 그냥 온 모양이다. 우째 이런 일이....쯧,
이 양반한테 카메라는 곧 전선에서의 총이다. 그걸 두고 왔으니...,
허허 이 친구, 억새풀도 못 찍게 생겼고, 오늘 전선에서는 죽은목숨이나 다름없다.
혹시? 마암님에게 카메라를 가져 왔냐고 묻자, 고개를 가로 저으며 하는 말,
"내가 어딜 감히 호연아우 앞에서 카메라를 들고 오다뇨?"한다. 헉, 흐흐... 할 말없다.
다행히 푸르매가 가져온 소형카메라가 있어 그나마 '꽝'이 될 뻔한 억새산행의 명맥은 잇게됐다.
산행들머리가 되는 배내고개에 다다르자 바람이 거세게 불어댄다.
하산지점에 차량이동 할 3명만 남겨두고는 나머지일행들은 먼저 천천히 오르도록 한다.
운전자 3명은 각자 차를 몰고 하산지점이 되는 백련마을앞 다리를 건너 마지막가계 집 공터마당에다 차 두 대를 주차시켜놓고 한 대의 차로 다시 배내고개로 돌아온다.(약 30분 소요)
08시18분, 차를 갖다두고 온 3명은 뒤늦게 총총히 산을 오른다.
꾸준한 오르막을 20분 가량 오르자 능선에 닿게되고 08시42분, 배내봉 정상에 올라선다.
배내봉(966m)정상은 넓은 공터에 정상석이 서있고 나무가 없어 사방이 트인 봉우리다.
배내봉에 있겠다고 전화한 일행들은 기다리다 못해 재차 이동을 한 모양이다.
일행을 만날 때까지 계속 논스톱으로 달리자 바위날등이 시작되는 전방에 쉬고있는 일행들이 보인다. 08시56분, 먼저간 일행들과 합류하고는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모두가 함께 떠난다.
산길양쪽에 흩어진 억새풀사이 간혈적으로 피어있는 코스모스가 애교스럽다.
간월산 오르기 전 한동안 이어지는 산길 곳곳엔 멋진 전망대가 수시로 나타난다.
(간월산에서 간월재 내려서는 길 중간 억새길)
동쪽은 급한 절벽이요, 서쪽은 완만한 산사면 이다.
아기자기한 바위지대를 다 지나면 곧이어 간월산 오르막이 시작된다.
서서히 열을 받으며 20분 가량 비탈을 올려치자 정상석이 팔을 당기듯, 간월산에 오른다.
09시48분, 작은 바위사이에 정상석이 박혀있는 간월산(1083m)정상에 선 시간이다.
영남알프스의 1,000m급 아홉 봉이 한눈에 조망되는 멋진 전망이 터져 나온다.
정북을 12시 방향으로 볼 때, 11시 방향, 영남알프스 최고봉 가지산(1240m) 10시, 운문산(1188m) 12시, 문복산(1013.5m) 1시, 고헌산(1032.8m), 9시, 사자봉(1189m),수미봉(1108m), 5시, 신불산(1208.9m) 6시, 취서산(1058.9m) 등, 기라성 같은 봉우리가 눈 돌리는 데로 관망된다.
간월산에서 여태 참아왔던 막걸리 한잔씩을 기분 좋게 걸친다. 캬~~ 역시..!
기념촬영도하고 20분 가량 쉰 뒤 간간이 박혀있는 바윗돌을 딛고 내려서자 간월재다.(10:24)
과거에 온통 억새풀로 뒤덮여 오솔길만 겨우나있던 이곳은 간월 억새평원으로 사랑 받던 곳이었다만, 하지만 오늘 본 광경은 눈을 의심케 할 정도로 참혹하게 망가져 있었다.
훼손의 주범은 차량이다.
안부양쪽으로 나있는 임간도로를 통해 오늘도 약 70여대의 차량(세어봤음)이 올라와 있다.
억새밭은 흙을 흉물스럽게 드러낸 채 산상주차장으로 변해 있었고, 거기다 음식물을 파는 장사치들까지 가세하여 판을 벌리니, 술판, 먹자판..., 이건 산이 아니라 무슨 시장 통이나 진배없다.
여기저기 마구 버려진 쓰레기는 또 어떤가? 이리딩굴 저리딩굴 한마디로 개(?)판이다.
'울산시 상북면'에서 관리를 하는지...? 아니면 경남도 모 부처에 관리를 하는지는 몰라도...
국민의 세금을 들여 임간도로를 내어놓았을 땐, 분명 이런 용도로 뚫어놓은 건 아닐 터인데 어찌하여 통제도 않는 채 무방비로 내버려두어 이런 결과를 획책하는지....! 괜히 화가 난다.
영남알프스 전체의 임간도로가 오프로드니 뭐니 하면서 4륜차가 파헤쳐 놓더니 이제는 승용차까지 오르내리면 아까운 세금 들여만든 이곳들, 몽땅 망가지는 건 시간문제다.
기분도 나쁘고, 꼴도 보기 싫고, 이곳을 총총히 벗어나서 산을 향해 오른다. 에잇!
넓어진 억새밭 사잇길을 한동안 쳐 올리면 바위지대 한곳을 통과하게되고 이내 능선에 붙는다.
( 신불산에서 신불평원 내려오는 산길)
우측 난 길을 무시하고 곧장 가면 마치 잘 다듬어 놓은 듯한 예쁜 바위봉에 서고,
다시 앞에 보이는 봉을 향해 조금 오르면 넓고 두리뭉실한 신불산 정상이다.(11:00)
신불산(1209m)은 영남알프스 산군 중 제2봉으로서 사자평 다음으로 넓은 억새밭(신불평원)을 품고있고 동쪽으로 형성된 암릉엔 신불공룡릿지, 아리랑릿지 등, 멋진 바윗길들이 있다.
바람이 꽤 부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즐기고 있다.
정상 한켠에 댕기머리 사나이가 차를 끓여 파는 모습도 보이고, 멋지게 쌓아올려져 있던 돌탑이 언제 무너졌는지? 반쯤 무너져있는 모습이 약간 안스럽다.
무너진 돌탑에 기대어 앉아 11명의 일행들은 모처럼 즐거운 휴식시간을 갖는다.
산자님이 처음 나온 빈손님 마나님의 복장을 보고 완전 고수 복장이라며 한마디 띄우면서 오늘의 분위기맨으로 나선다. 릿지용 장갑에다 특이한 모자, 멋진 스틱에다 그리고 검은색 고글까지.., 음 멋져!
두 부부에게 시선집중, 고3 아들을 둔 엄마를 억새산행에 모셔오느라 꽤나 신경 쓴 흔적이 역려하다. 모두들 한마디씩 거들어대자 금방 웃음 가득한 분위기로 변하고, 모든 상념들은 일순간 사라진다.
(신불산 정상에서 일행들 단체촬영)
11시35분, 휴식을 마치고 신불산 비탈을 내려서자 신불재 사거리안부에 닿는다.
좌측은 가천리, 우측은 배내골 하산길이 억새풀밭사이로 뚜렷이 열려있다.
온통 억새풀로 뒤덮인 광활한 신불평원이 과연 그 명성에 걸맞게 그야말로 장관이다.
가을햇살을 받아 더욱 영롱하게 비치는 수천 수만 개의 억새꽃이 바람결에 일렁이는 그 모습이란 그 인상깊은 모습을 차마 글로서 표현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아직 덜 핀 억새꽃이 더러 있었으나 호연이의 설명 왈, 초반가뭄의 영향을 받아 생육상태가 전반적으로 안 좋아서 그런 것이라며 다음주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을 거라는 설명이다.
그렇다, 약간 이른 듯 덜 피긴 했으나 억새의 풍광 그 자체는 완연하다.
푸르매의 카메라는 호연씨에게 건네 간지 오래다.
어느새 36판짜리 필름감기는 소리가 들린다. 사정없이 찍어대는구먼...!
난 사진을 아직 잘 몰라 욕심나는 구도가 어떤 건지...? 그저 인물사진만 몇 장 찍는 정도로 사진을 찍었다고 생각하는데 호연씨는 뭘 찍는지 항상 필름 대여섯 통은 갖고 있어야한단다.
(영취산으로 이어지는 끝없는 억새 평원 길)
신불재를 지나 취서산(영취산)까지는 계속해서 억새평원길이 이어진다.
1045봉을 살짝 오르면 취서산은 손에 잡힐 듯 빤히 보이나 약 50분 정도를 가야하는 거리.
짙푸른 가을하늘아래 억새풀 산들거리는 초원 길을 걷노라면 산을 오른자만이 갖는 행복감에 젖으면서 인생사 숫한 고뇌들은 한낱 바람결에 날려보내고 마냥 즐거움만 있을 뿐이다.
능선길 좌측(東)에 바위들이 촘촘히 박혀있는 아리랑릿지길이 멋있게 보인다.
이 근처 능선좌측지대를 보면 주로 급사면지형이 형성되어있는 반면, 우측(西)은 거의 완만한 평지로 되어있어 초원의 한가함과 고도의 짜릿함을 동시에 맛 볼 수 있는 곳이다.
취서산으로 곧장 가는 억새밭길을 버리고 우측 너덜경길이 또한 변화를 주는 멋진 길이 된다.
울퉁불퉁 돌길을 밟는 재미가 있고 누군가가 쌓아올린 크고 작은 여러 돌탑들이 볼만하다.
이 길을 계속 따르면 작은 계류지대가 있는 곳에 샘터도 만날 수 있다.
너덜경 밭에 각자 돌을 줏어서 우리만의 작은 케른 하나를 만들어 놓고 이곳을 벗어난다.
(신불평원 능선에서 동쪽 절벽쪽으로 바라본 아리랑릿지 바위지대)
너덜경을 버리고 다시 원 길로 나오면 완만한 경사를 한차례 오르고는 취서산 이다.(12:31)
취서산(1092m)정상은 암봉으로 되어있고 통도사 쪽에서 주로 많이 오르는 산이다.
많은 산객들이 올라 삼삼오오 앉아있고, 어느 직장단체 팀은 한창 정상식을 진행중이다.
때가 되어서인지 여기저기 식사풍경이 많이 띈다.
우리도 얼른 단체사진 한 장 찍고 바람이 덜 부는 식사자리를 찾아 판을 짜본다.
각자 준비한 개인도시락을 한데 펼쳐놓고 근사한 산상의 식사 판을 벌려본다.
빈손님마님이 준비하신 오늘의 인기메뉴, 돼지수육이 술안주로 등장하자 식사와 함께 곁들이는 막걸리 잔이 분주하다. 너나없이 한잔씩 걸치는 한잔 술, 오늘은 푸르매아가씨도 물러서지 않는다.
어쭈! 뭐야, 푸르매의 기본실력이 나온다 이거지?'
식사 내내, 분위기맨 산자님의 입담은 술맛, 밥맛 가리지 않고 여지없이 분위기를 돋운다.
산중의 식사, 혼자일 때와 여럿일 때, 분위기와 여건에 따라 이토록 달라지는 게 바로 등산이다.
(신불평원에서 빈손님 부부의 기념사진)
13시30분, 즐거운 식사와 휴식을 모두 끝내고 다시 출발한다.
취서산을 내려서면서 방향은 서쪽으로 바뀌고 10분 채 못 미쳐 비로암 갈림길이 나온다.
낡은 철 구조물이 있는 1058봉을 지나면 억새밭길은 끝나고 모처럼 숲 속 길을 만난다.
지금까지의 길과 양상이 전혀 다른 울퉁불퉁한 바윗길을 오르내리는 길을 간다.
능선 왼쪽으로 더욱 구체적인 절벽지대가 드러나고 아기자기한 암릉을 타면서 진행하는 길이 한참 재미를 더할 때, 바위 턱을 올라 로프가 설치된 바위내림길이 한군데를 만난다.
로프를 마다하고 옆으로 살짝 뛰어내려 재차 중심잡고 방향을 돌리는 순간, 뭔가 무릎을 심하게 때리면서 숨이 멎는 통증과 함께 하늘이 노래진다. 아이쿠! 이게 뭐야....??
바위한가운데 베어낸 짤막한 나무둥치 끄트머리를 무릎이 사정없이 갖다 박은 것이다.
무릎 뼈가 깨진 줄 알았더니 그 정도는 아니었고, 충격에 의한 상처와 함께 통증이 심했다.
일행들의 걱정을 무마시키고 절룩거리면서 앞을 나서자 곧 백운암 삼거리가 나온다(14:12)
안부좌측으로 백운암을 거쳐 양산 통도사로 하산하는 길이 잘 나있다.
(신불평원에서 마암님 부부, 뒤로 채이봉과 시살등이 보인다)
계속 직진하여 숲 속을 들어서면 길은 좀더 좁아진 오솔길로 이어진다.
발 밑에 낙엽을 밟으며 나무숲이 좋은 정감어린 산길을 얼마간 가면 지능선이 잘 발달된 능선삼거리가 나온다. 직진하듯 가는 우측 길은 청석좌골과 청석우골 사이능선 길로서 배내골로 내려설 수 있다.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 능선 날등으로 올라서자 눈앞에 마치 송곳니처럼 툭 튀어나온 거대한 암봉(체이봉)이 눈에 들어오고 또한 능선길 내내 발아래 펼쳐지는 통도사쪽 절벽전망대가 수시로 출몰한다.
무릎통증은 내려디딜 때에 아픔이 더했으나 그런 데로 주물주물 참아가며 걸어간다.
송곳니바위, 즉 체이봉을 우회하여 숲길을 잠시 벗어나면 잡목과 풀숲이 우거진 사이로 길이 이어가다 전방에 마치 활처럼 휘어지는 능선모습의 시살등이 보이고 얼마안가 '한피기고개'에 도달한다.(15:00)
체이봉 전에서 아무얘기 없이 볼일을 봤더니, 어디 갔나...? 찾던 일행들, 나를 보자 반긴다.
'한피기고개'는 좌우로 산길이 열려있는 사거리안부다.
좌측, 자장암을 거쳐 통도사 갈 수 있고, 우측이 오늘의 하산길 '백련마을' 가는 길이다.
스텐으로 잘 만들어놓은 안내간판이 양쪽 기둥만 서있는 채 떨어져있다.
떨어진 간판에는 "배내골 5,1Km, 자장암 3.4Km" 써져있음을 확인한다.
배내골 5.1Km라...? 다소 의외의 거리다.
하지만 시간 반 잡아도 오후 5시안이면 될 것 같고, 일단은 시살등을 갔다오고 볼일이다.
배낭을 내려두고 시살등을 갔다오자니까 처음엔 눈치만 보고 아무도 안 가려고 한다.
엥? "여기까지 와서 저걸 빼먹으면 오늘산행의 가치가 말짱 '꽝'이고 헛일 아이가!" 하며 공갈을 치고는 8분이면 된다고 꼬드기자, 어라...? 멈춰선 소 모양 그래도 모두들 반응이 없다.
다시 "자, 푸르매 출발하지!" 하며 압력(?)을 넣자, 용감한 푸르매 앞을 나선다.
히히, 푸르매가 앞장서니까 모두들 자존심 안 깨지려고 줄줄이 따라나선다.
빠른 걸음으로 달리자 꼭 6분만에 시살등(980.9m)에 올라선다.(우측 능선길 나있음)
(시살등 정상에서, 오늘산행에 대한 설명과 잡담들...)
'시살등', 활처럼 휘어 가는 곳이라 하여 이름 부르며 온 사방이 확 트인 아담한 봉우리이다.
한겨울이면 칼바람이 매섭고 봄이면 울긋불긋한 꽃동산 같은 곳이다.
눈앞에 오룡산(966.9m)이 보이고 그 뒤로 영남알프스의 막내봉인 염수봉(816.1m)이, 그리고 저 멀리 낙동강에 발을 담그고 있을 토곡산(855m)이 가물거린다.
원래 5개봉(배내, 간월, 신불, 영취, 오룡)을 답파하는 종주코스는 앞에 보이는 오룡산을 올라야 완성되지만 차량회수의 한계 상 이곳 시살등을 대신하고 다시 한피기고개로 되돌아간다.
15시14분, 고개에서 내려와 '청석右골'로 내려서는 길은 급한 경사는 거의 없고 완만하게 내려가는 코스로서 그야말로 자연미가 잘 보존된 때묻지 않은 산길이다.
10여분 내려서면 계류발원지가 되는 샘을 만나고 좌측 계곡물소리를 들으며 참나무 숲 속 길을 1시간 남짓 내려가자 곧 左골과 右골이 만나는 계곡 합수점이다.(16:20)
계곡에서 잠시 휴식과 함께 탁족의 시간을 가진 뒤, 몇 걸음 내려오자 '청석좌골'로 올라가는 삼거리길목에 거리가 맞지 않는 표지판이 서있다. "백련암 2.4Km, 한피기고개 2.4Km", 여기서 백련암은 0.5Km 거리도 안 되는 곳에 있는데, 2.4Km가 맞지 않고, 위에서 배내골 5,1Km도 안 맞는 것 같다. (여기서 배내골은 약 0.8Km 거리임)
표지판에서 70여 미터 내려오자 새벽에 차를 세워놓은 마지막 집 마당에 당도한다.(16:35)
배내고개에서 시작한 오늘산행이 모두 끝나는 시점이다.
배내골은 10여 년 전, 내가 처음으로 왔을 때와는 모든 것이 너무나 많이 변해 있었다.
마지막 집이란 이곳도 과거엔 농장이었던 곳에 지금은 수십 개의 방을 들여놓은 큰 음식 집으로 변모했고, 이천리 죽전, 백련, 이 두 오지마을로 들어오는 비좁은 골짝 길은 양 길가 먼지만 뿌연 채 몇 안되는 원주민만 주로 밭을 붙여먹고 살고 있었으나, 지금은 꽤 규모 있는 연수원도 몇 군데 있는가 하면 골짝 곳곳에 외지인들의 음식점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 모습이 여뉘 도심을 방불케 하고있었다.
물 좋고 산 좋은 배내골의 변모, 이것은 과거 청정계곡을 자랑하던 배내골의 죽음을 뜻한다.
밀양이 고향이신 마암님이 자기네 홈그라운드 구역이라며 오늘의 뒤풀이를 쏘시겠단다.
이곳 마당에다 주차를 한 죄도 있고 해서 주인장에게 백숙 두 마리에다 동동주 한 상을 청하였더니 음식점 주인왈, 사람 11명에 백숙 2마리가 뭐냐며 3마리가 아니면 팔지 안겠단다.
(배내골 배내산장주점 에서의 단체 촬영, 주인이 한캇트 써비스)
원, 세상에나! 백숙 한 마리면 어떻고 파전 한 조각이면 어떠랴!
장사가 음식 있으면 파는 게 장사지, 음식 두고 안 팔겠다는 건 또 뭐야...?
손님이 많아서 그런지 몰라도 그저 준대도 먹고싶은 마음이 싹 사라진다. 산골인심 무섭다.
자리를 옮겨 과거 산객들이 자주 이용하던 '배내산장주점'으로 들어간다.
일행들을 친절히 맞으며 방 하나를 내어주면서 정성스럽게 상을 차린다.
백숙 값도 5,000원 싸고 원하는 대로 그저 예예, 대답뿐이다. 이렇게 다를 수가....,^^
세상만사 천태만상, 얻어먹는 것도 복이 있어야하고 음식도 친절한 음식이 맛있는 법이다.
빈손님이 뒤늦게 사 오늘이 본인 귀빠진날이라 한다.
그래요..? 마침 잘됐다. 이왕 차린 음식에 응급처치용 생일케이크 쪼코파이에다 성냥촛불을 켜놓고 다함께 생일축가를 부른다. 그리고 생일축하주 겸 하산주로 다같이 건배를 한다.
(배내산장주점 한켠에 놓여있는 목장승들)
-- 끝 --
작성자 : 이한성 E-mail : bjc2211@mountainpeople.co.kr
추기 : 사진배열이 글 내용과 다소 맞지않는 부분이 있드라도 양해 해 주시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