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의 교통사고 그리고 구제역 사건
95년 3월초 이완구 의원은 잘나가던 충남경찰청장을 그만두고 전격적으로 정치에 입문해 지역사회에 "똑똑한 사람" "젊은 사람이 국회의원 돼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주민들은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홍성의료원 유진권 당시 관리부장이 서류봉투 하나를 갖고 찾아 왔다. 홍성의료원을 현대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이완구 의원이 주민으로부터 지역개발과 관련 처음으로 건의를 받은 것이었다. 표를 먹고사는 정치인이 된 이완구 의원은 언제나 그렇듯이 "국회의원에 당선만 된다면 분명히 현대화하겠다"고 답했다.
96년초 겨울이 다 끝나갈 즈음에 이완구 의원은 "왜 내가 정치에 뛰어들었나... 그만 두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1차 위기를 맞았다. 당시 이완구 의원 부부는 동해 번쩍 서해 번쩍 선거운동에 정신이 없었다.
이완구 의원의 승용차는 지금은 구형이 된 쏘나타 이었고 사모님은 구형 코란도를 타고 다니면서 선거운동에 여념이 없었는데 사모님 차를 운전하는 기사로부터 "큰일났습니다. 청양교육청 앞에서 눈길에 미끄러져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교통사고가 나 사모님을 지금 홍성의료원으로 후송하는 중....."이라면서 전화가 끊어 졌다.
이때 이완구 의원은 홍성군 서부면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긴급 보고를 한후 20여분이 지나지 않아 홍성의료원 응급실로 달려왔다.머리를 다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을 본 순간 이완구 의원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다가 정신을 차린 후 커다란 눈물을 소리 없이 흘렸다. 아무도 눈물까지 흘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다가 눈물을 보자 모두들 말은 하지 않았지만 감동스러운 한 장면이었다, 이것이 내가 본 이완구 의원의 첫번째 눈물이었다.
소식을 들은 사모님 형제들이 서울에서 긴급히 내려오는 등 긴박한 하루가 지나 다행히 큰 사고가 아니어서 퇴원할 수 있었다. 어쩌면 이때 홍성의료원을 어떻게 해서든 현대화해야 한다고 더 마음을 다진지도 모른다. 시간이 흘러 96년 총선에서 홍성의료원 현대화는 공약으로 정식 채택됐다.
당선되고 첫 국회에 입성한 이완구 의원은 이홍구 신한국당 당대표 비서실장이란 중책을 맏고 먼저 보건복지부에 홍성의료원을 현대화 해달라는 뜻을 전달했다, 답은 간단했다 "사업계획서 조차 제출되지 않아 불가능하다"는 것.
행정고등고시를 합격하고 20년 넘게 공직생활을 한 이완구 의원은 올해는 너무 늦었다는 생각을 굳혀 갈 즈음, 당시 이기호 보건복지부 차관이 당대표 비서실로 찾아왔다. 장관을 하기 위한 소위 눈 도장을 찍으려는 고위 공직자들이 흔히 찾아오는 것으로 이해했는데 이때 이완구 의원의 순발력이 유감 없이 드러났다.
"이 차관 홍성의료원을 현대화해야겠는데 좀 도와줘야 겠소"
이 말은 들은 이기호 차관은 머리가 빠르게 돌고 있었다, 안 된다고 하면 눈 도장 찍으러 왔다가 오히려 미운 털을 박히지나 않을까 ? 생각했던지 사업계획서를 추가로 제출하면 검토해 보겠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그 해 8월에 추가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9월에 이강두 당 정책의장과 이기호 차관, 박병원 예산총괄과장과 협의해 97년부터 현대화하기로 최종합의 했다.
이렇게 확정만 되면 2-3년내에 현대화는 완료될 거라 생각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꼬여만 갔다. 상상하지도 않은 일이 앞에 도사리고 있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 먼저 위치 선정이 문제 였다. 홍성의료원측은 홍성읍 외곽 6-7개 후보지를 놓고 검토에 들어갔으나 위치나 부지 매입에 따른 주민들의 비협조로 공전을 거듭하고 있을 때 당시 이종근 군수가 97년5월1일 충남산업대측에서 부지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나자 법적인 문제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면서 위치선정 문제는 더욱 어렵게 돼 갔다.
이때 나온 대안이 광천에 있는 도유지와 홍성읍 소향리 공설운동장옆 군유지와 맞교환하여 신축하기로 결론이 난 것이 97년 10월말이었다. 이제 부지선정 문제가 끝난 줄 알았으나 주민 여론이 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소향리로 가면 영세민등 저소득층이 병원을 이용할 때택시비등 교통비가 추가로 들어가니 현 위치에 신축해야 한다"는 여론과 함께 각종 신문에서 반대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문제가 된 것은 소향리 부지에 대한 지질조사를 해 보니 암반이 발견돼 이를 제거하는데 만 100억원 정도가 추가로 소요된다는 결론이 나자 충남도 측은 사실상 소향리안을 취소했다. 이때가 98년 3월, 이후 지루한 위치선정 문제로 홍성의료원 현대화가 물 건너 가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팽배해져 갔고 상급기관인 행정자치부는 이 문제로 감사원 감사까지 받기까지 이르자 심대평 지사가 98년 11월2일 현위치에 신축한다는 방침을 정하면서 2년 넘게 끌어오던 부지선정 문제가 일단락 됐다.
이후 설계를 하고 건축업자 선정을 위한 각종 행정절차를 밟는데 만 11개월 정도 소요되고 99년 9월16일 마침내 착공식을 했다. 착공식 이튿날 홍성의료원은 홍성군청에 건축협의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여기에서 또 다른 암초를 만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 이상선 당시 군수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건축협의를 지연시키더니 3개월이 지나 건축협의 불가 통보를 한 것,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이유는 교통혼잡 문제라고 했으나 진짜 속내는 당시 이상선 군수와 심대평 지사의 사이는 주위 사람들이 우려할 정도로 불편한 관계였고 또 이완구 의원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여서 소위 고춧가루를 뿌리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이를 해결하는데 만 또 2개월이 걸려 2000년 2월8일 건축협의 완료와 함께 실질적인 공사를 착수할 수 있게 됐다.
공사착공과 함께 홍성의료원과 각별한 인연을 맺는 또 하나의 사건이 16대 총선 선거를 며칠 남겨놓지 않고 터졌다. 이름하여 구제역 사건이다. 축산군인 홍성에 축산농가는 물론 홍성경제가 휘청일 정도의 구제역이 발생해 홍성뿐 아니라 전국축산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이완구 의원은 잠시 선거운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읍면별로 대책회의를 주재 하던 중 금마면 대책회의에서 갈증을 느낀 이완구 의원이 물좀 달라고 하자 금마면 김옥중 여성회장이 구제역 소독약을 식수인줄 착각하고 종이컵에 따라준 것을 마셔버린 것이다.
홍성의료원에 긴급 후송된 이완구 의원은 긴급 위세척을 해 위독상태를 벗어 그 날 저녁 퇴원을 하게 됐다. 그러나 밤 한시 반쯤으로 기억되는데 사모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의원님이 위독하니 빨리 집으로 와달라"는 긴급한 전화였다. 잠자다 말고 대충 옷을 걸쳐 입고 의원님 아파트로 뛰어가 보니 상태가 급속히 악화된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의원님을 등에 업고 다시 홍성의료원 응급실에 입원해 위 내시경을 하는데 담당 의사가 들어와 보란 것. 이완구 의원의 위 상태는 마치 큰 화산이 터져 위벽 모두가 용암이 흘러내린 것 같은 상태였다. 의원님은 다음날 오전까지 혼수상태에 빠져들었다. 사모님과 나는 밤새 한숨을 못 자며 향후 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
우선 목숨이 제일 중요하니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서울의 큰 병원으로 가자는 것이었다. 이 뜻을 의원님 귀에 대고 말하자 의원님은 아무 말씀도 못하시면서 안 된다는 뜻으로 고개만 살짝 가로 저었다. 사모님 교통사고 사건과 의원님의 구제역 사건으로 홍성의료원과는 참으로 각별한 인연이 맺어졌던 것이다.
2000년 6월 충남에서 유일하게 치매병원이 홍성으로 결정돼 32억원이 추가로 투자 2002년 8월 26일 현대화로 신축된 건물에서 진료를 개시했고 홍성의료원 현대화가 확정된 지 6년여만인 2003년 3월 28일 마침내 준공식을 가졌다.
이렇게 산고의 고통과 같은 온갖 우여곡절을 겪은 홍성의료원 현대화는 총 314억원이 투자돼 지하 2층 지상 8층 485병상으로 충남 서북부 최대 최신식 병원이 마련돼 홍성을 비롯한 청양, 예산 보령등 충남 서북부 주민들이 현대화된 의료 혜택을 보게 됐던 것이다. (2009.4.9 시골촌놈)
다음편을 ...
첫댓글 눈물겨운 시간들의 결실인줄 모르고, 험난한 순간들을 잘 혜쳐나온것은 주위분들의 간곡한 기도가 힘이 있었기에........ 훌륭한 의료원이 의하했는데 감사합니다.
지사님 덕분에 의료원 손님이 엄청 많아져 우리 택시기사들 수입도 늘었답니다. 지사님 늘 건강하세요!
감탄이 절로 나올수밖에 없네요...후~~
추진하는 일들이 어떤것일지라도 해내고마시는 지사님 그래서 우린 행복하답니다^^
너무 잼나요~~
사모님도 대단하시네요. 보기에는 연약해 보이시는데....
몸걱정 안하시고 무슨일이든 해 내시는 지사님...그 고마움에 가슴이 뜁니다..하지만 이제 몸을 좀 돌봐 주세요!
정의로운 일 를 위해서 라면 물 불 가리지 않으시는 지사님 땜에 사모님 이 힘드시겠어요 사모님 회이팅!
현재 현대화된 홍성의료원에는 이런 역사가 있었군요..그뒤에 있는 지사님의 해내고자하시는 추진력과 능력이......^*^
이제야 이런일을 알게되어....속상하네요....역시도지사님이시네요~~~
세상에 이글을 읽으면서 저도 눈물이나네요... 이렇게 힘드신고 위험한일이있을줄이야....
사모님은 늘 코스모스처럼 연약한 것 같지만 강인한 면을 갖고계셔서 의원님 곁에 젤 든든한 버티몫.....
아산에 없는 홍성에 훌륭한 병원이 있어 부러웠는데 지사님의 혼신의 노력의 결과 였군요 눈물이 핑 감동

완전 감동이여요~~*^^*
위벽이 모두 녹아 흘러내려 혼수상태에 빠진 상황에서도, 끝까지 선거운동을 하실려는 강한 집념이 제 심금을 울림니다. 꼭 한 번 만나뵙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