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 영화녹음기사 출신 가수 손인호 취입
대선후보 호남선 열차서 급서, 작곡·작사가와 조사받기도
(1절)
목이 메인 이별가를 불러야 옳으냐
돌아서서 피눈물을 흘려야 옳으냐
사랑이란 이런 가요
비 내리는 호남선에
헤어지던 그 인사가 야속도 하더란다
(2절)
다시 못 올 그 날짜를 믿어야 옳으냐
속을 줄을 알면서도 속아야 옳으냐
죄도 많은 청춘이냐
비 내리는 호남선에
떠나가는 열차마다 원수와 같더란다
손로원 작사, 박춘석 작곡의 <비 내리는 호남선>(4분의 2박자, 트로트)은 1956년 영화녹음기사 출신 가수 손인호(본명 손효찬)가 불렀다. 이 노래엔 얽힌 일화들이 꽤 많다.
자유당 시절 ‘못 살겠다 갈아보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야당 대통령후보로 출마한 해공 신익희 선생이 호남선 열차 안에서 심장마비로 급서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 때 고인의 나이는 64세. 민주당 공천으로 대통령 선거에 입후보, 호남지방 연설을 위해 기차를 타고 가던 중이었다. 대선을 열흘 앞두고 일어난 충격적인 일로 국민들은 추도곡처럼 <비 내리는 호남선>을 애창했다. 그 바람에 노래는 인기를 모았다. 때를 같이해 유언비어들이 꼬리를 물었다. ‘신익희 선생의 미망인이 작사해 만든 노래’라는 등의 말이 나돌았다. 삽시간소문이 퍼지면서 가수, 작사가, 작곡가가 경찰조사를 받았다.
“담당 수사관이 대뜸 ‘이 노래를 취입할 때 어떤 감정으로 불렀느냐?’고 묻더군. 그래서 ‘가수는 감정을 갖고 노래를 해야지 감정없이 부르면 그건 가수가 아니죠’라고 답했지. 그러자 수사관이 어이가 없다는 듯 쳐다보는 거야.” 손 씨의 회고다.
<비 내리는 호남선>은 바빠서 1년 이상 취입을 미뤄왔던 곡으로 녹음작업 중 반주가 틀렸음에도 ‘별로 히트되지 않을 가요’라고 판단,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긴 곡이었다. 노래도 단 한번 만에 OK사인이 났다.
이 노래 역시 영화주제가로 가요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 노래가 흘러나와 가슴을 찡하게 한다. 1963년 상영된 영화 ‘비 나리는 호남선’은 1960년대 나온 대부분의 비극적 내용의 영화처럼 관객들 눈물샘을 자극하는 멜로물이다. 아이와 엄마의 이별 장면이 나오고 헤어지는 장소는 항구와 철도역이 주로 이용됐다.
뱃고동·기차 기적소리와 함께 헤어지는 모습에 극장 안에선 훌쩍이는 소리가 가득했다. ‘비 나리는 호남선’도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영화 중 하나였다. 마지막 장면의 촬영지는 당시 전라남도 광주역이었다.
영화 내용은 여자주인공이 직장을 찾아 서울로 간 남자를 찾아 상경한다. 일이 꼬여 만나지 못하고 그녀는 아이를 낳게 된다. 어느 날 아이는 병에 걸리고 입원비를 구하지 못한 그는 살인을 저지른다. 일하러 다니던 집의 남자 주인으로부터 유혹을 받다가 늑대처럼 달려드는 그를 그만 죽인 것이다. 지방으로 쫓겨 다니던 그녀는 자수를 하고 경찰에 연행된다.
서울로 압송되기 위해 수갑을 찬 채 기차를 타고 떠나는 장면은 압권이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아이가 떠나가는 기차를 따라 달려가며 ‘엄마!~’하고 소리치며 울부짖는다. 엄마는 기차 안에서 아이 이름을 불러대고, 그 때 <비 내리는 호남선> 주제곡이 슬프게 흐르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재미나는 점은 영화 속에 여주인공이 붙잡혀갈 때 경찰 ‘백차’가 나온다는 점이다. 지프처럼 생긴 차로 흰색이어서 붙여진 별칭이다. 아이들에겐 무서움의 대상이었다.
영화는 윤예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김승호, 이대엽(마산출신/현재 성남시장), 이경희 등이 출연한다. 이들 중 눈길을 끄는 사람은 김승호(본명 김해수)다. 1918년 철원에서 3대 독자로 태어나 보성고보를 졸업했다. 동양극장·신협 등에서 25년간 연극생활을 했으며 영화인협회이사장도 지냈다. 1946년 영화 ‘자유만세’로 데뷔한 뒤 ‘마부’(1961년) ‘굴비’(1963) 등 35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독특한 인간미의 연기자로 1968년 별세했다.
노래를 취입한 손인호는 ‘얼굴 없는 가수’로 유명하다. 7번의 대종상(녹음부문)을 받은 이래 가요계의 신비주의 마케팅전략을 쓴 것이다. 하지만 가수로서 받은 상은 하나도 없다.
1953년 <나는 울었네>로 데뷔한 뒤 <비 내리는 호남선> <물새야 왜 우느냐> <한 많은 대동강> <울어라 기타줄> <하룻밤 풋사랑> <해운대 엘레지> 등 히트곡들을 냈다. 10여 년 정상에 서있는 동안에도 방송에 출연하지 않았고 심지어 일반무대에서 조차 볼 수 없었다.
그는 가수보다는 영화녹음기사로 더 유명세를 탔다. 이만희 감독의 ‘돌아오지 않는 해병’을 비롯, 신상옥 감독 등 내로라하는 영화감독들의 작품이 그의 손을 거쳤다. 발표한 노래는 150여곡이지만 녹음한 영화는 약 2천 편에 이른다. 우리나라 영화녹음 발전사의 산증인인 처남 이경순씨와 한양녹음실을 운영하며 녹음한 영화는 약 3천5백편. 1950~90년대 한국영화의 70∼80%를 맡았다.
보릿고개시절, 라디오와 영화를 동시에 장악한 ‘소리 마술사’ 손씨는 ‘38따라지’다. 1927년 평안북도 창성군에서 태어나 창성보통학교 6학년 때 수풍댐 건설로 마을이 물에 잠기자 가족 모두 만주 창춘으로 이사했다. 광복 뒤 신의주로 옮긴 그는 평양에서 열린 이북도민 전체 노래자랑대회인 ‘관서콩쿠르대회’에 나가 <집 없는 천사>를 불러 1등을 했다. 이때 심사위원장으로부터 ‘가수가 되려면 남쪽으로 가야 소질을 살릴 수 있다’는 말을 듣고 1946년 12월 6살 위인 형과 서울로 왔다. 6·25전쟁이 터지자 그는 군 연예인 공작대에 들어가 ‘군번 없는 용사’로 전쟁터를 누볐다. 제대 후엔 공보처 녹음실에 입사, ‘대한뉘우∼스(뉴스)’ 녹음을 맡으며 영화녹음기사로 뛰었다. 그 무렵 작곡가 박시춘 등 많은 음악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런 인연으로 취입한 곡이 <나는 울었네>, <숨 쉬는 거리>이다.
가족은 부인(이선자 여사)과 3남1녀의 자녀가 있다. 그의 음악적 인자를 물려받은 장남 손동준 씨가 몇 년 전 <사랑은 OX>란 곡으로 데뷔, 대를 이은 가수로 활동 중이다.
손 씨가 브라운관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2001년. 75세 때 KBS-1TV 가요무대 특집방송 ‘얼굴 없는 가수 손인호 편’에서다. 2003년 뒤늦게 한국연예협회 가수분과위원회에 입회, 77세가 되어서야 가수에 적을 둔 것이다. 2004년엔 40여년만의 신곡 <휴전선아 말해다오>를 발표했다. 우리나라 최고령 가수의 취입곡이 된 셈이다.
왕 성 상
·한국연예협회
가수분과위원회(등록 제865호)
·wss4044@hanmail.net/011-238-4044
var flashVersion = parent.swfobject.getFlashPlayerVersion();
if(typeof flashVersion != "undefined" && typeof flashVersion.major != "undefined" && flashVersion.major >= 10 && typeof ExifViewer != "undefined"){
var getTxImages = function () {
var result, txImages, images, i, len, img;
result = [];
images = [];
txImages = document.body.getElementsByTagName("img");
len = txImages.length;
for (i = 0; i < len; i += 1) {
img = txImages[i];
if (/tx\-daum\-image|txc\-image/.test(img.className)) {
images.push(img);
}
}
return result;
};
var txImages = getTxImages();
ExifViewer.load({
serviceName: "blog",
images: txImages,
showAllItem: false,
imageViewer: {
templateValue: {
blogid: encodeURIComponent(BLOGID),
articleurl: encodeURIComponent("http://blog.daum.net/hoonsamo/9152088")
},
photoList: {
photoListProtocol: "blogphotolistselect",
photoListDataFromUrl: "http://blog.daum.net/_blog/api/PhotoListSelectImageViewer.do?blogid={blogid}&articleurl={articleurl}&imageurl={imageurl}"
},
groupList: {
groupListProtocol: "blogcatelist",
groupListDataFromUrl: "http://blog.daum.net/_blog/api/CategoryList.do?blogid={blogid}"
},
data: {
count: txImages.length,
getViewingUrl: function (index) {
return txImages[index].src;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