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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일 여의도 렉싱턴 호텔 'Yanks & Mettz'에서 지상파 3사 방송해설가들이 모여 2009시즌을 전망했다. (사진 좌로부터 이용철 KBS 해설위원, 허구연 MBC 해설위원, 박노준 SBS 해설위원) |
지난해 프로야구는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500만 관중 돌파라는 신기원을 동시에 수립했습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뒤부터 차근차근 기본을 쌓은 한국야구의 저력과 롯데의 선전, 막판까지 치열했던 4강 싸움 등이 빚어낸 긍정적 결과였습니다.
4월 4일부터 시작될 2009시즌도 전망은 밝습니다. 제 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준우승으로 야구 인기가 높고, 8개 구단 전력 평준화로 어느 때보다 뜨거운 접전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2009시즌 개막을 맞아 <스포츠춘추>에서는 공중파 방송 3사 해설가들과 야구팬들이 함께 시즌 전망과 야구계 현안을 논의하는 ‘야구해설가와의 대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야구전문가와 야구팬의 쌍방향 소통으로 야구 보는 관점을 확장하고 공유의 폭을 넓히자는 의도입니다.
올시즌 전망과 야구계 현안에 관해 궁금증이 있으시다면 허구연 MBC 해설위원, 박노준 SBS 해설위원, 이용철 KBS 해설위원(나이 순) 등 방송 3사 간판 해설가에게 댓글로 과감하게 질문해보세요. 세 분의 야구해설가들이 명쾌한 답변을 해드릴 것입니다.
박동희 - 바쁘신 와중에 이렇게 귀중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각 지상파 방송사를 대표하는 간판 야구해설가님들을 모시고 이렇게 2009시즌 전망을 하게 돼 영광입니다. 아무쪼록 해설가분들과 야구팬들의 쌍방향 소통이 우리의 야구보는 재미를 한층 증폭시키는 계기가 되길 희망합니다. 먼저 허구연 해설위원께 질문드리겠습니다. 올시즌 4강팀을 어느 팀들로 보십니까.
허구연 - 올시즌은 4강을 점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제 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문에 올시즌 스프링캠프를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어요. 그와 같은 이유로 팀 전력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들도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습니다. 단, 선수 면면을 살펴볼 때 SK 와이번스가 4강에 가장 근접한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박동희 - 박노준 해설위원께 질문하겠습니다. ‘롯데나 LG 혹은 KIA가 살아야 프로야구가 산다’는 말이 있을 만큼 국내프로야구에서 세 팀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척 높습니다. 롯데, LG, KIA가 과연 어느 정도의 성적을 낼지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는데요.
박노준 - 롯데의 경우 홍성흔 선수가 두산에서 이적해왔고 제이 로이스터 감독이 건재합니다. 홍성흔의 이적만 놓고 본다면 분명 팀 전력이 상승했고요. 따라서 롯데가 SK와 더불어 4강에 가장 근접한 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LG도 이진영과 정성훈을 영입하며 팀 타선이 강해졌다는 생각입니다. 특히나 두 타자의 영입은 홈런이 가능한 타자가 생겼다는 뜻이기도 한데요. 이 점은 무척 고무적인 사건이라 봅니다. 문제는 투수진인데요.
일전 김재박 LG 감독을 만났을 때 ‘4월을 어떻게 버틸 것인가’를 두고 많은 고민을 하더군요. 어깨수술에서 재활중인 박명환이 선발진에 가세할 때까지 얼마나 LG 마운드가 버틸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LG는 4월만 잘 버티면 4강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크리스 옥스프링과 우규민의 활약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지요.
KIA는 서재응과 최희섭이 제 기량만 발휘해준다면 충분히 4강에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참고로 1995년에 LG, 두산, 해태(KIA 전신), 롯데가 4강을 이루면서 프로야구 최초 500만 관중을 돌파하지 않았습니까. 올해라고 그런 일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습니다.
박동희 - 이용철 위원께 질문드리겠습니다. 올시즌 히어로즈와 한화의 전망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두 팀을 약체로 보는 분들이 많습니다만, 두 팀이야말로 4강의 가장 강력한 다크호스가 아니겠는가 생각하는 분들도 의외로 많습니다.
이용철 - 먼저 히어로즈는 투수력이 무척 강한 팀입니다. 특히나 선발진이 강력해요. 또한 타선도 자세히 보면 힘과 기동력을 겸비하고 있어요. 단, 마무리 황두성이 얼마나 단단하게 뒷문을 지키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잠시 생각하다가)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히어로즈는 4강도 가능한 팀이란 생각입니다.
한화는 전력이 늘 꾸준합니다. 일희일비하지 않아요. 다만, 노장과 젊은 선수들의 조화가 얼마나 이뤄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되겠습니다. 만약 노장 투수들이 무너진다면, 순식간에 투타가 무너지면서 팀 전체가 위기에 봉착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LG 마운드는 담 넘어 불구경하는 마음으로 동료 투수들의 투구를 바라봤다. 올시즌 타선은 보강됐지만 마운드는 의문이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
허구연 - 외부에서 팀 내부 사정을 알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게다가 선수기용은 감독의 고유권한입니다. 따라서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은 매우 한정돼 있습니다. 그저 제가 김재박 감독 입장이라면 봉중근을 선발로 쓰지 않겠는가 하는 정도입니다.
올해로 해설 30주년을 맞는 허구연 MBC 해설위원. 1982년 프로야구 출범 때부터 '라이징 패스트볼' '투심 패스트볼' 베이스 온볼스' 등 당시로선 낯선 야구용어를 쓰며 새로운 해설문화를 개척한 이다 (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
허구연 - LG에 도움이 될 겁니다. 음, LG에서도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고, 좋은 쪽으로 작용된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또한 구장의 모습이 일반적인 구장과 다르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재미있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박노준 - 차라리 LG에 왼손 타자가 많은 만큼 우측 담장만 줄였다면 더 신선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SK의 빛과 그림자, 두산의 프런트, 롯데의 3루수 고민
박동희 - 자,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지난해 1위팀 SK 와이번스를 시작으로 8개 구단 팀 전력을 분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SK입니다. 박 위원님. SK의 3년 연속 우승이 가능할 것으로 보십니까.
박노준 - SK는 공, 수, 주 3박자를 모두 갖춘 팀이에요. 이진영의 공백이 있지만 그 부분은 이호준이 메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국시리즈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면서 단기전에 노하우가 생겼어요. 아시다시피 프런트의 지원도 상당합니다. 모든 면에서 우승권에 근접했다고 봐요.
단, 변수라고 한다면 WBC처럼 단기적인 속성에 근거한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롯데나 두산이 강력한 1, 2선발을 통해 전력을 극대화한다면 상대적으로 1선발 김광현을 제외하고 뚜렷한 2선발이 없는 SK가 두 팀에게 다소 밀리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고 봐요.
박동희 - 두산은 ‘투자’가 반드시 ‘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란 걸 성적으로 입증하는 팀입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 그리고 프런트의 일체감이 8개 구단 가운데 최고란 생각을 하는데요. 이 위원께서는 올시즌 두산의 전망을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이용철 - 두산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구단 운영에서 선수 육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팀입니다. 사실 젊은 선수들은 구단의 관리가 중요한 법입니다. 두산은 코칭스태프들이 1군은 물론이려니와 2군 선수들에게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김경문 감독 또한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을 잘 살피고, 이를 잘 활용하고 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올시즌 신인 성영훈의 활약이 어느 정도가 될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비록 이혜천이 일본행을 선택했지만 젊은 선수들이 그 공백을 충분히 메워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허구연 - 제가 좀 부언 설명을 하자면, ‘감독이 어떤 생각을 하느냐’ 특히 선수기용에 있어 감독이 어떤 생각을 하느냐가 무척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젊은 선수들에게 과감히 기회를 주고 밀어주는 김경문 감독의 뚝심이 두산에서 젊고 좋은 선수들이 자주 나오는 배경으로 작용하지 않나 싶어요.
박동희 - 박 위원께서는 지난해 선수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프로야구 단장에 오른 바 있습니다. 누구보다 구단 프런트의 사정을 잘 아시리라 보는데요. 8개 구단 가운데 최고로 꼽히는 두산 프런트에 관해 한말씀 해주시지요.
박노준 - 두산은 코칭스태프와 프런트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무척 잘 되고 있는 팀입니다. 타팀이 부러울 정도로 잘 되고 있어요. 대화로서 모든 것을 풀고, 성공하면 칭찬하고 실패하더라도 서로가 서로를 감싸주는 배려심이 돋보여요. 솔직히 제가 히어로즈 단장을 했을 땐 두산 프런트처럼 그렇게 하지 못했어요. 왜냐?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돈 구하러 다니는데 바빴거든요.
박동희 - 허 위원님께 다시 여쭙겠습니다. 롯데의 키는 이대호가 쥐고 있습니다. WBC를 통해 김태균이 한국을 대표하는 강타자로 부상했습니다만 이대호야말로 그 못지않은 오른손 강타자입니다. 하지만 김태균의 수비위치가 1루인데 반해 이대호는 3루라는 게 큰 차이입니다. 그만큼 수비부담면에서 이대호가 크다고 볼 수 있는데요. 로이스터 감독은 “올시즌도 우리팀 3루수는 이대호”라고 공표하고 있습니다. 허 위원님이 보시기에 이대호의 3루수 기용이 과연 롯데와 이대호 본인에게 얼마나 득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허구연 - 제가 볼 땐 로이스터 감독의 생각이 맞습니다. (손을 흔들며)페넌트레이스는 단기전이 아니에요. 실책 하나 때문에 팀의 운명이 바뀌거나 하지 않습니다. 이대호가 그렇게 형편없는 수비를 하는 선수도 아닌 만큼 제 생각엔 이대호를 3루수로 활용하는 것이 롯데 전력 극대화를 위해 최선의 방법이라고 봅니다.
지난해 롯데는 오랜 만에 가을에도 야구했다. 올시즌도 가을에 야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우승은 언제? (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
허구연 - WBC에선 윤석민과 봉중근이 좋았습니다. 이 선수들은 마라톤으로 치면 스퍼트를 먼저 한 셈입니다. 하지만 페넌트레이스는 워낙 긴 마라톤이기에 어쩌면 두 선수의 스퍼트가 빨라 되레 시간이 흐를수록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을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WBC에서 손민한이 한 경기도 출전하지 않아 힘을 비축한 게 롯데로선 호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어요.
박노준 - 제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손민한은 WBC를 앞두고 많은 준비를 했습니다. 하지만 대회를 앞두고 오버페이스가 되고 말았어요. 양상문 대표팀 코치가 이를 고려해 등판을 시키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
허구연 - 롯데는 마무리가 문제지 다른 부분은 문제될 게 없습니다. 그동안 여름만 되면 체력이 급속도로 떨어지며 부진에 빠졌지만 지난해 올림픽 브레이크 때 보셨다시피 체력관리도 잘하고 있어요. 기대가 됩니다.
박동희 - 이 위원께서는 삼성에서 프런트와 코치 생활을 하셨습니다. 누구보다 삼성을 잘 아는 야구인 가운데 한분입니다. 올시즌 삼성, 과연 4강에 들며 우승을 노릴 수 있을까요.
이용철 - 근래 삼성을 보면 번번이 외국인 선수 영입에 실패하고 있어요. 이유를 따져봐야 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삼성의 성적은 에이스 배영수의 부활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배영수가 살아나야 삼성 선발진이 살 수 있습니다. 중간계투진은 8개 구단 가운데 최강이에요. WBC 때 정현욱 던지는 걸 보니까 물이 올랐더군요.
물론 불펜이라고 문제가 없는 건 아닙니다. 오승환이 마음에 걸려요. 오승환을 보면 2006년 이후 쉰 적이 없습니다. 정규시즌 끝나면 포스트시즌, 국제대회에 빠짐없이 출전해야 했어요. 본인은 지난해 몸이 좋지 않았다가 재활을 통해 다시 몸을 만들었다고 했는데요. 아쉽게도 WBC 때 부진하고 말았어요. 일단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만 오승환이 무너진다면 삼성이 붕괴될 수도 있습니다.
타격에 있어서는 진정한 세대교체를 이뤄야 한다고 봐요. 지난해는 엄밀한 의미에서 세대교체가 아니었어요. 생각해보세요. 지난해는 젊은 선수들이 정신없이 활약했고 코칭스태프도 그런 선수들을 보며 정신이 없었어요.
젊은 선수들이 올 스프링캠프를 어떻게 보냈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어떤 생각으로 훈련에 임했느냐도 중요합니다. 박석민, 최형우 등이 치고 나간다면 삼성의 미래가 밝아질 겁니다. 아무래도 올시즌이 선동열 감독의 계약 마지막 해인 만큼 4월이 분수령이 될 것 같네요. 만약 4월 성적이 좋지 않다면 선 감독이 조급해질 수 있어요.
허구연 - 삼성은 선 감독의 선수기용이 팀 성적을 좌우하는 키가 될 겁니다. 선 감독이 삼성 감독을 맡으면서 재임기간 동안 꼭 3번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겠다고 목표를 밝힌 바 있거든요. 성적이냐, 젊은 선수들을 키우느냐를 두고 선 감독도 생각이 많을 거예요. 저는 선 감독의 고민을 지켜보는 것도 또 다른 야구보는 재미가 될 거라고 봅니다.
이용철 - 허 위원의 말씀처럼 프런트가 감독에게 성적보다 젊은 선수 기용에 더 많은 관심을 나타내줄 것을 요청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선 감독 입장에서는 '올해 올인하느냐'와 '미래를 내다보느냐' 사이에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고. 음, 그런 의미에서 저는 삼성 프런트의 입장에 따라 삼성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푸른 피의 에이스' 배영수의 활약여부에 따라 올시즌 삼성의 4강행이 결정될 전망이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
박동희 - 3팀 이상 감독이 바뀌는 해, 부상선수들이 전해에 비해 2배 가량 증가하더군요.
박노준 -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그 부분입니다. 그 부분이 문제가 될 수 있어요. 감독 생명을 연장하고자 무리수를 둘 수 있다는 거예요. 따라서 몇 달 후를 내다보는 선수기용을 과연 어느 팀이 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의미있는 야구관전법 같습니다.
허구연 - 앞서 SK 이야기를 했는데요. SK의 경우 선수들의 능력치가 골고루 높습니다. 하지만 올시즌 SK 우승이 쉽지 않을 수 있어요. 2년 동안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습니다만 선수단에서 부상자가 조금씩 나올 수 있고요. 다른 팀들이 SK에 대해서도 많은 준비를 했을 겁니다. 만약 올시즌 SK가 우승에 성공해 해태 이후 첫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에 성공한다면 (환한 표정을 지으며) 정말 김성근 감독은 '야구의 신' 그 이상이 되실 겁니다(웃음).
이용철 - 일전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SK를 관심있게 지켜봤습니다. 훈련을 지긋지긋하게 하더군요(웃음). 그런 훈련이 바탕이 된 까닭일까요. 일본 프로팀과의 연습경기에서 절대 밀리지 않았아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김성근 감독의 철학이 주전과 비주전과의 실력차를 좁히자는 것인 만큼 SK는 주전선수들의 부상을 비주전선수들의 활약으로 충분히 메우지 않을까 싶어요.
돔구장, 시설보다 시설 운영·관리 주체들의 의식전환이 선행돼야
박동희 - 여기서 잠깐 주제를 야구계 현안으로 돌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돔구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돔구장이 중요할까요, 낙후된 지방구장을 개보수 혹은 새 구장으로 교체하는 것이 우선일까요. 아이디 hal0723님 등 여러분들이 이와 관련된 질문을 해주셨습니다.
허구연 -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우선 돔 구장의 경우는 수익성 문제가 있으니까, 서울에 짓는 것이 좋지 않을까 봅니다. 저는 야구중계를 하면서 항상 꿈을 품어왔습니다. 해설가의 생명이 끝나기 전, 돔 구장을 과연 볼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는데요. 요즘 여기저기서 돔구장을 짓겠다고 나서는 걸 보면서 오래된 꿈이 실현되는 것 같아 무척 기분이 좋습니다(웃음). 저는 돔구장도 돔구장이지만 대구, 광주, 대전 등 낙후된 지방구장의 시설보수나 새야구장 건설이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정부의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야구장 건설이 고려됐으면 좋겠어요.
박노준 - 돔 구장은 주변 여건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외국을 보더라도 돔 구장은 대도시 주변, 유동성이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요. 일본 도쿄돔의 경우 야구 뿐만 아니라 365일 문화 행사를 열고 있습니다. 이런 측면이 충분히 고려된다면, 민자 유치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또한 지방구장의 낙후된 시설은 반드시 개선돼야 합니다. 외국 야구관계자들이나 선수들이 찾아왔을 때 지방구장을 보여주면 얼굴이 화끈거릴 만큼 창피한 게 사실이에요.
이용철 - 저는 현실도 무척 중요하다고 봅니다. 인천시가 숭의구장을 철거하며 공원을 만든다고 했다가 그곳에 축구장을 지으려고 한다는 소릴 들었어요. 인천 모 프로축구팀을 위해서라고 하던데요. 여기다 서울 난지도 야구장도 관리 측면에 문제가 많다고 합니다. 12명의 안전요원이 배치되지 않으면 경기를 못하게 한다고 하더군요. (침착한 어조로) 저는 이런 일들을 보며 공무원의 의식 변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어떤 좋은 시설을 지어도 제대로 된 활용은 꿈도 꿀 수 없다고 봐요. 야구는 이젠 국력과도 연결되는 상징이 됐습니다. 체육 공무원분들의 전향적인 자세 전환을 진심으로 바랍니다.
허구연 - (고개를 끄덕이며) 공무원분들도 그렇고요. 정치인들의 의식 변화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구단들이 구장시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어요. 이를 수정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 관심을 가지는 국회의원이 누가 있습니까. 팬이나 이용자의 입장보다는 조례나 법이 우선 아닙니까. 국회의원이나 행정기관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합니다.
박동희 - 박노준 위원님. 히어로즈 단장 재임시절 이런 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으셨던 걸로 압니다.
박노준 - 목동구장에 뭐 하나 설치하려고 하면, 시에 서류를 접수하는 데만 6개월이 걸렸습니다. 야구장에 식당은 고사하고 못 하나도 마음대로 박지 못했어요. 그런 부분이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팬들을 위한 서비스 개선이 필요하지만 이를 시에서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허구연 -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구장의 장기 임대가 이뤄져야 해요. 전두환 5공 정권 때 시도된 적이 있긴 합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하시던 모 인사가 건설부 장관이 되셨을 때 구장의 장기 임대를 비롯해 몇 가지 부분을 개선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공무원들이 조례를 들고 나와 반대를 했습니다. 결국 잠실구장만 장기 임대가 허락됐지요.
조례가 먼저 변해야 합니다. 장관이 나서도 공무원들이 조례를 내밀면 소용이 없어요. 이런 관행을 타파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지난해인가요. 이명박 대통령께서 기업활동 규제 철폐의 상징으로 전봇대를 옮기지 않으셨어요. 체육계에는 그런 전봇대가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야구단이 매년 몇백억을 쏟아부으며 야구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만 지금처럼 수익창출이 가로 막힌 이상 그들에게 희생만을 요구할 순 없어요.
박노준 - 축구시설 보세요. 얼마나 잘 갖춰져 있습니까. 축구인들은 그만큼 노력을 했기 때문에 이 자리에 온 거예요. 야구인들은 무엇을 했습니까.
500만 관중을 시대를 열었지만 구장 인프라는 한숨이 나올 정도로 극악하다. '한국야구의 메카'인 잠실구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제한된 매점수와 시설로 오랜만에 야구장을 찾은 야구팬들은 입맛만 다시다 귀가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
박동희 - 한국축구의 발전 이면엔 실세 정치인의 정치적 입김도 한몫했습니다. 한 개인의 절대 권력을 허용하지 않는 한국야구계의 선진화된 시스템에선 이질적인 현상임에 틀림없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KBO를 비롯한 야구계에 정치적 영향력을 긍정적인 측면에서 발휘할 수 있는 분이 한분쯤은 계셨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박노준 - 야구계에도 그런 기회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야구인들 스스로 기회를 차버렸어요.
허구연 - 물론 그 생각엔 저도 동의를 합니다. 하지만 야구인들은 그럴 때일수록 자신들의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야구해설가는 야구해설에 충실하고, 감독은 감독직에만 충실하면 됩니다. 선수는 선수 직분에 최선을 다하고 프런트를 프런트 일에 열심이면 됩니다. 특히나 대한야구협회와 KBO가 그래요. 하지만 자신의 본분에 충실하지 않으니까 자꾸 일들이 터지는 겁니다. 야구계 밖의 분들을 만나보면, 야구계의 현안을 전혀 몰라요. 박 위원 말대로 야구계의 노력이 부족했던 게 사실입니다.
이용철 - 4,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야구 장비를 들고 초등학교를 방문했던 적이 있습니다. 체육시간에 자원봉사로 야구를 가르쳐 주겠다고 했더니 이를 받아들이는 학교가 채 3%도 안됐어요. 주로 교장 선생님들이 반대를 하셨는데요.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혹시 학생들이 야구를 하다 다치기라도 하면 전적으로 책임을 자신들이 져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그러니까 '귀찮다' 번거롭다'라는 반응이었어요.
이런 일들이 발생한 가장 큰 이유는 야구인들 스스로 '야구는 인기 스포츠'라는 공식에 사로잡혀 야구 발전에 노력을 게을리 했기 때문이에요. 지금 목동구장에서 열리는 고교야구 전국대회지요. 황금사자기대회 한번 보러 오세요. 선수 부족으로 출전하지 못한 팀들도 수두룩합니다.
'비일관성의 일관성'의 한국야구는 아직도 실험중
박동희 - 저는 한국야구계의 특징을 '비일관성의 일관성'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기수, 무승부 등을 비롯한 각종 리그 운영과 규칙 등이 시도 때도 없이 바뀌고 있습니다. 무제한 연장제도도 1년 반짝 운영하다 사라졌지요. 비일관적인 리그 운영이 해마다 일관적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비일관적인 리그 운영이 일관적으로 이어진다면 리그의 전통은 고사하고 권위마저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박노준 - 올해로 프로야구가 28년째를 맞고 있습니다만, 아직 자리를 확고히 잡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특히 인프라 측면에서 그래요. KBO나 야구협회 등 조직을 관장하는 쪽의 의지가 확고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주위의 입김에 많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데요. 확실히 그러한 참견과 부당한 간섭에 못을 박아야 하지 않나 싶어요.
허구연 - 시스템적인 문제에 사적인 것이 많이 개입하고 있어요. 개인이나 특정 구단의 이익이 제도에 개입된다는 것이지요. 원칙이 지켜지면서 합리적으로 운영이 돼야 합니다. 개인이나 구단의 유·불리에 따라 제도가 왔다갔다 하니까 불만이 생기는 거예요.
이용철 -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결국 성적 지상주의 때문이 아니겠어요.
박동희 - 고교야구에 이어 프로야구 시범경기와 올스타전에 승부치기가 도입됐습니다. 한국프로야구의 '비일관성의 일관성'을 고려할 때 정규시즌에 도입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에 관해 해설가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이구동성으로) 도입해선 안됩니다.
이용철 - 프로야구에서 승부치기는 안됩니다. 프로야구는 기록이 중요해요. 승부치기는 '운용의 묘'는 될지 몰라도 기록이 생명이자 역사인 프로야구에선 '운용의 묘'보단 '운용의 원칙'이 중요합니다.
박동희 - 야구계의 또 다른 현안 가운데 하나가 전면드래프트 제도인데요. 이 역시 많은 야구팬들이 해설가분들의 입장을 궁금해 하십니다.
허구연 - 일장일단이 있겠지요. 하지만 벌써 부작용이 들어나고 있잖아요. 유망주가 해외로 나가고, 지방 고교팀에 대한 지원도 줄어들고 있어요. 야구단에서 '지역 출신이냐, 아니냐'란 문제가 무척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개인적으로 유망주 1, 2명 정도는 구단에서 지명해야 하지 않나 봅니다.
박노준 - 우리 야구가 발전하게 결정적 계기 가운데 하나가 연고지 출신 선수들의 활약상이었습니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일본, 미국처럼 완전한 의미의 전면드래프트 제도를 지향해야겠지만 아직은 조금 이르지 않나 봅니다.
이용철 - 지역 연고제를 시행했을 때도 문제점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면 드래프트가 시도됐고요. 어차피 처음 시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 번 시도해보고 문제를 개선하는 게 좋다고 봐요. 하지만 저도 두 분의 말씀처럼 지역 연고제가 어느 정도는 유지돼야 한다고 봅니다.
LG와 KIA를 주목하라
박동희 - 다시 각 팀 전력 분석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이번엔 KIA를 살펴보겠는데요. 첫째, 서재응과 최희섭이 부활할 수 있을까, 둘째, 조범현 감독의 색깔이 나올 수 있을까요가 관심의 대상입니다.
허구연 - 최희섭은 반드시 부활할 겁니다. 지난해엔 개인전인 문제로 부진했던 것 같고요. 올해는 강력한 홈런왕 후보로 봅니다. 서재응은 나름 준비를 잘했다 보고요. 문제는 내야진이에요. 아직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어요. 때문에 KIA는 초반 팀 분위기와 팀 워크이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동희 - 박노준 위원님 만큼 히어로즈를 많이 아는 야구인도 없으실 줄로 압니다. 어떻습니까. 올시즌 히어로즈 전력. 박노준 SBS 해설위원은 선수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프로야구 단장직에 오른 바 있는 엘리트 야구인이다. 서울산업대 교수를 겸임하고 있는 박 위원은 보다 고급스런 야구해설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생각이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박노준 - (고개를 끄덕이며) 다 지난 일이니 이제 이야기 하도록 하지요. 프로는 역시 돈이 아니겠습니까. 지난해는 돈이 없어서 선수들에게 돈을 제대로 주지 못했어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연봉이 그렇게 깎이면서는 선수들은 열심히 뛰었어요. 아마 저 같았으면 뛰지도 못했을 거예요. 지난해는 잘 아시겠지만 스프링캠프도 가지 못했어요. 김수경은 후반기에 몸이 만들어졌고요.
허구연 - 말 끊어서 미안한데요. 박 위원은 8개 구단을 유지해 후배들의 일자리를 지킨 사람이에요. 그런데 억울하게 후배들의 연봉 후려치기를 강행한 이로만 기억하는 분들이 많아요. 이 부분은 하루 빨리 바로 잡혀야 한다고 봐요.
박노준 - (허 위원을 바라보며)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고맙습니다. 다시 히어로즈 전력 이야기로 돌아가서, 하지만 올해는 다릅니다. 구단이 연봉을 대폭 올려줬고요. 스프링캠프도 다녀왔습니다. 전력 면에서도 발전이 많았어요. 투수력 부분에선 8개 구단 가운데 상위 클래스입니다. 김시진 감독이 투수력에 대한 나름의 복안이 있을 것입니다.
걱정스러운 건 마무리 황두성입니다. 전문 마무리가 아니거든요. 작년에도 기복을 보였고요. 이런 기복이 없어야 합니다. 황두성이 충실히 마무리 역할을 해 줘야만 4강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박동희 - 왼손 투수들에 비해 오른손 투수들이, 외야에 비해 내야에 걸출한 선수들이 눈에 띄지 않는 건 불안요소입니다.
박노준 - 맞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타선에선 정성훈 선수의 공백도 그리 크지 않을 듯합니다만 문제는 말씀하신데로 내야와 외야의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이를 김시진 감독이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이겠지요. 또한 지난시즌엔 기동력을 거의 살리지 못했거든요. 기동력 보강을 이상없이 진행했고 앞에 말씀드린 우려 사항을 보완한다면 히어로즈의 4강행도 반드시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박동희 - LG에 대해서 다시 질문드리습니다. LG는 타선보단 마운드가 문제란 생각입니다. 김재박 감독이 스프링캠프에서 계획했던 올시즌 LG 마운드 운용의 중심엔 박명환, 이동현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두 선수는 구리 2군 훈련장에 있습니다. 자, 올시즌 LG 어떻게 될까요.
이용철 - LG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예년과는 다릅니다. 지난해 4번 타자였던 최동수의 경우 올시즌엔 주전으로 뛸 수나 있을지조차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박 기자가 말한데로 박명환과 이동현의 부활이 LG 마운드엔 크나큰 변수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들 이탈 선수들을 팀 전력으로 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선수들을 배제하고 팀을 꾸려야 한다고 봐요. LG는 언제나처럼 시즌을 시작해봐야 제대로 된 팀 상태를 알 수 있을 듯해요.
박동희 - 조금씩 이야기를 정리하도록 하지요. 올시즌 야구팬들이 주목해야할 팀과 선수들에 대해 한 분씩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박노준 - KIA와 LG, 히어로즈를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선수로는 KIA 마무리 한기주를 지켜봤으면 좋겠습니다. 지난해는 구종이 단조로워서 타자들에게 뭇매를 맞기도 했는데요. 한기주가 뒷문을 단단히 막아준다면 KIA의 상승은 확실합니다. 이진영과 정성훈이 신바람이 모토인 LG에서 얼마나 신바람 나게 뛰느냐도 볼거리입니다. 두 선수가 행복한 마음으로 뛰어만 준다면 LG의 상승세도 대단할 겁니다.
박동희 - 전통적으로 LG 유니폼을 입은 FA 선수들은 그들만 행복했다는 게 늘 문제였습니다. 구단과 팬은 결코 행복했던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허 위원께서도 주목할 팀과 선수를 꼽아주시지요.
허구연 - 저 역시 LG와 KIA를 꼽습니다. 한팀을 더 꼽으라면 한화입니다. LG와 KIA는 박 위원이 좋은 말씀을 해주셨으니 한화에 대해서만 말씀을 드리지요. 한화는 특히 김혁민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혁민과 유원상이 제 역할을 해 준다면 다소 부족한 마운드의 높이를 가공할 공격력으로 메울 수 있을 겁니다. 전체적으로 주목할 선수들은 많습니다. 그 가운데 우규민이 마무리로 성공할 수 있을지. 그리고 유격수 쪽에서는 히어로즈 강정호를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어요. 홈런 쪽에는 KIA 최희섭을, 마운드 쪽에서는 두산 김선우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용철 - 역시 팀 변화가 많은 LG, 그리고 KIA가 주목할 팀일 겁니다. 히어로즈는 재정적인 부분을 어떻게 풀어가느냐. 롯데는 지난해 팀타율에 비해 득점력이 떨어졌는데요, 홍성흔이 이를 어떻게 해결해줄 수 있느냐가 재미난 관전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LG는 박명환과 이동현에 대한 기대가 큰데요, 마무리는 더블 스토퍼 체재가 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두산에서는 손시헌이 기대만큼 활약을 해줄지, 성영훈은 어떤 모습을 보일지가 관심의 대상이고요. KIA는 역시 서재응과 최희섭이 관심의 중심이겠지요.
두산 베어스의 최대 강점은 선수, 코칭스태프, 팬이 삼위일체가 돼 '뚝심의 야구'를 한다는 것이다. 선수, 코칭스태프, 팬이 이처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팀도 없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
해설가에게 특정팀 편애란 있을 수 없는 일
박동희 - 한국야구팬들은 어느 나라 야구팬보다 열정적이고 야구지식도 매우 높습니다. 그러나 야구팬들이 지나치게 엄숙한 잣대로 야구를 대한다고 지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흔히 야구팬들 사이에서 야구해설가들의 특정팀 편애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허구연 - 지금까지 '허구연이 특정팀을 편애했다'하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습니다(웃음). 보시면 아시겠지만 여기 나온 해설가들의 방송사는 지방 방송도 아니고 전국방송 즉, 지상파 방송사들입니다. 특정팀을 편애할 수가 없어요. 다만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이, 케이블 TV는 시청율을 고려할 수 밖에 없어요. 당연히 인기 팀을 많이 중계하게 됩니다. 특정 인기구단 선수들을 비인기 구단 선수들보다 자주 접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시청자들에게 그 팀과 관련된 이야기를 조금 더 많이 전달할 때가 있어요. 그런 게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순 있을 것 같군요.
박노준 -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지만 어떻게 하다보면 실수가 나올 때도 있어요. 이 부분을 팬 여러분들께서 양해를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어차피 야구중계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의도하지 않은 실수를 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단언코 말씀드리지만 저나 여기 계신 어느 해설가분도 절대 편파해설은 하지도, 하고 싶어하지도 않습니다.
이용철 - 말 한 마디가 중요한 것 같아요. 지난해 개막전 때 롯데 중계를 맞았아요. 방송 중 무심코 '8-8-8-8-5-7' 최근 롯데 성적을 말했다가 롯데팬들로부터 많은 항의를 받은 바 있습니다(웃음). 전 그저 최근 몇 년간의 롯데 성적을 말씀드렸던 것 뿐이지 그안에 어떤 뜻이 내포돼 있던 게 아니었거든요. 전 야구팬들께서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경기를 관전하셨으면 해요. 가끔 보면 온라인 상에서 해설자들의 코멘트 하나하나에 굉장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계시는데요. 절대 특정 팀을 편애하려는 의도나 비하하려는 뜻이 없다는 걸 꼭 인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박동희 - 세 분 해설가분들의 야구 철학을 네티즌 여러분께 전달하고 싶습니다. 올시즌 해설 구상을 말씀해주셔도 좋습니다.
허구연 - 한국 야구가 제대로 가려면 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사심없이 자신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해설가로서 제 역할이 있고요. 이 부분에 충실해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앞으로도 그러한 관점을 견지할 생각입니다.
박노준 - 해설은 사실 WBC 같은 국가대항전 해설할 때가 제일 편해요. 프로팀 중계에서는 공정하게 말을 배분해야 하니까, 그게 참 힘들지요. 저는 올시즌 기록을 중심으로 하는 해설을 할 생각이고요.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시청자분들께 더 많은 걸 전달해드릴 생각입니다.
이용철 - 저는 중계방송을 마치고 나면 항상 부족함을 느낍니다. '부끄럽다'는 생각도 많이 합니다. 야구해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배분과 비율이라고 봅니다. 대개 3시간이 넘는 야구중계에서 야구와 비야구적인 요소를 어떻게 시간 배분해 설명하고 시청자분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기술적 내용과 비기술적 내용의 비율을 얼마만큼 조절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저는 지금도 이 부분이 무척 힘듭니다. 라디오 해설부터 시작해 올해로 해설만 9년째인데요. 허구연, 박노준 선배들께 많은 것을 배우고 있어요. 지금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박동희 - 세 분은 각 지상파 방송사를 대표하는 간판 야구해설가들입니다. 쉽게 말해 경쟁자인데요. 세 분이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허구연 - (손사래를 치며)제가 어떻게 두 분을 평가합니까. (고민하다가)박노준 위원의 경우 아마, 프로에서부터 유명한 선수였고요, 단장까지 거치면서 폭넓은 경험들이 중계에 자연스럽게 나타나지 않나 싶습니다. 이용철 위원도 프런트와 코치를 거치면서 현장의 경험이 매우 풍부합니다. 현장의 다양한 경험과 깊이가 중계 때마다 잘 나오고 있어요.
박노준 - 허위원님 해설을 보면 야구계의 롤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하십니다. 그만큼 박식하시고 엄청난 지식을 자랑하십니다. 개인적으로 그런 부분을 많이 배우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허 위원님은 해설 경력이 30년이 넘는 분이십니다. 제가 감히 어떻게 평가하겠습니까. 이용철 위원은 현장의 경험을 십분 발휘하고 있지요. 후배지만 배울 점이 많이 있어요. 인간적으로 성숙한 친구입니다. 잘합니다. 팬들도 많이 성원해 주세요.
이용철 KBS 해설위원은 비시즌 기간 동안 가장 바쁜 이다. 유소년 야구를 지도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는 일이 잦다. 물론 자원봉사다. 스카우트, 코치 등 다양한 경력을 쌓은 까닭일까. 그의 해설을 가리켜 '생생한 현장 중심'이라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이용철 - 두분에 비하면 어리지만 올해로 제 나이가 46살입니다. 허구연 선배, 하일성 총장님의 중계를 들으면서 선수생활을 해왔습니다. 많은 가르침을 받았지요. 저에겐 스승과 같으신 분들이지요. 따라서 저도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해설을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런 분이 허구연 위원님이시지요. 박노준 선배는 제 초등학교 1년 선배인데, 인기 스타였고요, 오빠 부대의 원조 격이었죠. 봉황대기대회에서의 부상투혼은 아직도 제 뇌리에 각인돼 있습니다. 해설자가 아닌 후배로서 박노준 선배는 응성부리고 싶은 '선배'입니다.
허구연 -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할게요. 박노준 위원은 지난해 히어로즈 단장을 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 자리는 어느 누가 앉아도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자리였지요. 누군가는 십자가를 메야 하는데, 그 당시 히어로즈 단장이 바로 그런 자리가 아니었나 싶어요. 따라서 이런 부분들을 팬들이 고려해 주셨으면 합니다.
박동희 - 허 위원님께서 말씀하신 '역할론'이 인상적입니다. 세 분 다 야구해설가라는 직업에 충실하신 분들인데요. 혹여 야구계가 다른 역할을 요구한다면 이에 응하실 생각이 있으신지 묻고 싶습니다.
박노준 - 지난해 허 위원님이 히어로즈 운영하는데 큰 힘이 되주셨습니다. 허 위원님께서 야구계를 위해 한번은 큰 일을 맡아주셔야 한다고 봅니다. 한 마디 덧붙이자면 히어로즈 메인스폰서건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용철 - 말 하기가 조심스러운데요. 야구계가 굉장히 견제가 심한 곳입니다. 일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나오면 심한 견제가 들어오고 그래서 큰 일들이 잘 추진이 되지 않을 때가 있어요. 선배님들이 야구계를 위해 봉사를 하신다면 제가 힘을 보태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일구회 등을 통해 그런 일을 해보려고 추진하고 있습니다.
박동희 - 허 위원님은 어떠세요. 새로운 역할이 주어지면 받아들이실 의향이 있으신가요.
한화는 언제나 믿을 수 없는 방식으로 4강에 든 강팀이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허구연 - 저는 요즘 무척 흥분이 된 상태에요. 돔 구장 문제, 지방구장 시설 문제가 개선될 것 같거든요. (곰곰히 생각하다가)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야구후배들이 취업도 안 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고 봐요. 하지만 전 원칙이 있습니다. 남을 밟고서 제가 원하는 위치까지 가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어요. 아직 야구판은 다른 체육계에 비해 신사적이라고 보는데요, 몸을 던질 때가 온다면 던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문구가 "How to Sacrifice (어떻게 희생할까)"라는 것입니다. 유소년 야구 지도가 됐든 감독이 됐든 야구책을 많이 쓰는 저술가가 되든 야구가 제게 요구하는 일이라면 피하지 않고 응할 생각입니다.
박동희 - 스포츠 춘추에서 2시간 동안 세 분의 해설위원을 보시고 한국야구에 대해서 좋은 말씀을 나눴습니다. 지금까지 참여해주신 네티즌 여러분께도 감사 말씀 드립니다.
오늘 진행된 박동희 기자와 방송 3사 해설자 대담은 영상으로 제작됩니다. 금요일 해설자 세 분의 야구 사랑을 볼 수 있는 촬영 뒷이야기가 매거진 S를 통해 공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