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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서울 산천풍물 스크랩 신령스런 오름 - 영아리오름
순둥이YH Kim 추천 0 조회 46 10.01.09 10:27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제주의 오름명칭을 보면 상당히 이국적이고 신비한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어원이 궁금하나 그것또한 확실히 밝힐 수가 없다. . 왜냐면 사람의 입을 통해서 전하여 진 살아있는 언어이기 때문에..

당시 사람들의 오름에 대한 생각을 지금에 유추해 보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순수한 우리말을 한자화는 오름에 대한 느낌을 전혀 다르게 만들기도 한다.

 

지금 오르려는 오름은 '영아리'이다. '영아리'라는 명칭을 가진 오름은 여기저기 있다.  남원읍에는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물영아리오름'이 있다. 나 같은 오름 초보자는 혼동하기 쉽상이다. 특히 이'영아리오름'에도 습지가 있기 때문에.

 

'영아리오름'은 남원읍과는 반대편에 위치한 안덕면 소재의 오름이다. 용이누운 형체인 용와이악(龍臥伊岳)에서 '영아리'로

와전 되었다는 설과 '아리'가 만주어로 산(山)을 의미하니 영산(靈山), 신령스러운 산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명칭에서 선인들의 오름에 대한 경외감을 엿볼 수 있다. 긴 시간의 간극을 뛰어 넘어 나의 그 느낌은 어떨지

그 장소를 향하여 삼나무숲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삼나무숲 가장자리를 돌아 오름 발치까지 갈것이다.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숲으로 들어가면 방향을 잃기 쉽상이기 때문에.

 

 

 

 

 

시멘트와 철조망과 그 삭막함을 딛고 자라나는 녹색의 희망....

그 묘한 어울림에 잠시 발길을 멈추어 봤다.

 

 

 

 

숲을 헤치고 드디어 영아리오름 발치에 도착했다. 습지가 형성되어 있다. 제주도는 현무암토양이라 물빠짐이 좋아서

습지가 있을 거라는 생각지도 못했다. 의외의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면 '왜' '어떻게'라는 의문과 함께

자신의 앎의 편협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제주에는 군데군데 습지들이 많이 있다. 분화구내에 형성된 산정호수들도 있고, 이처럼 군데군데 형성되는

습지들도 많다. 어떤 지질적인 이유에서 습지가 생겨날 수도 있고, 우마들의 잦은 왕래로 땅이 다져져서 습지가 형성되는 곳도 있다.

이곳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알길은 없으나, 우마들에게는 훌륭한 식수처이었음은 확실하다.

 

 

 

겨울의 쓸쓸함...

 

 

 

 

 

새봄의 생동감.....

 

 

 

한여름의 시원함....

 

 

 

 

가을의 화려함....

 

이곳에서 나는 한꺼번에 사계절을 보았다.

정말 '영아리(靈山)'답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쪽의 습지는 육지화가 진행이 되고 있었다. 오랜세월 퇴적물이 쌓이고 쌓이면서 점점 육지로 진행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어 가는 곳이 비단 여기 뿐만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한라산 백록담이다.

한라산 백록담하면 물이 고인 모습이 당연하게 여겼었는데, 이제는 물이 고여있는 날보다 고여있지 않은 날이 더 많으니..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있어주기를 바라지만, 그렇게 나아가는 것이 자연의 방향이라면....

그래도 인간으로서 자연에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은 해야 할 듯 하다.

 

 

 

 

이제 정상을 올라야할 차례다.  표고 693m, 비고 93m의 꽤 높은 오름이다.

밑에서 보는 모습은 부드러운 능선에 다른 오름들과 별반 다를게 없어 보인다.

그런나 저 부드러운 나무의 숲이 감추고 있는 본모습을 알게 된다면, 또 한번 '영아리'임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숲이 감추고 있던 모습은 어마어마한 바위덩어리들의 무더기였다.

하느님이 하늘에서 트럭으로 바위들을 쏟아 붓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바위들의 틈새를 비집고 자라나는 생명들....

 

 

 

사실 이런땅을 제주사람들은 곶자왈이라 한다. 돌무더기의 땅..

농사도 지을 수 없고 버려진 땅이었지만, 곶자왈은 제주의 숨골이다.

돌무더기 사이사이로 제주는 숨을 쉰다.

 

 

 

곶자왈지대는 보온효과가 있어 한겨울에도 상록수가 자라기에 적합하다.

여기는 동백나무를 비롯하여 상록활엽수들이 자생하고 있었다.

 

 

 

 

 

 

 

 

 

 

 

평지에 넓게 펼쳐지는 곶자왈은 보았지만,  이렇게 오름정상까지 급경사의 곶자왈이 이어지는 것은 처음이다.

그래서 또 한번 '영아리'스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숨쉬는 오름... 살아있는 오름....

 

 

 

 

 

 

 

 

 

 

 

바위를 조심스럽게 딛고서 서게 된 정상은 또다른 모습이다. 조금전의 바위무더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

부드러운 능선과 시원스런 전망... 오름이 형상이 한 눈에 들어온다. U형이다...분화구내에는 삼나무가 심어져 있다. 

여름이었다면 온통 초록의 세상이었겠지만, 겨울은 더 다양한 모습으로....

 

 

 

 

또다시 숲속...

 

 

 

이제 초원....

 

 

 

한라산 정상까지 훤한 풍경.... 

 

 

 

금방 화덕에서 꺼낸 것 같은 돌덩이....

 

 

 

 영아리오름은 송이로 이루어져 있다. 스코리아구라고도 하며, 주로 현무암질 마그마의 폭발성 분화(스트롬볼리식 분화)에 의해 만들어진다.

폭발식 분화에 의해 상공에 뿜어진 마그마가 상공에서 굳는 다음 지면에 떨어져 쌓여서 30도 전후의 경사를 이룬다.

상공에서 굳어져서 그런지 공기구멍이 슝슝 뚫려있고, 가볍다.

 

제주의 오름들이 비교적 오랫동안 원지형을 간직하고 있는 것은 이 물빠짐이 좋은 송이층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큰 비에도 쓸려 가는 일이 적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푸석푸석하여 밀집력은 약하기 때문에 한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짧은 시간에 원모습이 훼손되어 버리는 취약성을 지니고 있다. 

 

예전에는 도로공사할때 송이를 사용하여서 많은 오름들이 훼손이 되었고,

최근에는 오름을 찾는 많은 사람들의 발길에 많이 무너져 내린 오름들이 많아서 안타깝다.

또 화산석을 이용한 화장품, 섬유 등 각종 상품들을 개발하려는 시도들도 있다.

여기서 또 한 번의 딜레마... 이용이냐 보존이냐...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영아리오름 정상부에 있는 다정한 한 쌍의 바위... 연인? 남매? 친구?

몇만년의 세월을 외롭지 않아서 다행이다.

 

 

 

 

영아리오름 내려와서 노루 한 마리.. 슬픈듯 나를 쳐다본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사람의 흔적을 좆아 가다가 그 길을 놓치고 말았다. 하여 들어간 곳에서 발견한 옛사람의 흔적..

마을이 있었나 보다... 올렛길 돌담도 보이고... 사연이 궁금해지나 알길은 없다.

4.3 사건으로 잃어버린 마을이 되었는지, 어느 화전민 마을이었는지...

이런저런 상상을 하는 사이 나는 이  숲속에서 길을 잃고 말았다.

끝까지 '영아리'의 신령 나를 따라 온것인가..

무엇에 홀린듯이....

 

해는 지고 있는데 숲속에서 방향을 분간할 수 없는 공포란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알지 못할 것이다.

멀리서 포크레인작업하는 소리가 들려 가시덤불 헤치고 무조건 소리나는 방향으로 향하여 갔다.

이렇게 문명의 소리가 반가울 데가....

 

 

 

 

 

 

청미래 열매의 정열....

 

 

 

 

 

 

신비스런 보라색 가을...

 

 

 

 

'으아리'의 기다림...

바람아 바람아 나를 멀리 멀리 보내주렴....

아리, 아리, 아리랑 뭔가 공통점이 있지 않을까 괜한 생각을 해본다.

 

엣사람들이 영아리가 신령스러운 산이라 생각했듯이

나도 그들과 같이 신령스러운 기운을 느낀 그런 산행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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