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묘는 정전과 영녕전 두개의 구역으로 나뉜다.
우선 종묘는 크게 `정전` 구역과 `영녕전` 구역으로 나눠지는데,
왜 조선의 왕들을 한 곳에다 모시지 않고 두 곳으로 나눠서 모셨을까?
성리학을 국시로 했던 조선에서 적자출신과 서자출신 왕을 차별해서일까?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럼, 시기를 조선전기와 후기로 나눠서 구분지었을까?
그것도 분명 아니다.
이 문제에 답을 찾는 힌트는 `사대봉사` 이다.
잘 모르겠다면 일단 사전을 찾아보자.
> 사대봉사 (四代奉祀)
> 아버지,조부,증조부,고조부의 4대 신주(神主)를 집안 사당에 모시는 일.
이제 알겠다. 돌아가신 조상을 4대까지 집안의 사당에 모시는 일이다.
>> 사람은 혼과 백이 혼합된 존재이다.
인간의 육체와 정신은 하늘과 땅의 기(氣)가 섞여서 만들어 졌다고 한다.
정신을 이루는 하늘의 기(氣)는 양(+)의 기운으로 이것을 혼(魂)이라 하고
몸을 이루는 땅의 기(氣)는 음(-)의 기운으로 백(魄)이라 한다.
사람은 죽게되면 혼은 오랜동안 남지만, 백은 쉽게 흩어져버린다고 한다.
혼과 백이 아직도 이해가 안되나?
예전에도 설명한 적이 있었는데, 나무가 불타는 것을 예로 들어 보자.
살아있는 나무가 죽어서 불이 붙으면,
불에 타면서 연기는 하늘로 올라가고, 재는 땅에 남는다.
이때 연기가 양(+)적인 `혼` 에 해당되며, 재가 음(-)적인 `백` 에 해당된다.
초상을 치를 때의 상례(喪禮)라는 것은 백(魄)을 기리는 것이고,
제사를 지내는 제례(祭禮)는 혼(魂)을 기리는 행위인데,
상례는 초상때 단 한번뿐이지만, 제례는 수십년동안 하게 되는 이유가
백(魄)은 금새 흩어지지만, 혼(魂)은 서서히 사라지기 때문이다.
>> 사대봉사를 하는 이유는 혼이 완전히 사라지기 까지 100년 이상 걸리기 때문
보통 사람의 혼(魂)은 한세대를 30년 정도로 봤을 때 4대, 즉 120년 정도면
혼이 완전히 흩어진다고 생각했기에 집안의 사당에는
4대조까지 모시는 사대봉사를 했다.
만약, 제주(祭主)였던 집안의 어른이 새롭게 돌아가시면,
가장 윗조상인 5대조의 신주(신위, 위패)는 땅에 묻게된다.
이것을 매조(埋祖)라 하는데, 이렇게 해서 항상 4대까지만 모시게 된다.
그런데 사대봉사에서 예외가 되는 경우가 있다.
즉, 4대조가 넘어 서더라도 신주를 땅에 묻지 않고
사당에 영구히 두면서 후손들이 대대로 제사를 지내는 것을 말하는데,
이런 신위를 ‘불천위’ 또는 ‘불천지위(不遷之位)’라고 한다.
`옮기지 않는 신위` 라는 뜻이다.
>> 불천위는 가문의 영광이자, 자랑이다.
불천위는 아무나 지정되는 것이 아니라 큰 공이 있는 사람에게만 해당된다.
나라에서 인정받았으면 국불천(國不遷),
유림에서 인정받았으면 향불천(鄕不遷),
문중에서 인정받았으면 사불천(私不遷) 이라 했으며
불천위는 후손들에게는 가문의 영광이며, 자랑이었다.
조선에서는 임금도 성리학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지배계층인 사대부 중의
제1인자였기 때문에, 사대봉사의 예외일 수는 없다.
따라서 국가의 최고사당인 종묘에서도 가장 중심건물인 `정전` 은
사대봉사를 실천하였다.
따라서 4대조를 넘어서는 왕의 신위는 `정전` 에 남아 있지 못하고
`영녕전` 으로 옮겨가야 했다.
그럼에도 정전에는 4대 뿐만 아니라 수많은 신위가 모셔져 있다.
왜일까?
힌트는 바로 위에서 언급을 했다.
불천위를 아무 이유없이 설명하지는 않았다.
정전에 모셔진 신위중 4대조 이외의 신위들은 모두 국가에 공이 있다고
인정되어 불천위로 지정된 왕들의 신위들인 것이다.
>> 정전에서 정상적으로 모셔진 4대조는 정조이후부터 이다.
그럼 정전에 모셔진 4대조를 찾아보자.
우선 현재 정전의 신위배치는 누구를 제주(祭主)로 설정하고 만든 것일까?
논란의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조선의 마지막 임금인 순종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듯 하다.
왜냐하면 순종은 대를 이을 후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 순종으로 부터 4대조를 따져보자.
순종의 아버지는 고종이다.
고종은 효명세자(훗날 익종(문조)으로 추존됨)의 양자로 입적되었다.
따라서 고종의 아버지이자 순종의 할아버지는 `문조` 이다.
이를 종합하면 `정전` 의 사대봉사 가계도는 이렇게 작성된다.
4대조 : 정조 - 고조할아버지
3대조 : 순조 - 증조할아버지
2대조 : 문조, (철종은 문조와 같은 항렬임) - 할아버지
1대조 : 고종, (헌종은 고종과 같은 항렬임) - 아버지
===================
제주(祭主) : 순종
따라서 `정전` 에서 정조임금을 앞서는 영조임금 이전의 신위들은 모두
국가에서 공을 인정받은 `불천위` 인 것이다.
>> 정전의 숨은 왕, 문조(익황제)는 누구?
정전에 모셔진 왕들의 신위중 우리가 잘 모르는 왕이 바로 문조(익황제)이다.
문조는 원래 순조의 아들로서, 효명세자였다.
그러나 왕위에 오르기전에 요절하는 바람에 (효명세자 독살설이 있다.)
효명세자의 아들인 헌종이 할아버지 순조의 뒤를 이어 조선 제24대 왕에 즉위한다.
(영조의 뒤를 손자인 정조가 이은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헌종마저 후사가 없이 죽게되자
방계혈통인 철종이 조선 제25대 왕에 즉위하지만 철종마저도 후사없이 죽게된다.
이런 상황에서 효명세자의 부인이었던 조대비(신정왕후 조씨)가
전격적으로 이하응의 둘째아들을 자신의 양아들로 입적시키고
조선 제26대 왕에 오르게하니 이 사람이 바로 `고종` 이다.
따라서 문조는 고종의 양아버지가 되는 셈이다.
다음번 연재물에서는 `영녕전`의 숨은 조선왕 9명을 찾아보자.
자, 기대하시라! 개봉 박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