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중구에 있는 문학의 집에서 산림테라피(therapy, 치유)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하고 산림테라피에 적합한 환경을 알아보기 위해 국내외 산림테라피 연구 전문가들을 초청한 '산림치유와 건강증진'이라는 주제의 국제심포지엄이 개최되었다.
산림청과 한국산림치유포럼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날 행사에서는 전범권 산림청 산림이용국장이 '산림치유 활성화 정책'에 대해, 우종민 인제대 서울백병원 교수가 '스트레스성 질환에서의 산림치유활동'에 대해 발표했다.
해외에서는 미야자키 요시후미 일본 치바대 환경건강필드과학센터 교수와 리경 일본의과대 교수 등이 참여해 '산림환경과 릴렉스 효과'와 '면역력 증강을 위한 산림치유 활동' 등을 주제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휴식의 기능' 넘어 '치유의 기능' 제공
▲ 산림은 휴식기능을 넘어 치유기능까지 제공하고 있다
국내도 등산을 통해 건강을 찾고 유지하려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산림테라피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다소 생소한 용어이지만 산림테라피란 산림이 지닌 경관, 소리, 음이온, 피톤치드 등의 향기, 온도, 습도, 광선, 먹거리 등 다양한 자연 요소를 활용해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건강을 증진시키는 자연 치유법을 일컫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산림을 방문했을 때 상쾌해지고 안식을 느끼게 되는 ‘휴식의 기능’을 넘어 ‘치유의 기능’이 강조된다는 점에서 산림휴양과는 차이가 있다. 또한, 대다수가 알고 있는 용어인 산림욕보다는 한 단계 발전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인들은 ‘병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상태’를 많이 호소하는 경향이 있는데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에 의하면 전 세계 인구 중 이런 상태인 사람의 비율이 75%라고 한다. 즉, 건강한 사람은 약 5%, 확실한 환자는 약 20%이고 나머지 75%는 병 같으면서도 병이 아닌 상태에 처해 있다는 것.
따라서, 의학전문가들은 분명 질환 증상은 있는데도 검사를 해보면 의학적 소견이 없는 상태의 환자라면 산림테라피를 적용해 볼 것을 권유한다. 만성질환이나 생활습관성 질환, 그리고 스트레스 등 누구나 한 번쯤은 생활하다가 느끼게 되는 질환이 급증하면서 새로운 치료방법으로 산림테라피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아토피나 비만, 그리고 알코올 중독,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인터넷 중독, 우울증 같은 만성질환의 치료에 산림테라피는 효과를 이미 검증받았다. 이외에도 가정폭력 피해자, 성폭력 피해자, 암환자 등 정신적인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 교통사고 재활환자들도 산림테라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산림의 효능에 일찍 눈뜬 선진국
▲ 선진국들은 산림의 효능에 일찍 눈을 떴다
산림은 다수의 생물체로 구성된 ‘생명’의 집합체이며 균형 잡힌 생태계이다. 식물의 잎, 줄기나 뿌리에서는 ‘테르펜’으로 구성된 피톤치드가 생성되고, 계곡의 물가나 폭포 등 물 분자가 격렬하게 운동하는 곳에서는 음이온이 발생한다. 이러한 숲속에 들어가면 인간은 자연치유능력인 면역기능이 활발해지며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건강해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나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산림을 통한 치유 효능이 알려져 널리 활용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 1800년대 중반부터 숲과 온천을 중심으로 자연치유가 활성화되어 현재 전국의 3백여 곳에 산림테라피 시설이 있으며, 의료보험과 연계하여 운영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산림욕의 생리적 효과를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2004년부터 국가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전국에 산림테라피 기지 42개소가 있으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산림테라피의 숲을 중심으로 한 병원, 숙박시설 등의 클러스터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도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산림테라피
국내에서도 급증하는 만성질환과 환경성 질환을 산림이라는 자연환경 속에서 치유하기 위한 산림테라피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산림청은 이미 ‘치유의 숲’이라는 관련 법규를 만들고 치유의 숲 조성과 관련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경기 양평(13억 투자), 강원 횡성(21억), 전남 장성(21억) 등지에 국유림을 활용해 산림치유 체험시설 등을 설치하고 치유의 숲을 시범적으로 조성하고 있다.
강원도 횡성 숲체원, 경기 양평 산음휴양림, 전남 장성 축령산 편백숲이 그것인데 양평과 장성의 치유의 숲은 이미 개장해 운영 중이고, 북부지방산림청에서 조성한 횡성 치유의 숲은 지난 8월 말 개장했다.
앞으로 펼쳐질 미래는 보다 나은 복지의 시대인 만큼 국민이라면 누구나 저렴하고도 양질의 산림복지 서비스를 누릴 권리가 있다. 건강과 행복을 찾기 위한 산림치유 인프라의 확대가 계속되어 산림테라피 단지는 전국 방방곡곡에 조성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숲과 산림자원이 가져다주는 치유효과를 활용해 국민들의 건강과 자연치유 면역력을 높이기 위한 산림테라피 프로그램이 연중 운영되고 이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