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관련 일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가,
"어떻게 하면 거절을 잘 할 수 있을까요?"
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거절을 잘 못해서 스트레스를 겪고 계신 분들이 정말이지 많습니다.
남들의 부탁이나 요청을 들어주긴 싫은데,
거절하면 관계가 안 좋아질까봐, 분위기가 싸해질까봐, 평판이 나빠질까봐 등등의 이유로 인해,
어쩔수없이 부탁을 들어주며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죠.
사실 저는 정중하게 거절하는 법, 좋게 거절하는 법, 스마트하게 거절하는 법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습니다.
대신, 왜 거절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야 하는지,
그리고, 거절을 했을 때 내가 알게 되는 것들과 얻게 되는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말씀드려요.
인간은 어떠한 행동이 왜 필요한지,
그리고 그 행동이 나에게 어떠한 이득이 되는지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나면,
다소의 불편감을 참아내면서 그 행동을 해내려는 의지를 지니게 됩니다.
왜냐?
이게 꼭 필요한 행동이고, 나한테 얼마나 이득이 되는 행동인지를 뻔히 알면서도 이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이 행동을 하면서 느끼게 되는 불편감보다 훨씬 더 큰 스트레스를 불러오기 때문이죠.
거절을 하기 위한 조건 : 거절 안 할 때의 불편감 > 거절할 때의 불편감
그렇다면, 우리가 반드시 거절을 잘하는 사람이 되어야만 하는 이유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거절에 대한 원영적 사고
거절의 장점 첫번째. 인성 측정기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타인을 판단해야 할 일이 비교적 많이 생기게 됩니다.
그럴 땐, 몇 가지 평가 기준이 있으면 좋은데,
사실, 거절하고 나서 상대방의 반응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많습니다.
누구나 부탁이나 요청을 할 땐 굉장히 정중하면서 간곡한 태도를 유지할 수 있지만,
그 사람의 진심이 튀어나올 땐, 바로 자신이 거절당했을 때입니다.
내가 이러이러한 이유로 힘들다, 미안하다라고 거절을 했을 때,
부탁할 때의 정중함이 거절당했을 때의 차가움, 무심함으로 돌변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자기에게 목적이 있을 땐 얼마든지 상냥한 태도를 유지할 수 있지만,
상대방이 나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시, 바로 고개를 돌려버리는 사람들인 것이죠.
상식적으로 보자면,
부탁을 하는 쪽이 미안해야 하는 게 맞습니다.
나의 시간과 돈, 노력을 빌려가려고 하는 것이니까요.
그렇다면, 부탁을 거절당했더라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죠.
처음부터 채무자는 자신이었으니까.
그런데, 부탁을 하는 쪽에서 오히려 거절당했다고 기분 나빠한다?
이러한 행동이 의미하는 바는,
상대방이 이 부탁을 받고 얼마나 고민했을 지, 또 이 부탁으로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할 지는 관심 밖이고,
오로지 내가 이 사람으로부터 얼마나 이득을 취할 수 있을 것인가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부류라는 반증입니다.
거절의 장점 두번째. 전투력 측정기
보통 부탁을 자주 들어주며,
거절하지 못하는 자신을 보며 자괴감에 빠지는 쪽은 기버입니다.
기버와 테이커 간의 관계는 아래 글에서도 자세히 설명해 놓았지만,
결국, 테이커들이 누구에게 빨대를 꼽을 지는 관계 초반에 드러나게 됩니다.
마냥 사람 좋아 보이고, 누가 부탁하면 거절하는 법 없고, 누구보다도 친화적이고 이타적으로 보이는 사람.
테이커들의 눈에는 바로 이런 기버들이 가장 쉬워보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기버들에게 부탁하고 이들을 이용하려고 하는 것이죠.
따라서, 어떤 조직이나 집단에 들어가던지
처음부터 경계선이 명확하고 거절을 잘하는 사람으로 주변에 인식되면,
그런 사람들은 테이커들이 잘 건들지 않습니다.
왜?
어차피 나에게 이득이 되지 않을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스킵하기 때문이죠.
이처럼 거절은 기버들에게
함부로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전투력 측정기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거절의 장점 세번째. 인정욕구 해체기
현대 인문학의 화두는 인정 욕구에 대한 내려놓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포식자들이 만연했던 구석기 시대에는 개인보다 집단으로 있을 때 생존 확률이 더 높았습니다.
따라서, 타인에게 인정받으려는 노력을 통해 집단화에 성공했던 사람들의 유전자가 후대로 대물림되었어요.
하지만, 상황이 급변하여, 현대 사회는 포식자들에게 더이상 생존의 위협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시대입니다.
즉, 타인의 인정을 받아 무리의 중심에 들어가는 것의 효용성이 과거 대비 굉장히 떨어진 것.
인정을 받기 위한 비용 > 인정을 받고 나서의 보상
→ 굳이 인정받기 위해 애쓸 필요가 있을까?
인정 욕구는 과거에 호모 사피엔스를 더 잘 생존할 수 있게 만들어줬지만,
똑같은 유전자가 현대인들에게는 일종의 "족쇄"처럼 변질된 것이죠.
우리 모두 지나칠 정도로 남들의 시선과 평가에 종속된 채 살고 있잖아요.
남들의 인정을 구하느라 나 자신을 채찍질하고 질책하는 지경까지 이르렀잖아요.
결국, 인정 욕구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미움 받을 용기를 길러야 합니다.
미움 좀 받으면 어때?
내가 원시인도 아닌데, 혼자 있는다고 사자한테 잡아먹힐 일도 없잖아?
인정 욕구고 본능이고 나발이고 난 내 정신건강부터 사수하겠어.
용기를 기르기 위해서는 담력 훈련이 필요합니다.
거절하는 것이야말로 미움 받을 용기를 기르는 데는 더할나위 없는 담력 훈련이라고 볼 수 있죠.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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