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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젊은 시절로부터의 아이디어에서 기인한 만큼 완전히 성공적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주제들은 화려하고 독창적으로
처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진솔함을 불러일으키는 특성이 많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내용으로부터 감동을 얻으려고 하더
라도 우선 그 비르투오소적인 과시적 요소들이 너무 많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소들은 고상한 품격을 저하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화려함을 강조하기 위해 원래 속도보다 두 배 정도로 빠르게 연주하는 현대 피아니스트들에 의해 품격의 단점은 강점으로
탈바꿈되기도 했다. 네 개의 악장은 이전에 작곡된 [방랑자 환상곡]을 모델삼아 휴지부 없이 계속 이어져나가며, 서정적인 느린
악장의 주제는 피날레 행진곡 악장의 주제로 변형 되어간다.
흥미로운 점은 리스트가 오케스트라 독주 악기들을 피아노와 결합시켜 사용한 것에 있다. 제1악장에서 클라리넷 독주가 나오는 긴
구절이 그 예이다. 이는 전적으로 리스트의 전형적인 오케스트라적 접근 방식이다. 그의 목적은 언제나 선명성이었으며 바그너를
비롯한 기타 19세기 작곡가들이 집요할 정도로 추구했던 두껍고 칙칙한 텍스추어를 좋아하지 않았다. 이 대목에서 그는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위한 실내악’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주창자로서 말러나 쇤베르크, 스트라빈스키와 같은 현대 작곡가들의 현대적 기법
을 예견했다. 몇몇 총주 구절들에서만 복잡하고 무거운 관현악법을 구사했다.
사실 리스트가 이런 구절에서 간혹 지나치게 복잡하게 음표를 써넣는 경우도 있다. 금관악기 작법이 둔중하고 품위가 없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느닷없는 트라이앵글로 인해 당대의 평론가 한슬릭으로부터 [트라이앵글 협주곡]이라는
비아냥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리스트 목적은 자신의 생각을 가능한 한 단순하게 청중에게 전달하는 것이었다. 그런 까닭에 그는
음향이 종종 빈약하고 가냘프게 들려도 개의치 않았으며, 또 안전하지만 단조롭고 빼곡한 텍스추어보다는 다양성과 색채를 얻어
내는 데 훨씬 더 관심이 많았다. 슈만이나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악보들과 리스트의 피아노 협주곡 악보들과 비교만 해도 우리
는 이러한 접근 방식의 본질적인 차이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낭만주의자에게 드리워진 20세기의 그림자
[피아노 협주곡 2번]은 1번보다 훨씬 더 성공적인 작품이다. 이 곡은 1839년에 처음 작곡되었고 그로부터 1861년에 이르는 시기에
지속적으로 개정되었다. 초연은 1857년 역시 바이마르에서 열렸고 출판은 1863년이 되어서야 이루어졌다. 주제들은 1번 협주곡보
다 훨씬 흥미로우며 발전적이다. 특히 첫 도입부 주제는 이상스러울 정도로 음향 효과가 전혀 없는 것이었다. 이와 똑같은 형태는
그 이후 전혀 등장하지 않고 언제나 아르페지오 혹은 분산코드 형태가 되거나, 아니면 어떤 식으로든 장식적인 모습으로 나온다.
이러한 처리 수법에서 리스트의 대가적인 면모가 확연하게 드러나는데, 이는 이전에는 결코 볼 수 없었던 개성적인 발전 방식이다.
느린 도입부에서 그 다음 알레그로의 전환 역시 탁월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언제 넘어갔는지 인식할 수도 없는 사이에 재빨리
빠른 템포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물론 이후 펼쳐지는 군악대 리듬은 저속하긴 하지만 리스트의 최대 걸작 가운데 하나인 이 아름
다운 협주곡의 명성을 떨어뜨리진 않는다. 눈에 띄는 점은 그 주제의 변용에 따른 피아노 테크닉의 변화무쌍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