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부터 시행되는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시작부터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정부가 일관성 없는 정책과 무성의로 상가 세입자의 혼란을 가중시키면서 당초 입법취지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 특히 부가가치세의 임대료 포함문제를 둘러싸고 계속 혼선을 빚고 있으며 이에 따라 상가 세입자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법무부는 최근 부가가치세 임대료 포함문제가 논란을 빚자 세입자가 부담하는 모든 부담을 임대료로 보고 최종소비세인 부가가치세도 임대료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하지만 정작 임대차보호법시행령의 기초자료로 쓰인 갤럽의 전국 상가 임대차 실태결과에서는 부가가치세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갤럽 관계자는 10월 30일 "지난 6월 11일부터 7월 5일까지 전국 상가 3만1031곳을 대상으로 한 임대료 실태 표본조사에서는 임대료 문항에 부가가치세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월세에는 일반적으로 부가가치세가 포함되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상당수 상가는 임대차 계약시 월세 이외에 부가가치세를 별도로 계약서에 포함하고 있어 정부의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임대차 분쟁이 빈발한 이대·종로·목동 등의 상가는 대부분 건물주인들이 부가가치세를 월세와는 별도로 세입자에게 부담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상당수 세입자가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월세로 설문조사에 응했을 경우 실태조사와 법적용의 부가세 포함여부가 엇갈려 일관성이 없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경기 안산시에서 보증금 2500만원, 월세 110만원에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씨는 “부가가치세 600만원을 별도로 내는 바람에 새 법의 환산보증금 한도액인 1억4000만원을 600만원 초과해 확정일자를 받지 못했다”고 억울해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보증금 5000만원, 월세 120만원을 내고 음식점을 운영하는 정모씨도 “세입자 5명 모두가 월세 외에 별도의 부가가치세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세무당국의 무성의한 태도도 세입자의 혼란가중을 거들고 있다. 법무부가 부가가치세를 임대료에 포함한다고 밝혔음에도 지난주 국세청이 전국 상가 세입자 200만명에 보낸 안내장에 표기된 환산보증금 계산방법에는 부가가치세가 따로 언급되어 있지 않아 혼란스러워 하는 세입자가 늘고 있다.
상가임대차 공동운동본부의 임동현 정책부장은 "충분한 준비기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준비부족과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당초 법 취지를 희석시키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새법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