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영양 상태를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자연식품으로 만든 음식을 배부르지 않게 골고루 먹는 것. 생리기능 향상과 성인병 예방을 위해서는 과식을 피하고 반드시 양질의 단백질, 지방질, 무기질, 비타민 등 각종 영양소를 균형있게 섭취해야 한다.
▶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이 문제
주부 K씨(45)의 하루 식사량을 보자. 아침엔 밥 한 공기와 김치, 된장찌개, 나물 종류를 먹고 점심식사론 국수 한 그릇을 즐겨 먹으며 오후 서너시에는 자주 허기를 느껴 간식으로 인절미를 설탕에 찍어 먹는다. 저녁은 감자부침과 함께 식구들이 남긴 밥까지 두 공기를 배불리 먹을 때가 많다.
예부터 곡류 위주의 채식을 해온 우리 식생활에서 탄수화물 섭취는 일일 총 섭취 열량의 80%를 차지했다(1970년대). 서구화와 도시화에 따른 식생활 구조의 변화로 점차 탄수화물 섭취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아직도 중-노년층에서는 곡류 위주의 식생활이 계속되고 있다.
K씨의 하루 식단도 전형적인 곡류위주 식사패턴의 한 예다. K씨는 하루 2000kcal 정도의 열량을 섭취하고 있고 이중 탄수화물은 80%, 단백질과 지방질이 각각 10% 정도를 차지한다. 이같이 과다하게 섭취된 탄수화물 중 체내에서 이용되고 남은 부분은 중성지방으로 바뀌어 내장지방으로 축적되고 콜레스테롤(좋은 콜레스테롤)을 감소시켜 동맥경화증을 촉진한다. 또 탄수화물은 위 배출시간이 짧아 식후 혈당치를 높여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기 때문에 반동성 저혈당증이 와서 K씨처럼 식간에 자주 허기를 느끼게 된다.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는 또 지방질을 간에 축적해 지방간을 만든다. 이런 지방간과 복부비만은 남성의 경우 과량의 알코올 섭취에 의해 더욱 악화할 수 있다.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에는 다른 필수 영양소가 결핍돼 있기 때문에 영양소의 불균형이 오기 쉽다. 따라서 복부비만의 원인이 되어 고혈압, 동맥경화증, 당뇨병 등 성인병 발생 위험을 높인다. 육식을 많이 하는 서구인에서는 고콜레스테롤혈증이 많지만 탄수화물 중심의 식사를 장기간 하면 이상지혈증이 많이 발생한다. 동맥경화증 발생에는 고콜레스테롤혈증 못지않게 이상지혈증도 나쁜 영향을 준다.
탄수화물의 생리-영양학적 기능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에너지원(4kcal/g)으로서의 혈당유지 기능이므로 결핍, 과잉되지 않도록 균형있게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바른 식품섭취 비율은 당질(탄수화물):단백질:지질 비율이 65 대 15 대 20. K씨의 경우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양질의 동물성 단백질(고기, 생선, 유제품) 섭취를 증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섬유소 곁들여라
탄수화물은 자연 곡류(현미, 보리쌀 등)와 채소를 곁들여 먹으면 섬유소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섬유소는 장내에서 포도당 및 콜레스테롤 흡수를 억제하므로 당뇨병 환자의 혈당조절에 도움을 주고 혈청 콜레스테롤을 낮춰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의 예방에도 유익하다. 또 변비와 대장암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섬유소는 일일 30g의 섭취를 권장하며 이를 위해서는 쌀밥보다 현미, 보리 등을 섞은 잡곡밥을, 흰빵보다는 통밀빵, 옥수수빵을 먹는 것이 좋다. 과일, 생야채, 두류, 해조류 등도 충분히 섭취한다.
▶ 과일도 안 좋을 때가 있다
한국인 중엔 과일을 많이 먹는 사람들이 많다. 과일은 수분함량이 높고(80∼90%) 단백질과 지방함량이 매우 적지만 미네랄이나 비타민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적당히 먹으면 몸에 좋다. 하지만 탄수화물(포도당, 과당) 함량이 10∼15%이므로 과량 섭취하면 역시 고중성지방혈증을 야기한다. 특히 우리나라 여성 당뇨병 환자 중엔 밥은 적게 먹고 과일로 배를 채우는 사람이 있는데 이 경우 혈당조절도 잘 안 되고 체중감량에도 지장이 있는 경우가 많다.
▶ 단백질, 왜 중요한가
우리 몸의 세포는 물을 제외하면 대부분 단백질로 구성돼 있다. 단백질은 매우 중요한 영양소로 팔 다리 근육, 위장, 심장, 간장, 혈액, 각종 효소, 호르몬, 항체, 체액과 산-염기 균형 유지 등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그런데 이렇게 우리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은 그대로 정체돼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일정 속도로 분해, 소실되고 동시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합성작용도 계속 일어나고 있다.
체내에서 분해된 단백질은 대소변이나 땀을 통해 체외로 배설되며 그 외에 피부표면의 소실, 손톱, 발톱, 모발 등에 의한 손실도 일어난다. 또 식도에서 항문에 이르는 9m의 소화관 내막(점막)도 하루 4분의 1씩 탈락과 재생이 반복되는데 이 과정에서도 단백질은 필수적인 구성 성분이다. 때문에 매일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지 않으면 위벽이 손상돼 식전이나 음주 후 속쓰림이 나타난다. 따라서 식사로 단백질이 적절히 보충돼야 하는데 음식으로 공급된 단백질은 이용되고 남는 부분이 몸에 저장되지 않고 소변으로 배설되므로 매일 식사 중 적어도 한끼는 양질의 단백질(고기, 생선, 콩 등)을 일정량 섭취해야 한다.
사실 노화현상과 성인병 발생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팔다리 근육과 내장지방 간의 끊임없는 투쟁’이라 할 수 있다. 노화과정에서 근육은 서서히 위축되는 대신 뱃속엔 지방이 축적돼 체중변동 없이도 근력과 활동력을 잃게 되고 성인병에 걸리기 쉽다.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은 20가지. 이중 인체에서 합성을 못하는 8가지 아미노산을 필수 아미노산이라고 하며 반드시 식사로 섭취해야 한다. 단 하나의 필수아미노산이 없더라도 체내 단백질 합성이 안 되므로 단백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히 크다. 특히 영유아 및 소아기에는 필수아미노산 요구량이 체중 대비 성인의 2배나 되므로 성장과 발육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단백질 공급이 매우 중요하다. 우유, 계란, 육류, 어류 등 동물성 단백질과 콩, 완두 등 식물성 단백질은 양질의 단백질이다. 하지만 쌀, 감자, 옥수수, 밀, 호두 등의 식물성 단백질은 필수 아미노산도 골고루 들어 있지 않고 소화도 잘 안 돼 체내에서의 유용성은 낮다.
국내 성인의 20∼30%는 채식 위주의 식습관을 갖고 있거나 단백질 섭취 습관의 잘못으로 양질의 단백질 공급이 항상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 OECD 국가 중 단백질 부족에 따른 결핵 유병률이 가장 높다. 또 상부소화기 질환(위염, 위하수)이나 여러 가지 감염증 등이 건강을 위협한다. 우리 식생활에서 단백질 보강방법을 예로 들면, 곡류 및 두류의 혼식, 곡류와 동물성 식품의 동시 섭취를 들 수 있다.
▶ 지나친 지질 섭취는 경제적으로도 손해
음식 중의 지방은 맛을 좋게 해주고 포만감을 주어 허기를 덜어준다. 또 필수지방산과 지용성 비타민(A, D, E)을 공급해 주는 영양소다. 하지만 탄수화물과 단백질보다 2배 이상의 열량을 내므로 많이 섭취하면 비만의 원인이 된다. 동물실험에서도 고지방식이 비만증을 유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혀져 있다.
최근 청소년을 중심으로 동물성 식품, 정제 식품(설탕), 패스트푸드의 과잉섭취 로 인한 포화지방 및 콜레스테롤 과다 섭취, 섬유질 부족, 비타민과 무기질 결핍 등이 문제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서구인에서처럼 비만증, 당뇨병, 고혈압, 동맥경화증, 암 질환의 발생률이 높아지고 있다. 동물성 단백질이 우리 몸에 좋다고 해서 너무 많이 먹으면 경제적으로도 손해(고기 1kg 생산에 7kg의 곡물사료 필요)일 뿐 아니라 통풍이나 골다공증이 오기 쉽고 당뇨병 환자에겐 신장 합병증을 일으킨다. 특히 육류, 계란 등에는 포화지방산과 콜레스테롤이 많이 들어 있어 동맥경화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단백질과 지방은 적게 먹어도 안 되지만 많이 먹어도 문제이므로 항상 골고루, 적절하게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나치게 많은 탄수화물과 짜고 맵게 먹는 습관만 고치면 우리의 전통 식생활 구조는 성인병 예방에 매우 적합하다. 따라서 가급적 자연식품인 완전 곡류, 우유, 신선한 채소 등을 먹도록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