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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밤 여행을 떠난다. 아직은 밤풍경이 을씨년스러운 감포. 감포 앞바다가 동해의 거친 물색으로 몰려온다. 어둠 속에서 바람도 따라 거칠다. 드디어 동해의 초입에 다다른 것인가? 평일 밤의 경북 감포항은 인적이 끊긴 절간 같다.
잠시 붙인 눈을 뜨자 어느새 먼동이 튼다. 곧이어 동해의 일출. 동해의 일출은 눈부시다. 심연의 어둠을 밝히면서 이윽고 이글거리는 태양의 맨살을 바다 속에서 띄워 올리는 것이다. 그래서 동해바다가 들끓는다. 벌겋게 타오른다.
그 뜨거운 동해바다를 가르며 어선들이 귀항한다. 만선으로 포구에 들어오는 것이다.
새벽 6시. 수협공판장은 벌써 많은 사람들의 움직임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 어선 한 척이 정박을 하자 굵고 투박한 목소리의 경매사가 마이크로 '정치망 활어 위판'의 시작을 알린다.
배 주위로 붉은 모자의 중개인 10 여명이 몰려든다. 오늘은 씨알 굵은 광어와 1m가 넘는 부시리가 단연 돋보인다. 중개인들은 경매사에게 자신의 잠바 옷깃 사이로 숨긴, 입찰금액의 수신호를 연신 흔들어댄다. 5분여 만에 생아구와 광어 부시리 개우럭 갑오징어 달갱이 등의 활어 위판이 끝났다.
그 외 선어 경매는 경매사가 종을 울려 경매를 시작한다. 주로 대구와 가자미가 주류를 이룬다. 동해 특산 청어와 도루묵도 뒤를 잇는다. 문어 대하 모래게 고랑치 등도 있고 맥반석에 구워 먹으면 쫄깃함이 남다른 흑고둥과 백고둥도 제법 많은 양이다.
감포항과 접한 곳에는 10여 집의 횟집들이 들어서있다.부산에서 동해특산 해산물을 가장 가까이서 먹을 수 있는 곳이다. 모두들 어선을 가지고 있거나 중개인을 통해 바로 위판 받기에, 횟감들이 다들 싱싱하고 맛이 좋다.
동해에서 보기 힘든 서대가 한 마리가 눈에 띈다. 50cm는 족히 되겠다. 서대 한 마리와 가자미뼈회를 섞어 3만 원짜리 회를 주문한다. 아이고~ 큰 접시에 한 가득이다.
서대 한 입 맛을 본다. 커서 그런지 여수나 남해에서 먹던 맛과 많이 다르다. 쫄깃쫄깃 하면서도 육질이 촉촉해서 씹는 맛이 일품이다. 묵은지에 서대회 한 점과 콩된장 땡초 고추를 싸서 입에 넣어 본다. 묵은지의 군둥내와 콩된장의 구수한 맛이 어우러진다. 뒤이어 마늘의 향긋함과 땡초의 맵싸함이 뒤끝을 마무리 한다.
가자미는 뼈회로 먹으니 구수함이 좋다. 끝물의 자연산 미역과 함께 싸먹으니 동해바다의 내음이 입안에서 터져 오르는 느낌이다.
여유가 되면 감포항의 명물 밀복국과 아구탕도 드셔보기 바란다. 활밀복과 활아구로 끓여내기 때문에 국물이 시원하기도 하거니와 육질도 부드러워 맛꾼들의 단골 차림이기도 하다.
날씨가 어느 듯 더워지고 있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생각나는 계절. 올 여름은 동해도 좋을 것 같다.
첫댓글 떠나고 싶다 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