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글입니다
꽤 오래 전 동네에 살고 있는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과의 우연찮은 대화 중에 충격을 받은 일이 있었습니다. 사실 키가 작고 썩 미인도 못 되는 그는 놀랍게도 자기 자신을 아주 잘 알고 있는 영특한 학생이었는데, 내가 꼰대의 전형적인 질문인 "나중에 학교 졸업하면 무슨 일을 하고 싶니?"하고 묻자 그는 조금의 주저함 없이 "시집 잘 가는 거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알바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내가 또 "공부할 시간도 부족할텐데 그렇게 열심히 돈 벌어 무엇하게?"라고 묻자 이번에도 아주 당당하게 당연하다는 듯 "돈이 있어야 성형수술 하잖아요. 눈도 크게 쌍꺼풀, 코도 좀 세우고, 턱 손질도 하고... 예쁜 얼굴 만들어야 돈많은 남자 만나 결혼할 수 있잖아요?"라고 자신이 찾아가는 행복론을 말했습니다.
현대의 하나님을 믿지 않고 영적인 세계를 부인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시대사조의 하나는 빨리와 쉽게의 문화입니다. 현대인들이 가장 못 견디는 것 중의 대표적인 것이 기다림과 인내이기 때문입니다. 기다림을 지루한 것으로만 받아들이기에 모든 것을 빨리 해결하려만 하고 그러다보니 모든 것을 적당히 쉽게 대충대충 지나가려 하므로 깊이가 없습니다. 특히 깊이 생각하고 숙고하며 나아가야 할 삶의 본질적인 면에서 아주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맙니다. 나는 인간관계에서 가장 밀접하고 그러면서도 변수가 많은 남녀관계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젊은 층에서 빨리 출세하고 성공하기 위해서 젊은 시절에 시간과 공을 들여 갈고 닦아야 할 인내의 과정을 생략하고 빨리 자신이 세운 목표에 다다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결과주의적인 것들로만 치달립니다. 과정보다 결과만을 생각하는 결과주의가 요구하는 것은 당장 눈앞에 보여지는 결과물입니다. 그리고 이 완성된 결과물을 자세히 살펴 볼 마음의 여유와 깊이 있는 통찰의 자세가 돼 있지 않기에 실수하게 되는 일이 많습니다. 현대인들에게 그 중의 대표적인 것이 결혼입니다.
하나님과의 수직관계를 무시하고 인간과의 수평관계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가장 가까운 인간관계의 출발은 남녀의 만남이고 일반적으로 이것은 결혼으로 이어집니다. 최근 내가 재미있게 보는 TV 프로그램에서 눈에 띄도록 많이 다루고 있는 것이 현실에서 벌어지는 남녀관계의 문제들입니다. 결혼 상대를 구하기 위한 미혼 청춘남녀들의 만남, 결혼생활에 실패하고 홀로된 사람들이 재혼의 기회를 갖기 위한 만남, 이혼한 사람들이 이혼 상태에서 옛 상대를 다시 만나게 되는 만남... 등이 그것입니다. 이른바 솔로들의 화끈한 데이팅 리얼리티 쇼인 '솔로 지옥' 그리고 결혼에 한 번 실패하고 다시 싱글로 돌아와 재혼을 노리는 '돌싱글즈'. 이미 이혼한 상태지만 서로에게 나름대로의 어떤 실마리가 있어 다시 만나게 되는 '우리 이혼했어요' 등의 프로그램입니다.
어제 오늘은 계속해서 시리즈로 되어 있는 '솔로 지옥'을 몇 편 보았습니다. 이것은 한껏 멋내고 자기 과시를 하고 싶어하는 미혼 남녀가 짝을 구하고자 하는 심리욕구를 채워주는 프로그램인데, 서로가 상대를 구하는 첫 번째 요소는 외모입니다. 누군가 이에 대해 내면의 아름다움을 내세우며 "하나님은 외모를 보지 않고 중심을 보신다"는 성경구절을 대입하기도 하겠지만, 상대의 마음 속에 들어갔다 오지 않은 이상 사람은 우선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을 자신의 선택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습니다. 신이 아니기에 이럴 수밖에 없고, 또 신이 아니기에 인간의 관점으로 자신에게 잘못된 선택이 될 수도 있지만 그건 차후 문제입니다.
외모지상주의가 만들어 낸 시대문화에서 나름대로 성공(?)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상대의 눈길을 끌 수 있도록 외모를 가꾸어야 합니다. 만일 선천적인 외모 바탕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성형수술을 해서라도 나름의 경쟁력을 길러야 합니다. 그러나 바비 인형처럼 일반적인 외모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자기만의 특색 있는 매력 포인트를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쁘기는 하지만 첫 눈에 질려버리는 외모이기보다는 보면 볼수록 개성이 있어 끌리는 매력을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가 만남의 과정과 서로를 탐색하며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절대 필요합니다. 이 과정이 지나야 비로소 우리는 외모 그 이상의 매력을 느끼게 하는 서로의 마음을 만지게 됩니다. 남녀관계 출발의 대부분은 상대방 첫 인상의 강력한 끌림에서이지만, 인간의 직관력을 운운하며 자신의 감정에 닻을 내리게 될 때 실수의 여지가 많습니다. 인간의 감정은 믿을만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혼에 성공하고 싶으면 서로의 마음문을 열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가지고 인내하며 지켜 볼 수 있는 시간의 여유가 필요합니다. 그러고서야 상대의 약점마저도 포용할 수 있는 성숙한 인격의 눈으로 사랑의 진실을 만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제 코로나19 방역규제도 완화되고 활짝 만개한 꽃봉오리들로부터 봄의 향기와 함께 봄바람이 살살 불어옵니다. 그리고 여기 저기서 기다렸다는 듯 봄 소식과 함께 결혼청첩장이 날라옵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결혼처럼 중요한 일은 없기에 아무쪼록 모두 다 행복한 결혼생활이 되기를 바랍니다. 성경은 결혼을 전제한 남녀의 만남을 하나님의 선물로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집과 재물은 조상에게서 상속하거니와 슬기로운 아내는 여호와께로서 말미암느니라.'(잠 19:14)
AbrahamJ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