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모산(冠帽山)
⚫거마산((距馬山)
⚫수현(水峴:무네미)
관모산은 장수동에 있다.
인천대공원이 자리 잡고 있어 많이 알려진 곳으로, 이는 멀리 수원 광교산에서 시작한 산 뿌리 ‘한남정맥’의 작은 가지에 해당한다고 한다.
한남정맥이 인천 쪽으로 뻗어오게 되면 시흥의 소래산으로 이어지는데, 그 줄기가 주안산(만월산)을 거쳐 북으로 올라간다. 이 때 소래산과 주안산 사이에 관모산과 거마산이 있어 둘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관모산과 거마산은 서쪽으로 비리고개, 동쪽으로는 부천시와 경계를 이루고 있다.
관모산이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몇 가지 해석이 있다.
첫째는 ‘冠帽’라는 한자 이름이 머리에 쓰는 ‘관(冠)’을 뜻한다는 점에서 우리말 ‘갓모’에서 나온 이름으로 보는 것이다. ‘갓모’는 ‘갈모’의 발음이 바뀐 것인데, 우리 조상들이 비를 피하기 위해 갓 위에 쓰던 쓰개를 이르는 말이다.
이 산의 모양이 갈모처럼 생겨서 ‘갈모산’ 또는 ‘갓모산’ 이라 불렀는데, 이 이름이 한자로 바뀌면서 ‘관모산’ 이 됐다는 견해다. 하지만 관모산이 갈모처럼 생겼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볼 때 인정하기 어렵다.
둘째는 관모가 원래 갈모 또는 갈뫼, 곧 “산이 이리저리 갈라졌다”는 뜻에서 생겼을 것으로 보는 해석이다. 이 때 갈모나 갈뫼는 ‘갈 + 모(뫼)’의 형태다.
이중 ‘갈’은 ‘갈라지다’라는 단어의 뿌리 〈어근' 語根〉 이며, 지금의 ‘갈리다’ 라는 말을 중세국어에서는 ‘갈리다’ 외에 ‘가리다’ 라고도 했다. :
여기서 ‘가리’라는 말도 나와 소갈비나 돼지갈비 등의 ‘갈비’를 예전에는 ‘가리’라 했다. 뼈가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어 나온 말이다. 오늘날 ‘(머리의)가리마’ 등에도 이 말이 쓰이고 있다.
이 ‘가리’가 땅 이름에서는 산이나 물줄기 등이 갈라진 곳에 쓰였다. 또 길이 몇 개로 나누어지는 곳에는 ‘갈’이라는 말이 많이 쓰였다. ‘갈재, 갈메마을, 갈월동’ 등이 모두 그런 경우다.
이곳 관모산도 주변의 거마산 등으로 갈라져 나간 산의 모양 때문에 ‘갈모’나 ‘갈뫼’ 등으로 불렸던 것으로 본다. 그러다가 그 발음이 바뀌어 ‘관모’가 되고 여기에 다시 ‘산’이 덧붙어 관모산이 됐으리라는 해석이다. 여기서 ‘모’나 ‘뫼’는 산(山)을 뜻하는 우리 옛말이다.
학자들 사이에서는 관모가 이처럼 ‘갈모(갈뫼)’에서 나왔다는 점은 동의하면서도 ‘갈’의 해석은 다르게 하는 견해도 있다.
곧 ‘갈’을 ‘높다’ 또는 ‘크다’는 뜻의 우리말로 보아 걀산 또는 갈뫼를 ‘높은 산’이나 ‘큰 산’이라고 해석하는 것이다. 이때의 ‘갈’은 지금도 사람의 머리(높은 곳)를 뜻하는 ‘대가리’ 등에 흔적이 남아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의미에서 ‘갈매, 갈매골, 갈미굴, 갈미, 갈미봉’ 등의 땅 이름이 우리나라 곳곳에 퍼져있다.
이중에는 그다지 높거나 크지 않은 산에도 이런 이름이 붙은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관모산도 이런 의미에서 ‘갈뫼’ 또는 ‘갈매’ 정도로 불리다가 발음이 바뀌고 한자화하며 관모산이 됐다고 보는 견해다:
이와는 또 다르게 ‘으슥하게 감추어져 있다’는 뜻의 우리 옛말 ‘갊다’에서 비롯된 ‘갈마곡, 갈마골’ 등의 땅 이름과 같은 계통에서 ‘갈모(산)’이라 불리다 ‘관모산’이 됐다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이곳은 그다지 깊은 계곡이 아니기에 객관적으로 이를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결국 관모산은 ‘이리저리 갈라진 산’ 또는 ‘높은 산’이라는 뜻의 ‘갈모(갈뫼)’가 바뀐 이름으로 볼 수 있는데, 실제로는 산이 높지 않은 만큼 ‘갈라진 산’으로 해석함이 가장 타당할 것 같다.
거마산
거마산은 관모산 옆에 있는 산이다.
일반적으로 한자를 그대로 해석해 ‘큰 말〈馬〉이 앉아있는〈距〉 모양’이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관모산이 머리에 쓰는 갈모처럼 생겼다고 말하기 어렵듯이, 거마산 역시 객관적으로 보아 말이 앉아있는 모양이라고 말하기는 곤란하다. 이는 그냥 지금의 이름을 보고 만들어낸 얘기로 봄이 옳을 것이다.
그렇다고 달리 해석하기도 어려워 그 유래를 알 수가 없다.
이런 경우, 언어학 차원에서는 다른 지역에 있는 같은 계통의 땅 이름들과 비교해 그 뜻을 풀어낸다.
다른 지역에 있는 ‘거마’ 계열의 땅 이름은 많은 경우에 “신성하다”는 뜻의 우리말 ‘굼’의 변형으로 해석 된다.
‘굼’이라는 말은 신(神)이라는 뜻을 기본으로 해서 ‘왕(王), 으뜸, 많다, 크다, 곰(동물), 뒤쪽, 북쪽’ 등의 뜻도 갖고 있다. 그 발음도 ‘굼’ 외에 ‘검, 감, 곰, 금, 금, 고마, 가마, 개마, 거물…’ 등의 여러 변형이 있다.
한자로도 ‘儉, 黔(검)’, ‘金, 今, 衿(금)’, ‘巨物(거물)’ 등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하지만 어떤 글자를 쓰든 모두가 우리말 ‘굼’을 나타내기 위해 한자의 발음만 빌려온 것에 불과하다.
우리 겨레의 시조로 받들어지는 단군왕검(檀君王儉)의 ‘검’이나 임금을 뜻하는 상감(上監)의 ‘감’, 신라시대에 왕을 뜻했던 니사금(尼師金)의 ‘금’도 모두 이 뜻으로 풀이된다.
땅 이름에서는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신성한 곳’이라는 뜻 외에 바다나 강 같은 ‘물의 북쪽’이나 ‘뒤편(북쪽)에 있는 곳’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해석한다면 거마산은 이곳에서 천신제 등을 지낸 신성한 산이라는 뜻이 되는데, 한자가 그 뜻과는 전혀 다르게 붙은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곳 거마산에서 그런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은 찾을 수 없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때마다 하늘이나 바다에 지내는 제사를 무척 중요하게 여겼고, 그렇게 제사를 지내는 곳들은 읍지(邑誌) 등 여러 자료에 기록해 놓았다. 따라서 그런 기록이 없다는 것은 이곳에서 제사를 지내지 않았거나, 제사를 지냈더라도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 하는 규모와 수준이었다는 얘기일 것이다.
실제로 거마산은 그다지 규모가 큰 산이 아니고, 특별한 사연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하늘에 제사를 지냈을 만한 산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물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어 ‘물의 북쪽’에 있는 산이라 해석하기도 어렵다.
이래저래 거마산은 그 뜻을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수현(무네미)
관모산 기슭에 ‘수현’이라는 작은 고개가 있다.
한자로는 ‘水峴’ 이라고 쓴다. 그대로 해석하면 ‘물고개’라는 뜻인데, 순 우리말 이름인 ‘무너미 고개’ 또는 이 말의 발음이 조금 바뀐 ‘무네미 고개’를 한자로 바꾼 것이다. ‘무네미로’ 라는 지금의 이곳 길 이름이 여기서 나온 것이다.
이곳 무너미에 대해서는 흔히 김안로(金安老)와 경인운하 건설에 얽힌 전설을 들어 설명하곤 한다. 김안로는 조선 중종 때의 문신(文臣)으로, 큰 권세(權勢)를 누린 사람이다.
당시 조정 (朝庭)에서는 전라·경상·충청도 등 삼남(三南) 지방에서 세금으로 거둔 곡식을 배에 싣고 올라와 한강을 통해 서울로 운반했다. 그 배들이 한강에 들어서려면 먼저 김포와 강화도 사이의 물길인 손돌목을 통과해야 했는뎨 이곳의 물살이 세고 암초도 많아 배가 가라앉는 일이 잦았다. 이 때문에 이미 고려시대부터 손돌목을 거치지 않고 황해 바다에서 바로 한강으로 이어지는 운하(蓮河) 계획이 추진됐다. 오늘날 ‘경인 아라뱃길(경인운하)’의 시작인 셈 이다.
전설에 따르면 그때 이 업무를 맡은 것이 김안로였는데, 그는 이곳 무네미고개를 포함한 인천과 김포 일대 3곳에서 길을 뚫어보려 했으나 모두 실패했다고 한다.
당시 김안로는 김포 고촌 일대 한강변에서 김포·부평 들판을 가로질러 운하를 파고, 맞은편 인천 앞바다에서도 지금의 백운역 방향으로 파왔다. 그러나 오늘날 남동구와 부평구의 경계인 약산(藥山―만월산) 부근 원통이고개에서 단단한 바위에 막혀 더 이상 공사를 진행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그는 방향을 바꿔 이곳 만수동 무네미고개 쪽으로 운하를 파보려 시도했는데 이 역시 실패하고 말았다는 내용이다.
그때 그가 여기서 어떻게든 ‘물길을 넘겨’ 운하의 길을 텨보려고 했다고 하여 ‘무(물)너 미’ 라는 이름이 생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너미 라는 이름은 우리나라 곳곳에 있다.
‘무너미’뿐 아니라 ‘무네미’, ‘무내미’ 또는 서울의 ‘수유리(水踰里)’처럼 이를 한자로 바꾼 이름들도 있다. 그런데 이런 곳들에는 운하 건설과 같은 전설이 없다.
따라서 이 이름은 국어학적 입장에서 해석하는 것이 가장 타당할 것 같다.
우리말 ‘무너미’는 대개 두 가지 뜻을 갖는다.
하나는 ‘물넘이’의 발음이 바뀐 것이다. 이는 강이나 바닷가 등지에서 ‘물이 넘어오는 곳’ 이나 ‘물 너머에·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때로는 ‘물이 넘어갈 정도로 그다지 높지 않은 곳’ 이 라는 뜻으로 해석될 때도 있다.
또 하나는 ‘모넘이’의 발음이 바뀐 것이다. ‘모’는 ‘뫼’와 함께 산(山)을 말하는 우리 옛말인데, 그 발음이 ‘무’로 바꿔어 쓰이기도 했다. 따라서 이런 경우의 ‘무너미’는 ‘산을 넘어가는 곳’ 이나 ‘산 너머 동네’ 정도의 뜻이 된다.
이곳 무너미는 이들 두 가지 모두로 해석이 된다.
첫째는 ‘물 너머에 있는 곳’인데, 이곳 바로 앞에 장수천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산 너머 동네’ 인데, 이 동네 근처에 관모산과 거마산 등의 작은 산들이 여럿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