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벚꽃이 분분 날리던 봄날 저녁, 반가운 얼굴들을 줌으로 만났습니다. 오늘 저녁에는 간만에 김문희 장학사님도 오셨군요. 2주간의 시간 동안 다들 바쁘게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셨어요. 진경샘께서는 시집 읽고 구술평가하는 한 주를 보내셨는데, 학생들이 세 개의 문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여 말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교사로서는 힐링이 되는 시간이었다 하시네요. 제자들의 생각과 감성의 결이 한층 다듬어지는 모습을 바라보고 공감하는 모습이 아이의 커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부모 같아요.
한편 김문희 장학사님께서는 지난주 강릉 내 학생 확진자가 둘이나 나와, 새벽부터 시시각각 방침에 따른 조치를 안내하고 코로나 검사 진행 과정을 점검, 결과에 따라 추후 과정을 진행하시느라 한층 더 바쁘게 한 주를 보내셨어요. 그리고 몇 주간 공들여 세팅하셨던 연수도 코로나 확진 상황으로 연기되어 계획 진행과 중단이 반복되는 시간을 보내셨고요. 간만에 본 지수샘은 고3 담임으로 바쁜 일정 속에서도 운동과 기타 레슨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하셨네요. 역시 끊임없이 도전하고 배우며 삶의 폭을 넓혀나가는 멋진 선생님이셔요.
학교 업무 처리에 분주한 탓에 오히려 수업이 더 쉬는 시간 같았다는 서형샘도, 오늘은 지나가는 봄날이 아쉬워 간만에 동네 꽃구경을 다녀오셨다 해요. 평창의 봄은 어떨까요? 상기된 표정으로 봄날의 발걸음을 소개해 주시는 선생님의 표정에 봄이 묻어있어요. 저는요... 역시 학교에서 1,2,3차 선도를 2학년에서 끊는 바람에 넋이 나가 있었는데, 지난 목요일 밤 멀리서 내려온 친구 덕에 잠깐 밤 벚꽃을 만나러 갔었답니다. 아름다운 것들은 왜 이리 쉽게 사라지는지요. 오늘 오후 잠깐 그곳을 다시 가 보니, 절정인 순간 최대치의 아름다움으로 반짝 빛나던 그 꽃들은 사라지고 분분 흩날리는 꽃비로 남아 있네요.
항상 웃는 얼굴에 오늘은 머리까지 동그라니 더 어려지신 홍혜영 연구사님 역시 저녁엔 연수 및 현지 맞춤형 직무연수 과정 심사 및 진행에 바쁘셨어요. 그래도 새롭게 시작된 연수에서 의미 있는 배움과 만남이 이루어지길 기대하며 세팅하시는 모습에 역시 오늘도 힘을 얻습니다. 저녁도 못 드신 채로 급하게 오신 은영샘, 바쁜 한 주였지만 그림책 수업에 도전하며 세 교과(국어, 음악, 체육) 융합의 수업 아이디어를 나눠 주셨네요. 모둠 활동도 어려운 상황이라 수업의 방향을 바꿨지만, 그림책을 읽고 요약하는 과정을 계속 고민하며 학생들이 수업에 몰입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계시네요.
2.
오늘 대상이 된 책은 강원 토론 교육 연구회의 『말랑말랑 그림책 독서토론』이었습니다. 우선 책을 읽고 책의 아이디어를 수업에 적용하는 과정에 대한 질문을 은영샘이 해 주셨는데, “그림책을 학생들에게 읽힐 때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을까?” 함께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수업 열기 활동으로 ‘빙고 게임’을 활용한 책 내용 확인(요약)의 아이디어 적용에 대해 함께 생각했는데, 다양한 등장인물의 특징을 지닌 가사를 만들거나 핵심어를 활용한 글쓰기 등을 통해 독후 요약 및 확인 활동으로 적용 가능성을 가늠해 보았어요.
지수샘께서 중학생을 대상으로 그림책 수업을 해 본 경험을 떠올리며 고등학교에서도 적용 가능할까 질문하셨는데, 이 책의 목차에 나온 주제를 고려하여 차시별 계기 교육을 하거나 학급 자율 시간을 활용하여 주제별 적용이 가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진경샘께서 『슈퍼 거북』을 추천해 주셨는데, ‘나다움’을 잃어버린 채 무조건 열심히 달리기를 강요받고 또 그렇게 살고자 한다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는 고3에게 중요하고도 적절한 문제라 함께 공감했네요.
그리고 초중고 모든 과정에서 그림책 적용 수업이 가능했다는 점은, ‘어떤 텍스트를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가’에 대한 수업 내용의 구조화와 적용의 문제임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홍 연구사님께서는 이 책에서 소개한 사모아 토론이 마치 어항서클의 기법과 닮아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여기 나온 만다라트를 활용한 생각정리 기법이라든지 그림책 읽기 전-중-후 과정에 적용하는 활동 모두 수업의 과정 중 학생특성 및 학교급별 수준을 고려하여 더욱 구체화한다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수업의 흐름이라 생각했어요. 그리고 서형샘은 핵심낱말을 활용한 글쓰기나 그림책을 읽은 후 개인 글쓰기를 하면서 사고의 심화를 수준에 맞게 할 수 있으므로, 그림책 활용 과정이 학교 급별의 차이보다는 적용 방법의 차이를 조절해야 효과적이라는 의견을 주셨어요.
이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 책에서 다룬 그림책 텍스트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음 모임에서는 개별적으로 그림책 한 권을 선택하여 스캔 및 낭송본을 만든 후 이를 공유하여 읽기 전-중-후 활동으로 직접 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과제가 생겼지만, 오디오 북과 같은 낭독파일을 사전에 제작한다는 마음에 하나씩만 해 보기로 했어요^^
김문희 장학사님께서는 그림책이 지닌 텍스트로서의 장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림책 만능주의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을 하셨어요. 그림책은 문자로만 된 텍스트를 읽기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한층 더 손쉽게 이해하고 독해력을 기를 수 있는 장점이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수준에 맞는 텍스트들이 다양하게 제시될 때 학생들은 독해 및 사고력을 한층 더 훈련할 수 있겠지요.그 점을 놓고 본다면 홍 연구사님이 제안하신 ‘그림책과 다른 읽기 자료 엮어 읽기’도 꾸준히 수업 상황에서 적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EBS에서 방영한 ‘당신의 문해력’을 보면, 문해력이 또래보다 떨어지는 초등학생이 그림책 읽기를 3개월 반복하여 문해력을 향상한 사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https://home.ebs.co.kr/yourliteracy))
3.
역시 오늘도 10시를 넘겼네요. 이게 업무라면 야근이라 피로도가 높아질 텐데,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라 그런지 에너지를 받고 돌아서게 됩니다. 그리고 국어교사로서 나는 어떻게 수업을 하고 학생들을 만나야 할지, 어떤 글을 읽고 어떤 생각을 나누어야 할지 한 번 더 고민하게 됩니다. 잠시 멈추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고요. 이렇게 주말이 흘러가네요. 2주 후, 선생님들께서 하나하나 정성껏 낭독한 파일들을 열어보며 또 더 많은 책들과 세상을 만날 수 있겠지요? 다들 또 2주 열심히 잘 살고 만나요~~~
첫댓글 한 편의 시같은 후기네요. 특히 ''아름다운 것들은 왜 이리 쉽게 사라지는지요.''라는 말씀에 마음 뭉클해져요^^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분분 날리는 꽃비''처럼 아름다운 기록으로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우와~한참 전에 쓰신 아름다운 후기를 이제야 보네요. 그날 샘들께서 들려주신 이야기와 분위기가 오롯이 담겨 있네요. 감사해요 샘. 샘의 글은 언제나 아름다웠지만, 뭔가 이 후기글은 분위기가 또 다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