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쇄원·식영정·환벽당 등 '일동삼승(一洞三勝)'을 둘러본 후의 여정은 어떻게 짜면 좋을까.
담양군의 명소를 더 돌아봐도 좋고, 인접한 화순군으로 넘어가도 좋지 않을까 싶다.
소쇄원이 자리한 남면 지곡리는 담양군의 최남단으로, 화순군과 등을 맞대고 있다.
#조선 10경 중 하나인 화순적벽
지곡리에서는 예전에 조선 10경 중 하나로 꼽혔던 화순적벽이 멀지 않다.
소쇄원에서 화순군의 최북단에 자리한 적벽까지는 15㎞ 정도.
구불구불한 산길로 이동하는 구간이 적지 않지만 30분 정도면 닿는다.
화순적벽은 동복천 상류에 약 7㎞에 걸쳐 형성된 거대한 절벽으로,
중국 황저우(黃州) 양쯔강의 적벽과 견줄 만하고
소동파의 적벽부를 떠올리게 한다는 절경이다.
식영정이라는 이름을 붙인 석천 임억령, 김인후 등 수많은 시인묵객이 이곳을 찾아
그 아름다움에 감탄을 금치 못하며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렸다.
'적벽'은 1519년 기묘사화로 화순 땅에 유배 온 최산두가 동복천을 따라가다
발견하고는 중국 적벽 못지않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화순에서 적벽은 모두 네 군데. 노루목적벽, 이서적벽, 몰염적벽, 창랑적벽이다.
가파른 옹성산(572m) 자락이 활처럼 휘어져 흐르는 동복천 물길과 만나는 곳에
네 개의 적벽이 줄지어 서 있다. 이 중 최고는 마주 보고 서 있는
노루목적벽과 이서적벽으로, 보통 화순 적벽 하면 노루목적벽을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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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복호 푸른 수면 위로 우뚝 솟아 있는 화순 적벽.
중국의 적벽에 못지않다는 찬사를 받으며 조선 10경 중 하나로 꼽혔던 절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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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여지지'는 노루목적벽의 높이가 1000척에 이른다고 적고 있으나,
실제 높이는 100m 정도 였다고 한다.
그러나 1970년대 동복천에 댐이 건설되며 절반 이상이 물에 잠겼다.
또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며 접근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다.
상수원보호구역 초소에서 노루목적벽까지는 산길로 5㎞.
단풍이 울긋불긋한 산길을 몇 차례 굽이돌자 시야가 확 트이며
노루목적벽과 이서적벽이 겹쳐져 펼쳐진다.
거울처럼 고요한 동복호 위에 수직으로 솟아오른 절벽의 위용이 대단하다.
두 적벽에 들어선 나무들은 온통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어 있다.
절로 탄성이 터진다.
이 정도 풍경이니'조선 10경'으로 꼽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산적벽 위에는 망향정이 세워져 있다.
망향정은 댐 건설 후 물에 잠긴 15개 마을의 실향민을 위해 세운 정자다.
정자 옆에는 15개 마을의 유래비도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는 매년 음력 10월3일 적벽제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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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시티로 지정된 담양 삼지내 마을의 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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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슬로시티, 삼지내 마을
담양군 쪽으로 여정을 잡았다면, 창평면 삼지내 마을을 빼놓을 수 없겠다.
삼지내 마을은 장흥군 유치면, 완도군 청산도, 신안군 증도 등과 함께
우리나라에 있는 10곳의 슬로시티(Slow City) 중 한 곳이다.
16세기에 형성된 전통마을로, 옛 멋을 그대로 간직한 고택과
아름다운 돌담길 사이를 걷는 맛이 각별하다. 먹거리도 많다.
조선시대 임금에게 진상했다는 창평 쌀엿과 한과,
막걸리 등을 직접 만들거나 맛볼 수 있다.
담양 최고 명소인 메타세쿼이아 숲길도 걸어볼 만하다.
2년 전 포장도로를 뜯어내고 흙길로 새로 꾸몄다.
메타세쿼이아 길은 이즘에서야 붉은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했고,
내주면 절정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1600년대 조성된 인공 숲으로 2004년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된 관방제림(천연기념물 366호),
바람에 서걱대는 대숲으로 가득 찬 죽록원 등도
늦가을 정취를 만끽하기에 그만이다.
정자를 더 둘러보고 싶다면 명옥헌 원림이나 면앙정 등을 추가하면 될 듯싶다.
가을 산행을 즐기고 싶다면 금성산성이나 추월산을 찾으면 되겠다.
화순·담양=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소쇄원으로 가려면 호남고속도로 창평나들목으로 나오면 된다.
삼지내 마을에서 한옥 민박을 운영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남도민박'으로 검색하면 된다.
주말 4인가족 기준 10만원선. 소쇄원 근처 '지실숯불갈비'(381-6744)는
돼지숯불갈비 맛이 일품이다.'고서국밥'(382-8598)은 다양한 종류의 국밥으로 유명하다.
삼지내 마을의 '슬로시티 약초밥상'(383-6312)에서는 건강에 좋은 약초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노루목적벽은 상수원보호구역이어서 일반인 출입이 통제된다.
그곳에 출입하려면 사전에 용연정수사업소(373-7565)에 연락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노루목적벽 입구(이서면 적벽로 630-1)는 이서우체국 건너편 산길로 올라가면 된다.
첫댓글 우와, 가보고 싶네요. 예전에 인근을 가보긴 했지만,,, 역시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이는 거니깐요.
훌쩍 여행을 떠나가고 싶군요, 그러나 혼자수 작품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네요.. 더욱 분발하자구요~!~!
여행을 떠나는 가을이 되게 하소서...
여행을 떠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