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여자들이 다육이의 수렁에 빠지는 단계에 대해 분석해 보겠습니다.
여자는 우연히 화분을 사러 들어간 화원에서 신기하게 생긴 녀석을 발견해요.
쥔 아줌니가 다육식물이라고 해요. 이름도 신기해요. 칠복수, 정야, 그리니, 천대전송....
가격도 착하고 귀여워서 거금 이천원을 들여 두개를 사와요.
해를 많이 보여주면 더 이뻐진다는 화원 아줌니의 말에 창가에 곱게 놓아두어요.
물을 자누 주면 안된다고 한달에 한 두번만 주라는 말에 참...키우기 쉽다는 생각을 해요.
아피리 쩍쩍 벌리고 있는 거실의 덩치들을 보면서, 나는 식물을 잘 키우니 이 아이들도
문제없다고 생각해요.
며칠을 날마다 들여다 보면서 전혀 변화가 없는 녀석들을 보면서 인터넷으로 다육식물을
검색해보아요.
이런 덴장..이것들은 일년이나 지나야 좀 자란게 눈에 보이는 아이들이래요.
그러다 우연히 잎꽂이라는것을 알게되요.
이파리르 두어개 떼서 곱게 화분 한쪽에 놓아두어요.
날마다 이파리를 들여다 보지만 뭐가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아요.
그러던 어느날 이파리 아래쪽에서 뭐가 나온게 보여요...아싸 가오리!!!..뿌리가 나왔어요.
그 날로 다육이의 매력에 빠져든 여자는 동네 화원에서 파는 몇 종류의 다육이로는 성이 차지 않아요.
인터넷을 검색해서 천원짜리 다육이를 20개나 주문을 해요.
이렇게 귀여운 애들이 어디 있냐며 창가에 일렬종대로 배치해놓아요.
꼬박꼬박 한달에 두번씩 물을 주면 애들이 쑥쑥 잘 자란다고 스스로 기뻐해요.
그러던 어느날이예요.
이런 덴장...이것들이 도대체 왜 이러는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쑥쑥 위로만 자라고 처음의
동글동글하던 모습은 보이지 않아요.
여자는 바로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카페에 가입해요.
오마나 세상에...여긴 다육이에 대해 모르는게 없는 고수님들 천지예요.
창가에 있는 애들의 사진을 찍어 질문을 해요.
애들이 전부 웃자란거래요..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예요.
얘들이 다 해서 이만이천원친데.... 모두 웃자랐대요.
고수님들이 조언을 해주어요. 햇빛 뿐 아니라 바람도 중요하대요. 물도 너무 자주 줬대요.
다시는 그 화원에 가지 않겠다며 죄없는 화원 아줌니를 열나게 씹고는 내친김에
베란다 화분걸이대를 주문해요..
이젠 애들이 이뻐질 일만 남았다 생각해요..
그런데..이런...쌍....장마가 시작한대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비오면 들였다 비 그치면 내놨다를 반복해요..,.
허리가 끊어질것 같아요.
이러다 내 청춘 다피지도 못하고 곱추가 될 것 같아요.
또 다시 카페에서 좋은 정보를 얻어요.
미니 하우스라는게 있대요.
열심히 노가다를 해서 김장비닐 씌워서 미니 하우스를 설치해요.
하지만 이번 비를 마지막으로 장마가 끝난대요.
저 하우스가 다육이들 다 합친 가격보다 비싼데....미친짓을 했어요.
장마도 끝났으니 이제 저 아이들을 울트라캡숑 미모를 뽐낼것을 기대하며 고수님들의
다육이들 미모가 부럽지 않다 생각해요.
그런데...또 뭔가 이상해요..애들이 거뭇거뭇 얼룩 같은게 생겨요.
다시 사진을 찍어 질문을 해요.
이런...개나리...
화상을 입은 거래요.
미니하우스에 차광막이라는걸 설치하래요.
열심히 노가다 해서 다시 차광막을 설치해요.
일기예보를 보니 다음주부터 신선한 바람이 불고 일교차가 커지는 본격적인 가을이 된대요.
또 미친짓을 했어요.
언제까지 이렇게 뒷북을 칠껀지...스스로 생각해도 갑갑하고 한심해 보여요.
그러다 가을이 되어 애들의 미모가 하나둘씩 살아나는걸 보니..그래도 내가 다육이는 잘
키우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슬슬 베란다 걸이대의 빈자리가 눈에 보여요.
그 사이 장마에 물러서 간 애들도 있고..빈자리가 자꾸 눈에 거슬리게 되어요.
불량이라는것을 심호흡을 하고 질러 보아요.
다육 판매하는 카페에 가보니 별천지예요..
벼라별 이쁜 애들이 나 좀 데려가줘~ 하는 얼굴로 나를 쳐다봐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벌써 무료배송 5만원 이상 고객이 되어 있어요.
드디어 택배를 받았어요.
사진으로만 보던 진귀한 애들이 드디더 내 손에 들어왔어요.
애지중지 키우다 보니 어느새 베란다 걸이대가 자리가 없어요.
이젠 세종대왕님 한두장 정도는 국민이로 보여요.
베란다에는 이제 더이상 걸이대를 걸 수도 없어요.
씸지돈에 비상금에... 이제는 털어도 십원 한장 나올 구석도 없는데 고수님들의 다육이들은
자꾸 눈에 아른거려요.
점점 친구들 만나는 횟수도 줄어들고, 옷도 안 사게 되요.
술값 아껴 다육이를 사면서 건강한 취미라며 대견스러워 해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일기예보에서 다음주에 첫 서리가 내린대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예요.
저 아이들을 도대체 어디다 들여놔야 할지 머리가 터질꺼 같아요.
베란다에 선반이 늘어나기 시작해요.
조금이라도 햇빛을 잘 받게 하기 위해 층층이 좋은 자리에 선반들을 배치하고 애들을
모두 들여놔요.
이때 부터는 재미도 없고 살얼음판이예요.
물도 주면 안되고, 웃자랄까봐 날마다 들여다보지만...
들었던 물은 점점 빠져가고 애들이 배고프다고 쪼글거리고 아우성이예요.
하지만 거기에 넘어가면 안되요. 조금이라도 미모를 유지하려면 무조건 굶겨야 해요.
드디어 봄이래요.
남들은 3월부터 봄이라지만...2월부터 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식구들의 아우성에도 불구하고 며칠동안 베란다 문을 열어두어 추위에 적응을 시켜요.
드디어 밤에도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2월 말이 되었어요.
득달같이 애들을 모두 내놓아요. 이제 또 이뻐질 일만 남았다 생각해요.
그런데...이런 또 덴장...십장생이예요.
3월 꽃샘 추위에 몇몇 애들이 동상을 입었어요.
내 손발에 동상이 들은 기분이예요.
세상 하직한 애들 생각하면 속상하지만..
다육이로 입은 상처는 다육이로 치료해야 한다는 생각에 또 다육이를 검색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해요.
이미 너무 깊이 들어온것 같아요.
이젠 다육이 때문에 옥상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가고 싶어 미칠 지경이예요.
옥상에 비닐 하우스를 치고 다육이 키우는 고수님들이 세상에서 제일 부러워요.
나의 장래 희망은 옥상 딸린 집에서 비닐 하우스에 다육이를 키우는 것으로 바뀌어요.
또 다시 생각해요.
한달에 한 두번만 물주면 되니까 키우기도 쉽다는 화원 아줌니는
울트라 캡숑 슈퍼 사기꾼이라는 생각을 해요.
다육이 키우는게 애 키우는것보다 어려운줄 알았으면 시작도 안했어요.
차라리 마약을 하는게 낫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어느새 베란다에 서서 다육이들 이뻐지는걸 보고 헤벌쭉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해요.
아직 10월이지만 여자는....
이번엔 미리미리 월동 준비 해야겠다고 굳게 다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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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페에서 펌했어요.
첫댓글 공감 100% ...
꼭 저를 보는것 같아
웃지도 울지도 못합니다
ㅎㅎㅎㅎㅎㅎ 지도 공감 200%
그쵸
아마도 다육을 접한 분들은
공감하실겁니다
공감1000% 끊는법은 없을까용
홍장님
그런 방법있음
저에게도 그 비법전수해주이소
우리 옆지기가 무쟈게 좋아라 할 겁니다
비법!ㅡ저도 전수좀 ㅋㅋ
맞어 맞어 하면서.. 완죤 공감해여..
중증이에여...
이제 왕림하시면
고민되어 잠도 편히 못잔답니다
베란다에 있으믄 밥안먹어도 배안고프다나 뭐래나요
맞는말인듯
전 제이야기 인듯하여
누군지 글쓴사람 심리 파악 정말 잘한다 했습니다
아마도 다육을 키우는 사람들은
다 공감할것 같죠
이야 진짜 재미난다
전 골프도 안쳐요 이제
다육의 세계에 입문하심을 축카드립니다
거운 저녁시간되시길요
조금있으믄 아마도 공감 하실겁니다
적당한게 힘든가봐요.ㅎㅎㅎ
특히 다육이는 자제가 잘안되는것 같아요
제 경험으론
가지수도 엄청나고
집중하는 성격이라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