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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과 5월 : 구름들의 보금자리 / 등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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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e A 1. 구름들의 보금자리 (최도영 작사/백순진 작곡) 2. 내일 다시 만나요 (백순진 작사/백순진 작곡) 3. 바람길 (백순진 작사/백순진 작곡) 4. 내게로 와요 (백순진 작사/백순진 작곡) 5. 님의 노래 (소월 시/백순진 작곡) Side B 1. 등불 (백순진 작사/백순진 작곡) 2. 옛사랑(김태풍 작사/백순진 작곡) 3. 어둠 속에서 (백순진 작사/백순진 작곡) 4. 우리들의 이름 (백순진 작사/백순진 작곡) 5. 슬픈 추억(백순진 작사/백순진 작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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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 레코딩의 예술로 승화되다 4월과 5월을 어떻게 소개해야 좋을까. 일단 확인해 둘 것은 지금 소개하는 음반의 주인공이 지금도 활동하고 있고 "장미"라는 히트곡을 부른 4월과 5월과는 멤버가 다르다는 점이다. 당시의 4월과 5월은 은 '백순진 + 1'이라는 포크 록 듀오였다. '1'의 자리는 대체로 김태풍이 담당했지만 이수만(!)과 김정호(!) 등도 한때 이 자리를 거쳐갔다. 그런데 4월과 5월은 매우 미스터리가 많은 그룹이다. 리더인 백순진은 당시로서는 이례적으로 데뷔 앨범을 자신의 '작품집'으로 장식하고 그것도 당대의 메이저인 오아시스에서 발매했다. 그뿐인가. "사랑의 의지" 등 당대의 정상의 여가수 이수미가 부른 몇몇 곡들을 작곡하고 그녀의 음반을 실질적으로 프로듀스하기도 했다. 다른 한편 이들은 1971년의 청평 페스티벌을 계기로 혜성같이 등장했고, 이백천이 운영하던 르실랑스(Le Silence)를 근거지로 활동했으며, 전설적 포크 공연인 [맷돌]에 김민기, 송창식, 양희은과 함께 참여하는 등 '포크 언더그라운드'에도 일정하게 참여했던 존재다. 이 음반은 또 하나의 미스터리를 제공한다. 다름 아니라 '동방의 빛'의 근거지인 오리엔트 프로덕션에서 제작한 음반이기 때문이다(위에 표기된 일련번호 DSO는 '대도', '신세계', '오리엔트'의 이니셜을 따서 만든 것이다. 물론 나의 추리일 뿐이다). 그래서 작사가·작곡가이면서 편곡 능력까지 보유한 백순진의 그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이 음반을 녹음할 때 4월과 5월은 '노래만 부른 것' 외에 한 일이 별로 없다(이는 강근식의 증언이다). 음반 뒤에 표기된 것처럼 강근식이 이끄는 동방의 빛(강근식, 조원익, 유영수, 이호준)이 연주를 모두 담당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놀랍기만 하다. 시간이 흐른 탓에 사운드의 질이 그리 좋게 들리지는 않겠지만 이 음반이야말로 한국 음반의 역사에서 '인공적'인 프로듀싱을 가장 많이 거친 음반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는 와와, 퍼즈, 뮤트론 등 많은 이펙트를 건 전기 기타나 다채로운 인공적인 음들을 발산하는 무그 신서사이저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더욱 특이한 것은 보컬의 음색이 '육성'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단지 녹음할 때의 마이크를 조작하는 것만 가지고는 불가능하다. 결론은 이펙트를 개별 악기들 뿐만 아니라 사운드 전체에 걸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반향(反響)과 잔향(殘響)이 많은 무성한 사운드이고 이는 아름다우면서도 긴박하고 극적인 무드를 형성한다. 반향과 잔향을 많이 넣어서 악기음들이 뭉툭해지거나 깎여버리는 한국의 음반 프로듀싱의 관행과는 달리 모든 악기음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 모든 것이 2트랙 레코더에 의한 '핑퐁 녹음'으로 만들어졌다는 증언이 믿기 어려울 정도다. 그런데 오리엔트 사운드(혹은 역촌동 사운드)의 총지휘자 나현구는 '이지 리스닝을 지향한다'고 누누이 말했다고 한다. 이렇게 인공적으로 처치된 음들이 어떻게 '이지'하게 들릴 수 있을까. 실제로 들어보면 음들이 그리 불편하거나 부자연스럽게 들리지는 않는다. 그건 뭘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일차적으로는 강근식의 기타와 조원익의 베이스가 만들어내는 숨겨진 그루브를 들 수 있다. 재즈에 영향받은 두 기타리스트(베이스도 '기타'의 하나다)의 연주는 기계적으로 리듬을 연주하거나 리듬감 없이 솔로를 남발하는 대신 선율감이 있는 라인을 만들어내고 라인 사이에 분절을 지어서 선율감이 강한 작곡에 리듬감을 부여해 준다. 그렇지만 이런 리듬감도 "등불", "옛사랑", "구름들의 보금자리" 등의 수려한 멜로디와 결합하지 않았다면 이만큼 빛을 보지는 못했을 것이다. 팝송의 형식을 그리 거스르지 않고서도 세련된 선율을 뽑아내고 이를 백킹 보컬과 조화시키는 백순진의 능력은 선천적인 이유 외의 다른 이유를 들기 힘들다. 이 멜로디들은 마치 영국이나 미국의 어떤 시대에 존재했던 팝의 고전 같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다. 작곡 스타일도 다채로워서 "옛 사랑"과 "내게로 와요"는 긴장되고 절박한 감정이 넘치고, "바람길"이나 "슬픈 운명"은 느린 멜랑콜리를 담고 있고, "바람길"과 "우리들의 이름"은 적당히 허무하다. 뮤트론이 변조하는 뿅뿅거리는 음들 사이로 백순진과 김태풍이 교대로 메인 보컬을 맡은 "어둠 속에서"까지 버릴 곡이 하나도 없다. 일일이 다 언급할 수 없어도... 믿기 어려운 것은, 그리고 믿고 싶지 않은 것은 "내일 다시 만나요"가 '일본곡 완전 표절'이라는 이유로 금지곡이 되었다는 점이다. 현재로서는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힘들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예륜의 자의적 판단인지 아닌지... 하지만 이런 사소한 오점에도 불구하고 이 음반이 '포크'를 예술의 경지로까지 끌어올린 음반인 것만은 틀림없다. 이때 예술이란 '라이브의 예술'이 아니라 '레코딩의 예술'을 말한다. 불행히도 이 음반 역시 '금지곡이 한 곡만 있어도 음반을 판매할 수 없다'는 당시의 정책(이런 것도 '정책'일까?)으로 인해 이들의 백조의 노래가 되고 말았지만... 20021222 text | 신현준 homey@orgio.net |
첫댓글
정말 아름다운 노랫말과 다양한 풍의 노래로 이루어진 베스트앨범이란 갠적인 생각
내가 젤 좋아하는 '어둠속에서'도 있고...태풍님께서 젤 좋아하신다는 '바람길'도 있고...
들의 보금자리,등불,님의노래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