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dress Unknown !!
알수 없는 주소, 바꿔버린 전화번호..그 무엇이든 간에 당신의 기억속에 각인된 그무엇으로부터 거부당하는 강력한 메세지 수취인불명...
김기덕 감독의 영화이다.
김기덕...초저예산을 가지고 빠른 속도로 찍어내는 게릴라식 영화 작업에 대해 많은 논란이 따라다니지만,
국내시장에서 상업적으로 성공한 적이 없는 김기덕이 감독으로 계속 생존해나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경이로운 그에 대해 개인적인 존경심을 갖고 있다..
대부분의 한국 감독들이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중산층 혹은 부르주아 출신인데 반해,
김기덕은 생애의 대부분을 “문화생활과는 거리가 먼” 상태로 살았다. 덕분에 김기덕 감독은 인간적인 삶의 조건을 원천적으로 박탈당한 사람들에 관해 뛰어나게 묘사한다.
절망과 타락에 길들여져 있고, 자기 구원을 향한 자각이 생겼다가도 이내 희미해져 버리는 인간 군상을
김기덕만큼 잘 알고 있는 한국 감독은 없다. 그러나 그의 모든 영화들은 어두운 세계에서 솟아오르는 한 점 불꽃 같은 상상력과 매혹적인 그래픽 이미지를 잊지 않는다.
<섬>과 <수취인 불명>이 베니스 영화제 경쟁 부문에 연속 초청됨으로써 “독창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한국의 대표적 감독”이라는 해외의 평판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초등학교 졸업 후 17세부터 공장에 다녔던 이력을 밝힌 바 있다. 또한 1990년 비행기 삯만을 마련해 프랑스로 떠나 2년간 그림을 그려 팔면서 ‘유학’ 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는 이른바 ‘정상적인’ 제도 교육의 수혜자가 아니다. 그러니 ’제도권’의 감성과 논법은 주변 혹은 외부로 떠돌았던 그에게도 마찬가지로 불편할 게 분명하다.
영화에서 기대할수있는 극적 반전과 크라이막스를 염두에 둔다면 이 영화는 그동안 볼수 있었던 한국영화의 모든 고정관념을 시원하게 부셔버린다.
연기자들의 말할수 없이 절제된 연기력과 감독의 치밀하게 계산된 연출력과 탄탄한 시나리오가 한국 영화 역사의 최고의 기대점에 와 있는 듯한 감흥을 받을 수 있었다.
세번이상 가슴이 먹먹해지는 비애가 소름돋는 오한으로 느껴질만큼 약소국으로서의 비운의 역사와 함께
인간 본능을 철저히 파헤친 정나라한 이 영화의 계산된 시나리오에 다시한번 격찬을 보낸다.
이번 부산 국제 영화제에 개막작으로 올렸어야 하는 최고의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국내의 비중없는 반응에 의해 작품성과는 비교될수없는
흥행홍보의 물결에 의해 기존 영화계의 제도권에 의해 뒷방신세가 되어버린 아쉬움이 또한번 씁쓸함을 자아낸다.
아시아, 이란 ,북유럽의 그 어느 영화에서도 느낄수 없는 감흥은 이것이 우리의 이야기임에..
이러한 뿌리를 내딛고 살아가고 있는 인간군상속에 바로 우리가 서있다는 자각 때문일것이다.
권력에 의해 모순된 시대의 일면을 살아갈수 밖에 없었던 영상이 곧 내가 살아 내고 있는 현실이라는 자각이 드는 순간 영화는 끝이나고 나는 세상을 향해 걷는 방법을 잊은듯 했다.
시대로 부터 수신되지 않은 사람들.....
지금..당신이 유보하고 있는 짧은 답신 한통이 그 누군가 기다리는 인생의 전부라면 당신은 지금....
펜을 잡아야 할때이다..... 수화기를 들어야 할때이다.
그것이 사랑이든 우정이든 그 무엇이든 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