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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수녀원 도서관 소임 때 심취해서 읽었던 불교 책들의 저자이신 법정 스님이라면 인격적으로 존경할 만한 분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법정 스님은 수녀님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좋았다. 그때 법정 스님은 송광사 뒷산의 불일암에 사셨다. 그래서 송광사로 법정 스님을 찾아갔다.
법정 스님을 뵙고, 나는 수녀원에서 나왔고 출가하려고 하는데 나를 잘 지도해 주실 훌륭한 스님이 계신 절로 보내 달라고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물론 수녀였다는 사실은 비밀로 해 달라고 당부를 드렸다.
법정 스님이 손수 편지를 써 주셨다. 언양 석남사의 인홍 스님을 찾아가라고 하셨다.
- 본문 286쪽
“삶이 무엇입니까?”
“삶은 달걀이다.”
그렇다. 이 우스갯소리처럼, 삶은 그렇게 대단할 것도 없고 심각할 것도 없으며, 그렇게 기뻐할 것도, 그렇게 슬퍼할 것도, 그렇게 분노할 것도, 그렇게 절망할 것도 없는 것 같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마치 하늘에 떠 있는 구름처럼 끊임없이 변화한다. 오늘은 이것에 열광하다가 내일은 또 다른 것을 찾아 헤맨다. 그러므로 영원한 행복도 없으며 영원한 불행도 없다. 행복한 순간이 있는가 하면, 어느새 불행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행복과 불행은 손바닥의 앞뒷면과 같아서 항상 우리와 같이 있다. 그러므로 불행이 온 순간 그렇게 낙담할 것도, 땅이 꺼질 듯한 실망감으로 한숨 쉴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행복이 또다시 찾아오기 때문이다.
- 본문 243쪽
뚱뚱한 사람이 날씬해지기 위해 마음의 작용을 이용하는 것은 돈도 안 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자신에게 “오늘은 몸이 가벼운 걸 보니 분명히 살이 빠졌어”라든가, 거울을 보고는 “턱 밑의 군살이 빠졌네. 배도 들어가고. 이대로 한 달만 빠지면 아마 날씬해질 거야”라고 말하는 등 긍정적인 자기 암시를 하면 실제로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음식을 먹으면서 ‘오늘은 기분이 엉망인걸. 에잇, 먹은 거 다 체할 것 같군’ 하는 생각으로 밥을 먹으면 반드시 체한다고 한다. 또 ‘내일 아침에는 반드시 5시에 일어나야 해. 난 5시에 깰 자신 있어’라고 자기 암시를 한 뒤 5시에 일어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자면, 정말로 5시에 눈이 떠진다고 한다.
이처럼 마음의 힘은 강력한 마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강한 신념으로 마음을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본문 247쪽
2년 전 《한권으로 읽는 빠알리경전》을 들고 우리 곁에 갑자기 나타난 수녀 출신 일아스님 20여 년을 미국에 머무르면서 보고 듣고 느끼고 부딪히며 만나는 진솔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주옥같은 글들을 모은 깨달음 에세이 《우리 모두는 인연입니다》를 세상에 풀어놓았다.
이 책은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삶의 지혜를 함께 나누고자 로스앤젤레스 중앙일보 종교 칼럼난에 기고했던 내용들과, 미국에서 살면서 겪은 이야기들, 그리고 스님의 수행생활과 학문에 대한 솔직한 경험을 바탕으로 엮은 책이다.
일아스님은 서울여대를 졸업하고 학교 교사를 하다가 가톨릭 신학원을 거쳐 수녀생활을 하던 중, 불교에 귀의하고자 법정스님의 소개로 비구니선원 석남사에 가지산 호랑이로 널리 알려지셨던 인홍스님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현재 석남사 선원장 법희스님을 은사스님으로 출가해 스님이 되셨다. 이후, 지금까지 20여 년 동안 미국에 머무르면서 수행과 학문을 함께 해 오신 특이한 이력을 ......
일아스님은 서울여대를 졸업하고 학교 교사를 하다가 가톨릭 신학원을 거쳐 수녀생활을 하던 중, 불교에 귀의하고자 법정스님의 소개로 비구니선원 석남사에 가지산 호랑이로 널리 알려지셨던 인홍스님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현재 석남사 선원장 법희스님을 은사스님으로 출가해 스님이 되셨다. 이후, 지금까지 20여 년 동안 미국에 머무르면서 수행과 학문을 함께 해 오신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계신다. 그 이력만큼이나 다양한 인생 경험과 자기만의 수행철학을 꼼꼼하게 그려낸 깨달음에 대한 에세이집이다.
우리 모두는 인연으로 연결된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한 사람의 괴로움이 우리 모두의 괴로움입니다.
한 사람의 기쁨도 우리 모두의 기쁨입니다.
우리는 모두 지구라는 배에 함께 타고 가기 때문입니다.
가장 가까이 있는 행복, 내 안에서 발견하기를 발원합니다.
가장 가까이 있는 행복, 내 이웃에서 발견하기를 발원합니다.
진정한 행복은 나와 남이 함께 행복할 때이기 때문입니다.
- 발원문 중에서
제1장 ‘우리 곁에 살아 숨 쉬는 성인의 말씀’은 붓다가 6년간 철저한 고행과 자기 수행의 체험에서 우러난 깨달음의 진리를 전하고 있다. 깨달은 성자 붓다의 주옥같은 지혜의 가르침들을 모아 생생한 언어로 전달해 주고 있다. 한편 사이사이에 이어지는 일아스님의 에세이(말씀)는 우리 마음의 청량제다. 붓다의 가르침은 단순하고 소박하다. 이 단순성이 복잡한 서술보다 더 심오한 뜻, 신선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누구라도 들으면 즉시 이해가 되는 쉬운 가르침이다. 진한 감동을 주는 가르침들이다.
제2장 ‘침묵에 귀를 기울이는 지혜’는 세상을 살다보면 알게 모르게 관습대로 남이 하던 대로 그냥 따라 살게 된다. 그리고 현실과 타협하면서 관습이 되어버린 생각이나 관행은 옳고 그름에 무뎌진다. 그러나 ‘바른 견해’는 대단히 중요하다. 바른 견해가 없으면 자기 자신을 상실하고 세류에 휘말리게 된다. ‘바른 견해’란 불교 중요한 윤리 덕목 가운데 첫 번째다. 바른 견해에서 바른 행동이 나오고, 바른 행동에서 바른 실천이 나오기 때문이다. 2장에서는 잘못된 관행, 바람직하지 않은 여러 현상들을 살펴보면서 무엇이 바른 길인지 함께 생각해 보는 글들을 모았다.
제3장 ‘세상 사람들의 평화로움을 찾아서’는 언어와 문화가 다른 미국의 작은 한국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삶의 지혜를 함께 나누고자 그 동안 보고 듣고 느낀 여러 이야기들을 모은 것들이다. 어떤 이야기라도 거기에서 따뜻한 인간애를 발견하기를, 세상을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발견하기를, 소박하고 단순한 어린이와 같은 순수함을 발견하기를, 그리고 자신의 삶의 소중함을 발견하기를 기원한다.
제4장 ‘나의 삶 나의 수행 나의 학문’에서는 출가 수도생활을 기점으로 하여 필자의 삶과, 수행, 학문의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다. 지금까지 살면서 자신의 인생에 많은 영향을 준 훌륭한 분들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이런 훌륭한 분들을 조금이라도 닮으려고 부단히 노력했고,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려고 최선을 다한 삶을 살고자 노력한 흔적이 배어 있다. 이 분들의 은혜를 갚는 길 그리고 사람들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해야 할 일은, 자신이 공부한 것을 모든 사람들에게 회향(되돌리는)하는 것이라는 확신 아래, 그래서 작으나마 이 책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삶에 도움이 되는 지혜를 발견하기를 기원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