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하신지 오래된 회원님들께서는 우리 카페가 자랑하는 '선데이 프놈펜' 팀과 '선데이 방콕'팀을 기억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하지만 지난 2년 정도 우리가 너무 진지하게 굴었더니, 이 친구들이 좀 놀고 있었지만서두요.. 그래도 그들이 과거에 이룩한 성과가 제법 볼만 합니다. 먼저 주옥 같았던 그들의 과거 업적을 다시 한번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 팀을 '선데이 푸켓' 팀으로 재편하여 태국 남부의 휴양지 푸켓(Phuket)으로 보내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푸켓에서 다소 안타깝고도(?)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푸켓은 말레이 반도 중간에 위치한 하나의 섬이면서, 그 자체로 태국의 77개 시,도(=짱왓) 가운데 하나인 도 단위 행정구역이기도 합니다. 푸켓 섬은 남북 길이가 약 50km 정도이고, 동서 폭은 약 20km 정도인 비교적 큰 섬입니다. 특히 한국인들에게는 신혼여행지로 매우 유명한 아름다운 해변 휴양지이죠. 일단 우리 카페의 장기인 지도 분석을 통해 위치부터 파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구글지도) 푸켓 섬은 태국 남부 말레이반도 중간의 서해안에 위치한 섬이다.(붉은원으로 표시) 멀리는 벵골만 전체를 향해 있고, 가깝게는 태국의 서해인 안다만해를 바라보고 있다.
(구글지도) 위의 지도보다 약간 더 확대한 지도. 푸켓은 말라카 해협으로 진입하는 서쪽 초입에 위치해 있어 전략적 중요성도 높은 곳이다.
(구글지도) 푸켓 섬 및 주변 지역들의 모습. 푸켓 섬은 남북으로 길쭉한 형태이며, 섬 내에 산악지형들도 다수 분포해있어, 해변에서 해변으로 이동할 때마다 구비구비 고갯길을 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푸켓 섬은 단순한 관광지만은 아닙니다. 위의 지도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푸켓은 태국의 해상 교역이나 군사적으로도 전략적 요충지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푸켓에는 무역항 겸 군항으로서 기능을 갖춘 심해항구가 있고, '왕립 태국 해군'(RTN) 예하 3개 해역사령부들 가운데, 서해안 전체를 관할하고 있는 '제3해역 사령부'(3rd Naval Area Command)도 위치해 있는 군사지역이기도 합니다.
가령, 말레이반도 쪽 육지인 바로 북쪽의 팡아(Phang Nga) 도에서 서울의 한강 대교들의 절반 길이도 못되는 교량 하나를 건너면 바로 푸켓 섬이 나옵니다만... 푸켓 섬에서 서쪽의 해변의 휴양지들이나 동남쪽의 푸켓 시내로 가는 도로변에는 비교적 가파른 바위 산들이 해안선 쪽으로 위치합니다. 그리고 주요 봉우리에는 군사용 레이더들이 다수 설치된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군사적 지식이 약간만이라도 있는 이들이라면, 그곳에 바로 지대공 미사일이나 대공포들이 배치되어 있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아, 이곳이 군사적으로 상당히 요새화된 지역이구나" 하는 점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푸켓의 특성 때문에 각국 해군들의 푸켓 방문도 이어지며, 특히 미국 해군의 경우 항공모함들이나 주요 전함들이 거의 정례적으로 이곳을 기항지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우리 크세의 '선데이 푸켓' 팀이 푸켓으로 급파된 것도 바로 미 해군 항공모함 때문입니다.
푸켓이 아무리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몰려오는 곳이라고 하지만, 미 해군의 항모전단이 입항할 경우 지역 경제에 대한 파급력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가령 항공모함의 경우엔 그 승조원 수가 5천명에 달하며, 항모를 호위하는 순양함 등에도 수백명 씩의 병력이 탑승합니다. 그러므로 이들이 푸켓의 심해항구에 정박할 경우, 한꺼번에 5천명 이상의 미국인 관광객들이 단체로 2박3일 정도 몰려오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죠.
실제로, 푸켓 지역의 상인들 역시 미 해군의 움직임에 매우 민감한 편입니다. 미 항모 전단이 푸켓에 기항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9년 '로날드 레이건 호'(USS Ronald Reagan)가 최초로 정박한 이후, 거의 매년 정례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요. 우리 카페가 '작년 10월에 전해드린 바' 있듯이, 작년의 경우 미 해군과 태국의 지방 당국이 협의하여, 미 해군 장병들의 안전을 위해 특히 고고바 등이 밀집하여 환락가로 유명한 빠떵(Patong, ป่าตอง, 파통) 해변의 각종 유흥업소들에 법정 영업시간인 새벽 2시를 준수해달라는 공문을 보낸 바 있죠. 물론, 결과는 상인들의 대반발 속에 해당 조치가 유야무야됐다는 것 같습니다. 당시 상인들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내가 문을 일찍 닫으면 나한테 정기적으로 상납받는 공무원 놈들이 그만큼 뇌물을 덜 먹을겨?"하는 건데요.. 이 말 한방에 당국이 두손 두발 다 들고 말았다는거죠. (^.^)
하여간 미 해군의 항모전단이 푸켓에 들어오면, 이들을 통해 이리저리 이권을 차지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은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우리 '선데이 푸켓' 팀이 출동할 정도로 화제가 된 사건은 푸켓 지역 택시들 때문에, 5천명 이상의 미 항모전단 장병들이 잠시나마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죠. 한마디로 말해, 미 해군의 거대한 항모전단이 태국의 택시들 때문에 일시적으로 "좌초"된 것과 마찬가지였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군사적으로 세계적 규모의 비상상황이 발생한 것이니, 우리가 어찌 '선데이 푸켓' 팀을 출동시키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럼 이번 사건의 자초지종은 어떻게 된 것인지, 푸켓 지방 뉴스로는 영어권에서 가장 유명한 전문 언론인 <푸켓 가제트>(The Phuket Gazette)의 정보를 통해, 시간별로 재구성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진: The Phuket Gazette) 미 항모 'USS 니미츠 호'가 푸켓 심해항구에 정박해있다.
푸켓의 심해항구에 미 해군 항모 'USS 니미츠 호'(USS Nimitz) 및 미사일 순양함인 'USS 프린스턴 호'(USS Princeton)가 정박했는데요.. 그런데 택시 기사들이 항구의 출구를 봉쇄해버리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택시 기사들이 항구를 봉쇄한 것은 미 해군 장병들을 푸켓 섬 각지로 실어나르는 이권을 놓고, 라이벌 회사들 사이에 분규가 발생한 탓이라는군요.
이로 인해 푸켓에서 즐거운 시간을 갖고자 하는 기대에 부풀었던 미 해군 항모전단 남녀 장병 6천여명이 일시적으로 오도가도 못하고 발이 묶인 상태였다고 합니다.
지난 2011년 미 항모 'USS 로날드 레이건 호'가 푸켓 항구에 입항했을 당시, 이곳의 택시 기사들은 미 해군 장병들을 푸켓 항구에서 빠떵 해변까지 실어나르는 데 6천 바트(약 22만원) 이상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도: 위키피디아 영문판) 미 해군 장병들이 가장 방문을 원하는 장소는 섬의 남서쪽 해안에 위치한 빠떵 비치로서,(좌측의 커다란 붉은 원 부분) 이곳에는 환락가가 밀집해있다. 반면 이들이 하선한 푸켓 심해항구는 섬의 동남쪽 해안에 위치해있다.(우측의 작은 붉은 원 부분)
또한 2010년에 미 전함 3척이 정박했을 때도 택시 기사들의 시위와 농성이 있었는데, 미국 수병들에게 무료 교통편이 제공됐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지역 당국과 경찰, 그리고 미 해군 관계자들이 택시 기사들과 협상에 나서, 외주업체가 제공하는 무료 교통편은 장교들에게만 제공하고, 사병들은 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농성도 풀렸었다고 하네요.
하여간 이 시각까지는 '왕립 태국 해병대'(RTMC)의 푸켓 주둔군 사무소 및 푸켓 시청 관계자들이 택시 기사들과 협상을 시도 중이었다고 합니다.
자.. 이런 상황이니.. 속타는 거야 간만에 부푼 꿈 안고 육지 땅 밟으려던 젊은 미 해군 남녀 장병들 아니겠습니까? (^.^)
(사진: The Phuket Gazette) 사복으로 갈아입은 미 해군 및 해병대 소속 남녀 장병들이 상륙선을 타고 부두에 당도해 하선하고 있다.
오전에 지역 버스회사에서 준비한 관광버스들이 유명 관관지로 수병들을 실어날으려 하자, 수백 대에 달하는 택시들과 관광객 전용 승합차, 그리고 툭툭(tuk-tuk: 삼륜 택시)이 항구 입구를 봉쇄하여 버스들이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고 합니다.. 그러자 지역 주민 대표인 나롱 꿈반(Narong Kumban) 씨가 나타나 다음과 같이 황당한 말을 했다고 하네요.
"이렇게 많은 택시들이 모인 것은 항구를 봉쇄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우리는 정말로 돕기 위해 나타난 것이다. 나는 '블루 시 투어'(Blue Sea Tour) 소속 관광버스들이 오늘 아침 6시30분까지 이곳에 배차가 되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미국 수병들이 항구를 벗어나는 일을 돕기 위해, 내가 택시 100대를 급히 부른 것이다."
미 해군 측에서 이번에 버스 동원 업무를 맡은 한 장교는 자신의 이름을 글렌(Glen)이라 밝히면서 <푸켓 가제트>와 인터뷰했다고 합니다. 글렌이라는 이 친구는 자신이 아침에 부두에 나와보니, 온다던 버스들은 오지 않고 버스를 기다리는 수병들만 길게 줄을 서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는군요.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답니다.
"버스가 언제 오는지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말이죠. 버스비는 얼만지, 혹시 버스를 안 타는 사람들은 별도의 요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건지, 도대체 뭘 알 수가 있어야 말이죠."
어찌됐든 버스가 곧 당도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졌는데, 그러자 미 해군 병사들은 삼삼오오 흩어져 항구 정문으로 나갔습니다. 그랬더니 웬걸요? 거기 기다리는 건 버스가 아니라 열심히 호객행위를 해대는 택시 기사들만 잔뜩 있는 것이었습니다.
(동영상) <푸켓 투데이>가 촬영한 5월30일 오전의 푸켓 항구 입구의 모습. 승합차나 택시 기사들이 항구 바깥으로 나온 미 해군 병사들에게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한편, <푸켓 가제트> 소속 기자가 푸켓 항구 정문에 당도한 것은 오전 10시경이었다고 합니다. 이 기자는 그곳에서 푸켓 지역에서 일반인이 영업하는 택시들인 '검은 번호판 택시'(black taxi) 200여대와 수십대의 툭툭 및 관광용 승합차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니콜라스(Nicholas)라는 수병은 자신의 동료 5명과 함께 어제도 이미 택시 한대를 이용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곳의 택시 기사들에게 감사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답니다.
"저와 우리 친구들은 어제 이곳(=항구 바깥)에서 왓(Wat)이란 이름의 기사를 만나 하루 종일 대절을 했어요. 빠떵 비치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데 왕복 1천바트 밖에 하지 않더군요."
니콜라스 수병은 항구 안쪽에서 만난 정규 등록 택시인 '녹색 번호판 택시'(green plate)의 경우 빠떵까지 편도에만 5천 바트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우리는 항구 바깥 쪽에서 싼값의 택시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몇백 미터 거리를 걸어나온 거예요."
첫댓글 간만에 다시 읽어봤더니 잼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