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일찍, 사랑하는 후배로부터 휴통이 왔다. 봄바람도 쐴 겸해서 양평작업실로 놀러 오라는 것이다. 난, 답답한 마음에 무조건 그러겠노라고... 그래서 겨우내 비워놓은 내 작업실을 먼저 들러 적당히 점검한 뒤 곧장 그곳을 향했다.
봄에 부는 바람을 마파람(남풍, 앞바람), 맞바람(양쪽에서 마주 부는 바람), 소소리바람(초봄에 제법 차갑게 부는 바람)이라고 한다. 어제의 봄바람을 맞아 본 사람은 있나요? 그 바람의 수준은 가히 알리의 돌주먹 원투 스트레이트였다. 소소리바람에 가까웠다. 곱게 단장했던 내 장발은 ‘미친 X 산발’ 이가 따로 없었다. 가수 전인권이도 뺌을 맞고 돌아가도 할 말이 없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그런 모습으로 용인 내 작업실을 거쳐, 이천을 거쳐 그렇게 달려갔다. 그런데 이천 어디만큼 갔을까? 내 입에서는 와우! 소리가 절로 난다. 아주 오래전 인연이 깊어, 정말 자주 올랐던 주읍산이 턱~ 내 눈앞에 나타나지 않는가? 산, 산이라 해서 다~ 산은 아니다. 산다워야 진짜 산이다. 먼 곳에서 바라보면 가슴 큰 여인이 누워있는 자태이고, 남성美가 넘치는 뫼 山을 그대로 닮았다. 암튼, 내 마음에 든 멋진 그런 산이다. 과거 주읍산 정상에 오르면 세상이 다 내 것 같았다. 그리고 세상은 내 손바닥 안에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왜냐면, 옛 사람들은 이 ‘주읍산’을 ‘칠읍산’이라고 불렀는데, 그 이유는 산 정상에서 사방을 바라보면 한눈에 7개 읍이 시원스럽게 들어 왔으니 자연스럽게 나올 법하다. 나는 그 산을 멀리서 바라보고 가고 있다는 그 자체부터가 오늘의 여행은 행복의 전초전이었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우린 회포를 풀기도 전에 그동안 그가 작업한 작품들을 구경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양평은 자연이 뛰어난 곳이다. 그러니 물과 공기 또한 1급-수이다. 그의 작품들은 거기에 비견할 만했다. 어둠은 어김없이 나타났고, 우린 촐촐한 내장을 채우기 위해 용문산 입구 어느 음식점으로 달려가 ‘곤드레 돌솥 비빔밥’으로 채웠다. 그리고 진지한 2차 회담(?)이 G20 정상회담 부럽지 않게 이뤄졌다. 행복이 따로 있나? 이게 바보 맹구의 행복이다.
어제의 만남, 숭늉처럼 구수하고 막걸리처럼 텁텁하고 그랬다. 종합적으로는 ‘곤드레 돌솥 비빔밥’이었다. 그런 분위기에서 헤어지기가 참 아쉬웠다. 하지만, 난 서울의 식수원이라고 불리는 한강을 따라 소소리 봄-밤바람을 맞으며 집으로 유유히 흘러들어왔다.
“불어라~ 봄바람이여, 나의 지난 행복이여! 내일을 위해 고맙다.”
-소소리봄바람에 간, 바보 맹구 아우라-
*주읍산(主邑山)은 대한민국 경기도 양평군에 있는 산이다. 높이는 583m이고 양평읍, 개군면, 지제면에 걸쳐 있다. 만약 이곳을 등산할 경우, 교통편은 양평읍 원덕역(중앙선 간이역. 현재 복선 전철화로 수도권 전철 중앙선 개통)에서 하차하여 약 500m를 걸으면 흑천을 만나게 되고 그곳에서 새마을 다리를 넘어 직접 등산길에 오를 수 있다. 또 양평 터미널에서 여주 방향으로 대명콘도를 지나 원덕초등학교를 지나 흑천을 따라 이어진 천변 도로를 따라가면 새마을다리가 나오는데 거기서 등정할 수 있다. 그리고 산수유 마을인 내리를 거쳐 오르는 길도 있고 하자포리, 향리를 지나 주읍리를 통해 등정할 수도 있다. 산을 오르는 길은 산을 중심으로 사방에 나 있다. 그러니 출발지와 목적지를 염두에 두고 등산계획을 세우는 것이 여러 면에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