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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각 예에서 밑줄 친 부분의 '데, 지, 바'는 같은 형태인데도 예문 (ㄱ)에서는 모두 앞 단어와 붙어 있고 예문 (ㄴ)에서는 모두 떨어져 있다. 이는 바로 의미나 쓰임이 다르기 때문이다. 즉 예문 (ㄱ)의 '-데, -지, -바'는 모두 어미의 일부분이라 앞 단어에 붙여 쓴 반면 예문 (ㄴ)의 '데, 지, 바'는 모두 의존 명사로 앞 단어와 띄어 쓰고 있는 것이다.
먼저 (1ㄱ) '가는데'의 '-는데'는 앞의 문장과 뒤의 문장을 연결해 주는 어미로, '가는데'는 '가고 있는데'로 바꾸어도 의미에 별 차이가 없다. 반면 (1ㄴ)의 '가는 데'에서 '데'는 장소를 나타내는 의존 명사이다. 따라서 이 경우의 '가는 데'는 '가는 곳'으로 바꿀 수 있으며 '데' 뒤에 '에'를 붙여도 자연스럽다. (2ㄱ) '떠났는지'의 '-는지'도 역시 연결 어미인 반면 (2ㄴ)의 '지'는 의존 명사이다. 이때 '지'는 어떤 일이 있었던 때로부터 지금까지의 기간을 나타내며 뒤에 항상 시간과 관계된 표현이 온다. (3)의 예도 마찬가지이다. (3ㄱ)의 '온바'에 나타나는 '-ㄴ바'는 연결 어미로 이때의 '온바'는 '와서' 정도로 바꿀 수 있다. 반면 (3ㄴ)의 '바'는 의존 명사로 통보해 온 내용을 가리키고 있다. 이때에는 '바'를 '사실', '내용' 등으로 바꾸어도 의미에 차이가 없다.
이렇게 어미와 의존 명사가 유사한 형태라 띄어쓰기에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예를 더 살펴본다.
위의 예에서도 밑줄 친 부분을 보면 예문 (ㄱ)은 모두 붙여 썼고 예문 (ㄴ)은 모두 띄어 썼다. 앞서 살펴본 것과 마찬가지로 예문 (ㄱ)의 '-ㄹ걸, -으리만큼, -듯은 모두 어미이고 예문 (ㄴ)의 '거, 만큼, 듯은 의존 명사이기 때문이다. (4ㄱ)의 '-ㄹ걸'은 화자의 추측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이고 (4ㄴ)의 '걸'은 의존 명사 '거'와 조사 'ㄹ'이 결합한 형태이다. (5ㄱ)의 '-으리만큼'과 (5ㄴ)의 '만큼'은 모두 정도를 나타낸다. 하지만 (5ㄱ)의 '-으리만큼'이 '없-'이라는 형용사 어간에 직접 붙은 것과는 달리 (5ㄴ)의 '만큼'은 '없을'이라는 형용사의 관형형 다음에 나타나고 있다. 예문 (6)도 비슷한 경우로, (6ㄱ)의 '-듯'이 '먹-'이라는 어간에 직접 붙어 있는 반면 (6ㄴ)의 '듯'은 '먹은'이라는 관형형 뒤에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예문 (5), (6)과 같은 경우에는 의미보다는 앞에 오는 단어의 형태에 따라 띄어쓰기가 달라진다고 할 수 있겠다.
※ 지난 호에 접미사 '-시키다'의 예로 제시한 '취소시키다'는 "동생에게 극장 예약을 취소시켰다."에서처럼 다른 사람에게 취소를 하도록 한 경우에 쓰이는 것입니다. "나는 친구와의 약속을 취소했다(○)/취소시켰다(×)."에서처럼 자신이 직접 취소를 하는 경우에는 '취소하다'를 쓰는 것이 맞고 '취소시키다'를 쓰는 것은 잘못입니다.
첫댓글 살짝 집중이 필요하네요.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