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와의 만남, 빛나는 쉼표
안녕, 디카시!
안녕, 디카시 그대의 이름이 우리 문학인들 가운데 공유되고 확산되기 시작한지도 벌써 19년이 지났어요. 창안자 이상옥 시인이 첫 디카시집 『고성가도』를 상재한 것이 2004년이니까요. 『논어』에서 말하는 지우학(志于學)을 여러 해 넘어섰지요. ’학문에 뜻을 둔다‘는 의미를 가졌으니, 앞으로는 그대가 하나의 경점(更點)을 넘어 새로운 문예장르로서 작품 및 이론의 축적과 더불어 공고한 체계화를 도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문학인들 가운데 그대의 창작형식이 디지털 카메라와 짧은 시문(詩文)의 결합으로, 그 순간 포착의 영상과 촌철살인의 언표(言表)로 동시대의 첨예한 감각을 표현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가 없어요. 처음에는 남녘 지방에서 시작하여 삼남 일대를 휘돌고 다시 한국 전역으로 확장되었다가, 이제는 미국 중국 등 세계화의 길로 나아가고 있으니 그대의 이름에 존중과 경의를 표하는 것은 전혀 자연스러운 일이라 하겠습니다.
그대와 같은 문예 창작의 형상이 그동안 인류 역사에 전혀 없지는 않았지요. 우리 고전의 단시조(短時調)나 일본의 하이쿠(俳句)가 문면에 있어서는 그대의 전 단계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디카시, 그대는 그 단문의 한계를 넘어 시대적 조류인 디지털 영상과 조화롭게 연대하고 문자문화의 시대에서 영상문화의 시대로 이행되는 변환의 과정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표현 욕구를 가장 적절한 방식으로 수용하였지요. 그러니 그대의 이름이 세계문예사의 전개와 더불어 더욱 흥왕하리라 예견하는 것입니다.
그대를 사랑하는 디카시인들과 우리 동호인들은 그대를 정연한 훈도(薰陶)의 ‘교사'로 받아들이지 않고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향유하는 '가수'로 생각해요. 남녀노소 누구나, 전문인이거나 그렇지 않거나, 감명 깊은 영상을 붙들고 거기에 마음을 울리는 시어(詩語)를 부가하는 이 즐거움을 누리고자 합니다. 이를테면 저 오랜 문학의 엄숙주의와 고색창연한 고주의를 버리고 우리 삶의 현실에 맞는 생활문학을 꿈꾸는 것이지요. 그대와 더불어 우리는 문학이 일상이 되고 일상이 문학이 되는 행복을 누릴 거예요. 고마워요, 디카시!
김종회교수의 디카시 강론 [디카시, 이렇게 읽고 쓴다] 중에서
2024. 10. 9
맹태영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