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인상적인 영화가 아니라면 같은 영화를 2번 볼 계획을 갖지 않는다. 이 영화 ‘미안해요, 리키’는 그렇게 인상적인 영화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어떤 힘을 간직하고 있었다. 무슨 힘이 있었을까?
먼저 이 영화는 ‘나, 다니엘 블레이크’로 몇 년 전에 칸 영화제에서 황금 종려상을 수상한 켄 로치 감독의 작품이다. 그래서 마니아들에게 이 영화는 주목받았다. 개인적으로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심드렁하게 본 관계로 그냥 시간이나 보내자는 생각으로 영화를 봤다.
켄 로치 감독은 영국 내 사회와 노동 문제를 의식적으로 문제 제기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동안 내 마음은 어떤 충만함과 따뜻함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먼저 영화는 주인공의 힘겨운 현실을 보여준다. 그는 인생의 굽은 길을 돌아 힘들게 개인사업자 택배 일을 하게 된다. 그 속에서 영국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숨 가쁘게 감독은 보여준다. 이 단순한 장면을 켄 로치 감독은 거장의 솜씨를 발휘하며 화면을 휴머니즘으로 가득 채운다. 나는 그 느낌이 너무 좋아, 현재 이 영화의 평을 쓰게 되었다.
웬만해서는 영화를 2번 찾아보지 않는데, 이 영화는 우연찮게도 내가 천복으로 여기는 건강한 삶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고, 감독 특유의 부드러운 화면 구성을 볼 수 있어 끌림이 강했다.
모두 행복한 삶을 원한다. 물론 나도 그렇다. 그래서 나는 행복한 삶에 대해 생각해 보는 걸 좋아한다. 우리는 어떠해야 그러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그에 대한 가장 가까운 답으로 나는 건강한 가정을 제1 순위로 손꼽는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복잡 미묘한 삶의 과정 속으로 들어온다. 가장 먼저 양육자와 안정적인 애착을 맺으면 좋다. 그리고 6살까지는 부모와 건강한 환경 속에서 상호작용을 하며 가치관을 흡수하게 된다. 아이에게 어려서 부모는 세계 전체를 의미한다. 부모가 질서정연하고, 반듯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는 ‘아, 저게 사람이 사는 모습이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건강한 가정이 중요한 이유다.
영화에서도 주인공 부부는 건강한 가정을 꾸리고 싶어 한다. 그런데 남편은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택배 일을 하며 바깥에서 보내야 하고, 아내도 요양보호사 일을 하며 많은 시간을 노동에 쏟는다. 이들은 좋은 부모가 되고 싶지만, 물리적인 현실이 이를 배반한다. 무엇이 이렇게 이들을 구석진 곳으로 몰고 갔을까? 이들 부부도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행복한 가정을 꿈꿨을 것이다. 대체 무엇이 이렇게 만들었을까?
이 시선이 감독 사유의 결정체다. 영국의 상황은 감독이 보여주는 영화 속 내용처럼 그렇다는 것이고, 아직 한국은 그렇게까지 삭막한 것 같지는 않다. 다행히 민주 정권이 들어서서 한국은 진보 정치가 잘 이뤄져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보며 자본주의의 생리에 대해 비판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든 제도는 장단점을 갖고 있고, 현재는 그나마 자본주의 체제가 사회 제도의 기반으로 이어지고 있다. 좀 더 건강한 사회는 소외된 자들에게 복지 정책을 시행하리라 본다. 물론 그것도 생산력의 향상을 통해 보충해야 할 것이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 가족의 모습을 따뜻하고 유쾌하게 풀어내는 영화를 좋아한다. 최근에 본 작품으로는 원더, 토니 에드만, 로마 그리고 어느 가족을 인상적으로 봤다. 모두 가정 내 화목함을 궁극적으로 보여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당분간 나의 삶에 대한 구호도, 우리네 명구에 있듯이 ‘가화만사성’으로 꼽았다. 가정이 화목하면 모든 게 잘 이뤄진다.
먼저 나부터 나와 화해하고 주체적으로 서면, 가족을 행복하게 잘 이끌어 갈 수 있을 거다. 그러면 그 구성원들은 건강한 삶을 향유할 수 있다. ‘미안해요, 리키’는 궁극적으로 사회에, 그리고 가정에 이 물음들을 던지지 않았나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