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하제일 객잔》
# 제3부 ― 오늘도 영업합니다
## 제27화 ― 구미호 자매
객잔 앞을 밝히던 횃불이 거칠게 흔들렸다.
붉은 갑옷을 입은 사냥꾼 대장이 활시위를 팽팽하게 당겼다.
화살 끝은 연우의 가슴을 향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경고하겠다."
"구미호를 내놓아라."
연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객잔 문 앞에 조용히 섰다.
그의 곁에는 설화가 있었고,
조금 뒤에는 청년의 모습을 한 묘묘가 서 있었다.
백노인은 술병을 든 채 하품했다.
"사람이 잠들 시간에 떼로 몰려와 소리를 지르는 걸 보면 예의부터 배워야겠군."
사냥꾼 대장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요괴를 감싸는 자들도 요괴와 한패다."
풍백이 부채로 입을 가리며 중얼거렸다.
"세상에서 제일 편한 말이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전부 한패라고 하면 되니까."
청아는 객잔 안에서 설령을 부축하고 있었다.
소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하얀 꼬리는 힘없이 바닥에 늘어져 있었다.
연호는 설령 앞을 가로막고 나무 검을 들었다.
손은 떨리고 있었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우리 손님은 못 데려가요."
청아가 연호를 바라보았다.
"너, 검도 제대로 못 쓰잖아."
"그래도 서 있을 수는 있어."
설령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자신을 위해 누군가가 앞을 막아 준 것은 처음이었다.
그때 사냥꾼 대장이 손을 내렸다.
"쏴라!"
수십 발의 화살이 동시에 날아왔다.
설화가 검을 뽑았다.
그러나 그녀가 움직이기 전에 묘묘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의 황금빛 눈동자가 번쩍였다.
"감히."
낮은 목소리와 함께 검은 기운이 객잔 앞을 뒤덮었다.
날아오던 화살들이 허공에서 일제히 멈췄다.
마치 보이지 않는 벽에 붙잡힌 듯 미세하게 떨렸다.
묘묘가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탁.
화살들은 방향을 바꾸어 사냥꾼들의 발밑에 박혔다.
쾅!
땅이 갈라졌다.
말들이 놀라 울부짖었고,
사냥꾼들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청아의 입이 벌어졌다.
"묘묘 형, 굉장하다!"
묘묘는 태연하게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새삼스럽군."
연우가 그를 바라보았다.
"객잔을 부수지는 마십시오."
묘묘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주인님."
그의 말에 청아가 눈을 반짝였다.
"역시 연우 형 영수답다!"
묘묘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 호칭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연우는 아무 말 없이 시선을 돌렸다.
그 순간,
사냥꾼 한 명이 몰래 석궁을 들어 객잔 안의 설령을 겨누었다.
피슉!
작은 화살이 어둠을 갈랐다.
연우의 모습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다음 순간 그는 설령 앞에 서 있었다.
연우는 손가락 두 개로 화살을 붙잡았다.
"손님을 향해 무기를 겨누지 마십시오."
평온한 목소리였다.
그러나 사냥꾼 대장은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
연우의 손에 들린 천명검은 검집 안에 있었지만,
검에서 흘러나오는 기운만으로 산길의 나무들이 흔들렸다.
사냥꾼 대장이 이를 악물었다.
"후퇴한다."
"하지만 기억해라."
그는 설령을 노려보며 말했다.
"저 구미호의 동생은 우리 손에 있다."
설령의 얼굴이 굳었다.
"설아를 어떻게 했어요?"
사냥꾼 대장은 차갑게 웃었다.
"달이 가장 높이 뜨면 의식이 시작된다."
"그 아이의 여우구슬은 좋은 값을 받을 것이다."
"안 돼!"
설령이 밖으로 뛰쳐나가려 했다.
그러나 힘이 풀린 다리가 꺾이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사냥꾼 대장은 말머리를 돌렸다.
"동생을 살리고 싶다면 혼자 와라."
"다른 자들을 데려온다면 아이의 목숨은 없다."
말발굽 소리가 멀어졌다.
산길을 밝히던 횃불도 하나씩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설령은 떨리는 손으로 땅을 짚었다.
"설아..."
"제가 가야 해요."
연우가 그녀를 부축했다.
"혼자 보내지 않습니다."
설령은 다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안 돼요."
"제가 혼자 가지 않으면 동생이 위험해져요."
설화가 차분하게 말했다.
"당신이 혼자 가도 그들은 동생을 돌려주지 않을 거예요."
"이미 알고 있잖아요."
설령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알고 있었다.
사냥꾼들은 약속을 지키는 자들이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연우는 몸을 낮춰 설령과 눈높이를 맞췄다.
"동생의 이름이 설아입니까?"
설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열 살이에요."
"아직 꼬리도 하나밖에 없고, 사람으로 변하는 것도 서툴러요."
"그런데 저 때문에..."
설령은 입술을 깨물었다.
"제가 잡혔어야 했는데 설아가 대신 붙잡혔어요."
연우가 조용히 말했다.
"그건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하지만—"
"잘못은 힘없는 아이들을 잡아간 자들에게 있습니다."
설령은 연우를 바라보았다.
흔들림 없는 눈빛이었다.
연우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동생을 데리러 갑시다."
설령은 잠시 망설이다가 그 손을 잡았다.
---
잠시 후.
묘묘는 설령을 객잔 안쪽 방으로 데려갔다.
설화가 상처를 씻어 주는 동안,
묘묘는 그녀의 하얀 꼬리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설령이 몸을 움츠렸다.
"왜 그렇게 보세요?"
"꼬리에 상처가 있습니다."
"도망치다가 덫에 걸렸어요."
묘묘는 고개를 저었다.
"덫 때문에 생긴 상처가 아니다."
그가 손을 들어 설령의 꼬리 가까이에 가져갔다.
황금빛 기운이 손끝에서 흘러나왔다.
그러자 하얀 털 아래에 숨겨져 있던 붉은 문양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둥근 달을 감싸고 있는 아홉 개의 꼬리.
그리고 그 중심에 새겨진 작은 왕관.
묘묘의 표정이 처음으로 굳었다.
설화도 문양을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저것이 무엇이죠?"
묘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순간 검은 고양이로 변해 설령의 주위를 한 바퀴 돌았다.
코끝으로 공기의 냄새를 확인하고,
바닥에 떨어진 하얀 털 하나를 앞발로 건드렸다.
잠시 후 다시 청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황금빛 눈동자가 설령의 얼굴을 꿰뚫듯 바라보았다.
"이 아이는 평범한 구미호가 아닙니다, 주인님."
연우가 방 안으로 들어오며 물었다.
"무슨 뜻입니까?"
묘묘는 설령의 꼬리에 나타난 문양을 가리켰다.
"월미인(月尾印)."
풍백이 문 앞에서 숨을 삼켰다.
"설마..."
백노인도 술병을 내려놓았다.
묘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천 년 전 사라졌던 요계 왕가의 문장입니다, 주인님."
설령은 놀란 얼굴로 자신의 꼬리를 바라보았다.
"왕가라니요?"
"저희 어머니는 평범한 산속 여우였어요."
"그럴 리가 없습니다."
묘묘의 표정은 진지했다.
"이 문장은 피로 이어집니다."
"누군가 새겨 넣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설령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럼 제가..."
"요계 왕가의 후손이라는 건가요?"
묘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뿐만이 아닐 겁니다."
"동생에게도 같은 문장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청아가 놀라 물었다.
"그럼 사냥꾼들이 설아를 잡아간 이유도 그것 때문이에요?"
풍백이 수염을 쓰다듬었다.
"여우구슬을 팔기 위해서만은 아닐지도 모르겠군."
묘묘가 창밖의 어둠을 바라보았다.
"요계 왕가의 피에는 문을 여는 힘이 있습니다, 주인님."
연우가 물었다.
"무슨 문입니까?"
묘묘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
"요계와 인간계를 잇는 귀문입니다."
방 안이 조용해졌다.
풍백이 부적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그 문은 천 년 전에 닫힌 것으로 알고 있네."
"닫힌 것이 아니라 봉인된 겁니다."
묘묘가 대답했다.
"왕가의 피가 끊겼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누구도 열 수 없었지요."
설화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사냥꾼들이 아이의 피를 이용해 귀문을 열려 한다는 말인가요?"
"아마 그들 뒤에 다른 자가 있을 겁니다."
묘묘는 설령을 바라보았다.
"단순한 사냥꾼들이 왕가의 문장을 알아볼 리 없습니다."
설령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렇다면 더 서둘러야 해요."
"설아가 위험해요!"
몸을 일으킨 순간 그녀가 비틀거렸다.
묘묘가 재빨리 팔을 붙잡았다.
"고집만으로는 산에 갈 수 없다."
"하지만 동생이—"
"구하러 가지 않는다고 말한 적 없다."
묘묘는 설령을 다시 자리에 앉혔다.
그리고 연우를 바라보았다.
"주인님, 사냥꾼 마을은 제가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청아가 물었다.
"고양이 모습으로요?"
묘묘가 미소 지었다.
"사람은 낯선 청년을 경계하지만."
그의 모습이 순식간에 검은 고양이로 바뀌었다.
"길고양이 한 마리는 신경 쓰지 않으니까."
청아는 묘묘를 번쩍 안아 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잘생긴 고양이는 눈에 띄지 않을까요?"
묘묘가 청아의 팔 안에서 몸을 버둥거렸다.
"놓아라."
"조금만 안고 있을게요."
"나는 주인님의 영수다."
"영수도 귀엽네요."
"놓으라고 했다."
긴장으로 가득했던 방에 작은 웃음이 번졌다.
설령도 눈물을 닦으며 희미하게 웃었다.
연우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주방으로 향했다.
설화가 뒤따라 물었다.
"무엇을 하려고요?"
"출발하기 전에 먹어야 합니다."
"이 상황에서도 국수예요?"
"배가 고프면 좋은 생각이 나지 않으니까요."
설화는 피식 웃었다.
"정말 변하지 않네요."
연우가 솥에 불을 지피며 대답했다.
"변하지 않아야 할 것도 있으니까요."
---
밤이 깊어질 무렵.
객잔의 탁자 위에 따뜻한 국수 여섯 그릇이 놓였다.
설령은 국물을 한 모금 마시고 눈을 크게 떴다.
"따뜻해요."
연우가 웃었다.
"국수는 원래 따뜻합니다."
설령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녀는 두 손으로 그릇을 감쌌다.
"마음이요."
잠시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연호가 자신의 달걀 반쪽을 설령의 그릇에 올려 주었다.
"동생을 구하면 같이 먹으러 와."
설령의 눈에 다시 눈물이 맺혔다.
이번에는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꼭 데리고 올게."
식사를 마친 뒤,
연우는 천명검을 허리에 찼다.
설화도 붉은 장포를 걸쳤고,
백노인은 낡은 검을 들었다.
풍백은 부적 꾸러미를 품에 넣었다.
묘묘는 청년의 모습으로 돌아와 검은 외투를 걸쳤다.
설령은 객잔 문 앞에서 산 너머를 바라보았다.
"사냥꾼 마을은 북쪽 협곡 안에 있어요."
"입구는 하나뿐이고, 주변에는 요괴를 막는 결계가 설치되어 있어요."
풍백이 자신 있게 웃었다.
"결계라면 내 전문이지."
백노인이 물었다.
"지난번 산에서 길을 잃게 만든 것도 자네 부적 아니었나?"
"그건 결계가 아니라 방향을 새롭게 해석한 것이네."
"길을 잃었다는 말을 어렵게도 하는군."
연우가 객잔의 문을 닫았다.
청아와 연호는 남아 객잔을 지키기로 했다.
청아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손님도 받고, 청소도 하고, 연호도 지킬게요."
연호가 말했다.
"내가 청아 누나를 지켜야 할 것 같은데."
"뭐?"
묘묘가 청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화로에는 가까이 가지 마라."
"접시를 한꺼번에 들지 말고."
"손님에게 부적을 계산서로 주지도 마라."
청아가 입을 삐죽였다.
"저도 이제 실수 안 해요."
그 순간 청아의 팔꿈치가 문 옆의 빗자루를 건드렸다.
빗자루가 넘어지며 물동이를 쳤고,
물동이가 굴러가 연호의 나무 검을 쓰러뜨렸다.
연호의 나무 검은 정확히 풍백의 발등 위로 떨어졌다.
"아악!"
잠시 침묵.
백노인이 고개를 저었다.
"객잔을 비우는 게 맞는 선택인지 모르겠군."
연우는 웃음을 참으며 산길로 걸음을 옮겼다.
"다녀오겠습니다."
일행은 짙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멀리 북쪽 협곡 위로 붉은빛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사냥꾼 마을 지하.
철창 안에 갇힌 어린 구미호 설아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녀의 작은 손등에는 설령과 똑같은 문장이 빛나고 있었다.
둥근 달.
아홉 개의 꼬리.
그리고 왕관.
철창 밖에 서 있던 검은 옷의 남자가 낮게 웃었다.
"마침내 왕가의 두 핏줄이 모두 모이는군."
그가 손을 들자 벽에 새겨진 거대한 문이 붉은빛을 내뿜었다.
"귀문이 열리면."
"요계의 왕좌도 다시 주인을 맞이할 것이다."
설아는 겁에 질린 얼굴로 언니의 이름을 불렀다.
"언니..."
그 순간.
어둠 속에서 황금빛 눈동자 두 개가 조용히 떠올랐다.
사냥꾼 마을에 먼저 들어온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지붕 위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묘묘였다.
"찾았다."
그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빛났다.
"이제 누가 사냥꾼인지 알려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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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화 예고
## 제28화 ― 사냥꾼의 마을
요괴의 가죽과 뿔이 거래되는 비밀스러운 마을.
묘묘는 검은 고양이의 모습으로 숨어들어 설아가 갇힌 장소를 찾아낸다.
연우와 설화는 붙잡힌 요괴들을 구하기 위해 정면으로 마을에 들어가고,
풍백은 결계를 해제하다 예상치 못한 함정에 빠진다.
한편 설령과 설아의 피가 동시에 반응하면서,
천 년 동안 닫혀 있던 귀문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다.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왕의 아이들이여."
"요계로 돌아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