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권순태(43) 씨는 지난 달 가족들과 함께 경북 고령을 찾았다. 직거래로 수제된장을 주문하기 전 만드는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권 씨는 "얼마 전 중국산 콩으로 만든 된장을 국내산이라고 속였다는 뉴스를 봤다"며 "직접 확인하고 먹으면 안심하고 먹을 수 있어서 제조 현장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유통업체가 차려주는 밥상은 먹지 않겠다."
먹을거리 파동이 이어지면서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으로 방어적이고 보수적인 식자재 소비가 주목받고 있다. 소비자들은 제품 산지로부터 직거래를 이용해 식품을 구입하거나 스스로 농산물을 키워서 먹기도 하는 등 적극적 소비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탈리아 마피아들이 다른 사람들을 신뢰하지 못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뒤에도 가족들로부터 식자재를 구해서 먹은데 유래해 '음식 마피아'에 비유되는 이들은 유통업체를 신뢰하지 못한다. 그래서 수고로움을 감수하면서도 유통업체를 거치지 않고 식료품을 구하고 있다.
◆산지에서 바로 받는 신선한 농산물
인터넷에서 '농산물 직거래'라는 키워드를 치면 수많은 사이트와 정보가 쏟아진다. 직거래는 다른 유통 채널에 비해 유기농 제품을 저렴하게 구할 수 있어 찾는 사람들이 많다. 생산자가 자신이 생산한 식자재의 생산 과정과 특징을 직접 소개하고 소비자와의 소통도 가능하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다는 것이 직거래 이용자들이 뽑는 장점.
공동체를 만들어 직거래를 하는 경우도 있다. 대구에서는 '지구마을'과 '한살림 대구' 등이 대표적이다.
지구마을은 대구 북구 여성회 회원들이 모여서 만든 농산물 직거래 공동체로 시작했다. 주부들이 농촌을 방문해 체험을 하면서 눈으로 확인한 일부 농산물들을 직거래했다. 이 직거래의 규모가 커져 2년 전부터는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을 받고 친환경 농산물과 간장`된장 등의 전통식품을 300여 명의 회원들의 집까지 배달해주고 있다.
전국적으로 운영되는 생활공동체 '한살림'은 친환경 농산물 외에도 가공식품, 생활용품 등 다양한 물품을 판매한다. 조합비를 낸 회원만 이용이 가능한데 대구지역 회원만 2천여 명에 달한다. 한살림 관계자는 "배달은 물론 매장도 운영하고 있어 인근 주민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해 많이 이용하고 있다"며 "유기농 생산 방식이 검증된 생산자만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이용한다"고 말했다.
◆가장 안전한 건 내 손이 키운 농산물
임민주(33`여) 씨는 아이의 이유식을 만들면서 대형마트의 유기농 코너를 이용하긴 하지만 매번 '이 농산물이 정말 유기농일까?'라는 의심이 들었다. 고민 끝에 임 씨는 아파트 발코니에 작은 텃밭을 만들었다. 임 씨는 "호박과 당근 등 이유식에 자주 사용하는 채소는 모두 발코니에서 기른다"며 "벌레도 생기고 손이 많이 가지만 이건 진짜 유기농"이라고 말했다.
임 씨처럼 집 근처 자투리 공간에 농산물을 키우는 이들이 많다. 아파트에서는 발코니 텃밭과 단독주택에서는 옥상 텃밭, 심지어는 회사 옥상에 텃밭을 만들기도 한다. 대구 달서구의 ㈜광성개발은 회사가 입주해있는 상인프라자 옥상에 상추, 부추, 깻잎 등 다양한 채소를 수확하고 있다.
수고로움을 감수하면서도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도 한다. 회사원 장모(36) 씨는 지난해 경북 성주에 400여 평이 넘는 땅을 구입해 다양한 작물을 심었다. 규모가 크다보니 수확량도 많아 주변 사람들과 수확한 농산물을 나눠먹기도 한다.
대구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으로 도시 농업에 대해 문의를 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며 "농업기술센터의 옥상 농원을 직접 와서 살펴보기도 하고 작물재배 방법에 대해 묻기도 하는 등 적극적인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