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는 왼쪽에 닭장이 있고, 그 안에 수십 마리의 토종닭을 가둬놓고 기른다. 횃대 대신, 긴 널판을 닭장 주위에 계단식으로 연결시켜, 의인화 된 주인공 닭이 널판을 딛고 제일 높은 곳으로 올라가, 천정에서 끈을 내려 매어단 철봉에 매달리기도 한다. 오른편에는 개집이 있고, 의인화 된 커다란 몸집의 개가 긴 줄에 매여 마당에 내려서, 닭장 가까이 오기도 한다. 개집 뒤로 <성호가든>이라는 간판을 단 양옥풍의 건물이 1m 높이의 축대 위에 있고, 마당에서 식당으로 오르는 계단은 바로 출입문과 연결된다. 배경 가까이 숲이 펼쳐 있고, 숲의 오른쪽, 그러니까 건물의 뒤쪽이 등퇴장 로이고, 숲의 왼쪽, 닭장 뒤에도 샛길이 난 것으로 설정된다. 장면변화에 따라 배경에는 수많은 별빛이 명멸함을 볼 수 있다.
연극은 도입에 누더기를 묘하게 짜깁기를 해 닭을 연상시키는 의상을 입은 의인화 된 닭이 횃대를 오르내리며 펼치는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찰스라는 이름을 가진 닭은, 6개월이면 성장을 마쳐 음식으로 제공되는 여느 닭과는 달리, 2년간 이 닭장에서 생존해 있었음을 알린다. 개장에서 메리라는 개가 다가와 으르렁대며 참견을 하면서 찰스라는 닭을 꼭 물어죽이겠다는 의사를 나타낸다. 그 때 중키에 탄탄해 보이는 몸집을 가진 음식점 주인이 등장해, 닭장을 열어 모이를 주고, 닭을 잡아 그 자리에서 목을 비트는 장면이 연출된다. 개장 앞으로 가서 개에게도 먹이를 주는데, 개 먹이는 닭의 내장이라는 것이 알려진다. 주인의 부인이 출입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고, 부인은 잘생긴 모습에 관능적인 몸매를 지녔는데, 앞을 잘 보지 못하는 것으로 소개가 된다. 부인은 한 때 찰스라는 남자친구와 가까운 사이였는데, 찰스가 <성호가든>을 방문한 다음 급작스레 행방불명이 되었고, 부인은 늘 찰스생각을 하며 그것에 대한 궁금증을 가라앉히지 못한다.
<성호가든>에 직업소개소 사장이 조선족 여인을 데리고 등장한다. 사장은 음식점 주인에게 소개비를 두둑이 받고 여인을 맡기고 떠난다. 주인은 조선족 여인에게 다가가 몸을 여기저기 만져본다. 여인이 저항을 하자, 불법 체류 자를 맡아줄 사람은 자신뿐이라며, 옷을 들추고 벗긴다. 이 광경을 보며 개 메리가 짖어대기 시작한다. 이 때 주인여자가 등장을 한다. 앞을 못 보는 부인은 당연히 남편과 여인의 행태를 보지 못한다. 남편은 여인을 닭장 뒤 샛길로 해서 어디론가 데려간다.
<성호가든>의 일상이 되풀이 되면서, 식당주가 메리를 데리고 등장한다. 메리는 성대수술을 해 짖지를 못하는 개가 된다. 찰스는 메리가 짖지 못하자 분노를 표한다.
<성호가든>의 정기휴일이 된다. 주인은 모이와 먹이를 주고, 낚시질을 하러 떠난다. 얼마 안 되어 직업소개소 사장이 엽총을 들고 샛길로 등장한다. 여주인이 집 밖으로 나오자, 그녀에게 다가간다. 놀라며 어떻게 닫힌 문을 열고 들어왔느냐는 그녀의 질문에 샛길통로로 왔노라고 답하며, 그녀에 대한 자신의 열정과 욕망을 고백한다. 닭장 속 찰스가 꼬꼬댁거리며 울어대니, 사장은 엽총을 발사해 닭 몇 마리를 죽인다. 여주인은 사장에게 엽총을 하루만 빌려달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눈 때문에 먹는 약의 성분을 알아봐 달라고 하며, 사장을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간다.
장면이 바뀌면, 여주인이 조선족 여인을 부른다. 여인이 지은 죄도 있어 서먹서먹해 하며 여주인에게 다가가니, 여주인은 오히려 여인에게 다정하게 대하며, 언니라고 부르라고 이른다.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광경이 연출된다.
총을 찾으러 온 직업소개소 사장이 총을 찾아들고, 약의 성분을 이야기한다. 눈이 점점 더 나빠지는 약이라는.... 그리고, 메리에게 방아쇠를 당겨본다. 총이 발사되고, 메리가 죽는다. 찰스가 꼬꼬댁거리자 닭장을 향해 총을 또 발사한다. 여주인과 직업소개소 사장의 이야기로 여주인의 남자친구 찰스가 죽게 된 까닭과 찰스의 시신이 닭의 모이가 되면서 영혼도 닭에게 옮겨져 찰스라는 닭이 생겨난 사연이 밝혀진다. 그러나 찰스는 그 사실을 알게 되자, 발사된 총에 맞아 쓰러진다. 여주인은 총을 뺏어 소개소 사장을 사살한다.
대단원에서 여주인은 조선족 여인과 힘을 합쳐 음식점 주인마저 사살한다. 음식점 주인의 영혼도 닭에게로 옮겨져, 주인은 닭장 속 한 마리의 수탉으로
남아 날개를 푸득거리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이태훈이 성호가든 주인, 고인배가 직업소개소 사장, 박선옥이 여주인, 찰스 민준호, 조선족 여인 전지혜, 메리 권서봉 등 출연자 전원의 독특한 성격창출과 호연이 관객을 시종일관 연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