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월 9일 일요일 북한산 산행후기)
"발기자는 알리라!"
벼르고 벼르던 창립 산행!
까까머리 개구지던 녀석들이 물설고 낯설은 수도 서울에 터를 잡고,
제각기 살기 바빠 삐쭘삐쭘 얼굴 비치기 콩나물 이더니,
이제 귀밑머리 허얘지니 매달 한번씩 발 맞추며 마음도 같이 나누잔다.
뭐든 처음은 설레고 조금은 용기도 필요 하거늘 시작이 반이라는데,
늘 애쓰는 박총무님이 어르신 제사로 하향하는 관계로 참석이 어려워 더욱 부담이 큰데...
"열명은 확실하니 잘 부탁함세..."
야무진 비탈출신을 하늘도 알아 보셨는지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 영하 10도C!
체감 예상온도 영하 20도라는데....
수유역 4번 출구, 예정 시간 10시전 집합 대원 8명,
김찬문, 김승영,임창식, 최금자, 이의형, 최병규, 정의경, 김창회.(이하 도착순, 앞으로 모든
것은 도착순으로 기록 됩니다.)
완전 무장한 모습들이 실미도 부대원 저리가라네, 기세 또한 등등하니 뭔가 일을 낼만도 하다.
버스 2번 환승하여 도선사에서부터 산행 출발, 추운 날씨 탓인지 여느날에 비해 산행로는 한산,
우리 동문들의 발걸음은 더 없이 경쾌하고, 오랜만의 재회라 재잘 재잘, 특히 금자 동문의 수준
높은 수다에 숨이 턱까지 닿다가도 까르르, 엔돌핀이 팍팍 솟네 그랴!
저런 걸물이 여지껏 어데 꼭꼭 숨었다 이제 나타났디야!
앞으로 계속 아껴 주기로 한다!
이틀전 내린 눈이 그대로 얼어서 자빠지면 최소가 중상, "손 꼭 잡아! 발 잘 디뎌!"
주의를 준다. 급하니까 급한대로 반말이지!
쇠줄을 잡고 돌고 돌아 오른 정상, 백운대!
하늘은 우리의 첫 산행을 축하하여 구름 한점 띄우지 않았고 정상의 태극기는 힘차게 펄럭인다.
각자 얼음보다 차가운 깃대를 잡고, 제각기 한가지씩 소원을 빌었으니,
오늘을 시작으로 시간이 허락하는 그날까지 손잡고 같이 전국 산하를 누비기를 한마음으로 빌지 않았을까?
북한산 산행 4번 만에 정상에 처음 올랐다는 창식 동문, 여지껏 산행 중에 제일 힘들었募?
금자 동문,
산에 오면 사연도 많고 감동도 큰 법이지, 그렇지 않으면 자기 돈 쓰면서 누가 그 고행을
자초하리!
산행로가 악조건인데, 악산(嶽山)을 오르는 솜씨가 역시 보통들이 아니다.
산세좋은 제일고 30기 명문 자제들이라 역시 뭔가 다르네, 그동안 제각기 재야에서 갈고 닦은
솜씨가 무림 고수! 천리마 군단들이야...앞으로의 밝은 미래가 더 없이 기대되는 순간이다.
혹한과 강풍을 맞으며 다시 위문으로 하산, 만경대 우회길 쇠줄을 잡고 돌고 돌아,
노적봉 언저리를 지나, 용암문을 한번 만져 주고 다시 동장대로 오른다.
계획된 오늘의 목표 지점은 여기 까지다. 아직도 힘은 펄~펄 남아 대남문에서 다시 비봉으로
달릴수 있건만, 후일을 위해(오늘하고 끝낼 것도 아닌 것을...) 자제 하기로 하고
태고사 지름길로 바로 하산한다. 한여름에도 마르지 않는 태고사 약수를 보약처럼 마시고
산성 계곡길을 따라 하산, 금강 산장에서 하산주 주안상을 주문한다.
그놈의 양미리 구이는 왜 그리도 옛날의 추억을 자극 하는지!
창식 동문이 급히 조달한 코다리 찜(역시 재주꾼이여)은 역시 하산주 안주론 제격이야!
모두 식사는 생략하고 코다리와 숯불 바베큐와 서울 막걸리로 빈 속을 가득 채운다.
찬문 동문의 찬조금과 동문회의 지원금으로 경비를 충당한다는 발표가 있자마자 성질 급한
창식 동문, 긴급 제안이다.
"오늘 우리 산악회 발기인들이 창립 산행 참가 기념으로 '산악회 발전 기금'을 출연 합시다!"
만장 일치! 그래서 인당 2만냥의 발기 기금이 순식간에 모였다!
언제나 "발기"란 뜻깊은 거야!
그것도 "힘찬 발기"인 것을!
우리는 기억하리라!
4시간 힘든 산행을 끝내고 북한산 자락 산장 골방에서 한마음으로 외쳤던
"위하여!"의 함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오늘 우리들의 "힘찬 발기"가 영원히 꿋꿋하기를...
온 동문의 가슴에도 그 "발기"의 기운이 넘치고 넘쳐 한마음으로 파도 치기를!
계획된 게르마늄 온천욕은 홍일점 금자 대원의 "고독"때문에 생략 하기로 하고
대신 구파발 "페리카나 치킨"에서의 시원한 오백 입가심으로 "발기자의 하루"를 마무리
하였으니, 뜻 깊고 뜻 깊은 제일고 30기 창립(발기) 시산 산행이었더라......
*오늘의 산행 코스
도선사-위문-백운대-용암문- 동장대-태고사-산성 계곡-북한산성 입구(총 산행시간 4시간)
*후렴
정의경 동문, 보온 병에서 계속 샘 솟던 양주 덕분에, 혹한을 녹였네요! 담달(2월)에도 계속 녹여(?) 주세요! 제일고 30기의 "티모시" 김창회 동문, 바위를 거침없이 오르던 파워 엔진(!), 무시무시 했습니다! 부처님처럼 있는듯 없는듯, 이의형 동문, 거친 숨소리 한번 내지 않던, 축적된 내공(!)은 경이 그 자체 였구요, 씩씩 거리면서도 절대 뒤 처지지 않던 최병규 동문, 대단한 기백(!)이 대성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한 코스 진행할 때마다 복기를 거듭하던 김찬문 동문, 역시 대단한 철저함이 꼭 30여년전, 담임 선상님(애상)을 보는 것 같아서, 가슴이 훈훈(~~) 했습니다!
임창식 동문, 최금자 동문! 오늘 듀엣으로 연출한, 수준 높은 수다(!)로 힘든 산행의 노고를 계속 잊게 해 주세염~~
참석하신 동문님들, 힘든 산행 조건이었는데, 대단들 하시구요, 기세 든든 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동문들이 구름처럼 모여서 산의 정기를 같이 호흡 할 수 있기를 바라구요,
우리 제일고 30기 동문들의 힘찬 함성이,
삼천리 금수 강산에 메아리 칠 수 있도록,
힘을 모았으면 좋겠습니다.
- 자연산 올림 -
첫댓글 정초에 좋은 발기를 했군요. 무궁한 발전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30기 산악회발기를 축하하며, 힘찬도약을기대합니다.
창립산행 축하하오며 많은 발전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