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아르키메데스의 원리
처음에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에서 경험적인 과학으로 시작된 수학이 그리스에서는 이론적인 학문으로 발달하였다. 그러다가 알렉산더 왕의 정복 이후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는 학문의 중심지였을 뿐만 아니라 세계의 상공업 중심지이기도 하였으므로, 수학과 과학은 순수한 학문으로서 뿐 아니라 실용적인학문으로서도 크게 연구되었다. 이러한 시대 상황을 반영하여 이론뿐만 아니라 응용에도 열중한 대표적인 수학자이자 과학자가 바로 아르키메데스이다. 헤론왕이 금 세공장에게 순금으로 된 왕관을 만들라고 명령하여 훌륭한 왕관이 완성되었다. 그런데 그 왕관이 순금으로 된 것이 아니라 금세공장이가 순금 중 일부를 빼돌리고 은을 섞어 만들었을 거라는 소문이 항간에 떠돌아 헤론왕까지도 그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러나 헤론왕은 왕관의 무게가 금세공장이에게 준 금의 무게와 똑같았기 때문에 확인 할 방법이 없어서 아르키메데스에게 왕관에 흠집을 내지 말고 왕관이 순금으로 된 것인지 아니면 은이 섞인 것인지를 조사하라고 명령했다. 이것은 쉽지 않은 문제였다. 아르키메데스는 여러 가지로 궁리하던 어느 날 공중목욕탕에 갔다. 욕조에는 물이 가득 차 있었는데 아르키메데스가 욕조 속에 들어가자 물이 넘쳐 흐르면서 자기의 몸이 약간 가볍게 느껴지는 것을 깨달았다. 이것으로부터 그는 왕관의 순금성 여부를 조사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너무나 기뻐서 "유레카! 유레카!" 라고 외치며 벌거벗은 채 집까지 뛰어갔다고 한다. 그 후 아르키메데스는 '어떤 물체를 담그면 그 물체가 물 속에서 차지하는 부피에 해당하는 물의 무게만큼 그 물체의 무게가 가벼워진다.'라는 유명한 '아르키메데스의 원리'를 발견하였다. 그러면 '아르키메데스의 원리'를 이용하여 왕관의 무게와 같은 무게의 순금을 측정하자.
(1) 왕관이 순금으로 된 경우 : 왕관의 무게와 측정된 순금의 무게는 같으므로 '아르키메데스의 원리'에 따르면 왕관과 순금은 물 속에서 똑같은 무게만큼 가벼워진다. 따라서 왕관과 순금을 같이 물 속에 넣어도 여전히 평형을 이룰 것이다.
(2) 왕관에 순금과 은이 섞인 경우 : 왕관의 무게와 측정된 순금의 무게는 같지만 부피가 다르므로 왕관과 순금이 평형을 이룬 저울을 물 속에 넣으면 평형이 깨질 것이다. 왜냐하면 아르키메데스의 원리에 따라 부피가 큰 은은 물 속에서 더 많이 가벼워지고 부피가 적은 금은 더 조금 가벼워질 것이다. 그러므로 물 속에서는 은이 섞인 왕관이 순금보다 더 가볍게 측정될 것이다.
그런데 부력의 원리인 '아르키메데스의 원리'를 이용하지 않고도 왕관이 순금으로 된 것인지 아닌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앞의 이야기에서 아르키메데스가 물이 가득 들어 있는 욕조 속에 들어갔을 때 물이 흘러나갔는데 이처럼 물이 가득 들어 있는 그릇 속에 물체를 넣으면 물체와 같은 부피만큼의 물이 밖으로 흘러 나간다. 따라서 물을 가득 채운 두 그릇 속에 무게가 같은 왕관과 순금을 각각 넣은 후 흘러나온 물의 양을 비교하면 왕관이 순금으로 만든 것인지 아닌 지의 여부를 알 수 있다.
이처럼 헤론왕의 왕관의 순금성 여부는 부력의 원리인 '아르키메데스'를 이용하지 않고도 더 쉽게 해결된다. 아마도 아르키메데스는 부력의 원리를 이용하기 보다 이러한 방법으로 헤론왕의 왕관의 순금성 여부를 조사하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사실 유명한 발견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따르기 마련이다. 헤론왕의 왕관과 아르키메데스의 원리와 관련짓는 이 이야기도 획기적인 대 발견에 으레 따르기 마련인 일화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아르키메데스가 욕조 속에서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고 부력에 관한 그 유명한 '아르키메데스의 원리'를 발견하고 너무나 기쁜 나머지 벌거벗은 것도 모르고 집까지 뛰어 돌아왔다는 일화는 그가 얼마나 연구에 열중한 사람이었는가를 짐작케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