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히말라야 고산족 마을 고등학교 도서 지원 및 보건교육 프로젝트

[아시안 프렌즈]

아시안프렌즈는 네팔 북동부 마칼루 계곡의 고산족 마을 아이들과 청소년이 다니는 학교에 책을 지원했어요. 이 사업은 이 마을의 여인들과 공정무역일을 하며 자주 네팔을 방문하는 정연희 회원님이 진행해 주셨습니다.

이 지역에는 10학년까지 고등학교 과정이 있는 학교는 단 두 곳입니다. 네팔은 10학년까지가 고등학교이고 시험에 합격하면 2년 컬리지 과정에 진학할 수 있는데, 이런 대학과정은 수도 카트만두같은 대도시에서나 가능하니 우리가 찾아간 이 고등학교(쉬리발라얌동 세컨더리 스쿨 SHREE BALAYAMDAND SECONDARY SCHOOL)는 이 곳에서 가장 높은 교육과정을 가르치는 곳이었습니다.

쉬리발라얌동 세컨더리스쿨에는 204명의 학생들이 공부합니다. 도서관은 있지만 읽을 만한 책은 거의 없어 이름만 도서관일 뿐 그동안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곳이었어요. 네팔어로 된 책보다는 영어로 된 학습서나 신문 스크랩 같은 것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우리는 이 학교에 로이킴 팬클럽이 후원한 기금으로 봄봄봄 3번째 도서관을 세우기로 했어요. 그리고 기념 행사로 여학생들과 함께 생리대를 만들고 성교육 워크샵도 함께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학교에 가기 전날, 마을 여인들과 늦은 밤까지 천을 잘라 생리대 키트를 만들었어요. 네팔의 시골 청소년들은 월경을 하는 날이면 학교에도 잘 갈 수가 없어요. 특별한 돈벌이가 없는 뻔한 가정형편에 일회용 생리대 값은 경제적인 부담이 됩니다. 그래서 헌 옷이나 부드러운 이불홑청 같은 걸 잘라서 생리대 대신 사용합니다. 그래서 헌 옷을 이용해 생리대를 직접 만들어 쓰는 법을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려고 마을 여인들에게 취지를 설명하고 가져간 천을 잘라서 마을 소녀들을 위한 생리대 키트를 함께 만들었어요.

다음날 한국에서 가져간 번역한 책들을 포함해 600여 권의 책을 학교로 가져갔습니다. 학교는 산비탈에 있어서 학생들과 마을분들이 나와서 모두 책을 교실까지 머리에 이고 지며 손에서 손으로 옮겼습니다.

교무실에 들어가자 학생대표와 모든 선생님, 주민대표분까지 오셔서 기다리고 계셨어요. 아마 새벽에 뜯어 실로 엮었을 꽃목걸이를 나마스테란 인사말과 함께 모두 나와서 온 얼굴이 가릴 만큼 진한 축복과 함께 걸어 주셨습니다. 한 분 한 분 기쁨의 메시지로 환영하며 자신을 소개하셨어요.

그 자리에 오신 분들이 많아 인사만 한 시간을 넘게 한 것 같아요.

도서관 앞에서 로이킴 봄봄봄 팻말을 달고 교장선생님께 책을 증정하는 간단한 증정식을 가졌어요. 네팔에서 산 660여권의 책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오랫동안 준비해서 가져온 책들도 있었어요. 이 책들은 한국작가들이 쓰고 그린 책을 네팔 결혼이주 여성 어머니들과 한국 대학생 DREAM CATCHER팀(장은우, 강예은, 박신영, 유은영, 강혜빈)이 수계월에 걸쳐서 번역작업을 한 책이었습니다. 네팔은 아직은 출판시장이 미미해 교훈적인 내용에 일러스트도 초보 수준이라 좀 더 내용이 폭이 넓고 다양하면서도 아름다운 책들을 학생들에게 전하기 위해 사전에 한국에서 준비했답니다. (이 책들은 보림과 창비 출판사에서 지원해 주셨습니다)

간단하게 증정식을 끝내고 책 박스를 열어서 책장에 책을 진열했어요. 박스를 열어 책을 꺼낼 때마다 또 한 권 한 권 선생님들이 살펴보며 감탄을 했습니다. 학생들도 참 많이 좋아했고요. 준비해 간 책들이 소설류 뿐만이 아니라 역사, 지리, 음악, 과학, 미술, 천문학 등 다양한 분야들을 망라해서 학생들이 일반적인 교양을 쌓을 수 있도록 구성했기 때문이었어요 네팔의 시골 아이들 중에서도 똑똑하다는 친구들이 온 고등학교에서 조차 도서관이 잘 갖춰져 있지 않아 학생들은 새로운 읽을 거리와 볼거리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는데요. 모든 학생들에게 초컬릿과 사탕을 돌리는 것으로 그 기쁨을 더해주었답니다

도서관 말고도 준비해 간 일은 헌 옷과 헌 이불 등을 이용해서 생리대를 만들어 보는 워크샵이었어요. 이 워크샵에는 여선생님들과 함께 졸업반과 고학년 여학생 50여명이 참여했습니다. 한국과 달리 이곳에서는 임신과 출산, 피임 또는 사춘기와 몸과 마음에 일어나는 변화 등에 대해 따로 보건 교육을 하지 않아요. 그런 이야기를 하면 매우 부끄러워하고 얼굴이 빨개져요. 이곳의 평균 결혼 연령은 19세입니다. 심지어는 15세에 결혼을 하는 어린 여자 친구들도 더러 있답니다. 그래서 더욱 필요한 성교육이지만 그런 내밀한 이야기들은 공적 영역에서 교육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엄마와 언니, 또래 집단에서 이루어집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좀 더 유쾌하게 또 중요한 내용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해서 영상자료도 준비했지만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준비해간 성교육 그림책으로 역할극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내용을 익힐 수 있도록 했고. 배란기를 어떻게 계산하는지에 대한 정보도 자세히 알려주었답니다.

생리대 워크샵을 마치고 난 뒤 참여한 모든 여학생들에게 생리대 소, 중, 대 각 5개와 위생팬티 2장이 든 생리대키트를 각자에게 선물했습니다. 이것은 아주 많은 분들의 개인적이고 자발적인 후원으로 준비가 되었어요. 그리고 면 생리대를 어떻게 사용하고 또 관리하는지도 알려주었습니다. 우리는 이제 이것을 스스로 만들어 쓸 수 있도록 배웠으니 여동생과 어머니와 함께 다시 만들어 써보라고 당부했습니다. 히말라야 고산의 소수 부족 소녀들도 똑같이 스스로를 꾸미고 싶은 나이, 외모가 신경 쓰이는 사춘기 소녀들입니다. 언어는 다르지만 피부색도 생김새도 우리와 너무 닮은 순수한 이 소녀들에게 개인적으로 언니나 이모의 마음으로 틴틴(청소년들 립스틱)과 선크림도 각자 한 셋트 씩 선물로 주었습니다. 소녀들이 수줍게 좋아한 것은 말할 것도 없었지요.

모든 일정을 마치고 이제 마을을 떠날 날이 왔어요. 아래를 내려다보기 무서운 아찔한 다리 위에서 배웅나온 마을 여인들과 헤어졌어요. 이제 다리를 건너면 기다리고 있는 지프차를 타고 도시로 나가 비행기를 타야 합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차안에서 마을 여인들이 손에 쥐여 준 봉투를 열어보니 안에 오렌지가 들어있었습니다. 그것은 한국의 마트에서 보는 것과는 정말 다른 맛이었어요. 향이 진하고 달콤한 맛이 가슴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느낌이었어요. 그 여인들처럼. 그 여학생들처럼, 그 마을처럼. 순수한 기쁨을 주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그런 향과 맛이었답니다.

정연희/ 농사를 지으며 네팔의 가난한 엄마와 배고픈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이 될 수 있는 공정무역 일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