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3일 월요일.
입국수속을 마치고 취리히 시내에 도착하니 밤 9시가
훨씬 넘은 시각이었다. 내가 타고 온 비행기가 암스텔담을
경유해서 와야 하는 네덜란드항공이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할 일은 숙소 찾기.
미리 알아둔 펜션을 찾았으나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분명 근처까지 왔는데 보이질 않는다.
나 같은 길 찾기 지존도 헤메일 때도 있구나...
나중에 알았지만 이 곳은 간판이 아예 없다.
그냥 문 옆에 조그만 문패가 붙어 있을 뿐.
그러니 컴컴한 한밤중에 찾을 수가 있나.
그래서 다른 숙소를 찾았다.
취리히 백패커스 근처에 있는 호텔이었는데
1박 조식포함 85프랑.
장시간 비행으로 첫 날은 무지 피곤하기 때문에 조금
비싸더라도 호텔에서 편히 쉬기로 계획했었다.
9월 14일 화요일.
새벽에 일어나 부지런히 출발 준비를 했다.
아 그런데 비가 부슬부슬.
오늘부터는 밸리하우스와 벵겐롯지에서 7박을 하기
때문에 인터라켄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취리히에서 인터라켄오스트로 이동하는 철도루트는 두가지.
하나는 베른과 튠, 스피츠를 경유하는 노선이었고,
다른 하나는 루체른과 마이링겐, 브리엔츠를 경유하는
브류닉크선이었다.
7년전 인터라켄을 떠나 취리히로 갈 때, 바로 이
브류닉크 노선을 이용한 적이 있었는데 그 아름다운
차창 풍경을 잊을 수가 없어 이번에도 이용하기로 했다.
취리히에서 루체른까지는 왼쪽 창가 풍경이 좋고, 루체른
에서 마이링겐까지는 오른쪽, 마이링겐에서 인터라켄오스트
까지는 왼쪽 창가에 앉아야 멋진 풍경을 감상하게 된다.
반면 인터라켄에서 루체른 방향으로 가는 여행자들은
반대로 앉아야 한다.
루체른에 도착했지만 30초 차이로 인터라켄행 열차를
놓쳤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행운. 다음 열차가 골든패스
라인의 열차였기 때문이다.
골든패스 라인은 스위스 3대 관광 철도노선 가운데 하나로
뛰어난 차창 풍경과 전망 좋은 차량 운행으로 유명하다.
시간이 좀 남길래 루체른의 상징인 카펠교를 걷기로 했다.
날씨는 여전히 우중충. 가끔은 빗방울. 사진빨이 별루 안
먹히는 날씨다.
그러고 보니 루체른은 내가 처음 스위스에 왔을 때 숙박
했던 도시였다. 그때도 한 밤중에 왔었는데...
오후 1시가 조금 넘어 라우터부르넨에 도착했다.
먼저 밸리하우스에 짐부터 풀고 여행을 시작하기로 했다.
굳이 숙소부터 간 이유는 오늘부터 이곳과 벵겐에서 7박을
하기 때문이다.
인터라켄은 스위스 각 지역을 하루에 다녀오기에 좋은
위치에 있다. 교통도 편리하고 주말과 밤늦게까지 영업하는
수퍼마켓도 있다.
하지만 전망은 라우터부르넨이나, 벵겐, 그린델발트보다
못하기에 라우터부르넨으로 정한 것이다.
그린델발트는 저렴한 숙소가 없어서 패스. 벵겐은
라우터부르넨에서 한 번 더 갈아타고 올라가야하는 불편함
때문에 패스.
벵겐롯지에서도 숙박했었는데 하도 칭찬글이 많아 경험삼아 숙박
하기로 했다. 밸리하우스에 싱글룸 예약이 안되는 날도 있었고...
체크인부터 하고 먼저 가까운 슈타우프바하 폭포부터 구경.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낮은 구름들이 잔뜩 끼어
융프라우의 산들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상관없다. 7년전 구름 한 점 없는 융프라우요흐를
봤으니까.
슈타우프폭포를 감상하고 또 하나의 트륨멜바하 폭포에
가보기로 했다.
이 폭포는 한국 여행자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폭포인데
깊은 바위산 속에 있어 보이지도 않지만 입장료도 필요하고
포스트 버스로 몇 정거장 이동해야 한다.
문제는 포스트버스가 자주 운행되지 않는다. 1시간에 1대 꼴.
불과 몇 분전에 버스가 출발했기 때문에 약 1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벵겐롯지에 가 보기로 했다.
예약은 했지만 숙소 홈페이지 약도로는 도대체 어디쯤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어서였다. 벵겐역에 도착하니 바로 앞
도로 한쪽에 벵겐롯지를 가리키는 방향표지판이 붙어 있었다.
근데 대략 난감하다. 표지판이 가리키는 곳은 수퍼마켓(COOP)
이고, 그 위는 다른 호텔의 야외테라스인지 레스토랑 같은
곳이었다.
COOP 옆 쪽에도 길이 있었지만 거기서 길은 두 갈래로
나뉘어지고 벵겐롯지 안내판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근처 여행안내소에 물어보니 COOP 옆길로 가서 굴다리 밑으로
내려가야 한단다. 여기서 부터는 교차로에 벵겐롯지 표지판이
붙어있으므로 찾기가 쉽다. 첨 가는 여행자들은 참고하자.
저 멀리 벵겐롯지가 보인다. 하지만 귀곡산장이다. ㅋㅋ
주변의 산뜻한 샬레들과는 달리 빛바랜 페인트칠에 군데군데
부숴진 창틀, 걸을 때마다 삐걱거리는 어두운 마루바닥.
근데 인기척이라곤 느껴볼 수가 없다. 아래층으로 내려 갔다.
타일이 깔려 있었는데 역시 접착부분이 떨어져 사각거리는
소리가 났다.
아무도 없고 어두워서 그런지 음산한 분위기였다.
2층으로 올라갔다. 주인이 기거하는 곳이었는데 아침 10시
전에는 노크하지 말란다.
오후가 지난 시간이라 노크를 해봤다. 아무 반응이 없다.
뭐 이래! 조금은 실망이다. 아까 체크인 했던 밸리하우스와는
모든게 반대였다.
다시 라우터부르넨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포스트
버스 시간이 맞지 않았고 다음 버스로 다녀오기에는 시간적으로
무리가 있을 것 같아 뮤렌으로 답사를 나갔다.
되도록이면 스위스의 아름다은 자연 풍경을 많이 보고, 카메라에
많이 담고 싶었기 때문에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서였다.
뮤렌. 이곳 역시 한국여행자들이 잘 찾지 않는 곳이다.
쉴터호른 전망대에 오르는 루트 가운데 하나이며, 융프라우
연봉을 바라보며 하이킹이나 짧은 기차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며, 저녁에는 돈 안들이고 융프라우의 석양을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스위스패스나 융프라우패스 소지자)
물론 벵겐이나 라우터부르넨에서도 석양을 볼 수 있지만
옆 산에 가려 아예 안보이거나 일부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뮤렌까지는 먼저 라우터부르넨 역 앞에 있는 케이블카로
올라간다. 31도의 경사면을 거의 수직에 가깝게 올라가는데
전망이 끝내준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글르츄알프. 이곳에서 뮤렌행 전차를
탄다. 올라가는 도중 벵겐 마을이 한눈에 조망되며 벵겐에서도
역시 이 케이블카가 조망된다.
요금 9.80프랑. 스위스패스 융프라우패스소지자는 무료.
- 담편에 계속 -
첫댓글 사진이 너무 선명하고 이뿌게 나왔어요.. 부러워...
역시 저자님 카메라는 대박입니다요 ㅋㅋㅋ 참, 언니가 물어보는데 인천공항의 리더스 라운지요, 포인트 없으면 못들어가는거에요?
이쁘게 봐주시니 감사^^ 아이 브끄... 리더스 라운지는 011 이용자는 모두 입장 가능한걸로 알고 있습니다. 대신 누적 포인트가 삭감되지요. 포인트가 없거나 모자르면... 글쎄요... 요건 SK텔레콤이나 라운지에 물어보심이 좋을 것 같습니다. 죄송^^
사진 하나도 안보이는데 ㅡ,.ㅡ;;; 전부 가세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