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쑥의 효능에 대한 고찰
먼저 허준(許浚)의 저서 『동의보감(東醫寶鑑)』 탕액편(湯液篇) 3권 초부하(草部下)편에 보면 애엽(艾葉, 약쑥잎)의 성질은 따뜻하고[溫](열(熱)하다고도 한다) 맛은 쓰며[苦] 독이 없다. 오랜 여러 가지 병과 부인의 붕루(崩漏)를 낫게 하여 안태(安胎)시키고 복통을 멎게 하며 적리(赤痢)와 백리(白痢)를 낫게 한다. 5장치루(五藏痔瘻)로 피를 쏟는 것[瀉血]과 하부의 악창(惡瘡)을 낫게 하며 살을 살아나게 하고 풍한을 헤치며 임신케 한다.
중국 명나라의 대표적인 약학서(藥學書)인 전체 52권으로 1596년 간행된 이시진(李時珍:1518∼1593의 『본초강목(本草學者)』에서는 약쑥의 효능을 “일명 빙대(氷臺)또는 의초(醫草)라고 하였고 "쑥은 속을 덥게 하여 냉을 쫓으며 습을 덜어준다. 기형을 다스리고 자궁을 따뜻하게 하며, 모든 출혈을 멎게 한다. 배를 따뜻하게 하고 경락을 고르게 하며 태아를 편하게 한다. 또 복통, 냉리, 곽란으로 사지가 틀리는 것을 다스린다"고 기록되어 있다.
따라서 이들 두 의학서에 씌어진 효능만 보더라도 쑥이 우리 인간의 병 치료에 얼마나 유익한 것인가를 알 수 있다.
『대한약전외 한약(생약) 규격집 주해서』에 따르면 약쑥의 효능과 성격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쑥은 오장(五臟)중 또 간경, 비경, 신경에 들어가 작용하며 주요 치료 작용은 허한성 붕루 하혈과 월경 과다, 임신하혈, 생리통 등이라고 한다. 약리 작용은 지혈 작용과 항 진균 작용, 건위 작용 등이다.
유럽에서는 쑥의 성분이 구충제로 많이 사용되었던 연유로 해서 쑥을 영어로 "Wormwood"(나무벌레라는 뜻)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는 유럽이 원산인 쓴쑥을 가리키며 학명은 Artemisia absinthium이다. 독성이 강해 식용으로써는 불가능하다. 독어로는 베어무트(Wermut), 불어로는 압생트(Absinthe)라 불렀는데 압생트에는 튜존(Thujon)이라는 테르펜(Terpene)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 성분은 압생트에 독특한 향취를 주는 성분이지만 뇌세포를 파괴하고 환각 상태를 유발하는 장본인이다. 압생트를 상습적으로 마심으로써 생기는 중독을 압시틴 중독증(absin-thism)이라 하며, 멍청한 상태, 정신력 저하, 신경과민, 안(眼)신경염 또는 환각 경험 등의 증상으로 나타난다고 밝혀져 있다. 37세의 젊은 나이로 권총 자살한 네덜란드의 후기 인상파 화가 반 고호(Van Gogh)나, 프랑스의 시인 알프레도 뮈세(Musset, Louis-Charles-Alfred de), 화가 로트렉(Henri de Toulouse-Lautrec) 등이 열렬한 압생트 애호가였고 비참한 인생의 말로를 맞이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1)2)
다산 정약용은 『채호(采蒿)』3)라는 시에서 “다북쑥 캐네 다북쑥 캐네, 더러는 산쑥도 얻고 더러는 다북쑥 같은 쑥도 얻고 더러는 다북쑥을 얻기도 한다네. 문드러진 쑥이랑 검은 쑥이랑...” 라고 표현했다.4) 쑥은 가뭄과 기근을 극복해내도록 도와주는 훌륭한 구황 식품이었던 것이다. 된장을 듬뿍 푼 국물에 어린 쑥 잎을 함께 넣어 끓인 봄철의 쑥국과 쑥을 물에 끓여서 먹는 쑥차는 예로부터 가족건강을 지키는 기호품인 동시에 사랑받는 음료였다.
떡장수 아주머니의 「떡타령」에서도 쑥떡이 등장하여 “떡 사오 떡 사오 떡 사려오. 정월 보름 달떡이요. 이월 한식 송병이요. 삼월 삼질 쑥떡이로다.” 잘 말려 둔 쑥으로 쫄깃쫄깃한 쑥 인절미를 만들 때면 온 집안, 온 동네에 쑥 향기가 진동 했던 유년의 기억만으로도 쑥에는 친근함이 베인다. 실제로 쑥떡은 변통, 즉 배변을 도와 몸을 가볍게 해 줄 뿐만 아니라 위장이나 간장, 신장 등 내장의 기능을 좋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원래 쑥떡에 대한 연원은 옛날 주(周)나라의 유왕(幽王)이 너무 방탕하므로 이를 우려한 신하들이 3월의 첫 뱀날 곡수연때 쑥떡을 바쳤더니 나라가 다시 크게 태평하게 다스려졌으므로 3월3일(삼짇날)에 쑥떡을 해먹는 풍습이 생겨나게 되었다. 삼짇날의 쑥떡은 수명을 연장하고 사기(邪氣)를 쫓는 액막이의 효력이 있다고 믿어 벽사(壁事)에 이용한 민속이 3월(음력)의 시식(時食)으로 발전했고 오늘날까지 전승 보편화 되었다고 할 정도이다.5)
조선 순조(純祖) 때의 학자 홍석모(洪錫謨)가 지은 세시풍속서 '동국세시기 (東國歲時記)'에 따르면 삼짇날(음력 3월3일)엔 부드러운 쑥 잎을 따 쌀가루에 섞어 쪄서 떡을 만들어 먹었고, 단오날(음력 5월5일)에도 쑥떡을 해먹었다고 전한다.
쑥에는 단백질(5%), 식이섬유(5%), 비타민, 미네랄이 많이 들어 있으며, 특히 비타민 A가 많아 80g만 먹어도 하루 권장량을 채울 수 있다고 한다. 참고로 비타민A가 부족하면 세균 등 병원균에 대한 우리 몸의 저항력이 떨어진다는 것6)을 미루어 볼 때 못먹고 배고프던 계절의 쑥 관련 음식과 쌀쌀해지던 추석 무렵의 쑥떡은 다가올 추위를 준비하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단면이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쑥은 세계 여러 나라의 쑥에 비해 월등한 우수성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강화도․백령도 남양만 일대와 서해안 일부에서 자라는 싸주아리 쑥을 상품(上品)으로 친다. 중국, 일본 등지와 유럽과 러시아의 쑥에는 독성이 있어 음식과 약으로 쓰기에는 부적합하지만 우리나라의 쑥은 독성이 약하거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7) 쑥은 중국식으로는 애(艾)이며, 우리나라에서는 호(蒿), 봉(蓬), 래(萊)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