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6474>콩쥐 팥쥐의 고향
발행일 : 2004.08.14 / 여론/독자 A3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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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제의 정착으로 내 고장을 문화적으로 풍요하게 하고 관광자원으로 흡인력을 키우는 방편으로 고전 소설이나 전설 속 주인공들의 고향 찾기에 열을 올리고들 있다. 드디어는 전래동화로 친근한 계모 학대 이야기 콩쥐팥쥐의 고향이 전라북도 완주군 이서면과 김제시 금구면 일대라는 주장이 나왔다. 그 증거로 그 이야기에 ‘전주 서문 밖 30리’라는 대목과 팥죽방죽이라는 방죽의 전래이야기, 그리고 팥쥐를 구제하는 전라감사를 만날 수 있는 지역적 타당성을 들고 있다.
계모가 전처의 딸을 학대하는 신데렐라형(型) 설화는 세계적으로 분포돼 있다. 설화연구의 대가 콕스 여사가 수집한 것만도 345편에 이르고, 중국의 나이퉁 팅은 연변의 조선족 것까지 합쳐 중국에서 수집한 신데렐라형 설화가 21편에 이르며 우리나라에서도 콩쥐팥쥐를 비롯, 10편의 유사설화가 채집되어 있다. 신데렐라 하면 각광받고 선망받는 요정 같은 존재의 대명사가 돼 있지만 그 어원을 따져보면 재투성이의 부엌데기란 뜻이다. 학대받아 부엌에서 살기에 재투성이가 됐을 것이다. 농경민족인 동양에서는 계모가 시키는 일이 곡식 방아 찧는 일이 많아서인지 콩쥐팥쥐 미복(米福) 속복(粟福) 등 곡식이름으로 나오는 것이 다르다. 북구의 콩쥐팥쥐랄 ‘니벨룽겐의 노래’에서 계모는 해진 옷을 입혀 얼굴 씻을 겨를도 주지 않으며 양을 몰라고 내쫓는 것이 고작이요, 중국의 계모는 높은 산에 가 나무를 하고 깊은 샘에 가 물을 긷게 했으며, 일본의 계모는 쌀과 좁쌀을 섞어 뉘 골라내기를 시키는 것이 고작인데 한국의 계모는 이웃 잔칫집에 가면서 밑 빠진 독에다 물을 채워놓으라 하고 벼 닷 섬을 방아 찧어 밥을 짓고 삼 닷 근을 내놓으며 베를 짜놓으라 시킨다. 학대농도가 짙다는 것은 계모에 대한 증오가 혹심했다는 것이 된다. 세계적으로 분포하는 설화의 고장을 찾는다는 것은 무의미할지 모르나 그 설화와 흡사한 사례의 고장으로 계모 악으로부터 인간 순화를 해내린 고장으로 의미를 부여할 수는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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