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와서
밀린 일들을 처리하느라 쉬지않고 몸을 움직여 지독한 감기 몸살로
또한 편두통에 오른쪽 눈이 충혈되고 아려 통증에 시달려도
다녀온 곳,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우는 멋진 곳이었다.
그렇게라도 떠나지 않으면
가보기 힘든 곳이 되겠고, 갈 수 없었던 나라가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미련없이 주저없이 떠나간 곳,
Glasgow.
비바람이 거세게 휘몰아치다가도 햇빛이 찾아들고
구름이 온통 잔뜩 끼었다가도 어느새 햇살이 찾아오던 곳,
그래서 그곳의 사람들은 우직했고 고집스러웠고 변화에도 꿋꿋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준비해 간 옷도 딱 한 벌같은
대학 때 엄마가 준 비옷, 바바리였다.
1980년대 초부터 입었으니 30년이 훌쩍 넘어간 옷이지만
"당신은 그 옷 죽을 때까지 입겠지? 우리 부모님 처음 만나러 갔을 때도 그 옷 입었었는데 말이야~'
말로만 듣던 교회가 카페로 변한 곳에서 사진을 찍었다.
멋진 카페가 되어 사람들로 붐볐지만 마음은 유쾌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래도 술집으로 변한 교회도 더 많다는 이야기도 하는데.. 카페라서 다행일까.
카페로서는 더할 나위없이 아름다운 곳,
카페는 교회라는 생각이 더 깊어갔다..
내가 묵었던 곳 1층에는 IL BARISTA 라는 카페가 있었는데
스코틀랜드의 대부분의 카페가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인데 반해 이곳에는 반자동 머신이라 반가웠다.
그 앞에서 카페의 전경을 둘러보는 사이 찍힌 사진,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나.
내 눈에는 카페와 커피가 어느새 더 가까이 자리잡아
내 전공을 어느새 잃어버리고 있는 나..
그날 밤, 나는 장로교의 창시자 신학자 캘빈을 기념하는 대학인 캘빈대학교에서 열린 가든 파티에 참석하였다.
요란한 바베큐 파티들을 뒤로 하고 혼자서 이곳저곳에 담긴 스코틀랜드 인들의 정신을 만나려 애썼다.
단단한 정신력 속에 담으려했던 예술에의 혼을 그들이 남겨놓은 건물과 조각에서 찾으려
혼자서 쌀쌀한 저녁바람을 맞으며... 걸었었다.
사람이 남겨놓은 그 어떤 것들에서도 역시 사람의 냄새가 난다.
정겨움들이 배여있고 그속에서 건져 내려했던 우수한 정신력들이 예리하게 빛나고 있었는데...
흔들리지 않으려는 단단함 속에서도
사람이기에 여린 부족함 속에서 미완성적인 안따까움들이 더 인간미 있게 드러나던 곳..
세상은 참 어디에나 똑같은 모습들이 존재한다.
그 다음 날 찾아간 곳은 스코틀랜드의 북쪽, 하이랜드.
은혜의 땅이라 여겨진 곳이었다.
어쩜.. 이리도 많은 축복을 받은 땅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던 곳.
뒷 배경은 세자매라고 이름지워진 곳인데 제 각각의 모습을 지녔다.
몇 형제이든, 몇 자매이든 늘 제 각각의 모습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처럼 산도 그렇게 제 각각의 모습으로..
어디에고 꼭대기에서는 맑은 물이 흘러나와 계곡을 이루고 하얀 물길을 만들어내고 있었는데
내 손에서 떠나지 않았던 우산.
늘 어디에도 산과 물을 만들어내는 빗물이 흩뿌리고 있었다.
늘 비가 내려.. 더 좋았던 스코틀랜드.
맑은 하늘만 바라보아도 마음이 맑아지고 더불어 맑은 숨들을 쉴 수 있어 무한히 편안해 지던 곳.
그리고 그곳은 너무 많은 그들의 국화가 있었는데. 엉겅퀴였다.
단단한 그들 국민성을 닮아있는 보랏빛 엉겅퀴.
참 질기게도 생겼다...
사진을 찍는 사이 햇빛이 다가오던..
그곳에서 만난 귀여운 악사아저씨.
내게 자랑하고 싶었을까.
힘껏 자랑하려 힘을 주고 있는 사이 얼굴 표정이^^
짧은 일정 속에
마지막으로 간 곳이 역시 뮤지엄,
올라가는 계단에서 내 모습을 남기기로 하였다.
마티스와 고흐, 달리와 유트릴로, 메켄토시와 고야의 그림이 있다고 해서
마지막 비행기를 타야하는 시간보다 일찍 서둘러 찾아간 그곳.
난 무엇을 남기고 이 세상을 하직할까나..
영국을 떠나기 전
마지막 사진.
뜻하지 않게 만난 밀레의 만종 그림을 겸손하게 본 후 나도 모르게 두손이 모아진 것일까.
난 서울..로 돌아가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나...
결국 아들 민혁인 기숙학원을 나와야 한다고 하여
내가 영국에 머물렀던 시간에 혼자 집으로 돌아왔다고 하였다.
전화로 그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한시라도 빨리 집으로 돌아오려 하였던 엄마의 마음으로 두손을 모았을까.
서울로 도착, 집으로 돌아온 나는 시차 적응할 겨를도 없이
엄마로서 원장으로 쉼없이 질주하다보니
결국 탈이나 독감에 편두통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원치않는 진통제와 수면제를 먹고서야 울면서..
겨우 잠이 들 수 있었다..
오늘 하루는 교회도 못가고...
'엄마.. 정말 이 말은 안하려고 했는데..
원치않게 자꾸 좋아지는 여자 애가 생겨... 나와 버렸어요...
혼자 공부할게요...'
안스러워 아무 말도 못하고 결국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어미.
'엄마로서 해 줄 수 있는 것도 별로 없구나..'
아직도 내 눈 속에서 움직이는 메켄토시의 작품들..
그 거리를 배회하는 듯, 꿈속에서 만나는 그곳..
자연, 그 아름다운 언어.. 풍경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