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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대리 황태덕장. 경우내 얼고 녹기를 반복. 최고급 황태가 된다. |
바다에서 갓 잡아올린 것이 명태이고, 얼린 것은 동태(혹은 동명태), 말린 것은 북어(혹은 건태)라고 한다. 강원도에서 나는 것은 강태라고 달리 부르며 반쯤 말린 북어는 '코다리'라는 재미있는 이름으로 불린다. 얼부풀어 더덕처럼 마른 북어는 더덕북어, 혹은 노랑태 (황태)라고 부르며, 빛이 누르고 살이 연하다 하여 명태 건어물 중에는 최상품으로 친다. 북어를 먹을 때 방망이로 두들기는 것은 황태와 비슷한 부들부들한 상태로 만들어야 맛이 좋기 때문이다.
이곳 백담사 입구에서 진부령 길과 미시령 길이 갈라지는 용대삼거리까지의 북천강변 3km 일대에는 매년 겨울이면 300평에서 4000평까지 모두 15개의 크고작은 황태덕장이 선다. 황태덕장 주인들의 말을 빌면, 제대로의 황태가 되려면 우선 콧속이 쩍쩍 달라붙도록 추워야 한다.
덕에 건 뒤 3개월간 얼고 녹기를 거듭해야 하는데, 이 용대리 일대는 바로 그렇게 매년 매서운 추위가 닥치는 곳이다. 추운 한편 바람도 잘 통해야 제대로 맛이 든다. 그러므로 툭하면 안개에 잠기는 깊은 산골 또한 덕장으로는 불합격이다. 이곳 백담사 들목∼용대 삼거리 간 골짜기는 널찍하고 동서로 길게 뻗어서 늘 바람이 분다.
눈도 적당히 와야 알맞게 얼부풀어준다. 한편, 명태의 배를 갈라 각 부위를 해체하는 작업장이 너무 멀어서도 곤란한데, 마침 진부령이나 미시령 고개 넘어 동해안 일대는 이런 작업을 하기에 좋은 해안가 마을이 여러 곳이다. 그러나 그렇게 조건이 맞아도, 제대로 된 황태를 얻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덕장 주인들은 "황태가 사람 입에 들어가려면 서른 세번 손이 가야 하며, 하늘이 그해 황태 사업의 80%를 좌우한다"고 어려움을 말한다. 덕주들은 부산의 원양태(원양어선이 잡아 냉동 상태로 싣고 오는 명태)를 사는 시기를 결정할 때부터 하늘의 눈치를 봐야 한다. 진부령 일대 인제, 고성 등지의 일기예보가 모두 강추위를 알릴 때 비로소 주문을 낸다.
진부령 동쪽 거진항 일대의 할복장에서 인부들이 밤샘 작업으로 배를 딴 뒤에는 즉시 걸어야 한다. 거는 즉시 얼지 않으면 물과 함께 육질의 양분과 맛이 함께 빠져 달아나므로 덕에 올리는 날부터 날씨운이 좋아야 한다. 그 뒤로도 3월 초 걷을 때까지 날씨와의 줄다리기가 계속된다.
완성품 황태, 혹은 노랑태는 말 그대로 노르끼리한 색이 껍질과 속살에 돌고, 눌러보면 조금 딱딱한 정도의 스펀지처럼 부드럽다. 이렇듯 방망이로 두들긴 것이 아니라 강원도 특유의 맑은 햇빛과 바람에 의해 3개월간 얼고 녹기를 거듭하며 자연스레 부들부들해진 것이기에 최상급품 북어로 노랑태가 꼽히는 것이다.
값은 명태 어획량에 따라 매년 크게 달라진다. 용대3리 일대에는 이 황태를 구운 것과 삶은 국물을 내는 황태구이집들이 10여 개소 있다. 차로 20분 거리의 진부령스키장 내 식당 음식들에 질린 사람들이 스키를 마치고 돌아갈 때 종종 이들 황태구이집에 들르는데, 1인분에 5000원으로 스키장 음식에 비해 한결 실속이 있다고 하여 인기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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