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빡머리 무용가 - 안은미
- 출생 1962년, 경북 영주시
- 학력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현대무용학과
- 경력 2007년 하이 서울 페스티벌 봄 축제 예술감독
- 수상 2002년 뉴욕예술재단 아티스트펠로십
|
|
|
춘향이가 머리를 깎았다. 게다가 마흔살이란다. 꽃다운 나이 19세를 훌쩍 넘어서 아직까지 결혼하지 못한 노처녀 성춘향. 기다려도 오지 않는 남자를 기다리지만 결코 용기를 버리지 않는 그녀. 바로 그녀가 오는 5월, 봄의 향기를 안고 유럽의 관객들을 만나러 떠난다.
2006년 무용극 춘향...
오는 5월 4일부터 이탈리아, 벨기에, 영국, 벨기에 등 유럽 4개국 7개 도시를 돌며 19박20일의 공연을 계획하고 있는 무용극 <춘향>은 사실 2003년에 초연된 작품이다. 무용극 <춘향>은 무용평론가 박용구씨가 빡빡머리 무용가 안은미를 위해 직접 대본을 쓴 작품으로 당시 군무가 대부분이었기에 정작 춘향의 솔로는 적었었다. 하지만 2006년 무용극 <춘향>에서는 빡빡머리 춘향이의 솔로 무대를 자주 볼 수 있게 되었다.
40세의 노처녀인 빡빡머리 춘향! 2006년 춘향이 무용가 안은미를 통해 새롭게 재탄생될 예정이다. 과연 안은미가 몸으로 만들어내는 춘향은 어떤 모습일까? 이번 무용극 <춘향>의 유럽순회공연은 그 자체만으로도 일단 화제다. 무용극 <춘향>은 유럽의 월드뮤직&시어터 페스티벌 측이 제작비를 모두 대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외국 공연이 대부분 자비로 이루어져왔던 점을 보자면 <춘향>의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2년전 월드뮤직& 시어터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이 공연을 보고 안은미가 만들어낸 춘향의 모습에 반해 공동제작을 제안했다고 한다. 동양적이면서도 독특한 이미지가 있다는 것이 그가 말한 무용극 <춘향>의 매력이다.
거침없는 매력의 소유자
안은미의 무용극을 한번이라도 본 사람들이라면 이런 질문을 꼭 한다고 한다. ‘이번에도 벗나요?’ 거추장스러운 것을 던져버리고 자유로운 영혼을 표현하는 그녀에게 여러 가지 사회적 제약은 그야말로 제약일 뿐이다. 제약에 얽매이기보다는 버리는 것을 선택한 그녀. 그래서 그녀는 머리를 잘랐고, 누드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도 버렸다. 그리고 한 가지를 선택했다. 예술가로서의 안은미를 말이다.
거침이 없다라는 말처럼 그녀와 잘 어울리는 말도 없을 것이다. 그녀를 한 번 보면 잊을 수가 없다. 빡빡 밀어버린 머리에 멀리서도 눈에 띄는 화려한 원색의 옷을 걸친 그녀는 대중에게 가장 알려진 무용가이기도 한다. 대중이 그녀를 기억하는 이유에는 그녀의 톡톡 튀는 외모도 있고, 그녀만의 툭툭 내뱉는 말투도 있다. 하지만 대중들이 그녀를 기억하는 가장 큰 이유는 거침없는, 그러나 즐거운 그녀의 공연 때문이다. 춤은 재밌어야 한다는 게 그녀의 지론이다. 어른, 아이할 것 없이 그 즐거움에 푹 빠져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일부러 찾아온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그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을 그녀는 항상 계획한다. 하지만 그녀의 의도가 모든 관객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11월의 일이다. 개관한 국립중앙박물관의 극장인 용에서의 오프닝 페스티벌때 그녀는 자신의 무용극인 을 무대에 올렸다. 무대의 막이 오르고 2명의 여성이 옷을 벗고 춤을 추기 시작한다. 그 중 한 명은 안은미다. 처음 그녀의 공연을 보는 관객에게는 충격일 수 밖에 없다. 참다못한 관객은 미친 짓이라며 욕을 한다. 그리고 공연 도중 문을 열고 나가버린다. 하지만 나머지 관객들은 그녀가 몸으로 표현하는 내재된 인간의 여러 모습들에 대해 고민하고 박수를 친다. 완전 극과 극이다. 하지만 안은미는 관객들의 이런 반응 모두를 인정한다. 미친 여자라고 손가락질을 하는 관객들 앞에서도 그녀는 꿋꿋이 그녀의 몸을 통해 그녀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그것이 예술가이기에 말이다.
영화배우 안은미
안은미는 최근 이재용감독의 다세포소녀에 출연했다. 사이비종교인 랠름교의 교주로 출연한 그녀는 영화 속에서도 춤으로 신도들을 현혹시킨다. 다세포소녀는 원래 온라인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원작만화로 무쓸모고교에 다니는 학생과 교사들의 엽기적인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뮤지컬 형식을 가미한 영화에서 그녀는 연기 뿐 아니라 배우들의 안무지도까지 맡았다.
사실 그녀의 영화출연 경력은 꽤 길다. 여균동 감독의 미인부터 최진수 감독의 헤어드레서. 이재한의 컷 런스 딥 등에 출연해서 짧지만 긴 인상을 주는 연기를 보여줬다. 무용을 하는 사람이 왜 영화를 하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영화가 주는 무한한 상상력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일반 공연과 달리 공간과 시간적 제약을 넘어 다양한 방법으로 상상력을 구체화 시키는 영화가 그녀에게 무용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할 수 있는 방법이 되기 때문이다.
에너지가 넘친다.
에너지가 넘쳐 난다. 밤을 새고 연습을 해도, 관객들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도 그녀는 항상 에너지로 가득차 있다. 그 에너지는 그녀에게 항상 변화하고 공부하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녀는 그녀를 필요로 하는 곳이고, 그녀가 몸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면 그 어떤 분야라고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어떤 곳에서도 그녀는 그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그것을 관객들과 어떻게 즐겁게 공유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다. 에너지가 넘치는 여자 안은미, 그녀가 보여주는 몸짓 하나하나가 충격이자 새로움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