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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장애인부모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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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보기 스크랩 장애민중행동대회, 세계장애인대회의 가식을 고발하다!
박찬동 추천 0 조회 22 07.09.16 17:3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9월 5일부터 8일까지 3박 4일동안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세계장애인대회'가 열렸다. 잘 모르겠지만 올림픽처럼 4년마다 개최하며 장애인권의 신장을 축하하는 대회이다. 원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기로 했다는데, 치안사정의 악화로 2년전에 우리나라가 '급추천'되었다고 한다.

 

세계대회 유치에 과열이 되어 있는 한국에서는 이거라도 하나 건지고 싶었나보다. 하지만 한국은 세계장애인대회를 유치할 만큼의 수준이 되지 못한다. OECD국가 중 장애인권분야에서 우리나라는 꼴지에서 두번째이다. 이것도 한국에서만 주장하는 것이다. 우리 뒤에 있다는 나라가 터키인데, 터키는 몇 년째 통계를 잡고 있지 못할 뿐, 실상은 우리보다 낫다. (그래도 유럽국가인데...) 따지고 보면 꼴지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세계장애인대회를 유치하겠다는 발칙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세계장애인대회가 일산에서 열리는 이유도 딱 하나이다. 우리나라에는 몇천명의 장애인이 모여 숙박과 행사를 할 만한 장소가 거기밖에는 없다고 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이 그리로 된 것이다.

이런 수준의 나라가 장애인권의 신장을 축하하는 대회를 열겠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 그래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련)은 세계장애인대회의 가식을 고발하기 위해 광화문에서 '장애민중행동대회'를 동시에 개최했다.  

 

▲ 장애민중행동대회에서. 옆에 있는 분은 한국근육장애인협회 대전충청지회장이다. 전장련 공동대표이기도하다. 전동휠체어를 이용하신다.

 

각지에서 장애민중행동대회에 참석하여 수백명이 광화문 앞에 모였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 일부는 세계장애인대회 장소로 가 유인물을 돌렸다. 물론 영문으로 된 유인물이다. 왜 우리가 따로 대회를 개최하는 지, 한국의 장애인권의 현주소가 어떠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유인물이다.

세계장애인대회로 쏠렸던 기자들의 눈이 한 둘씩 광화문으로 향했다. 행사 시작 전에는 오직 우리만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자 여러 언론에서 관심을 보이고 취재를 시작했다. 그리고 더 반가운 것은 일본에서 참가한 장애인분들이 광화문으로 온 것이다. 세계장애인대회에 초청받아 왔지만 우리의 유인물을 보고 이곳으로 온 것이다. 비록 직접 말을 건네보지는 못했지만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뻤다.

 

▲ 각지에서 모인 장애인들. 수도권을 비롯하여 대구, 부산, 대전, 광주 등지에서 참석했다. 

 

광화문에서의 장애민중행동대회도 3박 4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여기는 화려한 행사는 없다. 오직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장애민중의 요구만이 있을 뿐이다. 매일 아침, 우리는 모두 광화문 사거리(정식 명칭은 세종로 사거리)로 나가 '생존의 횡단보도 건너기'를 했다. 줄지어 휠체어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참혹한 장애인권의 현실을 고발하는 퍼포먼스이다.

 

▲ 생존의 횡단보도 건너기. 아주 긴 현수막으로 횡단보도를 두르며 건넜다. 

 

▲ 생존의 횡단보도 건너기. 전동, 수동 할 것 없이 모두 피켓을 들고, 혹은 지고 횡단보도를 건넜다. 

 

세계장애인대회는 호텔에서 3박 4일을 보내지만, 한국의 장애인권은 그러한 화려한 대접을 받은 적이 없다. 364일 잊혀졌다가, 4월 20일 장애인의 날 하루만 대접받는 게 우리의 현실인데, 호텔이 말이 되는가. 장애민중행동대회는 세종문화회관 앞에 텐트를 쳤다. 이게 딱 우리나라의 장애인권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 장애민중행동대회. 세종문화회관앞에 텐트를 치고 3박 4일동안 노숙을 했다. 

 

세계의 장애인을 초청해서 최근 시행한 활동보조인제도와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을 자랑하고 싶었을 터인데, 전장련에서 이와 같이 나오자 보건복지부 당국은 기분이 나빴을 것이다. 게다가 세계장애인대회 참석자들마저도 눈을 돌려버리니 더욱 안달이 날 수 밖에.

결국 경찰이 동원되었다. 경찰은 대회장 주변을 전경버스로 바리게이트를 쳐 버렸다. 어떻게 저렇게 물샐틈없이 막을 수 있는지 경탄이 나올 정도로 도로에서 조금도 안 보일 정도로 빼곡하게 막아놓았다. 버스와 버스 사이의 조금한 틈 - 마른 사람이 옆으로 간신히 지나갈 만한 틈 - 도 전경을 세워놓아 아예 보이지 않게 해 놓았다.

그리고 행진이라도 할라치면 그 버스들이 그대로 행진대열 옆으로 함께 지나간다. 와, 누군지는 모르겠으되 운전기사의 운전솜씨가 정말 기가막히다. 열 몇대가 딱 붙어서 시속 2km도 안되는 속도로 대열 옆을 따라오는데, 정말 할 말이 없다.

 

▲ 행진대열이 거리에서 보이지 않게 전경버스와 전경들로 막아놓은 경찰. 걷는 속도와 똑같이 저 많은 버스들이 동시에 기차처럼 움직였다. 

 

장애민중행동대회 기간 동안 연행자도 발생하고, 심심치않게 충돌도 일어났다. 그게 딱 우리나라 장애인권의 현실이다.

요상한 가식으로 사람들의 눈을 가리려고 하는 행위가 언제쯤 막을 내릴지. 아뭏튼 장애인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 자기 권리를 찾고, 모두 함께 평등한 세상을 만들 그 날까지, 행동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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