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추석 연휴, 즐겁게들 보내고 계신지요?
이미 우승팀이 결정된 대회이긴 하지만, 저는 지난 9월 22일(금)에 있었던 KOVO컵 '현대건설 대 도로공사'의 준결승 경기를 되돌아 봤습니다. 정규시즌을 2주일가량 앞둔 시점에서 각 팀의 전력과 시즌 예상을 가장 직접적으로 확인해볼 수 있는 기회이니까요.
우선 양팀의 스타팅 라인업과 경기 결과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도로공사와 현대건설 양팀 모두 이번 대회 고정된 스타팅라인업입니다.
도로공사에서는 정선아-최은지 선수가 많은 기회를 얻고 있고, 현대건설에서는 김연견을 대신해 박혜미 리베로가 후방을 지킵니다.
최종 경기는 도로공사의 3대0 완승! 그리고 도로공사는 결승에서 GS를 만나 패함으로써 우승엔 실패한 바 있습니다.
도로공사는 1세트 시작과 함께 주무기인 강력한 서브를 내세워 리드를 잡았습니다.
문정원 선수의 2연속 서브득점에 정대영 선수까지 서브에이스 1개를 기록하며 출발이 산뜻했습니다.
반면1세트에 대등하게 버티던 현대건설은 급격하게 수비가 흔들리며 2세트를 쉽게 내줬습니다(25대14). 그리고 3세트 중반(16점 언저리)에도 현대건설이 리드를 잡은 경우도 있었으나 승부처에서 도망가지 못했습니다. 결국엔 도로공사의 25대18 승리.
양팀 모두 최종적으로 우승엔 실패했으니까 큰 의미가 없을 순 있습니다. 하지만 새 시즌을 앞두고 몇 자 적어봅니다.
일단 현대건설의 경우 이날 확실히 리시브가 문제였습니다.
22일 본 경기 전까지 양팀의 주요 수치(도로공사 서브 1위, 현대건설 리시브 5위)
그리고 이번 경기 2세트까지 리시브 성공률 (현대건설의 2세트 리시브성공률 0%)
그래도 크게 걱정하고 싶지는 않는 것이, 현대건설의 경우 황민경과 김연견 리베로가 국가대표팀에서 복귀한다면 확실히 리시브는 안정될 수 있습니다. 엘리자베스의 경우에는 이날 경기 본인 앞에서 뚝 떨어지는 서브에 상당히 취약해 보이던데, 외국인선수에게 너무 많은 수비부담을 묻고싶지는 않습니다.
반면 도로공사는 외국인선수 이바나에 문정원-정대영 선수까지 서브에이스가 연이으며 승부를 쉽게 가져갔습니다.
단순히 11 대 3의 서브득점 차이뿐만 아니라, 현대건설의 리시브라인을 무너뜨리면서 파생된 여러 공격기회들을 그대로 살린 도로공사였습니다. 여기에 이효희-정대영(18득점)의 콤비 플레이까지 번뜩이며 손쉽게 결승행을 확정지었습니다.
양팀 다 세부적인 느낌을 좀 더 덧붙이자면
현대건설에서는 황연주 선수의 몸이 확실히 가벼워 보였습니다. 1986년생으로 분명 적은 나이는 아닌데, 지난 시즌보다 훨씬 발걸음도 가볍고, 때리는 공에는 힘이 넘쳤습니다.오프시즌동안 체력운동을 열심히 했다는데, 자기관리능력은 정말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이다영 세터의 토스워크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떤 리시브든 빠른 발로 뛰어가 공 밑에서 양손으로 공을 띄우는데, 쭉쭉 높게 힘있게 올려주는 토스가 시원시원하게 보기 좋고 동료들과의 호흡도 좋아보였습니다.
역시 문제는 이다영 선수의 백업 문제. 한 시즌을 길게 가다보면 체력(컨디션)이 떨어지는 시점도 오고 뜻밖의 부상도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이다영 선수는 이번이 풀타임 첫 시즌으로 한 시즌을 길게 끌어가는 노련함이나 경험이 아직 없죠. 분명 나중에 현대건설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하면 국내 보조공격수 문제. 개인적으로는 이날 경기에서도 외국인선수 엘리자베스(12득점)의 공격력이 그렇게 인상적이지는 못했습니다. 81년생 김세영 센터에게 그렇게 많은 부담을 지울 수는 없고, 황민경-양효진 선수가 돌아온다해도, 황연주-엘리자베스를 뒷받침해줄 보조공격수가 마땅해보이질 않습니다.
(도로공사에서는 정대영(18점)-이바나(17점)에 더해 문정원-최은지 선수각 각각 7점씩 더해줬습니다)
도로공사는 확실히 서브가 무서웠고, 박정아-하혜진까지 국가대표팀에서 돌아오면 공격력은 가히 국내 No.1이 아닐까 합니다.
문제는 역시 리시브인데, 기존 임명옥 리베로에 문정원-유서연 등등 많은 이들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앞서 결승전을 보면서 아쉬웠던 부분이, 너무 최은지 선수를 많이 활용하더라구요. 결승전 3세트 막판 승부처까지도 이효희 세터가 최은지 선수를 선택해 어이없게 네트를 때려버리거나 범실하는 모습이 있었죠(저는 체력적인 부담 때문이었다고 봅니다만).
오늘 준결승전을 보니까 최은지 선수가 잘하긴 했네요. 7득점에 공격성공률 50%. 그래서 결승에서도 중용했던 것 같은데, 최은지 선수가 원래 풀타임 경기를 치른 경험이 많은 주전이 아니죠.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백업 맴버였는데.. 선수탓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감독님의 기용에 대한 아쉬움을 떠올려 봅니다. 준결승과 결승전에서 좀 더 다양한 공격자원을 발굴/활용했었더라면 결승전 결과가 달라졌을까 하고요.
확실히 우리 여자배구의 승패는 첫번째 리시브의 안정 + 두번째 기본적으로 20점 이상 찍어주는 외국인선수의 득점력 + 3번째 국내 선수들의 공격력 지원이 삼위일체가 되어야 합니다. 이상압니다.
이바나 선수가 서브를 준비하면 확실히 무섭습니다. (이번 컵대회 4경기 8득점)
이날 경기, 도로공사의 이효희 세터(No.5)와 정대영 센터(뒤)의 호흡은 세계최강이었습니다.
반면 현대건설의 엘리자베스는 개인적으론 공격력 물음표
이다영 선수(No.19)는 확실해 현대건설의 보물입니다.
현대건설의 백업 맴버 고유민 선수(No.7)는 오늘 경기도 뭔가 아쉬운... 외모로만 보면 국내 여자배구 탑3안에 든다고 생각하는데,
오늘 경기 역시 잔실수도 많았고 준비가 덜 된 느낌. GS로 치면 정다운 센터, 도로공사의 전새얀, KGC의 이연주 선수같은...
도로공사 파이팅! 현대건설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