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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국립박물관은 청주의 '보물'같은 곳입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건축가인 故 김수근의 작품인 이곳은
산자락에 마을이 들어선것 처럼 아늑하고 정감이 갑니다.
산과 어울리는 자연친화적인 조형미는 물론 조경도 일품입니다.
지난주말 친지 결혼식이 열린 명암타워에 갔다가
청주국립박물관을 둘러보았습니다.
결혼식은 마치 공장에서 공산품을 찍어내듯이 30분간격으로
열려 정신이 하나도 없더군요.
북새통속에 부페식당 한구석에서 간신히 점심을
챙겨먹고 명암저수지 샛길로 걸어가 박물관 산책에 나섰습니다.
불과 300여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았지만 사람과 자동차로 뒤엉킨
명암타워와 달리 주말 오후의 박물관은 조용했습니다.
山寺에 온듯한 분위기라고나 할까요.
봄볕에 청주국립박물관의 나무와 꽃, 연못과 소박한 돌담에 생기가 감돌았습니다.
서울 종로구 사간동에 있는 건축설계사무소 '공간'사옥은
김수근의 대표작중 하나입니다.
별로 크지 않는 건물이지만 내부에 들어가면 참 입체적입니다.
우리나라 전통적인 건축양식을 대입시킨것 같습니다.
미로같은 복도에 다락방같은 공간이 있습니다.
청주국립박물관은 공간사옥의 외연을 확장한듯 합니다.
건물 내부의 창은 한결같이 큼직큼직합니다.
그래서 자연환경이 고스란히 실내로 들어옵니다.
대청마루에서 정원을 바라보는것 같습니다.
흔히 박물관이라고 하면 건물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권위적이고 엄숙합니다.
하지만 청주박물관은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공원처럼
편안하고 명문가의 古宅같이 품위가 있습니다.
양지바른 뒷뜰에 서있는 돌탑과 돌받힘대 옆에
팻말이 없다면 영낙없이 부자집 정원같아 보입니다.
연못가에 있는 대나무 잎새도 봄기운에 파릇파릇합니다.
연못에는 잉어가 놀고 있고 건너편에는 매화나무에 홍매화가
흐트러지게 피었더군요.
활짝핀 개나리 옆에 곧게 서있는것이 두충나무 입니다.
이곳을 걸으니 머리가 맑아지는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길을 따라가면 박물관 뒷편 공원이 나옵니다.
요즘엔 아파트단지내에도 정자가 있던데
처음 청주국립박물관에 정자를 만들어놓았을땐
참 신선했습니다.
더구나 정원 소나무들도 운치가 있고요.
정자 주변엔 산수유나무가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습니다.
만개를 앞둔 매화나무가 박물관 곳곳에 있는데
활짝피면 눈이 부실것 같습니다.
뚝딱이 카메라로 사진을 찍은것이 사흘전이었으니까
이번주말에 청주박물관을 방문하면 봄을 온몸으로 느끼지
않을까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