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의 혈액형은 A형, 또 어떤 사람은 B형,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AB형이거나 O형입니다.
수혈할 때나 간이식 또는 신장이식을 할 때는 혈액형을 맞추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하는데 골수이식을 할때는 혈액형이 맞지 않는 공여자의 골수도 이식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혈소판 수혈을 받기 위해서는 혈액형이 맞는 헌혈자를 미리 확보해야 한다고 합니다.
혈액형이란 무엇입니까?
개띠, 돼지띠 또는 원숭이띠 혹은 물병자리, 처녀자리 같이 어떤 운명적인 의미로써 혈액형을 이해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A형은 성격이 어떻고 B.형은 사랑운세가 어떻고 하는 이야기들이 인터넷 홈페이지나 스포츠신문등에 실리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과학적인 근거는 없습니다. 정말 혈액형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주로 알고 있는 혈액형은 ABO 혈액형과 Rh 혈액형입니다. ABO 및 Rh 혈액형은 적혈구 표면 위에 표현되어 있습니다. 적혈구는 잘 아시다시피 우리 몸 속에서 산소운반이라는 아주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혈액세포입니다. 우리 몸의 다른 세포들처럼 적혈구의 표면에도 수많은 구조물들이 있습니다. 어떤 구조물은 단백성분으로 이루어져 있고 또 어떤 구조물은 탄수화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구조물들 중에는 적혈구 표면에서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것들도 있고 아직 그 기능이 밝혀지지 않은 것들도 있습니다. 이 구조물들 때문에 항원성(항체를 만드는 성질을 가진 물질)을 나타내는 혈액형들이 존재합니다. 사실 혈액형에는 ABO, Rh 외에도 MNSs, Duffy, Kidd, Kell, Lewis등 수백 가지가 있습니다.
(ABO 혈액형)
수많은 혈액형들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ABO 혈액형과 Rh 혈액형입니다. ABO 혈액형 항원은 많은 사람들이 적혈구에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있지만 사실은 흥미롭게도 적혈구 뿐만 아니라 혈관내피세포, 상피세포 등에도 존재하여 우리 몸의 거의 모든 장기들이 ABO 혈액형 항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혈할때도 반드시 ABO 혈액형이 적합한 혈액을 수혈하여야 하고 장기이식할때도 반드시 ABO 항원이 적합한 장기를 이식하여야 합니다. ABO 혈액형 항원도 장기이식때 꼭 맞추어 주어야 하는 조직형인 HLA항원처럼 사실상 "조직적합성 항원"인 것입니다.
다행히도 골수이식 때에는 ABO 혈액형을 맞추지 않아도 됩니다. 조혈모세포에는 ABO항원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혈소판에는 ABO 항원이 존재하기 때문에 혈소판 수혈 때에는 ABO 혈액형이 맞는 헌혈자가 필요합니다. ABO 혈액형 이외의 혈액형 항원들은 수혈 후 비예기항체를 만들 수 있으므로 혈액은행에서는 비예기항체를 검출하기 위하여 항체선별검사를 시행하고 있고 ABO 혈액형을 최종적으로 맞추어 주고 비예기 항체에 의한 용혈성 수혈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하여 교차적합시험을 철저하게 시행하고 있습니다.
적혈구에 노출된 경험이 없이도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는 ABO 혈액형 항원에 대한 항체를 이미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ABO 혈액형은 다른 항원들과는 다른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 A형인 사람은 anti-B 항체를, B형인 사람은 anti-A 항체를, 그리고 O형인 사람은 anti-A,B 항체를 '이미' 가지고 있을까요?
항체가 생성되려면 항원의 자극이 있어야 하는데 언제 어떻게 우리는 ABO 항원에 노출되었을까요? 뚜렷한 항원의 자극이 없이 '자연적으로' 항체가 생성되었다고 생각한 초기의 연구자들은 이들 항체를 '자연항체'라고 불렀으나 이제는 ABO 항원의 분자구조가 밝혀지고 박테리아 세포벽에도 ABO 항원과 같은 구조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규명되어 장내 세균총 또는 음식물 등을 통해 박테리아에 의해 ABO 항원들이 우리의 면역시스템에 노출되어 anti-A 또는 anti-B 항체가 생성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Anti-A 항체는 A형 적혈구와 반응하고 anti-B 항체는 B형 적혈구와 반응하며 anti-A,B 항체는 A형 및 B형 적혈구와 반응합니다. 이런반응이 일어나면 시험관내에서는 응집이 일어나지만 우리몸(혈액) 안에서는 보호체계가 활성화되어 용혈이 일어납니다. Anti-A는 A형 적혈구와 anti-B는 B형 적혈구와 반응하여 시험관내에서 눈에 보이는 응집을 일으키므로 이 원리를 이용하여 ABO 혈액형 검사를 시행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혈액형은 무엇일까요?
표에서 보듯이 A형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은 O형, B형이고 AB형이 가장 적습니다. 일본 사람들도 우리 나라 사람과 비슷한 분포를 보입니다. 그러나 미국백인이나 흑인 그리고 중국인들에서는 O형이 가장 흔합니다.
(Rh 혈액형)
Rh 혈액형에도 D,C,c,E,e 등을 포함하여 45가지나 되는 혈액형이 존재하는데 우리가 보통 Rh형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중에서 D 혈액형을 지칭합니다. Rh 혈액형은 단백으로 구성되어있고 오로지 적혈구에만 존재합니다. Rh 혈액형도 ABO 혈액형과 마찬가지로 수혈할때 반드시 맞추어 주어야 하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즉 Rh(D) 양성인 환자에게는 Rh(D) 양성혈액을, Rh(D) 음성인 환자에게는 Rh(D) 음성혈액을 수혈하여야 합니다. Rh 음성혈액형은 미국인들에서는 18% 정도로 흔한데 비하여 우리나라에서는 Rh 음성인 사람이 1,000명중에서 1-3명정도로 아주 드뭅니다. Rh 양성인 부모사이에서도 Rh 음성자녀가 나올 수 있습니다.
사실 ABO 및 Rh 혈액형도 수많은 종류의 꽃들이나 수많은 종류의 사람들처럼 "다양성"을 나타내는 물질중의 하나입니다. Rh 음성형인 희귀혈액형을 가진 분들도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群鷄一鶴(군계일학)이라고 생각하고 자부심을 가지셔도 좋습니다. Rh 음성 혈액형을 가진 다른 사람을 헌혈로써 살릴 수 있는 아주 귀중한 혈액을 가지고 계신 중요한 분이기 때문입니다.
Rh 음성 혈액형을 가진 여자가 Rh 양성인 남자와 결혼하여 Rh 양성인 아기를 임신하게되면 첫아기 출산때 엄마에게 없는 Rh(D) 항원에 노출되어 엄마는 Rh(D) 항원에 대한 항체인 anti-D를 만들게 되는데 이 항체가 이후 다시 Rh(D) 양성 아기를 갖게 되었을때 태반을 건너가서 아기의 적혈구를 용혈 시켜 신생아용혈성질환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걱정이 되었으나 이제는 더이상 이런 문제는 없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아기의 적혈구를 용혈 시킬 수 있는 항체를 만들 수 없게 예방하는 방법이 확실하게 있기 때문입니다.
즉, 임신 중반기(28주쯤)와 출산직후 72시간이내에 Rh면역글로불린 주사를 맞으면 됩니다. 유사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Rh면역글로불린 주사를 맞으면 anti-D 항체 생성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Rh 음성인분들이 임신을 해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Rh 음성인 여자가 Rh 양성인 남자와 결혼하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