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역<곽정욱, 류종원, 서현석>, [야인시대]8회까지
우리가 책임집니다!아역 연기자 곽정욱, 류종원,
서현석의 호연이 야인시대 시청의 또다른 즐거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 2회 방송후 [야인시대]홈페이지
에도 아역들의 실감나면서도 능청스런 연기, 눈물샘을
자극하는 연기력에 대해 칭찬이 줄을 잇고있다. 세 명
모두 연기학원에서 실력을 다졌기 때문일까?
곽정욱(소년 김두한 역)
-출생 : 1990년 생
-학교 : 서울 노일초등학교 6학년
-데뷔 : 7살 때 KBS 미니시리즈 [칼라]
-출연작품 : [바보같은 사랑] [백야 3.98]
[고스트] [명성황후]
-촬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장면 : 3회에 나오는 일본인
고리대금업자 가네야마(이환지 분)의 집에 불을 지르는 장면을
올 2월말에 찍었다. 첫촬영이었는데 몹시춥고 바람이 불어서
제대로 촬영을 못해 아쉬움이 컸다. 또 가네야마의 집에 불을
지르고 도망치는 장면에서 겉옷 하나씩을 입고 짚신 신고 산넘고
물건너 도망치는 장면이 있었는데 발이 얼어서 제대로 못뛰었던
것 등이 생각난다.
-‘소년 김두한’ 역 연기연습은 어떻게 : 극중 거지 친구들을
괴롭히는 광교 움막촌 왕초(김윤성 분)와 결투하는 장면, 일본
아이들이 한국 아이를 못 괴롭히게하는 장면 등을 실감나게 찍
기위해 1주일정도 액션스쿨에 다녔다. 그리고 장형일 감독께서
연기 지도를 많이 해주셨다.
-좋아하는 연기자 : 아직 없다.
-앞으로 포부 : 축구 선수가 되고 싶었다. 최근 축구 영화를 찍기
위해 한달정도 집중적으로 연습을 하다보니까 너무 힘들었다. 연
기로 하는 축구선수로 만족하고싶다. 앞으로 연기를 계속하고 싶다.
류종원(소년 개코 역)
-출생 : 1990년 생
-학교 : 서울 옥정중학교 1학년
-데뷔 : 6살때부터 연기 시작
-출연작품 : [TV문학관]의 ‘새’, [70분 드라마]의 ‘집에 가는 길’,[소문난여자] [임꺽정]등
-촬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장면 : 소년 개코는 광교 움막촌 거지중 한
명이다. 연기하는 데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고, 여러 아이들과 함
께 촬영해서 심심하지 않았고 재미있었다.
-‘소년 개코’ 역 연기연습은 어떻게 : 극중 개코는 좀 웃긴 역할이
다. 그래서 화장실 거울을 이용해 표정연기 연습을 많이 했다. 또 전
라도 사투리를 잘 구사하기 위해서 극중 ‘만해 스님’ 역의 유형관
선생님을 통해 사투리를 배웠다.
-좋아하는 연기자 : 영화배우 최민수 씨. 눈빛 연기가 너무 멋있다.
-앞으로 포부 : 연기를 계속해서 좋은 연기자가 되고 싶다.
서현석(소년 정진영 역)
-출생 : 1989년 생
-학교 : 청주 율량중학교 1학년
-데뷔 : 2001년 KBS 단막극 [설렘]
-출연작품 : 특집극 [여름이야기], 드라마 [반달곰 내사랑]
[제국의 아침]
-촬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장면 : 소년 정진영은 광교 움막촌의 거지
중 한명으로 학구파다. 촬영내내 스태프분들 및 함께 연기한 아이
들과 한가족처럼 촬영하면서 지냈다. 막상 촬영을 끝낸다는 생각을
하니까 아쉬움이 크다.
-‘소년 정진영’ 역 연기연습은 어떻게:나의 성격과 극중 소년 정진
영의 성격이똑같다. 마치 맞춤옷처럼. 그래서 연기하는 데 별 어려
움없이 평상시 나의 모습대로 열심히 했다.
-좋아하는 연기자 : 아직 없다.
-앞으로 포부 : 초등학교 3학년 때 잡지 카달로그 모델을 했었다.
매력적인 일인것 같다. 공부도 연기도 지속적으로 열심히 하고싶다.
부하들의 인사를 받고 걸어오는 구마적(이원종)의 모습을 본 정진영
(서현석)이 구마적이 조선에서 가장 힘이 쎈 주먹의 황제라고 설명하
자 김두한(곽정욱)은 경이로운 표정으로 바라본다. 개코(류종원)는 자
신도 구마적 같은 두목이 되어 광교 움막촌의 왕초를 벌벌 기게 만들
겠다고 벼른다.
독립운동가 나석주(손종범)는 동양척식주식회사와 식산은행을 부숴 조
선인이 결코 어리숙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계획을 밝힌다.
원노인(이순재)은 장한 결정이라며 반긴다. 며칠후 나석주는 동양척식
주식회사에 수류탄을 던지고 경찰들과 총격전을 벌이다 숨을 거둔다.
광교 거지 움악의 왕초(김윤성)는 두한 일행이 음식 동냥을 해오지 못
하자 어디로 빼돌린거 아니냐고 의심하며 구박한다. 장진영의 몸에서
군고구마가 발견되자 순간 음식 쟁탈전이 벌어진다. 장진영이 몸이 불
편한 어머니를 드릴거라고 말하자 화가날대로 난 왕초는 장진영을 심
하게 걷어찬다.
한편 김두한의 행방을 찾고 있던 미와(이재용) 경부는 거지 무리속에서김두한을 발견하게 되는데….
SBS 특별 기획 드라마
野人時代
(제 5 회)
기 획 : SBS 프로덕션
책임프로듀서 : 이현석
극 본 : 이환경
연 출 : 장형일
왕초 다시 하라구.
두한 (타령) 얼...씨구씨구 들어
간다.. 절...씨구씨구 들어
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왔네. .....
(계속 타령)......
독하게 입을 앙다물며 죽어라
소리를 질러대는 두한. 차라
리 그것은 타령이 아니라 절
규와도 같다. 그의 눈물이
두 줄기 흘러내린다. 계속
되는 두한의 소리에서.
씬 16 사동옥 마당
유태권이 웃 옷을 벗은 채
공중을 날아오르며 두 바퀴
나 회전하여 걸려 있는 샌
드빽을 차고 있다. 가벼운
몸동작으로 연이어 권법의
자세를 취하며 주먹 단련을
위하여 세워놓은 두개의
말뚝을 주먹으로 치고 발로
찬다. 그 두꺼운 말뚝들이
소리를 내며 꺽어져 내린다.
다시 기를 모으며 자세를
바로 하는 유태권. 나석주
의 웃음소리가 들려 온다.
나석주 여전하구만 유동지. 대단해.
유태권 지금 오는 길인가?
나석주 응. 몸을 풀고 계셨구만.
유태권 준비는 잘 되어가는가?
나석주 되다뿐인가? 지금 막 우체
국에 다녀오는 길일세. 각
신문사에 전보들을 띄웠네.
조선 백성을 착취하는 일제
의 수구들에게 곧 경종의
총성이 준엄하게 울릴 것
이라고 했지.
유태권 하지만 목숨을 아끼게, 애
써 죽음을 청하지는 말라는
얘기야.
나석주 오래 전에 이미 내 목숨은
이 땅에 없었네. 나는 이
시대의 작은 거름의 역할
로 충분해. 더 큰 일들이
야 민족의 덕망 높은 지도
자들이 할 일이고.....
안 그런가?
유태권 ......하기사 나동지의 그
의지를 누가 꺾겠는가마는..?
나석주 원노인께서 몹시 상심해
계시는 것 같네. 백야
장군의 아들 때문에...
유태권 그렇기도 하실걸세. 그렇
게 찿아 헤메도 알 수가
없으니...
나석주 그러고 보니 나도 그 아이
가 보고 싶구만. 긴또깡
이란 이름이 싫다고 했었
지. 아주 당찬 아이였는
데.....
유태권 보통 아이와는 달랐지.
언젠가는 크게 한 몫 할
아이였어. 일본인 지주를
혼내준 그 뱃포좀 보게나.
그리고 특히나 아이가
통뼈야.
나석주 그건 무슨 소린가?
유태권 타고난 강골이란 뜻이지.
천부적으로 타고난 장사
말일세. 무엇을 하던 그
아이는 운동을 하면 아
주 크게 될거야.
나석주 유동지처럼 말인가?
유태권 나야 남에게 배워서 하는
무술이지만 그 애는 타고
났어. 처음 봤을때 알아
보았네. 나처럼 배워서
얻은 재주 하고는 달라.
통뼈들은 동물적인 운동
감각과 무서운 힘을 갖고
있거든. 자 들어가세.
씬 17 사동옥 가게 안
원노인이 우두커니 서서
창 밖을 보고 있다. 밖
으로 어둠이 내리고 있다.
홀은 비었고 손님들은
없다. 물 주전자에선 흰
김이 솟고 있다. 박군이
눈치를 보며 말을 건넨다.
박군 나선생이 오셨어요. 나
석주 아저씨요.
원노인 그래. 조금 전에 봤다.
박군 뭔가 중요한 일을 하시는
모양이지요? 잊을만 하면
보이시고..또 잊을만 하
면 나타나시잖아요?
원노인 어쩌면 이젠 영영 보지
못할지도 모른단다.
박군 왜요, 무슨 일을 하시는
거죠?
원노인 머지않아 온 세상이 다
알게 될게다.
박군 .....유태권 아저씨도
그렇게 되나요?
원노인 글쎄... 한동안은 우리
와 생활 하겠지만 그
사람도 언젠가는 죽음을
찿아 떠나가겠지.
박군 (눈치를 보다가) 오늘
그 신문기자 만나고 오
셨어요? 두한이 얘기를
하셨어요?
원노인 그래....하지만 그 사람
인들 무슨 방법이 있겠냐?
박군 꼭 찿을 거예요. 보통
애가 아니라면서요? 그
신문기자도 생각을 많이
할거예요. 관심이 많다구
하셨잖아요?
원노인 (한숨)글쎄.....
씬 18 종로 경찰서 (사무실)
시끌벅적하다. 여전히 끌려
온 학생들로 가득차 있다.
일인 형사 오무라와 순경
들이 여기 저기서 심문을
하고.. 어떤 경찰은 따귀를
때리고, 서류철 따위로
머리를 내리치고 있다.
오무라 이 멍청한 놈들아, 독립은
무슨 얼어죽을 독립인가?
너희들 죽고 무슨 독립이
있어? 엉?
그때 최동열이 취재차 들
어 선다. 오무라가 보다
가 인상을 찡그린다. 최
동열이 다가와 묻는다.
최동열 오무라 형사, 아주 바쁘
시구먼?
오무라 ..... (시큰둥)
최동열 민족 지도자들을 예비검속
한다면서?
오무라 나는 모르는 일이요. 지
금은 취조 중이라서...
최동열 미와 경부는 어디 있소?
오무라 미와 경부님은 지금 바쁘
시오.
최동열 그렇겠지, 요즘 얼마나
신이 나겠는가? 저 안에
계시는가 보지?
씬 19 동 / 고문실
학생 하나가 웃통이 벗겨
진 채 피투성이가 되어 문
달영에게 고문을 당하고
있다. 고문 기구에 의해
비명소리가 처절하다.
미와 누구야? 너희들 배후가 누구
냔 말이야. 여기서 말 안하
고는 못 나간다. 알겠나?
너희들은 이 미와경부의 소문
도 듣지 못했나? 너희들 배
후가 누군가?
학생 그런 거 없다.... 우리 스스
로.... 계획하고.... 투쟁했
을 뿐이다. 투쟁은 계속 될
것이다. 우리의 주권을 찾을
때까지.
미와 너희의 주권은 없다. 이젠
너희도 황국의 신민이야. 비
록 이등 국민이지만 말이다.
학생 듣기 싫다. 이 쪽바리 놈아.
미와 안타깝구만 안타까워. 정말
나는 폭력을 싫어한다. 그런
데 너희들이 (마치 연극 배우
처럼 슬픈 표정 지으며) 나를,
이 선량한 미와 경부를 악마
로 만들고 있어. 정말 슬픈
일이야. 문형사, 계속 해.
같은 조선인으로서 현실을
깨닫게 해줘.
문달영 예 경부님. 말을 해라. 말을
해.
학생 불쌍한 놈 ... 너도 조선
사람이란 말이냐...?
문달영 지금은 아니야, 나는 일본의
신민이 됐다. 자... 말을 해
말을... 말...
고문이 이어진다. 비명 소리
가 찢어져 내린다.
미와 딱한 것들아, 나를 슬프게
하지 마라. 제발 나를 안타깝
게 하지마라.
그때 순경 하나가 들어와 뭔가
귓속말을 전한다. 찡그리는 미와,
미와 쉬지말고 계속해. 고문 앞에는
절대로 장사 없다. 누구든 고통
앞에서는 결국은 비굴해지는 법
이다. 계속해. 계속.....계속!
고문과 비명소리는 계속 된다.
미와가 밖으로 나간다.
씬 20 동 사무실
미와가 나오며 제스츄어를 취한다.
미와 오... 최기자, 이 늦은 시간
에도 취재를 하는거요? 참 당신
은 부지런한 기자요, 우리 차
한 잔 어떻소? 어이, 녹차 한
잔 진하게 타오라구.
순경 하나가 대답하고는 차를
내오는 동안,
최동열 미와 경부는 언제 봐도 참 상냥
하시오.
미와 우리는 예의를 아는 지성인이니
까.... 나도 일본에서 대학을
나온 사람이요.
최동열 민족 지도자들을 예비검속 한다
고 들었소만... 사실이요?
미와 사실이요. 상부의 지시니까요.
시국이 어수선하지 않소? 요시
찰 인사들은 이럴때 일찌감치
잡아두는 게 상책이지. (차를
가져오자) 자 드십시다. 녹차는
건강에 아주 좋아요. 복잡한
머리를 상쾌하게 하지요. 상
쾌하게..
최동열 어떤 사람들을 잡아 들이는거요?
미와 여러 사람 있지요. 제일 첫
번째 부류가 바로 만해 선사
같은 사람이요. 아까 모시러
갔으니까 올 때가 되었는데..
최동열 만해 스님을 예비검속 한단
말이요?
미와 당연하지요. 그 괴짜 스님
정말 골치 아파요. 이 즐거운
녹차 맛을 싹 가시게 하는
사람이지.
미와가 그렇게 말하며 미처
한 모금을 넘길까 했을 때
만해와 김형사들이 들어선다.
미와의 인상이 순간 확 찌그
러진다
최동열 스님?
만해 오, 자네가 와 있었구만.,
미와 (일어서 표정 감추며) 오,
만해 선사님. 어서 오십시오.
자 이리로..
만해 .......
미와 하하.. 이거 참 오랜만에 뵙
습니다. 오시는 동안 부하들
이 불편을 끼쳐드리지는 않았
는지 모르겠습니다. 최대한
예를 갖추라 신신당부해 두긴
했습니다만...
만해 암.. 아주 예우가 좋았네..
헌데 미와군? 내게 뭐 볼일
이라도 있는 겐가?
미와 아 그렇지 않구요. 스님 같은
대선사분을 어찌 볼 일 없이
이렇게 뫼시겠습니까? 실은
저도 불제잡니다, 스님. 하
하하..
만해 오 그런가, 반갑네 그려...
미와 헤헤헤 그렇습니까? 고맙습
니다. (순경들에게) 요이,
무엇들 하는가? 큰 스님께도
차 한 잔 올려드려라.
순경 하이!
급히 차를 만들어 내준다.
만해 자네 불제자라고 하였지? 그럼
부처님을 믿겠구먼?
미와 그렇지 않구요.
만해 그런데 어떻게 자네 얼굴에
부처님은 보이지 않고 무간
지옥의 악귀들만 보이는가?
미와 예? 아니 스님, 그럴 리가요?
만해 정말이야.
미와 ..... (불쾌함} .....무슨
말씀을....
만해 (따귀를 치며) 이 놈!
미와 (졸지에 맞고 얼떨떨) ...?
만해 다 듣고 있었다. 네 놈이
어린 학생들을 무자비하게
고문하고 있다지? 네 놈에
게서 병신이 되고 죽어나간
사람들이 헬 수 없이 많다
지? 이노옴-- 어디 내게도
그렇게 해보거라.
미와 (발끈 일어나며) 이런 미친
중 보았나? 허... 감히 이
미와의 따귀를 때려?
만해 미련한 중생은 맞아야 되는
법이다. (다시 치며) 한 대
더 맞아 보거라. 이놈!
두 번째 따귀가 날아가자
미와는 어이쿠 얼굴을 감싸
며 팔짝팔짝 뛴다.
미와 빠가야로! 아니 이 놈이 아주
마음놓고 사람을 치네. 요이,
뭣들 하는가? 이 미친 중을
어서 끌어가지 않고?
만해 이 놈아, 더 이상 업을 짓지
말아라. 불교의 이치가 지은
데로 받는 것임을 모르느냐.
불쌍한 놈 같으니..... 허
허허허.
순경들이 달려들어 껄껄 웃
고 있는 만해의 팔을 끼며
끌고 간다. 최동열은 그저
놀라워서 보고만 있다.
미와 나쁜 중 같으니라구. 아이고
턱이 얼얼하네.. 아이고 턱
이야, 아이고.
최동열 ........ (치미는 웃움을
참는다) .......
미와 (도리질하며) 내가 뭐라고
했소? 골치 아픈 중이오.
골치 아파...
최동열 (참지 못하고 웃움을 터뜨
린다)
미와 아니 최기자, 뭐가 그리
우습소? 나 참....
씬 21 종로 거리 (밤)
두한들이 걸어오고 있다. 겨울
바람은 여전하다. 춥고 배고프
지만 두한의 감동은 아직 식지
않았다.
양코 두한아 활동사진 어땠어? 그걸
다른 말로 영화라고 하는거야.
두한 응, 굉장 했어. 또 보고 싶어.
정진영 하지만 오줌 벼락을 맞았잖아
양코 히히히히..... 난 그 변소 밑
에서 소나기가 쏟아지는 줄
알았다구...
두한 그 배우, 정말 싸움을 잘 했
어. 열 명도 넘는 적을 혼자
서 다 쓰러뜨렸다구.
양코 두한이가 오늘 어쩔줄을 모르
네. 좋았어. 다른 극장도 이
양코는 다 공짜야. 얼마든지
구경시켜 주지. 말만 해.
두한 그런데 우리가 극장 앞에서 본
그 구마적이란 사람... 정말
그렇게 쎄니?
양코 더 말할 거 없지. 조선 주먹의
황제라니까... 난 사실 평생
소원이 그런 주먹황제 밑에서
꼬봉 노릇 해보는거야. 구마적
의 부하 위대한 양코, 장자쿠
다리 밑의 거지출신 양코, 사
람들이 얼마나 이 양코를 무서
워 하겠냐? 우리 왕초 같은 것
도 그냥 한 방에 그냥....
(그러다가 시무룩) 아아..
꿈을 깨야지.. 돌아가면 또
얻어터질 텐데.... 아, 가기
싫다.
정진영 ......그래. 오늘은 매좀
맞을거야. 동냥한 게 아무
것도 없어.
양코 아, 구경은 잘 했는데 정말
배고프다.
아이들 그렇게 걸어간다. 종로
의 겨울밤 풍경은 여전히 화려
하다.
씬 10 조선극장 앞
극장 간판이 보인다. 케리
쿠퍼가 나오는 서부영화
000이다.
사람들이 표를 끊고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두한과 정진영, 양코 같은
거지 소년들이 보고 있다.
주변을 정리하는 험상궂게
생긴 기도가 아이들을 쫒는다.
기도 야, 이놈들아 저리 가지 못
해? 저리 비켜. 야, 거기
꼬마 거지들 저리 가란 말
이야.
양코 알았어요. (비켜서면서) 저
사람은 극장기도야. 얼마나
쎈대? 우리 왕초 같은건 걸
리면 쪽두 못쓴다구.
그때 구마적이 중절모에 양복
차림으로 부하들의 시위 속
에 거만하게 오고 있다.
기도와 함께 사내들이 일제
히 허리를 깊히 숙여 절을
한다. 사람들도 모두 눈치를
보며 피한다.
기도 오야붕 오셨습니까?
구마적 응, 그래 그래,
구마적은 어린아이들을 대
하듯 인사를 받으며 안으로
사라진다. 두한이 휘둥그레
본다.
정진영 마적이야. 구마적.
두한 마적? 저 사람이 마적이라구?
정진영 별명이 마적일 뿐이야. 저
사람은 주먹의 황제래. 우
리 조선에서 가장 쎈 사람
이야. 아무도 저 사람은
이기지 못해.
두한 ........(경이롭다).....
.............
양코 나도 크면 저런 오야붕이
될 거야. 두고 보라구.
그래서 왕초를 신나게 패
줄 거야. 벌벌 기게 만들
어 줄 거라구. (폼을 잡
으며) 야 임마 니가 왕초
냐? 이리와봐. 담배불 붙
여 새끼야.. 어쭈 이 새
끼가? 엎드려 이새끼야.
그때 기도가 다시 겁을
준다.
기도 야, 이놈들아. 아직도 거기
있어? 가지못해?
양코 가자. 얼른 가자구. 저 쪽
으로 가면 돼.
아이들, 그 곳에서 도망치
듯 벗어난다.
씬 11 극장 뒷편
목재며 부서진 집기들이
어지럽게 널부러져 있다.
정진영들, 변소 뒷편으로
살금살금 다가온다. 양코
가 문을 열면 두한이 코를
막고 인상을 찌푸린다.
정진영 우리만 아는 비밀 통로야.
이 구멍으로 해서 변소
밑으로 들어가면 극장 안
에 있는 변소로 이어진다구.
두한 ....하지만.. 이 변소간
밑으루?
양코 사내 자식이 이 정도도 못
참니? 이쯤 수고는 해야지.
두한 .....
조그맣게 난 변소 구멍으로
양코가 들어가고, 이어 두
한이, 그리고 정진영이 주
위를 한 번 살펴보고 들어
간다. 그 변소 문이 닫기
면..
씬 12 변소 안
이들이 컴컴한 변소 밑바닥
에서 코를 쥐며 이동해서
작은 디딜판 나무가 있는
윗쪽 구멍쪽을 바라본다.
그들이 올라갈 네모난 변소
구멍이 보인다. 극장의 변
소로 이동해 온 것이다.
양코가 앞서서 올라가려
하는데 갑자기 그 윗 쪽
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누군가가 들어와
치마를 풀며 앉는다. 구멍
은 곧 어두워 진다. 이들
놀라서 한 쪽 구석으로 피
한다.
잠시 후, 쏴아 하는 소리와
함께 오줌이 쏟아진다. 이들
오만상을 다 찌푸리며 오줌
세례를 고스란히 받는데...
두한 오줌이잖아?
양코 쉿!
정진영 ......(눈치만 살피고
있고)
씬 13 그 구멍 위의 변소 안
중년 여인이 뭔가 밑에서
나는 소리에 의아해서 보면
아무 것도 없다. 다시 옷을
제대로 추스리며 빠져나가는
중년 여인. 그리고 잠시 후
양코가 고개를 둘러보며 빠
져나온다. 차례로 나오는
아이들... 완전히 비맞은
생쥐 꼴이고...
양코 가자.. 어서 올라 가자..
씬 14 변소 앞
양코가 문을 빼꼼히 열고
주변을 살핀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며
양코 아무도 없어.. 나와.
이들 변소 안에서 빠져나
온다. 정진영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사용금지>
라는 푯말을 집어든다.
정진영 에이 이게 떨어져 있었잖
아.. 그러니까 사람이 들
어왔지.. (문에 걸며) 평
소에는 사용 안하는 곳이
거든. 옛날에 여배우 하나
가 여기서 목을 매고 죽
었대.. 그래서 쓰지 않는
곳이거든.
두한 .....?
양코 가자, 어서..
이들 극장 안으로 급히
가는데... 극장 종업원
하나가 이들을 보았다.
종업원 야! 야 임마! 거기 서.
야 이 놈들아! 저 놈들
이..
양코 걸렸어. 빨리 안으로
튀어.
재빨리 극장 안으로 사라
지는 그들.. 쫓아가는
종업원.
씬 15 극장 안
스크린에 흑백 필름이
영사되고 있다.
한 쪽에선 변사가 열변을
토하고 있다. (추후 참조)
수많은 관객들 사이로 이
들이 비집고 들어와 얼른
자리를 잡고 앉는다. 쫓
아온 종업원이 두리번거리
며 아이들을 찾으려 하지
만 어두워서 잘 되지 않
는다. 그러나 집요하게
주변을 살피는 종업원,
아이들은 숨을 죽이고 있
다. 잠시 후 포기한 듯
종업원이 가버린다. 그제
서야 미소를 교환하는 아
이들.
주변의 사람들이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듯 코를
쥐어싼다.
개의치 않고 느긋하게 자
리를 잡는 아이들... 두
한은 마냥 신기하기만 하
다. 화면에서는 한창 케리
쿠퍼가 수많은 적들을 뉘
이고 있는 신나는 활극장
면이다. 변사의 목소리도
화면을 따라 숨가쁘게 빨라
지고 있다. 두한은 한없이
화면에 도취되어 간다.
씬 22 종로 또 다른 거리
아이들이 걸어오고 있다. 온
갖 노점상들이 전을 펼쳐 놓
고 있다. 얼마쯤 걷다가 양
코가 한 쪽을 보며 미련처럼
마른침을 삼키고 있다.
김이 펄펄 솟는 팥죽하며 부
풀어 오른 소다빵, 장작불
속에서 구워지고 있는 군고구
마, 그리고 호떡 장수들...
....두한과 정진영도 먹고 싶
은 건 마찬가지다.
정진영 (한참 보다가) 가자 어서.
양코 나....실은 왕초 몰래 감춰
놓은 돈 일전이 있는데....
정진영 일전 가지고는 고구마 한 개
도 안 줄거야.
양코 그래도 가 보자. 배고파 미치
겠어. 가서 사정해 보자구.
그래도 안주면 그거 있잖아....
따라와. 우린 종일 굶었다구..
양코가 앞서 가면 이들 망설
이다가 눈치를 주고받으며
따라 간다. 정진영은 이미
양코가 무얼 할지를 알고
있는 것이다.
정진영 양코가 고구마를 들고 튈거야.
잘 도망쳐야해. 훔치는 건 싫
지만 오늘 같은 날은 어쩔 수
가 없다구. 알지?
두한 훔치는 건 나도 싫어.
정진영 하지만 이 다음 커서 갚아주면
돼. 커서 돈을 벌면 말이야.
평생 거지로 살건 아니잖어.
가자
두한 .................
아이들 군고구마 장사 앞으로
간다. 장사꾼이 이들을 훑어
보며 시큰둥 한다. 양코가
눈치를 보며 돈을 꺼낸다.
장수 뭐냐?
양코 호떡 사려구요. 이거 얼마
예요?
장수 오 전이다.
양코 일 전 밖에 없는데.....
헤헤헤.. 아저씨... 일 전
에 줄 수 없어요?
장수 저리들 가거라.
양코 (담아놓은 호떡 봉투를
만지작 거리며) 그냥 줄
수 없어요?
장수 아놈들이 그런데....? 썩
가지못해? 그 호떡 봉지
놔 둬, 손님이 맞춰 놓은
거다. 아, 때타, 만지지
말어.
양코 헤헤헤.. 아저씨..... 돈
여기 있어요. 잘 먹을께요,
가자.
순식간이다. 양코와 아이
들은 호떡를 들고 튀기
시작한다. 장사꾼은 미처
어째 볼 도리도 없이 발
만 구른다.
장사 아니 저... 저... 야,
이놈들아....저 놈에 거
지 새끼들이....?
씬 23 그 길
아이들이 필사적으로 도망
치고 있다. 복잡한 사람들
을 헤치며 그렇게 달리고
있다. 사람들이 재미 있는
듯 보고 있다. 마침 마주
오던 최동열을 부딪칠 듯
비껴 가는 아이들.. 최동
열은 잠시 어리둥절 하다가
이상한듯 다시 본다. 얼핏
두한을 본 것이다. 그러나
두한은 그를 보지 못했다.
최동열도 확신을 가질 수
없어 갸웃 하며 그냥 까페가
있는 쪽으로 걸어간다.
낯이 익은 아이 같은데..
하는 표정으로...
씬 24 그 일각의 골목길
아이들이 허겁지겁 고구마
를 먹고 있다. 그러나 정진
영만이 자신의 몫을 종이에
잘 싸서 품속에 넣는다.
양코 먹어 두라구. 매를 맞아두
배가 불러야 덜 아픈거리구.
이 양코만 따라 다녀봐.
절대로 손해는 없어.
두한 진영아, 너는 왜 안 먹어?
정진영 나는.... 호떡를 좋아
하지 않아. 너나 먹어.
(먹고 싶지만) 정말야.
두한 ...하지만....
양코 너나 먹어. 얜 맨날 그래.
이해가 가지 않는 두한의
표정에서.........
씬 25 까페 안
국장이 임동호 김이수 등
과 술을 마시고 있다가
들어서는 최동열을 맞는다.
국장 어서 오게. 이리 올 줄 알
고 와 있었지.
두사람 어서 오게
최동열 어쩐 일이십니까 국장님 ?
국장 그냥 퇴근하자니 섭섭해서...
만해 스님이 구속 되셨다지?
최동열 (앉으며) 예,
국장 예비검속이니까 곧 풀어드
리겠지. 그런데 말야 신문
사에 이상한 전보가 날아
왔어.
최동열 전보요?
국장 응, 보낸 사람은 나석주라
구 되어 있는데... 곧 일
제의 만행과 착취에 대한
경고를 하겠다는거야.
최동열 종로서에서 얼핏 들었습니
다. 누군가 분을 참지 못
하는 사람들의 장난이겠죠.
국장 장난 같지는 않아. 각 신
문사에 똑 같은 전보가 다
배달 됐어요.
최동열 ..........?
임동호 암울한 세상이 계속 되고
있어요. 누군가 용기 있는
사람이 한 번 쯤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킬 때도 되
었죠.
김이수 그렇죠. 봐라, 아직도 조
선은 건재하다. 봐라 이
놈들아. 있을 수 있는
일이예요. 안 그런가 동열
이?
최동열 글쎄.....
싱겁게 대답 하다가 뭔가를
생각 한다. 술 한 잔을 입
에 대다가 최동열은 뭔가가
문득 떠오른다.
최동열 그래......?
임동호 왜 그러나 갑자기?
최동열 국장님, 오다가 거지 아이
들을 봤어요. 거기 낯이
익은 아이가 있다 싶었는
데 ....그런데 그 애가...
그 애가......
모두들 ..............?
최동열 아무래도 백야장군의 아들
같아요. 두한이 말예요.
두한이요. 그 애 하고 아
주 닮았어.
왕초 (소리) 겨우 이거야 새꺄?
씬 26 거지촌(밤)
왕초가 거지들이 벌어 온
돈을 받으며 머리를 쥐어
박고 있다.
왕초 이 것들이 갈수록 형편이
없어. 너희 새끼들 혹시,
슬쩍 빼돌리는 거 아니야?
왕초는 정진영들 앞에 선
다. 정진영들이 머뭇거리
며 빈 바가지를 내민다.
왕초가 그것들을 털어 본다.
왕초 뭐야? 왜 없어?
정진영 ......
왕초 이 새끼들이 죽고 싶어 환
장을 했나?
양코 혀 형님 잘못했어요..
사 사실은요....
왕초 이 새끼가 어디서 변명이
야, 변명은... (발로 걷
어찬다)
나동그라지는 양코의 엄살
이 아주 돋보인다. 엄살을
부리며 눈치를 살피는 양코.
두한 .......
왕초 너희 새끼들 동냥한 거
빼돌렸지? 엉? 어디다
감췄어?
정진영 그런 일 없어요..
왕초 시끄러워 새꺄, 야, 갈치
뒤져봐
정진영 정말 없어요. 아무것도 없
어요.
왕초 허.. 이 새끼들이.. 보자
보자 하니까. 뒤져봐.
갈치가 뒤지기 시작한다.
양코는 아무 도 없고 두
한은 그 시계뿐이다. 왕
초의 눈이 그 시계를 보고
묘하게 변한다. 이 번에는
정진영이다. 진영의 품속
에서 고구마가 나왔다.
갈치 이야, 군고구마예요 형님.
고구마요.
왕초 돈도 있을거야.
갈치 (뒤지다가) 돈은 없는데요?
왕초 (진영을 노려 보다가 걷어
찬다) 이 새끼. 동냥 얻은
걸루 고구마를 삿지? 내가
돈은 가져오라구 그랬지?
이 새끼가...날 속여?
다시 주먹으로 때리며 갈치
가 들고 있는 고구마를 뺏어
입으로 가져간다. 그러나 진
영이 더 빨랐다. 고구마를
안고 당군다.
정진영 안돼요. 이건 우리 어머니
드릴거예요. 나도 안 먹고
가져 온 거예요.
왕초 (화가 났다) 이 새끼가 죽
을라고 환장했나? 나힌테
대들어? 너 오늘 죽어봐라.
그래 이 새끼야, 니 애미
실컷 갖다 줘라. 이 새끼.
뭇매가 떨어진다. 진영은
그저 고구마만 안고 뒹굴
뿐이다. 양코는 덜덜 떨고
있고 보고 있던 두한이 왕
초의 허리를 붙든다.
두한 얘는 잘못이 없어요. 내가
활동사진을 보여 달라고
그랬어요. 그래서 동냥을
못했어요..
왕초 뭐? 너 지금 뭐라 그랬어?
활동사진...?
두한 그래요. 이 고구마도 훔쳐
온 거예요.
왕초 이 새끼 봐라.. 너 돌았냐?
두한 .....
왕초 거지새끼 주제에 활동 사진
을 봐? 그래 너두 죽어보고
싶다, 이거지..
왕초, 다시 두한을 걷어
찬다. 그리고 심하게 매
질을 해댄다.
왕초 (때리며) 야 이 새끼야.
뭐, 활동 사진? 뭐 이런
새끼가 다 있어?
계속되는 왕초의 매질.....
두한이 이를 악물고 참고
있다. 두한의 그 참혹한
모습에서 미안한 듯 눈치
를 보고 있는 양코와 정진
영.
양코는 행여 자신이 맞을
까봐 거퍼 피하며 눈치보
기를 거듭한다.
DIS
씬 27 움막 밖(밤)
거지촌 위로 삭풍이 모질
게 휩쓸어 가고 있다.
진영이 깨진 화로에 불씨
를 만들어 움막 안으로
들어간다.
씬 28 진영의 움막 안
어머니에게 화롯불을 놓아
주는 진영. 고구마를 먹고
있는 진영모. 침을 삼키는
정진영. 그러나.....
진영모 참 맛이 있구나 진영아.
너도 좀 먹어봐.
정진영 나는 많이 먹었어요.
진영모 그래두... 아이구 달기도
하다.
두한 ....... (부러운듯 모자
간의 정을 본다)
진영모 저 애들도 먹었냐?
정진영 예, 다 드세요. 물도 드
시구요.
양코 우리는 먹었는데요, 진영
인 안 먹었어요.
정진영 야, 양코!
양코 그걸 왕초한테 안 뻿길라
구 매까지 맞았다구요
순간 진영모의 손과 입이
뚝 멈춘다. 그 고구마가
바닥에 툭 떨어져 뒹군다.
정진영의 손이 양코에게
날아간다.
정진영 양코, 이 나쁜 놈, 가만
있지 못해?
양코 어어, 나는 사실을 말했는
데.... 괜히 때려... 씨...
정진영 아녜요 엄마, 난 먹었어
요. 양코가 거짓말했어요.
엄마.
진영모 진영아, 이 에미가...
몰랐구나. 에미 생각만 했
어. 이런 세상에... 이런
못된 에미가 있나.....
정진영 아니예요. 아녜요 엄마.
(주워서 털어주며) 난 다
른 거 많이 먹었어요
어서 드세요, 어서요.
진영모 아니다. 나도 배가 부르
다... 내 새끼.. (눈물
흘리며) 구걸시키는 것도
모자라서 새끼 밥마저 훔
쳐먹고 있었구나. 진영아...
정진영 (울며) 아녜요. 아녜요
엄마. 어서 드세요. 이
담에 이런 거 많이 사 드
릴께요. 공부 많이 해서요.
고기도 사 드릴께요. 꼭
그렇게 할께요.
진영모 내 새끼...... 내 새끼..
..... 우리 새끼...
양코는 돌아 누웠고 두한은
보며 공연히 눈물이 그렁
거린다.
씬 29 사동옥 / 밀실
나석주가 권총을 닦고 있다.
방아쇠를 만져보고 이리저리
총신을 훑어본다. 하나씩
총알을 재고 있다. 그 모습
을 원노인과 유태권이 보고
있다. 아무도 말이 없다.
나석주는 다시 보자기에서
두 발의 수류탄을 꺼내 조
심스럽게 손질한다.
나석주 수류탄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립니다. 습기를 먹은 지
가 너무 오래되어서요.
유태권 .....
원노인 총과 수류탄을 다 사용하실
겁니까?
나석주 민족의 피를 빨고 있는 동
양척식주식회사와 식산은행
을 부수는 일입니다.
유태권 나동지의 뜻은 알겠지만 그
수류탄으로 그런 건물들을
부술 수는 없을 거야.
나석주 건물을 부술 수야 있겠나?
저들의 오만과 자존심을
깨부수는 것이지.
원노인 왜 하필 그 두 곳을 택하
셨는지.....?
나석주 김구 선생님께서는 말씀하
셨습니다. 우리 조선 백성
을 착취하는 일본의 자본을
경계해야 한다구요. 일본은
영국을 모방해서 그 회사
와 은행을 만들었습니다.
영국은 동인도 회사라는
것을 만들어 인도를 착취
했지요. 우리 조선인은 결
코 그렇게 어리숙하지 않다
는 걸 보여주려 합니다.
잠자고 있는 우리 민족의
어리석음을 일깨워주어야
한다고 김구 선생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제
가 자원하였습니다. 그리고
약속했습니다. 살아있는 한
계속 이 일을 할 것이라고...
유태권 .....
원노인 참으로 장한 결정입니다.
나석주, 가벼운 미소를 지
으며 수류탄과 총을 챙겨
넣는데 가게 쪽에서 누군
가 문을 두들기는 소리들이
요란하게 들려온다. 모두들
긴장하며 그 쪽을 주시한다.
씬 30 동 사동옥 가게
박군이 문을 열어주면 우체
부가 전보를 전해주고 있다.
우체부 만주에서 온 전보에요.
박군 만주요?
우체부는 돌아가 버리고 박
군이 이리저리 전보 내용을
보다가는 눈을 휘둥그레 뜬
다. 급히 뒷채 밀실 쪽으로
달려간다.
씬 31 동 밀실
원노인이 박군이 가져 온 전
보를 보고 있다. 뭔가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유태권 무슨 전보입니까?
원노인 백야 장군께서 보내신 겁니다.
사모님과 마님께서 돌아 오신
다는 군요. 두한이 큰 어머님
과 할머니께서 오고 계시답니다.
유태권 ......?
원노인 만주 쪽에 형편이 매우 나빠
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벌써 열차를 타셨다고
하는 군요.
두 사람 .....
원노인 하지만 그 일은 다음의 일이
고..... 자 나동지, 내일
의 거사를 위해 조촐한 술상
하나 봐두었어요. 박군아,
보아둔 술상 가져 오거라.
박군 예, 영감님.
원노인 우리들의 이별은 늘 이런 식
이였지요. 이것이 마지막 이
별주가 안 되기를 바랍니다,
나동지.
나석주 고맙습니다. 운명을 누가
거역하겠습니까? 기꺼이 마
시고 가는 것이지요. 그래도
술상까지 받지 않습니까?
나야말로 참으로 행운아가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그들 ......
씬 32 인써트 (종로의 아침)
씬 33 종로 거리 (낮)
언제나처럼 거리는 부산하다.
거지 아이들의 일상도 또 반
복되었다. 양코는 이미 얻어
들은 바가지에 밥을 숟가락
으로 퍼먹으며 오고 있다.
양코 (먹으며) 나는 어제 너희들
죽는 줄 알았다. 왕초 그
새끼, 때려도 너무 때려.
구마적에게 내가 사정해 볼
까? 왕초를 패달라고 말이
야. 아주 반쯤 병신을 만들
어 달라고 하는 거야. (두
아이가 반응이 없자) 얘들
아, 오늘 아침은 그런데로
동냥이 괜찮았어. 우리 극
장 구경 갈래? 이번엔 우미
관으로 가는 거야.
정진영 싫어.
양코 두한이는.....?
두한 가고 싶지만..... 다음에.....
양코 재미없다. 공원에 가서 돈
이나 얻어 볼까?
아이들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걸어간다. 얼마쯤을 그렇게
갔을까? 좀더 부산한 길이
나오면서 갈림길로 접어드는
데 문득 두한이 한 곳을 본
다. 인파 사이로 걸어가고
있는 나석주를 본 것이다.
두한 .....?
정진영 왜 그러니?
두한 (너무 반갑다) 아는 아저씨
야. 아저씨! (부르며) 아
저씨!
그러나 나석주는 듣지 못했
다. 태연히 동양척식회사
안으로 들어간다. 뻥해서
보고 있는 두한.
씬 34 그 회사 안
나석주가 들어선다. 사람들로
부산한데 수위가 가로막으며
묻는다.
수위 어떻게 오셨는지요?
나석주 사장을 만나러 왔소. 사장실
이 어디요?
수위 저기 입니다만.... 어디서
오셨는데요? 약속은 하셨습
니까?
나석주 그렇소. 좀 가야겠소.
화장실 쪽으로 가는데 다시
수위가 다가와 막는다. 수
상한 것이다.
수위 실례지만 그 주머니에 들은
게 뭡니까? 여긴 중요한 곳
이라 소지품을 좀 검사해야
겠습니다.
나석주 (미소) 검사? 사장은 있나,
없나?
수위 검사를 해야겠소.
나석주 그럴 필요는 없어. 이거야.
그대로 권총을 빼내어 쏜다.
수위가 나뒹굴어진다. 일시
에 장내가 소란스럽다. 태
연히 사장실 문을 여는 나
석주. 회사를 경비하던 순
경들이 “서라” 소리치며
쫓아온다. 그 사이에 나석
주는 문을 열고 안을 본다.
그러자 사무실 안에 있던
사내 하나가 놀라며 뒤로
물러선다. 그대로 수류탄의
핀을 뽑아 안으로 던져 넣
으면 사내가 급히 피하는
사이 삽시간에 폭발음과
함께 온 사무실이 부서져
나간다.
씬 35 그 밖
두한들도 보고 있다. 사무실에
유리창 파편들이 불길과 함께
밖으로 깨어져 흩어지고 있다.
사람들이 밀려나오고 있다. 비
명 소리, 아우성 소리들이 계속
해서 터져 나온다.
씬 36 그 안
사람들이 도망치고, 숨고, 아
우성들이다. 한 쪽에서는 경찰
서에 전화를 거는 직원들의 손
이 떨고 있다.
직원 모시모시... 모시모시....
소란과 아우성과 자욱한 연기들
로 사무실 안은 혼란의 극치를
이룬다. 서서히 그 곳을 빠져
나가는 나석주.
씬 37 그 밖
여전히 두한들이 보고 있다.
모든 것이 충격적인 것이다.
나석주가 나오는 것이 보인다.
그는 근처의 식산은행 쪽으로
가고 있다.
양코 (떨며) 너네 아저씨가 저 쪽으
로 가고 있어. 어, 순경들이
오고 있어.
나석주가 근처의 식산은행 앞
에 이른다. 어느새 연락을
받고 달려오고 있는 미와와
형사들과 경찰들. 도망치는
행인들을 밀치며 나석주가
식산은행으로 들어가려 하지
만 이미 안에서 문을 닫아
건다. 그대로 유리창을 깨고
수류탄을 던져 넣는다.
씬 38 동 은행 안
깨진 유리창 문안으로 수류탄
이 굴러 들어온다. 모두 엎드
리지만 그러나 그것은 피시식
연기만 올리고 터지지 않는다.
모두들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본다. 불발인 것이다. 밖에서
계속해서 총소리가 들린다.
씬 39 그 밖
총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미와
가 진두지휘 하고 있다.
미와 쏴라! 머리를 쏘지 말고 아랫
쪽으로 쏴. 사로 잡아야 한다.
그러나 죽어나가는 것은 경찰
들이다. 나석주가 허벅지 한
방을 맞을 때 경찰은 두 명
씩이나 죽어 나간다. 두한들이
눈치를 살피며 다가와 이 놀라
운 것을 구경하고 있다. 그 사
이에 경찰은 또 두 명이 쓰러
진다. 나석주의 사격 솜씨는
가히 일품이다.
미와 고집 부리지 말고 자수하라.
총을 놔라.
나석주 나는 조선의 의열단원이다.
민족의 자본을 수탈하는 동양
척식과 식산은행을 부수러 왔
다. 총독부는 들으라. 우리는
끝까지 저항할 것이다. 조선
의 얼은 결코 죽지 않을 것
이다.
미와 쏴라, 쏴!
다시 총격전이 이어진다.
나석주도 두 방을 맞았고
경찰은 또 둘이 죽었다.
두한들은 계속 보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석주
는 총알이 떨어졌다. 방아
쇠를 당겨도 총알은 나가지
않는다. 그러자 경찰의 총
구가 수 없이 불을 품는다.
벌집이 되어 쓰러져 가는
나석주.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고 있다. 그가 쓰러지고
도 총알은 계속해 빗발처럼
쏟아지고 있다.
미와 그만, 그만! 사로 잡아야 한
단 말이다, 이 놈들아. 그
만, 그만 쏘란 말이야.
총성이 멎었다. 나석주가 꿈
틀거리고 있다. 그제서야 최
동열과 기자들이 달려오고 있
다. 미와가 나석주 쪽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피범벅이
되어 헐떡거리는 나석주를
내려다보고 있다.
미와 칙쇼! 아직 숨이 붙어있다.
배후를 알아야 한다. 어서
병원으로 옮겨라, 어서.
그런 나석주를 최동열도 보고
있다.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쉬
가 계속해서 터진다. 두한도
이 믿기지 않는 현장을 충격
적으로 보고 있다.
나석주가 옮겨지고 있다.
그리고 가다가 나석주는 숨을
헐떡이며 김두한을 보았다.
찰나에 그는 뭔가 꿈틀거린다.
그리고 김두한도...
그 짧은 순간을 최동열도 보
았다. 두한은 이미 사람들
속으로 묻히고 있다. 그렇게
도망치며 잠시 뒤 돌아보는
두한의 얼굴에서...
씬 1 그 골목길
두한과 양코, 정진영들이
정신없이 골목길로 뛰어
달리고 있다. 그들이 달려
온 저 밖 대로변엔, 아직
도 사람들로 혼란을 이루
고 있다. 그 골목길을 돌
아서 얼마쯤, 두한은 그제
서야 멈춰서서 헐떡거리며
뒤를 돌아본다. 정진영과
양코도 멈춰서서 한숨을
돌린다.
정진영 왜, 왜 그러니?
두한 미와야
양코 미와?
두한 응. 저 왜놈 순사 이
름이야
양코 그런데 왜 도망쳐야
하는 거지? 너 우리
처음 만날 때도 그랬
잖아?
두한 ............
정진영 넌.. 우리에게 저 왜
놈 순사에 대해선 아
무 말도 아직 하지
않았어. 무슨 일이
있는 거니?
두한 .............
양코 두한이 너 죄 짓고 도
망치는 거 맞지? 이
양코에게 솔직히 말해
봐, 죄를 지었어도 방
법이 있다구.
정진영 두한아....
두한 (증오) 미와가 우리 어
머닐 죽였어. 아무 죄도
없는 우리 어머닐....
할머니도 미와가 돌아가
시게 했어.
두 아이 ..............?
두한 지금은 나를 잡으려고
하고 있어,
정진영 왜, 무엇 때문에?
두한 아버지 때문이야, 우리
아버지 때문이야. 우리
아버지는 독립군 장군
이시니까.....
두아이 독립군...... 장군?
두한 그래. 미와는 우리 아
버지 같은 사람만 잡는
형사야. 나는 저 죽은
아저씨도 알고 있어.
저 아저씨도 독립군이
야.
정진영 그러면... 너네 아버
지... 지금 어디 계시니?
두한 너희들 비밀 지킬 수
있어?
두아이 ....(끄떡인다)....
두한 만주에 계셔. 거기엔 독
립군들이 아주 많아. 난
거기서 아버지를 만났어.
시계도 그때 아버지가
주신 거야. 우리 아버진
독립군 총 사령관이셔.
양코 총 사령관....?
정진영 지금 총사령관이라구
했니?
두한 ..... (끄덕인다)
정진영 나도 어른들이 하는 얘
길 들은 적이 있어. 그
렇다면 너네 아버지는.
두란 김좌진 장군이셔.
정진영 (존경) 맞아, 김좌진
장군이야, 김좌진 장군
.....나도 알고 있어.
양코 (역시 존경) 장군..?
그럼 두한이가 장군의
아들이란 말이야? 이야
..... 장군... 장군..?
두한 너희들 비밀 꼭 지켜야
해? 알았지?
아이들 ..... (비장하게 끄떡
인다)
두한 죽은 아저씨에 대해서도
말해선 안돼, 알았지?
아이들은 역시 신중하게 끄떡인다.
지금 아주 큰 비밀을 나누고 있는
것이다.
씬 2 병원 외경
임동호의 병원이다. 밖에는 경찰
들로 부산하다. 행인들이 기웃거
리고 있다.
씬 3 동 병원 안
병실 앞 복도에서 기차들과 형사
들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기
자들은 들어가려 하고 오무라와
문달영 등이 이들을 제지하고
있다.
박기자 도대체 뭣 때문에 막는
거야? 이미 우린 볼 거
다 봤다구.
오무라 글쎄, 박기자 지금 안
에서는 신문중이에요.
조금만 기다리라니까요.
윤기자 좀 들어가자니까.
문달영 안 된다니까요.
박기자 범인이 죽고 나면 아무
것도 취재를 못하다구.
들어가자니까.
이들, 강제로 막 밀어 제낀다.
실랑이가 계속되고 기자들은
점차 문을 밀치며 들어선다.
씬 4 동 병실 안
임동호가 지켜보고 있고 죽어
가는 나석주를 미와가 잔인하
게 보고 있다. 숨을 멈출 듯
헐떡거리는 나석주. 아직도
피투성이다.
미와 이봐, 말을 해. 말을
해봐..... 너는 누구
인가? 너는 누구야?
나석주 (간신히) .....나..
나는.... 나다.
미와 나? 나가 누구야? 누구
냐고 묻지 않는가! (임
동호에게) 어떻게 되겠
소, 의사 양반?
임동호 어렵겠습니다. 피를 너
무 흘렸어요.
미와 안돼. (소리 지르며)
방법을 써봐. 조금이라
도 더 살아있어야 해.
이런 자들 때문에 대
일본제국의 중요 인사
들이 수없이 죽어가고
있어. 이 자의 신원을
알아내야 해. 꼭 알아
야 해.
임동호 .....
미와 (발악적으로) 말을 해
야한다. 너는 누구인가?
왜 동척회사와 식산은
행에 수류탄을 던졌나?
왜 그 곳을 택했나?
미와가 소리소리 지르며 묻고
있지만 나석주는 죽어가며 희
미한 미소만 지을 뿐이다. 곧
숨이 멈추려 한다.
미와 (다급하게) 이봐 의
사양반, 주사를 놓아
봐. 숨이 더 붙어있을
수 있는 주사를 놓아봐.
마약 같은 거라도 놓으
란 말이야. 이런.....
정말 미치겠군. (나석주
에게) 너는 누구인가?
그것만 대답하라. 누구야,
너는! 신문에 협박 전보를
보낸 그 자인가?
나석주 (간신히 끄덕이며) 그...
그렇다. 나... 는... 나
... 석... 주..다.
미와 나석주?
그때 기자들이 그예 밀치고 들
어왔다. 미와는 기자들을 힐끗
보고 신경도 안 쓴다. 계속 나
석주를 닥달한다.
미와 이봐 나석주, 너는
어디 소속인가?
나석주 나... 는.. 대한민국
... 임시정부의... 의
열단원...이다. 조선
인민을... 대신해서...
너희를.... 응징...한.
. 것이다.
미와 너의 배후가 있다. 그게
누구인가?
나석주 나의... 배후는.....
조선..... 조선의.....
민중들이다....
미와 이런 젠장. 그런 것 말
고, 너의 배후 말이다.
나석주 너희는..... 너희...
일본은.... 결코...
조선을.... 영원히...
지배하지.. 못한다.
기자들 .....
나석주 (죽어가며) 쉼.... 없
이.... 나.. 같은...
사람들이... 계속...
총과 수류탄을... 들고
.. 밀려올... 것이다.
아-, 아- 나는... 행
복하다....
미와 뭐라?
나석주 조국...을.. 위해....
죽으니... 이.. 얼마..
나 행복한가...
미와 .....? (질렸다)
최동열 .....?
나석주 대한.. 대한독립.....
만세.... 대한... 독
립.....
나석주가 숨을 거뒀다. 잠시
침묵과 고요가 흐른다. 나석주
는 차마 눈을 감지 못했다.
최동열에게 작은 감동같은 것
이 일고 있다. 미와가 분하고
허탈한 듯 하늘을 향해 한숨을
뱉으며 다시 기자들을 본다.
박기자 이봐 미와 경부. 뭐좀
알아냈어?
미와 지독한 놈이야. 아무
것도 말 안하고 죽어
버렸어. 지독한 놈이야.
그렇게 나가 버린다. 임동호가
까운을 나석주의 얼굴에 씌운다.
그 임동호와 최동열과 시선이
묘하게 교환된다.
해설 나석주! 황해도 재령
출신이다. 23살에 만
주로 건너가 독립군
무관학교를 나왔고 기
미년 3.1운동에도 참
가하였으며 비밀항일
결사에 몸 담고 있었
다.군자금 모금과 친
일파 숙청 등 숱한 독
립운동에 참가하였으며
한때 임시정부와 정부
요인의 경호를 담당하
기도 했었다. 그리고
김구 예하의 의열단원
으로서 이 때에 우리의
경제를 송두리째 말살
하려는 일본의 대표적
주구세력인 동양척식주
식회사와 식산은행에 폭
탄을 투척하고 순국하니,
그의 나이 서른 다섯이
었다.
씬 5 신문사 외경 (밤)
씬 6 신문사
최동열이 죽어가던 나석주의
피투성이 사진들을 보며 한
숨을 쉬고 있다. 국장이 다
가와 보며 묻는다.
국장 내가 뭐라고 했나?
단순한 장난 전보가
아니라고 했지.
최동열 .....
국장 헌데 전혀 신원을 모
르겠다구?
최동열 예. 소속은 의열단이라
고 밝혀졌습니다. 동척
과 식산은행을 대상으로
삼은 것은 우리 민족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서라고 했습니다. 아마도
임정의 김구 주석께서
보내신 것 같습니다만...
국장 그 외에 아는 것이 없
나...? 개인적인 신원같
은 것 말이야. 이거야말
로 호외감이 아닌가 말
이야? 호외를 내려고 지
금 윤전기 기사들이 모
두 대기중이라구. 독자들
은 개인적인 정보를 더
원할 게야.
최동열 다른 신문도 마찬가집니
다. 그 외에는 일체 알
려진 게 없습니다.
국장 답답하구만. 전혀 알릴
길이 없지 않나? 답답해.
답답한 것은 최동열도 마찬가지다.
그에 펜을 놓으며 한숨을 쉰다.
그때 전화벨이 울린다. 최동열이
전화기를 들면.....
원노인 (소리) 듣기만 하십시요.
최동열 .....?
원노인 오늘 동양척식회사와 식
산은행에 폭탄을 던진
사람은 나석주라는 사람
입니다. 일전에 전보도
받으셨을 겁니다.
최동열 여보세요? ....누구...
.. (하다가 눈치를 챈다)
원노인 그냥 듣기만 하세요. 나
석주 열사에 대한 자료가
신문사 입구에 맡겨져 있
을 겁니다. 충분한 참고가
될 것입니다. 그럼.....
최동열 여보세요? 여보세요? 혹시
노인장 아니십니까? 여보세
요......?
전화는 그렇게 끊겼다. 들은 목소
리다 싶어 의아해 하다가 급히 일
어나 밖으로 달려나간다. 뻥해서
보는 국장.
국장 왜 그러나 최기자?
최기자, 왜 그래?
씬 7 신문사 입구
이 층 편집실에서 뛰어내려오는
최동열. 주변을 둘러보면 나무
계단 입구에 작은 서류 봉투 하
나가 놓여있다. 급히 그것을 주
워들고 밖을 보면 저 만큼 누군
가 사라져가고 있다. 최동열이
급히 봉투를 열고 안의 내용물
을 꺼낸다. 거기 양복 차림의
나석주 모습과 그의 이력들이
들어있다. 몇 장을 확인하다가
소리 치며 다시 편집실로 올라
가는 최동열.
최동열 어이, 윤전기 돌릴
준비해! 호외를 낸다.
윤전기 돌려!
씬 8 인써트 1
윤전기가 돌아가고 있다.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호
외 신문들. 떠블되는 나
석주에 관한 기사들.
씬 9 인써트 2
어둠 속의 거리를 달려가는
신문배달 소년들. 소년들의
허리에 달린 방울 소리들이
거리를 울린다. 소년들은
“호외요, 호외요.” 외치며
호외들을 거리에 뿌리고 있
다.
씬 10 사당옥
가게 안 홀에는 불이 꺼졌다.
씬 11 사당옥 밀실
나석주의 사진이 걸려있는
제사상이 마련되었다. 그의
영정 뒤로 태극기가 걸려있다.
원노인 그예 장한 일을 하고
가셨소이다.
유태권 그렇습니다.
원노인 나동지와 같은 열사
들을 참으로 여럿
이 곳에서 보냈지요.
유태권 .....
원노인 그 옛날 종로서에
폭탄을 던진 김상옥
열사 또한 그랬습니
다. 모두가 다 장한
이 땅에 젊은이들이
었습니다.
유태권 .....
원노인 이 늙은이도 실은 오
래전에 죽은목숨이올
시다. 살고 싶다는
생각을 버린 지 오래
입니다.
유태권 원동지께선 오래오래
사셔야 합니다. 그래
야 그 많은 애국지사
들이 마음 놓고 큰
일을 할 게 아니겠습
니까.
그때 밖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
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박군이
밖으로 나간다. 잠시 긴장하는
두 사람.
씬 12 동 집 가게 안
박군이 가게 안으로 나오면
그 문 밖에 최동열이 서있다.
눈이 흩날리고 있다.
박군 누구시죠?
최동열 원노인 안에 계신가?
나 최동열이라는 사람
이야. 최기자라구 해.
박군 예?
씬 13 동 집 밀실
문이 여닫기는 소리와 박군이
돌아오는 소리가 들린다.
박군 (소리) 영감님. 손님
이 오셨어요. 중외일
보 최기자님이세요.
두 사람 .....?
최동열이 들어선다. 미소 짓는
원노인.
원노인 최기자님이 어쩐 일이
신지요?
최동열 고맙습니다. 휼륭한
기사 제보를 해주셨어
요. 덕분에 호외를 낼
수가 있었습니다. 아니
..... (상차림과 태극
기 보고) 나석주 의사와
.... 태극기가 아닙니까!
유태권 .....
원노인 이 시대에 태극기는 불
법이지요. (미소) 고발
하시겠습니까?
최동열 글쎄요?
원노인 인사 하시지요. 유태권
동지입니다.
유태권 유태권이라고 합니다.
원노인 비밀항일결사대 대원
이지요.
최동열 반갑습니다. 노인장께
서는 독립운동에 참으
로 깊이 관여하고 계
시는 군요.
원노인 술 한 잔 따르시겠습니
까? 나석주 열사의 상을
치루고 있는 중입니다.
최동열 그래야하지 않겠습니까?
술을 따르고 절을 하고는 앉는다.
최동열에게 잔을 권하는 원노인.
원노인 그래. 이 새벽에 그일
때문에 일부러 오셨습
니까?
최동열 결정적 제보를 해주셔서
고맙기도 하거니와 또한
좋은 소식이 있어서요.
두한이를 보았습니다.
백야 장군의 아들 말입
니다.
원노인 예?
유태권 .....?
최동열 그 아이는 거지들과 함
께 있었습니다.
유태권 거지들이라니요?
최동열 종로통에 늘 나타나는
거지 아이들이지요. 두
번이나 보았습니다. 처
음에는 긴가민가 했는데
두 번째는 확실히 보았
어요. 종로서에 미와 경
부도 그 아이를 알아보았
지요.
원노인 세상에....! 두한이가.
... 두한이가 거지가 되
어 있다구요.
최동열 그렇습니다. 함께 있는
애들을 알기 때문에....
찾을 수가 있을 것 같습
니다.
원노인 오... 부처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최동열 (미소) 미처 두한이가 거
지가 되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노인장이 걱정을 덜
수 있을 것 같군요.
원노인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최기자님. 하늘이 도왔군
요. 마침 만주에서 전보
도 받고 있었습니다. 장
군님의 어머님과 부인께서
이 조선으로 오고 계시답
니다.
최동열 (놀라서) 예? 이 곳으로
말입니까?
원노인 그렇습니다. 만주에 사정
이 오죽이나 좋지 않으면
왜놈 경찰이 눈을 부릅뜨
고 있는 이 조선으로 돌
아오시겠습니까.
최동열 .....
원노인 당장 뫼실 곳도 없고..
또 왜놈 경찰들의 눈초리
도 그렇고 그저 안타깝기
만 합니다.
최동열 ..... (한숨) 그러시겠
군요.
원노인 어쨌거나 그 분들이 오
셔서 두한이를 볼 수 있
게 되었으니 이 만한 다
행이 없습니다.
최동열 .....
원노인 아-, 아- 이렇게 고마울
때가..... 이렇게 고마
울 때가....
씬 14 거지촌 움막 (낮)
함박눈이 쏟아지고 있다. 거지촌
은 완전히 눈 속에 묻혔다. 움막
안에서 갈치가 밖을 내다보고는
엄청난 눈에 질리는 듯 다시 안
으로 사라진다. 정진영이 그릇에
물을 퍼들고 눈을 맞으며 다가온
다. 그리고 자신의 작은 움막 안
으로 들어간다.
씬 15 그 움막 안
양코는 누워서 빈둥거리고 두한
은 멍하니 앉아있다.
두한 진영아 아직도 그렇게
눈이 많이 오니?
정진영 응. 굉장히 많이 와.
오늘 동냥 나가기는
틀렸어.
양코 배는 고프지만 얼마나
편하냐. 오늘은 왕초도
우릴 괴롭히지 않을 거야.
정진영이 화롯불을 쬐고 있는
진영모에게 물을 권하며 감춰둔
찬밥 덩이를 찌그러진 냄비에
데우고 있다.
정진영 어머니 곧 밥을 끓여
드릴께요.
진영모 그래. 그렇게도 눈이
많이 오니?
정진영 예. (화로에 밥을 끓
이며) 참, 두한아 오
다가 호외를 줏웠어.
네가 아는 그 독립군
아저씨 사진이 있어.
자 봐.
두한이 눈을 크게 뜨며 그 호
외를 받아든다. (1927년 1월
23일 참조) 나석주의 양복 차
림 사진이다. 국한문이 섞여있
는 기사가 보인다. 그러나 두
한은 글을 모른다.
두한 뭐라고 쓴 거지?
정진영 (다가와 읽어준다) 동
양척식과 식산은행에
폭탄을 투척. 권총을
난사하여 일거에 일곱
명을 저격. 범인은 의
열단원 나석주로 밝혀
졌다.
두한은 귀를 쫑긋하며 듣는다.
양코도 일어나 관심을 보인다.
정진영 (계속) 범인은 조선
민족의 대표적 수탈
기관인 동양척식회사
와 식산은행에 폭탄을
투척함으로서 일본에
큰 경종을 울렸다고
말하였다. 범인은 만
주독립군 군관학교와
의열단 출신으로서 그
안 숱한 독립운동에
관여한 것으로 밝혀졌
으며 수십 발의 총탄을
맞고 병원으로 옮겨져
조사를 받다가 숨을 거
두었다.
정진영이 읽기를 끝내자 호외를
보고 있던 두한의 눈에 이슬이
맺힌다. 그런 두한을 보는 정진
영과 양코.
두한 미와는 나쁜 놈이야.
내가 좋아하는 사람만
죽였어. 언젠가 내가
꼭 혼을 내줄 거야. 꼭
씬 16 종로서
미와가 분통을 터트리며 책상을
치고 있다.
미와 이게 어떻게 된거야?
나도 모르는 일을 신문
기자들이 어떻게 알았단
말이야. 여기 신원이 모
조리 나와있지 않은가
말이야.
형사들 ..... (눈치만 보고
있고)
미와 누군가 정보를 주지 않
고서야 이럴 수가 있나?
있어. 분명히 이 종로통
에 임시정부나 독립군과
연결된 지하조직이 있어.
오무라 그건 그렇습니다. 누군가
도와주지 않고서야. 이런
일은 불가능 하지요.
미와 (다시 호외를 본다) 아니
이건 또 뭐야? 이 사진
좀 봐. 멀쑥한 양복 차림
에 넥타이까지 맸어. 이거
완전히 영웅을 만들어 놨
잖아..... (약이 올라서)
흉악범을 갖다가 아주 큰
영웅을 만들었어. 미치겠군.
문달영 조선 기자들이야 늘 그런
식 아닙니까.
미와 그러니까 미치겠다는 거야.
이 기자놈들이야말로 철저
한 제국의 반항아들이야.
독립군과 다를 게 없다구.
김형사 경부님 그리고 이거 (서
류 내밀며) 상부의 지시
인데요.
미와 뭔가?
김형사 만해 스님을 석방하라고
합니다. 민중의 폭 넓은
지지를 받는 사람이라서
오래 가둬두지 말라고..
미와 젠장. 총독부는 너무 겁
이 많아. 하는 수 없지.
풀어줘라.
김형사 알겠습니다.
미와 상부에서는 지금 민족주
의 지도자들에게 특별히
돈과 명예, 그리고 권력
을 주면서 회유하고 있는
중이지. 하지만 그 미친
중만은 안될 거야. 그
중은 야인이야, 아무리
단물을 줘도 절대로 길들
여지지 않는 야인 말이야.
오무라 그럴 것 입니다. 미친 중
이지요.
미와 그건 그렇고.... 어제
긴또깡을 보았단 말이야.
긴또깡.... 긴또깡....
그 꼬마놈을 그때 잡았어
야 했는데 경황이 있었어
야 말이지.
형사들 .....
미와 그 아이는 커서 큰 우환
거리가 될 게야. 김좌진
의 아들이 아닌가 말이야.
잡았어야 했는데.....
씬 17 사동옥
가게 안은 한산하다. 원노인이
생각에 잠겨 있다. 유태권과
박군은 여전히 가게 일을 돌보
고 있다.
원노인 (밖을 보며) 웬 눈이
이렇게 쏟아지나?
유태권 오늘은 어렵겠네요.
이런 날은 거지 아이
들이 움직이지 않을
텐데요.
원노인 그러게 말이요.
박군 최기자님이 찾을 수
있다고 했잖아요. 너무
초조해하지 마세요, 영
감님.
원노인 그래두 그렇지. 하필
오늘따라 이렇게 눈이
쏟아질 게 뭐람.
유태권 백야 장군의 부인께선
언제쯤 도착하십니까?
원노인 내일 낮에는 도착을 하
실 겝니다. 그 전에 찾
아야 하는데.... 그래야
가족들이 만날 수 있을
텐데... 허 이거 참....
씬 18 인써트
대륙의 벌판을 달리고 있는 열차.
흰 수증기를 내품으며, 계속해서
기적을 울리며 벌판을 가로질러
가고 있다.
씬 19 그 열차 안
김좌진의 부인 오씨와 노부모가
창 밖을 보며 앉아있다. 그들
고부간은 무거운 표정으로 그렇
게 앉아 있다.
조모 지금쯤 두한이가 많이
컸겠구나.
오씨 우리가 오는 것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군요.
조모 떠나기 전, 전보를 띄
웠으니 원서방이 알고
있을 게다.
오씨 돈 한 푼 없이 무일푼
으로 오는 걸 알면 원
서방도 걱정이 많겠네요.
조모 다 살게 되어 있는 법이
다. 그 까짓 돈이 무슨
대수냐. 만주 벌판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아비를 생각해 봐라. 우
리가 어디 편히 쉬러가는
것이냐.
오씨 .....
조모 하루를 살다 죽더라도
백야 장군 이름에 값을
해야한다.
열차는 그렇게 달려간다. 그 기
적 소리에서.....
씬 20 신문사
국장 백야 장군의 가족이 오
고 있다구?
최동열 예, 국장님. 아마 빈손
으로 오는 것 같습니다.
장군은 민족의 영웅입니
다. 그 분의 가족을 그
대로 방치한다는 것은
민족의 수치일수도 있습
니다.
국장 그렇다고 어떻게 하겠는
가? 하루하루 기적처럼
연명해가고 있는 신문사
들일세. 우리가 월급 언
제 받아봤나, 최기자.
최동열 그렇다고 국장님보구 어
떻게 해보시라는 건 아
닙니다. 마땅히 존경 받
을 만한 분의 가족이 외
면 당하는 것을 보기 민
망하다는 것이지요.
국장 (한숨) 그 많은 돈들이
다 어디 숨어 있는지..
... 혹시 동아일보라면
또 모르겠지. 인촌 김성
수 선생은 여력이 있으신
분이니까.
최동열 .....?
국장 자네 혼자 고심할 게 아
니라 한 번 시도를 해보
는 게 어떻겠나?
최동열 동아일보사에 사정을 해
보란 말씀이십니까?
국장 옛날에 우리 사장을 지내
신 홍명희 선생이 그 분
과 아주 친하시다네. 또
자네가 스승으로 모시는
만해 스님이 홍명희 선생
과 아주 특별하시지.
최동열 ..... (생각한다)
국장 만해 스님께 연락을 드려
보게나. 그러면 다 연결
이 될 게 아닌가? 예비검
속이 풀리셨다니 지금쯤
선학원에 계시겠구만 그래.
최동열 .....?
씬 21 종로 거리
온통 거리는 눈 속에 묻혀있다.
원노인과 박군이 걸어온다.
박군 영감님, 오늘 같은 날은
거지들이 안 나온다고
하잖아요.
원노인 그래도 어떻게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있냐.
찾아봐야지.
박군 그렇다고 가게도 비워놓
고 이렇게 나오면 어떻
해요.
원노인 가게야 유동지가 있지
않느냐. 너는 저 쪽 골
목으로 가보거라. 나는
이쪽으로 돌아볼 테니까.
박군 알았어요. 아이구 다리
아퍼.
원노인 (혼자 가며) 세상에...
거지라니..... 그 동안
거지로 살았다니.....
그 아이가 어떤 아이인데
.... 거지라니....
박군이 다른 길로 가고 원노인은
온 길을 계속 두리번 거리며 걷는
다. 원노인이 중얼거리며 계속 해
사람들 사이에 시선을 돌린다. 하
지만 두한이 있을 리는 만무하다.
씬 22 거지촌 외경
아이들의 품바 타령이 들려오고
있다.
씬 23 움막 안
왕초가 마치 황제처럼 자신의
자리에 앉아 거드름을 피우며
담배 꽁초를 피우고 있다. 거
지 아이들이 모두 품바 타령을
합창하고 있다. 갈치가 등에
그릇을 넣고 곱사춤을 추고 있
다. 모두들 신이 나서 깔깔대고
웃고 바가지를 두드리며 장단을
맞추는데 한참을 듣던 왕초가
꽁초를 부벼 끄며 소리를 지른
다.
왕초 그만. 그만들 해, 거
지 새끼들아. 그래가
지고 동냥질 잘 하겠다.
모든 노래 소리가 멎고 모두 긴
장하며 겁을 먹는다.
왕초 야, 갈치.
갈치 예, 형님.
왕초 이 새끼야, 그렇게 밖
에 못해? 곱새춤을 그
렇게 춰 가지고 사람들
이 재미있어 하겠다.
재미있냐, 재미있어...?
일동 .....
왕초 야, 양코.
양코 (잔뜩 겁을 먹었다)
예, 예, 예... 형님.
두한과 정진영도 양코 옆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진영모도 그 한
쪽에 함께 있고...... 그들을
한동안 훑어보는 왕초. 문득 진
영모를 보다가 끼득끼득 웃는다.
왕초 양코, 너 말이야. 장
님 흉내좀 내봐.
양코 예?
왕초 뭘 두리번거려 이 새끼
야. 빨랑 못해.
양코 예, 예.... (진영모를
보며 당황한다) 하...
하지만.....
왕초 거지는 불쌍해 보여야
되는 거야. 아주 딱하
게 보여야 하는 거라구.
해봐. 몸을 비틀고 눈은
엉뚱한 곳을 보고....
해봐, 이 새끼야.
양코 예, 예.
다시 진영모를 보다가 몸을 비틀
고 청맹과니처럼 눈을 뜬 채 비
틀거리며 걷기 시작한다. 몇 발
자국을 그렇게 걷는다. 정진영이
입을 앙다문다.
왕초 밥을 달라고 해야지,
임마. 더듬거리면서
밥좀 주세요. 한 푼만
줍쇼.
양코 (장님 흉내내며) 밥좀
주쇼---. 한 푼만 줍쇼
---. 한 푼만 줍쇼---.
왕초 병신! 놀고 있네. 집워
치워, 이 새끼야. 야
정진영!
정진영 .....?
왕초 임마, 니네 엄마 장님
아니야? 거지는 똑 같
은 거지인데 지금까지
놀고만 먹었어. 거지는
공평해야 하는 거야.
정진영 .....
왕초 다음부터는 너네 엄마도
동냥을 나가야 해. 일어
나라구 해. 그리고 엄마
하구 둘이 장님짓을 해봐.
아주 불쌍해 보일 거야.
엄마 장님, 아들 장님.
정진영 ..... (분노가 일기 시
작한다)
왕초 내 말이 안 들려? 해봐,
이 새끼야.
정진영 .....
두한 .....
왕초 이리 나와. 진영이 이리
나와.
진영이 왕초 앞으로 화를 삭이며
다가오자 그대로 내지른다.
왕초 왜 안해, 이 새끼야.
해. (계속 패며) 하란
말이야! 하라구! 해!
그러자 진영모가 더듬거리며
일어난다.
진영모 할게요. 내가 할게,
진영아. 진영이 그만
때려요. 나도 동냥을
나갈께.
진영 안돼요. 그렇게는 못
해요. 못해!
왕초 그래? 너 오늘 잘 걸렸
다. 심심한데 잘 됐어.
(마구 패며) 못 한다구?
죽어봐라. 너 오늘 죽어
봐.
진영모 제발.... 제발 때리지
말아요. 제발....
두한 (벌떡 일어나며) 그만
때려요!
거지들이 모두 놀라서 보고 있다.
왕초도 너무 기가 막혀서 잠시
멍하니 두한을 본다.
두한 그만 때리라구요. 이건
너무한 거에요. 아픈
사람을 그렇게 하는 법
은 없어요.
왕초 뭐라구? ..... (기가
막혀) 너... 돌았냐?
돌았어? 너 오늘 죽어
보고 싶다 이거지 그런
거야?
두한 그렇지 않아요. 결투를
신청하는 거에요.
일동 모두 경악해서 두한을 본다.
양코는 후들후들 떤다.
양코 두한아...... 너....
너.... 잘못했다구 그래.
왕초 하하하. 정말 재미있게
됐는데. 좋았어. 그 결투
를 받아주지. (공격하며)
이 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