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배] 판팅위 7연승 "2년 전보다 더 나아가길 원한다"

[초롱불1]

[농심배] 판팅위 7연승 "2년 전보다 더 나아가길 원한다"

▲ 중국팀의 첫 주자 판팅위 9단(왼쪽)이 일본팀의 4번주자 이치리키 료 8단을 꺾고 대회 타이 기록인 7연승을 질주했다.

20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8국
최다연승 타이 기록… 내일 박정환 출격

산술적인 확률은 1.6%로 극히 낮다. 그동안 벌였던 상대전적을 고려하면 5.8%로 올라간다. 그래도 낮다. 박정환 9단이 6연승을 올릴 확률은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를 써야 가능하다.

승점 없이 벼랑에 몰려 있는 한국팀이 우승하려면 6연승을 필요로 하고, 한국팀의 마지막 보루 박정환 9단이 그 6연승을 올려야 하는 스토리다. 바둑TV 홍민표 해설자는 "이창호 9단의 상하이 대첩보다 100배 정도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 18회 때 2국에서 판팅위 9단이 124수 만에 불계승을 거둔 이후 두 번째 대결을 벌였다.

큰 짐을 짊어진 박정환 9단의 첫 상대는 기세등등한 판팅위 9단으로 정해졌다. 판팅위 9단은 26일 오후 부산 농심호텔 특별대국실에서 열린 제20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제8국에서 일본의 이치리키 료 8단에게 240수 만에 불계승했다. 이치리키의 공격에 맞선 타개 솜씨가 돋보였다.

판팅위 9단은 또 한 번 7연승을 달성했다. 2년 전 18회 때의 7연승에 이어 두 번째이다. 7연승은 '바둑 삼국지'로 불리는 농심신라면배의 단일시즌 최다연승 기록에 해당한다. 이번 대회에서 시바노 도라마루ㆍ신민준ㆍ모토키 가쓰야ㆍ최철한ㆍ쉬자위안ㆍ이세돌ㆍ이치리키 료를 차례로 꺾었다.

▲ 부산 동래구 농심호텔 지하 1층에 차려진 현지 검토실 모습. 대국장은 최상층인 9층에 마련되어 있다.

이치리키에게는 2승째. 판팅위는 18회 대회에서 이치리키를 꺾은 것을 시작으로 7연승을 질주한 바 있다. 그 대회의 최종 결과도 11국에서 마침표를 찍은 중국이 역대 최단 대국수라는 압도적 스코어로 우승컵을 가져갔다.

'연승 제조기' 판팅위의 농심신라면배 전적은 17승3패가 됐다. 85%의 승률이다. 이번이 네 번째 대회인 판팅위는 모두 중국팀의 선봉을 맡고 있다.

▲ 날아다니고 있는 판팅위 9단의 대회 통산 전적은 17승3패가 됐다. 85%의 승률이다.

17회 때 선봉 3연승과 19회 때 이세돌을 꺾기도 했던 이치리키 료 8단의 대회 전적은 5승5패. 올해 용성전과 아함동산배를 우승했고, 일본 최대기전 기성전의 도전자로 활약했다. 현재 이야마 유타 9단과 왕좌전 도번5번기를 진행 중이다.

첫 주자 판팅위 9단의 맹활약에 중국은 병력 손실 없이 7승으로 크게 앞서 나갔다. 한국은 4패, 일본은 1승4패에 그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각각 주장만을 남겨둔 상황이다.

▲ 14회 때부터 7년 연속 태극마크를 달고 있는 박정환 9단. 내일 판팅위 9단의 연승 저지에 나선다. 반드시 이겨서 상하이에 갈 수 있도록 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한국팀의 마지막 주자 박정환 9단은 27일 오후 판팅위 9단과 대결한다. 상대전적은 박정환이 5승6패. 지난 12일 LG배 8강전을 패하는 등 올해 벌인 두 차례 대결을 모두 놓쳤다. 특기할 점은 2년 전 7연승을 달리고 있던 판팅위 9단을 박정환 9단이 저지했다는 것.

가장 부담스러운 첫 대국, 가장 부담스러운 상대 판팅위 9단을 잡는다면 연승을 몰아칠 가능성이 높다. 한중일에서 대표 선수 5명씩 출전해 연승전으로 패권을 다투는 반상의 국가대항전인 농심신라면배는 우승국이 5억원의 상금을 독식한다. 지난대회까지의 우승 횟수는 한국 12회, 중국 6회, 일본 1회.

▲ 판팅위 9단은 7연승하는 동안 흑으로 2승, 백으로 5승을 거뒀다. 힘과 자신감이 판팅위의 무기.

▲ 3시간 33분, 240수 만의 불계승으로 끝났다.

▲ 복기 도중 AI 참고도를 확인하고 있는 모습.

▲ 또 한 번의 7연승을 올린 판팅위 9단. 자신이 18회 때 세웠던 대회 최다연승과 타이를 이뤘다.

▲ 이치리키 료 8단은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홍맑은샘의 제자. 힌국바둑의 영향을 받아 실전적 기풍이다.

▲ 선수가 아닌 단장으로 태어난 곳 고향을 방문한 조치훈 9단. 농심배 선수로는 2004년 6회 때 최철한을 이기고 뤄시허에게 패한 바 있다.

▲ AI 승률 90%를 넘긴 적도 있었던 이치리키 료 8단은 초읽기에 몰리면서 흔들렸다.

▲ "내용적으로 좋지 않았지만 이겨서 기쁘다. 연승 비결은 없고 인연이 있는 것 같다. 박정환 9단에게 2년 전 7연승 후에 패했는데 이번에는 조금 더 나아갔으면 좋겠다. 최근 LG배 8강전에서 이긴 것은 그 다음의 4강전에서 내가 탈락했기에 큰 의미가 없다. 박정환 9단은 한국을 대표하는 기사이므로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내일 대국하게 되니까 상대를 평가할 기분은 아니다. 연일 대국하지만 아직 젊어서 체력적으로 큰 문제는 없다."